辭典 定義의 類型과 原則
1. 定義와 뜻풀이
'定義(definition)'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논리학의 용어로서 이해한다. 그것은 사물 또는 개념을 이해시키려는 일종의 언어적 명제에 관련된 용어로 설명의 記述樣式에 들 것이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해 인식한 개념을 중심으로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이러한 논리학에서의 정의 문제를 다루려는 것이 아니고 언어학에서, 아니 좀 더 분명히 말해 사전학에서 말하는 정의에 한정시켜 다루되, 그것도 그러한 사전적 정의의 일반적 유형과 원칙을 다루려는 것이다. 언어학에서 정의라고 하면 그것은 적어도 언어적 의미를 지니는 여러 층위의 언어적 단위들에 대한 각각의 의미 명시(semantic specification)를 흔히 뜻하는데, 사전학에서 정의라고 하면 그것은 사전적 단위인 각각의 표제항(흔히는 표제어라고 불리는 어휘 항목)에 대한 의미명시로 한정된다.
辭典的 定義를 이러한 언어적 의미의 명시로 본다면 그때의 '辭典'이라는 한자어 자체가 말해 주듯이 '언어 사전(dictionnaire de langue)'을 뜻하지 '백과사전(事典, dictionnaire encyclopédique)'을 뜻하지는 않는다. 언어 사전이라 하더라도 정의의 대상이 되는 피정의항으로서의 표제항의 언어적 성격에 따라 그에 대한 정의의 유형이 다양할 수 있으며 언어 사전이라 하더라도 사전의 성격에 따라 정의의 방식이 다양할 수가 있다. 그리하여 사전적 정의에 있어서 여러 유형이나 방식이 논의되고 그러한 유형에 따른 일반적 원칙이 논의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사전적 정의의 유형별의 일반적 원칙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인 셈이며 또한 바로 청탁받은 주제이기도 하다.
'定義'라는 말은 被定義項=定義項이라는 구조를 갖추고서 진술하는 행위로, 사전의 편찬에서도 원칙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우리 사전학이 서양의 사전학에서 쓰이는 '정의'라는 용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정의란 용어가 수용되기 이전에는 표제항의 의미 명시에 대하여 '註解, 註釋, 解說, 意味' 등과 같은 말로 쓰기도 하였고 '풀이, 뜻풀이, 뜻매김' 등과 같은 말로 쓰기도 하였다. 漢字語 용어 중에서 가장 흔히 써 온 것은 '註釋'인데, 이는 한자 중심의 사전인 字書(또는 字典)에서 각각의 한자가 지니는 뜻의 새김을 다는 정도의 뜻으로 쓰였는데 기능적인 면에서는 한자의 이해를 통한 문장의 이해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주석'이라 할 때에는 '주석 사전'(dictionnaire exégétique)의 성격에 어울려 쓸 수 있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우리말 용어인 '뜻풀이'가 대체로 의미 명시를 나타내는 정의항에 해당되는 말로 사전학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풀이'란 말은 일찍이 1910년대의 《말모이》에서도 쓰였는데 '뜻풀이'는 유열의 《현대 학생 우리말 사전》(1950)에서 싹트기 시작하여 김민수·홍웅선의 《새 사전》(1959)에도 쓰였다. 북한에서는 《조선어 소사전》(1956)과 《조선말 사전》(1960~2)까지는 '단어의 의미 주석'과 같이 제시하였다가 《현대 조선말 사전》(1968/1981)이나《조선문화어사전》(1973)등에서는 '뜻풀이'가 쓰이게 되었고 《사전편찬리론연구》 (1984)에서도 '뜻풀이'를 쓰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사전이 '뜻풀이 사전(즉 주석 사전)'으로서의 성격임을 전제로 하였기 때문이다. '뜻풀이'는 결국 標題項 즉 '올림말'에 대한 의미 명시이기 때문에 定義의 공식에서 보면
와 같이 자리하게 된다.
'定義' 또는 '뜻풀이'에 관한 문제는 지금까지의 국어사전들에서 구체화된 바가 없다. 《(조선말) 큰사전》의 경우에는 <해석의 방식>에서
과 같이 언급하고 있어, 유의어의 나열을 피하고 각 어휘의 示差性을 밝히려 하였음을 말하고 있기는 하나 구체적이지 못하다. 최근에 간행된 《금성판 국어 대사전》(1991)의 <풀이>에서도
라 하여 '평이성, 정확성, 명료성'이라는 고전적·전통적 일반 원칙을 제시하기는 하였다. 여전히 구체적인 원칙의 제시가 없이 막연한 진술을 하고 있다.
