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그 사람이에요'와 '그 사람이예요'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관악구 서울대 어학 연구소. 최길시) |
답 현행 한글 맞춤법에서는 'ᅵ'모음 동화(앞의 'ᅵ'의 영향으로 뒤에 오는 모음'ᅡ, ᅥ' 등이 'ᅣ, ᅧ'로 발음되는 현상)를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예요'는 '-이에요'의 '에'가 앞의 모음 '이'에 영향받아 '예'로 발음된 것이므로 이를 발음대로 쓰는 것은 잘못이며, 이 경우에는 '-이에요'로 써야 합니다. '-이에요'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어요'가 있습니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이 둘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합니다. 다만 사전의 풀이 "받침 있는 체언에 붙어 친근감을 담아 애교스럽게, 사물을 긍정적으로 단정하거나, 지정하여 묻는 종결형 서술격 조사"(금성판 국어 대사전)에서 보듯이 '-이에요','-이어요'는 주로 자음 뒤에서만 사용하고 모음 뒤(받침 없는 체언)에서는 흔히 '-예요','-여요'가 사용됩니다. '-예요', '-여요'는 '-이에요', '이어요'의 '이'와 '에', '이'와 '어'가 축약된 것인데 현행 한글 맞춤법 규정 "'ᅵ' 뒤에 '-어'가 와서 'ᅧ'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제36항)에 따라 '-예요', '-여요'로 적는 것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음 뒤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에요'가 '-예요'로 축약되기 때문에(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이어요'는 모음 뒤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원래 '-이예요'가 맞는 것이 아닌가 혼동하기 쉬우나 '-이예요'는 잘못된 표기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모음 뒤에서는 '-에요','-예요'를 쓰고 자음 뒤에서는 '-이에요', '이어요'를 쓰는 것이 옳습니다.
물음 '부치다'와 '붙이다'의 구별이 잘되지 않습니다. 서로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부천시 남구, 안두준) |
답 '부치다'와 '붙이다'를 정확히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붙이다'는 '붙다'에 사역의 의미를 더하는 파생 접사 '-이-'가 결합한 단어이며 '부치다' 역시 역사적으로는 '붙이다'와 기원이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행 한글 맞춤법 제22항 '다만' 조항에서는 동사 어간에 '-이-'가 붙어 이루어진 단어는 원칙적으로 구별하여 적으나 '도리다, 드리다, 바치다' 등과 같이 본뜻에서 멀어진 것은 소리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치다'는 "①힘이 모자라다 예)힘이 부치는 일이다. ②바람을 일으키다. (예)부채를 부치다. ③남을 시켜서 편지나 물건을 보내다. (예)소포를 부치다. ④다른 곳, 기회에 넘기어 맡기다. (예)회의에 부치다. 인쇄에 부치다. ⑤어떠한 대우를 하기로 하다. (예)불문(不問)에 부치다. ⑥심정을 의탁하다. (예) 밝은 달에 부쳐 읊은 시조. ⑦논밭을 다루어서 농사를 짓다. (예)밭을 부치다. ⑧번철에 기름을 바르고 빈대떡 같은 것을 익혀서 만들다. (예)빈대떡을 부친다. ⑨몸이나 식사 따위를 의탁하다. (예)몸 부칠 곳이 없다."의 의미로 쓰여 '붙다'와의 의미상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될 때만 사용합니다.
'붙이다'는 '붙다'의 의미가 유지되는 경우, 예를 들어 "①우표를 붙인다. ②책상을 벽에 붙인다. ③흥정을 붙인다. ④접을 붙인다. ⑤불을 붙인다. ⑥감시원을 붙인다. ⑦싸움을 붙인다. ⑧내기에 100원을 붙인다. ⑨말을 밭에 붙인다. ⑩조건을 붙인다. ⑪취미를 붙인다. ⑫별명을 붙인다."의 경우에 사용합니다. 이들은 모두 (가)『NP1과 NP2를 V』나(③④⑦) (나)『NP1에 NP2를 V』(①②⑤⑥⑧⑨⑩⑪⑫)의 구성을 보입니다. (가)구성의 예는 NP1과 NP2가 붙는 대상이 된다는 공통점을, (나)구성의 예는 NP1이 구체적인 장소(처소성)를 나타내고 NP2가 그에 붙는 대상이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붙다'의 의미가 살아 있으므로 어원을 밝혀 '붙이다'로 적는 것입니다. '부치다' 중 ④⑤⑥⑧도 이와 같은 구성을 가지나 NP1이나 NP2의 성격과 관계가 위와 같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붙다'의 의미가 유지되지 못한다고 판단되기에 '부치다'로 적는 것입니다.