이들 우리 국어사전들에서의 막연한 '정의' 또는 '뜻풀이'의 기존 제시와는 달리 《현대 조선말 사전 (제2판)》은 <뜻풀이의 방식>에서 좀 더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하려 하였다.
모두 12개의 방식을 제시하였는데, 그중에서 ①은 《사전편찬리론연구》(1984)에서 말한 언어학적 풀이로서의 직접적 풀이에 해당되며 ②는 사전학에서 이르는 어휘 규칙에 따른 형태·의미적 정의에 해당되고 ③은 유의어의 대용에 의한 정의 및 분석적·논리적 정의를 말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 사전은 사전학적 정의의 일반적 원칙을 일단 고려한 셈이 된다.
사전학 또는 사전 편찬학에 서서 '정의'를 논의한 것은 80년대의 일로 "올림말의 뜻풀이(뜻매김)에 대하여 "(조재수, 《국어사전 편찬론》, 1984, pp.76~99) "사전-주석에 대하여"(李庸周 1986), "언어 사전 정의의 유형과 문법 문제"(김현권 1987), "언어 사전 정의의 구성과 유형에 대하여 "(김현권 1989), "국어사전에서의 뜻풀이"(沈在箕 1987), "사전 뜻풀이의 검토"(이기동 1988) 등이 있으며 어휘적 장과 사전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포함된 "어휘의 의미 변천과 사전"(이익환 1988) 등도 있다. 언어학적 또는 사전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이상의 논의들은 단순히 사전을 실용 사전(practical dictionary cf. flesh-and-blood dicti onary)의 차원에만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언어학적)이론적인 사전(theoretical dictionary)까지도 고려되어야 하는 언어 사전의 차원에까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려 하였다. 아무리 실용적인 사전이더라도 필요충분한 언어적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시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정의에 한정시킨다면 표제항이 지니는 언어적 의미를 필요충분하게 명시하여 정확하고도 효율적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정의를 내려야 할 것이다.
이상의 지금까지의 사정을 고려하여 흔히 언급해 온 사전적 구조 속에서 정의의 위치와 기능을 음미하고 그 정의의 일반적 유형에 따른 일반적 원칙을 논의하되 현재까지의 사전들의 실제를 검토해 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요 범위인 것이다.
2. 辭典에서의 定義의 위치와 기능
사전이라는 텍스트의 구조에서 거시 구조는 표제항들의 일정한 배열로 나타나며 미시 구조는 그 표제항에 대한 음운·문법·의미상의 정보가 명시되고 그 정보의 보완적인 사항들(통사·의미상의 제약, 예문, 관련 어휘 등)이 포함된 사전적 條項(article)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조항은 각각의 표제항에 대한 언어적 정보를 총체적으로 또는 집약적으로 보이게 되는데, 여기서 정의는 巨視 構造와 微視 構造 사이의 의미 명시 관계를 보이는 방식으로 사전학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국어사전들에서 '단어(또는 어휘)의 의미 해석(또는 주석)'이라든가 '올림말의 뜻풀이'라고 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정의에서의 두 구조 사이의 관계를 전제한 것이었다.
거시구조를 이루는 표제항은 해당 언어에서 쓰이는 어휘 항목(lexical item)으로 이루어지는데 실제로 언어 사전의 표제항을 이루는 단위들은 문법 형태소, 파생 형태소, 어휘적 어간(어근 포함) 및 모든 어휘소들인데, 가장 일반적인 단위는 어휘소로서의 단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사전이란 거시구조를 이루는 단어들의 각각에 대해 그 각각의 단어가 지니는 언어적 정보를 사전학적으로 미시구조를 이루게 한 '닫힌 열림'의 텍스트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어가 지니는 언어적 정보가 결국 사전의 핵심이 되는 셈인데, 그러면 단어가 지니는 언어적 정보는 어떠한가. G.A. Miller(1978)에 따르면
와 같은데, G.N.Leech(1974)에서는 어휘 항목을 ① morphological specification(giving the form of the word in terms of stems and affixes) ② syntactic specification (classifying the word in terms of its distributional potential within sentences) ③ semantic specification (or definition)의 결합으로 보았다. Miller(1978)과 Leech(1974)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나, Miller(1978)이 정의를 좀 더 명확히 한정시키려 하면서 의미적 문맥에 따른 선택 제한을 분리시키고 화용 정보를 독립시켰다. 이에 따른다면 정의의 의미 명시와 '뜻풀이' 사이에는 차이가 있게 된다. 국어사전에서의 '뜻풀이'는 흔히 일정한 의미적 문맥에 한하는 선택 제한이나 화용 정보의 경우까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편찬 리론연구》에 의하면 '뜻'에는 출발이 되는 의미로서의 '기본뜻'이 있고 여기서 파생된 '갈라진뜻'도 있으며 또한 '온뜻'에 대해 '반뜻'도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의 '뜻풀이'란 의미 분석에 의한 이 모든 의미들을 묶어서 이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어휘 항목으로서의 단어를 단순히 자립 형태소로서가 아니라 일정한 음운·문법·의미상의 복합체라고 본다면 단어 중심의 사전적 처리에서 단어의 정의는 어떤 위치에 있게 되는가.