이 중 '부치다'의 ⑨는 '붙이다'로 쓰던 것인데 현행 맞춤법에서 새로이 바뀐 것이므로 각별히 주의하여야 합니다.
물음 우리 마을 입구에 '포회촌 마을'이라는 돌 표시가 있습니다. '浦會村 마을'은 '浦會村'의 '村'와 '마을'이 중복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중복된 표현 외에 다른 표현이 있다면 어느 것이 좋습니까?
(가평군 가평읍, 崔成植) |
답 '妻家', '驛前'의 '家','前'이 각각 '집','앞'을 뜻하는 한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妻家집', '驛前앞' 식의 잉여적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문의하신 '浦會村 마을'도 '村'이 '마을'을 가리키는 한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쓴다는 점에서 위의 예와 같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어의 어휘 체계에 들어와 있는 한자어는 정확히 쓰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포회촌 마을' 식의 표현보다는 '포회촌'이나 '포회 마을'로 표현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어 '村'보다는 고유어 '마을'을 쓰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포회 마을'을 권합니다.
물음 '한 발을 내딛었습니다.'의 '내딛었습니다'가 맞는 표현입니까? 틀렸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서초구, 유연백) |
답 표기를 할 때는 표준어로 인정된 형태로 해야 합니다. 표준어 규정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제 14항), 본말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제15항), 본말과 준말을 다 같이 표준어로 삼은 것(제16항)이 있습니다. '내디디다'의 준말인 '내딛다'는 표준어 규정에 관련 단어로 올라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글 맞춤법' 제32항 "단어의 끝모음이 줄어지고 자음만 남은 것은 그 앞의 음절에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의 관련 단어로 본말 '가지고', '가지지', '디디고', '디디지'에 대해 준말 '갖고','갖지', '딛고', '딛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표준어 규정의 관련 단어에는 빠졌지만, '디디다'의 준말인 '딛다'도 본말과 함께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유추하여 '내디디다'의 준말인 '내딛다'도 표준어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준말이 표준어로 인정되면 준말의 활용형을 써도 됩니다. 표준어 규정 제16항 "준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아래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를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자음 어미 앞에서는 '머물고', '서둘지', '서툴며' 같은 활용형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음 어미가 연결되는 활용형은 인정하지 않아(제 16항 비고) '*머물어', '*서둘어서', '*서툴었다'로 표기할 수 없습니다. '머물러', '서둘러서', '서툴렀다'처럼 써야 합니다. 이러한 제한은 '가지다'의 준말 '갖다'의 모음 어미 활용형 '갖아, 갖아라'등이 성립하지 않는 현상에 유추한 것입니다(표준어 규정 해설서 참조).
'내딛다'도 위의 예들과 같은 종류로 볼 수 있으므로 자음 어미가 연결될 때는 '내딛고'와 같이 쓸 수 있지만, 모음 어미가 연결되는 활용형 '내딛었습니다'는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본말의 활용형인 '내디디었 습니다' 또는 '내디뎠습니다'를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음 그 해에 지은 벼농사를 가을에 처음으로 수확해서 얻은 쌀을 이르는 말로 '햇쌀'이 옳습니까, 아니면 '햅쌀'이 옳습니까?
(중계동, 장학균) |
답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경우에 그 해에 새로 난 쌀로서 '묵은 쌀'에 대응해서 쓰이는 말은 '햅쌀'이 맞습니다. 그런데 명사 앞에 붙어서 '그 해에 새로 나온' 이라는 의미를 더해 주는 접두사로 '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햇-곡식'이나 '햇-과일', '햇-누룩' 등이 접두사 '햇-'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이 접두사 '햇-'은 원래 '해-'에 사잇소리가 첨가 된 형태입니다. 이것은 복합 명사를 만들 때 일정한 조건하에서 사잇소리가 들어가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 본다면 '햇쌀'이 맞는 어형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역사적인 문제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즉 '쌀'은 중세 국어 시기에 초성으로 'ᄡ'('ㅂ'과 'ㅅ'모두 자기 음가대로 소리가 났던 것으로 믿어집니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접두사 '해-'와 합쳐져서 '햅살'이 되었다가 폐쇄음 다음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경음화 현상에 의해서 '햅쌀'이 된 것입니다.
물음 문장 부호 가운데서 가운뎃점은 어떤 경우에 쓰는지 그 용법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전북 전주시 남노송동, 김차수) |
답 가운뎃점은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사용됩니다. 다시 세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