단어의 맞춤법상의 정보 및 형태상의 정보는 운율적 정보와 함께 표제항 자체에 명시되고 발음의 정보는 맞춤법과의 관련 아래 표제항으로서의 단어 다음에 별도로 제시된다. 국어사전의 경우 맞춤법으로부터 독음 규칙(reading rule)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발음될 수 있는 경우에 발음 표시는 사전 편찬의 경제성을 고려하여 흔히 생략한다. 이렇게 음운·형태상의 그리고 맞춤법상의 정보는 별도로 처리함에 반해 문법 정보(특히 통사 정보)와 의미 정보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함께 처리한다. 흔히는 의미 명시로서의 '뜻풀이'가 제시되면 이를 보완해 주는 정도로 예문을 드는데, 문법 정보를 중시하는 문법 사전-예컨대 동사 사전-의 경우에는 일일이 통사 구조에 의한 문형과 그 예문까지 제시되기도 하고 학습 사전의 경우에도 문형과 예문이 '뜻풀이'의 종속적인 정보로서 제시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한 단어가 가지는 의미로 쓰이는 통사 구조를 보이면서 그때의 그 단어가 지니는 맞춤법과 음운상의 정보까지 보여 줌으로써 단어 중심의 사전적 기능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뜻풀이'의 출발점이 되는 표제어의 의미를 명시하는 정의가 주어지면 그 정의된 의미 또는 개념이 또다시 일정한 의미적 문맥에서 받는 선택 제한에 따른 '뜻풀이' 그리고 多義性을 보이는 '뜻풀이'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뜻풀이'의 여러 하위 분류와 그 배열은 물론 정밀한 의미 분석에 기초하는 것이겠으나, 지금까지의 우리 국어사전들은 아직 정밀한 의미 분석을 체계적으로 이룩한 작업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의 한 예를 임의로 들어보자.
'밟다'에 대하여 '뜻풀이'와 그를 보완해 주는 예문이 각각 제시되어 있다. 가장 전형적인 용례를 보이려 하였다. 그러나 ①의 경우에는 '뜻풀이'로서 주어진 의미의 폭을 그 예문의 의미에 일치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국 땅을 밟다."에서의 '밟다'는 단순히 "땅 위에 대고 디디다."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동포의 귀국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①~⑥까지의 각각의 의미가 균질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①과 ②의 의미가 ③~⑥의 의미와는 좀 더 차이가 있는 것이며 ③④⑤에 비하면 ⑥의 의미는 차이가 좀 더 크다고 할 것이다.③~⑥은 통시적으로는 의미 변화와 관련이 있는 수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타동사로서의 '밟다'의 정의로 주어가 [+agent]이어야 하고 행위의 도구를 나타내는 보어는 [발로]로 한정되며 목적어로는 [-human]명사가 요구된다면 "철수가 발로 못(돌, 손등, 송충이, 풀, 그림자 등)을 밟았다." 정도의 예문이 전형적일 것이다. 이러한 전형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수사적 의미나 상황적 의미를 나타낼 경우일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적어도 정의에 있어서의 의미 명시와 그 예문이 일치되어야 하고 의미 명시의 의미(뜻풀이)는 화용적인 정보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적어도 이들을 서로 구별해서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단어에는 그 자체의 고유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맥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면 그 단어가 사용되는 모든 예문을 사전에 수록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실제의 사전 편찬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사전 편찬에서 필요한 예문은 일정한 의미적 제약이나 통사적 제약 그리고 전형적인 화용 정보 정도를 고려하여 풀이된 의미와 일치시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전에서 단어가 가지는 위치요 기능인 것이다.
요컨대 정의에 의하여 표제어로서의 단어가 명시하는 의미들이 주어지되 그 단어가 관여하는 통사 정보와 일치시킴으로써 사전 이용자들은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문법적인 문장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3. 定義의 類型과 일반적 원칙
사전에서의 정의는 그 나름대로의 형식을 갖는다. 표제항과 그에 대한 의미 명시로 이루어지는 사전적 정의는
定 義 | ||
┌-------┴-------┐ | ||
被定義項 | = | 定義項 |
(標題項) | (意味 明示) | |
(올림말) | (뜻풀이) |
와 같은 기본 구조를 갖는데, 이때에 피정의항이 되는 '올림말' 즉 표제항은 흔히 고딕체로 인쇄되고 이를 의미 명시로서의 '뜻풀이'인 정의항으로 연결시키는 문장 구조를 가지지 않고 생략하고 분리시킨다. 예컨대
과 같이 '가시(바람개비, 희나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의의 형식으로 그 개념 내지 의미를 설명한다면 '가시(바람개비, 희나리)란~이다(~를 일컫는다).' 정도의 형식을 가질 터인데, 사전적 정의에서는 '-란~이다 (~을 일컫는다).'를 생략한 형식을 가진다.(cf. 李秉根 1991).
과 같이 '~이라는 뜻' 또는 '~을 일컬음'의 표현 형식을 취하는 일이 더러 있으나 예외적이다. 흔히는 이러한 메타언어적 형식을 피하려 한다.
정의에서 '뜻풀이'의 기술 형식은 '올림말'의 문법 정보를 고려해서 그와 일치시킨다. 예컨대
과 같이 명사에 대해서는 명사(형) 같은 체언(형)으로 동사 또는 형용사에 대해서 각각 동사 또는 형용사 같은 용언으로 그리고 부사에 대해서는 부사(어)로 '뜻풀이'의 통사 기능을 갖추게 한다. 이러한 통사 기능상의 일치를 보이는 경우에는 많은 예문에서 때로 환언(paraphrase)의 형식이나 대체의 형식으로 표현될 수가 있다. 예컨대 "물로 그릇을 가시다."를 "물로 그릇을 깨끗이 씻다."정도로 바꾸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뜻풀이'를 이와 같이 대치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명사라든가 관형사라든가 감탄사 및 일부의 부사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들 예들은 의미 명시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기는 하나 정의항 즉 '뜻풀이'의 문법 형식이 피정의항 즉 '올림말'의 문법 범주와 일치하지 않는 것들이다. 메타언어적 성격이 강한 '뜻풀이'들의 경우이다. 이와 같이 피정의항의 의미·문법상의 특성, 말하자면 어휘 문법적 성격에 따라 정의의 유형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의의 유형에 있어서도 반드시 학자들 사이의 일치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U. Weinreich(1962)에서는 ① 유의어의 방법 ② 분석의 방법 ③ 합성의 방법 ④ 외연적 방법 ⑤ 실물 표시의 방법 ⑥ 함축적(문맥적) 방법 ⑦ 규칙 부여 방법 등으로 정의를 분류하였고, R. Martin(1977)에서는 우선 메타언어적 정의와 환언적 정의로 분류하고 다시 환언적 정의를 설명적 정의와 비설명적 정의로 나누었는데, 여기에는 각각 접속·반의(또는 부정)·상위어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제시하였다(cf. 김현권;1989). 그런가 하면 《사전편찬리론연구》에서는 <풀이 방법>의 면에서 '설명식 풀이'와 '안내 풀이'로 분류하고 <올림말이 담고 있는 내용과 풀이 내용과의 호상 관계>에서 '직접적 풀이'와 '간접적 풀이'로 분류하며, <풀이 내용>의 면에서 '언어학적 풀이', '백과 사전적 풀이' 그리고 '언어학적 및 백과사전적 풀이'로 분류하였다. 이들 정의의 유형 분류는 그 기준 설정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의의 유형을 세밀히 논의할 위치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가 않은 것이 현재의 필자의 사정인 것이다. 정의의 유형 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① 딴 단어로의 대치에 의한 정의 ② 형태·의미론적 정의 ③ 논리적·분석적 정의 등이다. 이들은 물론 언어적 의미를 중시하는 언어 사전을 전제로 한 정의의 유형들이다.
(1) 딴 단어로의 대치에 의한 정의
이는 정의의 대상이 되는 피정의항과 유의 관계에 있거나 반의 관계에 있는 단어나 표현을 이용하여 정의항을 이루게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와 같이 유의 관계에 있는 딴 단어로 대치시키거나
에서의 ①③과 같이 유의어로 대치시키든가 아니면 ②④와 같이 부정적인 반의 관계의 표현으로 대치시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딴 단어의 대치에 의한 정의, 특히 유의어 사용에 의한 정의는 결국 정의되는 단어 즉 표제어의 의미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 딴 단어를 피정의항으로 삼는 방식인데, 완전한 유의어 그러니까 동의어는 실제의 자연 언어에서는 드물기 때문에 이 정의 방식을 사전에서 쓸 때에는 지극히 주의를 요하게 된다. '장끼=수퀑'과 같은 동의어의 경우에는 "수퀑[명](조) 꿩의 수컷"과 같은 '뜻풀이'가 주어져야만 '장끼' 또한 '꿩의 수컷'으로 이해될 수가 있는 경우이다. 이는 완전한 유의어 즉 동의어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類似 類義語(near synonym)나 部分 類似語(partial synonym)를 이용하여 '뜻풀이'를 대신한다면 그것은 통사·의미상의 차이를 가지기 때문에 필요충분한 의미 명시를 부여할 수가 없게 되어, 사전적 의미 명시에 있어서는 지극히 주의를 요하게 된다. 예컨대
와 같이 유의어들의 나열로써 '뜻풀이'를 한다면 "정의는 기필코 승리한다."라는 예문이 "정의는 반드시 (틀림없이, 꼭, 기어이) 승리한다."로 대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의는 기어이 승리한다."라는 문장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유의어의 대치에 의한 이러한 불확실하고도 신빙성이 없는 의미 명시는 사전 편찬에서는 기피하게 된다. 더욱이
와 같이 풀이하려 한다면 그것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이요 엎어 치나 둘러치나 마찬가지의 방식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전 편찬에서는 의미 명시의 기술에 포함되는 모든 단어(및 문법 형태소)들은 표제항으로 올려진 것에 한하여 사전 안에서 모든 의미가 해결되도록 이용할 것을 강조하는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면 엎어 치나 둘러치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요컨대 딴 단어 특히 동의어가 아닌 유사 유의어나 부분 유의어의 대치에 의한 정의 방식은 사전의 '뜻풀이'로서는 적합하지가 않은 것이다. 현실적 어려움으로 유의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뜻풀이에 이용된 그 유의어가 풀이되어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어휘·문법적인 차이가 드러나도록 풀이되고 예문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확장형 사전에 등장하는 모든 고어·방언·속어 등의 어휘 항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의적인 부분 유의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결국 유의어들 사이의 의미 차에 대한 정밀한 의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 형태·의미론적 정의
이 방식은 흔히 파생 어휘소들에 적용된다. 예컨대
등에서와 같이 어기에 파생 형태소의 의미를 보태 뜻풀이하는 방식이다. 즉 형태론적 분석에 따라 의미 명시를 하되 이미 제시된 어기는 더 이상의 의미 명시 없이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인데, 이는 사전의 편찬에서 흔히 강조되는 경제성 때문인 것이다.
형태·의미론적 정의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파생어에 대한 형태론적 분석에 의한 파생 접사의 체계적인 표제화(lemmatisation)와 파생 접사에 대한 체계적인 의미 명시이다. 표제화된 파생어의 형태론적 분석은 표제항에 일정한 부호(흔히 하이픈(-))로 표시되는데, 이때에 共時論과 通時論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석하여 표제화시킬 때에는 그 기준에 맞도록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의미 명시도 통일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님'의 사전적 처리를 보자.
위의 '뜻풀이'에서 보면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님'은 "남의 이름이나 어떠한 명사 밑에 붙여"라는 의미·통사상의 선택적 제약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의 규정이 정확하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뜻풀이'에서의 제약이 조금은 더 정확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 그것은 '-님'이 일단 [+human]의 명사 밑에 붙는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이 '-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성 명사] 가운데서도 피동 명사(passive noun)에는 붙지 않는 제약을 지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activepassive의 의미상 대립 관계에 있는 '선생'-'학생'에 있어서 '선생님'-'학생φ'의 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아기, 아이'라든가 '도둑'등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명사들이다. '재판장-님'에 대하여 '피고-φ, 원고φ'등도 마찬가지로 피동적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님(달-님), 해-님' 또는 '하느-님'등은 [-human]의 '달, 해, 하늘'이 [+human]의 명사로 바뀌는 擬人化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다. 이러한 어휘 규칙에 관한 기술은 정밀한 분석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일단 올려진 표제항들의 '뜻풀이'는 어휘 규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선생님'을 '선생+님(존칭)'으로 보아 '선생의 존칭'이라고 메타언어를 사용한 의미 명시를 한다면 '아우님, 형님, 따님, 아드님'의 경우에도 통일적으로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human]→[+human]을 전제로 한 '다님, 해님, 하느님'의 경우에는 [-human]→[+human]의 의미 내용을 구체화시키고서 [+존칭]의 의미까지 명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하나님'이 단순히 [하늘[天]+님(존칭)]의 규칙적인 구성이 아니고 형태 음운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재구조화되어 "기독교에서 신봉하는 절대자로서의 유일신"을 뜻하도록 化石化(petrification)한 것이라면 공시적 사전에서는 형태 의미론적 정의는 피해야 할 것이고 통시적 사전이라면 형태사적인 풀이를 곁들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파생어에 대한 형태 의미론적 정의는 복합어나 합성어의 경우에도 그 형태 의미론적 속성에 따라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표제어가 단순한 어휘소(simple lexeme)인 경우에도 때로 관련 어휘의 형태론이 고려될 수가 있다. '꼭[부]'에 대한 관련 어휘로 '꾹' 이외의 '꼭-꼭'이나 '꾹-꾹'을 보자.
여기 제시된 예문들에 관련 어휘 '꼭-꼭, 꾹, 꾹-꾹'을 대치시켜 보자.
꼭 | 꼭꼭 | 꾹 | 꾹꾹 | ||
① | ○ | ○ | ○? | ○? | (~ 눌러라/붙잡아라) |
② | ○ | ○ | ○ | ○ | (~ 참아라) |
③ | ○ | × | × | × | (~ 맞았다) |
위에서 ①'꾹(꾹) 붙잡아라.'가 자연스럽게 쓰이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꾹(꾹) 누르다'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쓰인다. 이렇게 보면 ①②와 ③은 선택 제한상에 있어서 극심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런 형태론적인 관련 어휘를 고려하면 '꼭' 하나의 표제어에 대해 ①②③이란 다의성을 보이는 것으로 의미 명시를 한 것을 재고하여 적어도 ①②를 뜻하는 '꼭1'과 ③을 뜻하는 '꼭2'로 분할 배열(dégroupement)을 시도할 수 있다.
국어사전의 경우 이른바 '-하다'류의 형태론적 구성은 특이하다. '튼튼-하다, 정직-하다' 등에서와 같이 '-하다'의 의미 기능보다는 서술적인 문법 기능을 가진다. 그리하여 이들에 대한 의미 명시는 주로 그 어근인 '튼튼-, 정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거기에 서술적 기능이 반영되도록 용언으로 끝나도록 구성하게 된다. 예컨대
그런데 여기에는 분명 [튼튼+하다] [정직+하다]와 같은 형태론적 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들은 '튼튼(도, 만, 은, 야)하다, 정직(도, 만, 은, 이야)하다' 등과 같이 어근과 '하다' 사이에 일정한 범위의 특수 조사를 삽입시키기도 한다. (cf.任洪彬;1979).'정직'이 사전의 표제항으로서의 자격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이러한 형태론적 정보와 그에 따른 의미론적 정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제시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하다' 이외에도 '-거리다, -대다' 등 여러 접미사들이 이러한 특성을 가지기도 하며, '급하다, 제하다, 귀하다, 부하다' 등의 경우에는 이런 형태론적 정보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어휘적 제약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체계적으로 그리고 통일적으로 제시하면서 형태 의미론적 정의를 내려야만 할 것이다.
한자어도 대부분 형태 의미론적 정의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물론 의미론적 재구조화를 이룬 예들은 제외될 것이다(ex. 모순(矛盾) 등).
(3) 論理的·分析的 定義
정의라는 용어 자체가 논리학의 그것인바, 정의되는 대상이 가지는 논리적인 類種 關係에 따라 의미를 명시할 수도 있다. 하나의 類槪念에 여러 種槪念이 딸려 있을 경우 하나의 종개념은 딴 종개념과 차이가 있는 그런 유개념으로 즉 種·類로서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이 논리적 정의이다. 즉 피정의항=정의항(種差+ 類槪念)의 형식을 가지는데, 이를 언어학적으로(좁혀 말해 어휘 의미론적으로) 그리고 사전학적으로 바꾼다면
와 같은 정도의 구조로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형태 의미론적 정의와 중복되는 한 예를 들면,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등의 경우 그 유개념은 '-이'에 의해 나타나는 <사람>이고 종차를 보이는 意味 자질은 상대적인 나이 차이를 지시하는 <나이가 어린(젊은, 늙은)>과 같아 '어린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 정 도로 정의될 수가 있을 것이다.'노예=<타인의 합법적 사유 재산인> <인간>'과 같이 정의된다면 '노예'는 '자 유인'과 함께 유개념을 이루는 상위어 <인간>의 하위어이며 '타인의 합법적 사유 재산인'은 '자유인'과 종차를 보이는 의미 자질인 셈이다.
이러한 사전학적 정의는 정의되는 어휘 단위인 하위어로서의 표제어(올림말)가 딴 어휘 단위와 명백히 구별될 수 있는 의미 자질들을 분석하여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示差性으로 압축시켜 명시하는 방식을 흔히 취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불리운 분석적 정의(analytic definition)와 유사한 개념이 된다. 따라서 상위어와 하위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어휘 구조가 계층적임을 전제하는 셈이고 하위어들 사이의 의미 자질에 의한 示差性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어휘 부류들이 묶이는 의미장(champ sémantique)의 개념을 전제하는 셈이다. 이 후자의 示差性은 음운 대립에 있어서의 한 相關束의 내적 구조에 관여하는 有標性/無標性의 징표에 평행되는 개념이다. '개'와 '이리'는 둘 다[+animate, -human]인 동물로서의 짐승인데, '개'는 집에서 기르는(domestique) 것이요, '이리'는 산에서 자라는 야생의 (sauvage) 것이라는 점에서부터 차이가 드러나는바, <짐승→집짐승/산짐승>과 같은 계층적 의미 관계와 <짐승, 집짐승, 산짐승, 개, 이리......>와 같은 의미장이 관여한 셈이고 <집에서 기르는/산에서 자라는>과 같은 시차적 의미 자질이 징표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논리적 정의에 있어서는 하나의 의미장을 이루는 어휘 부류에 속하는 단어들 사이에 유개념으로서의 공통점이 있고 각 단어들이 대립되는 시차적 의미 자질이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연이 의미 자질의 분석을 요구하게 된다. 예컨대 불어에서 쓰이는 '의자(siége)'의 의미장 분석 예를 보자. (다음 페이지)(홍재성 외;1986).
이와 같이 '의자'의 용도, 구조 및 재료 등을 자질 기준으로 하여 각종 '의자'인 어휘소를 구별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의미 자질을 부여하여 각종 '의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전에서의
의소 어휘소 (의미소) |
pour s'asseoir s1 |
sur pied s2 |
pour une personne s3 |
avec dossier s4 |
avec bras s5 |
matériel rigide s6 |
chaise fauteuil tabouret canapé pouf |
+ + + + + |
+ + + + - |
+ + + - + |
+ + - + - |
- + - +/φ - |
+ + + + - |
의미 명시는 이들 모든 의미 자질을 포함하지는 않고 유효한 자질만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canapé'를 '긴의자'(=sofa)라고 대역한다면 그것은 1인용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그런 의미 자질만을 가지고 의미 명시한 셈이다. 좀 더 보충하려면 "다리가 달리고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는 긴 의자" 정도로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논리적 또는 분석적 정의는 흔히 명사(고유 명사는 제외)에 적용되나 동사는 물론이고 형용사에도 적용된다.
동사 '가다/오다'의 경우에는 '移動'이라는 의미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출발/도착'의 기준점에 따른 시차적 의미 자질로 대립되며 '깊다/높다'의 경우에는 '(위/아래) 두 점 사이의 거리'라는 의미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측정의 방향에 따른 시차적 의미 자질로 대립된다.
논리적 정의를 의미 분석에 의한 의미 자질에 바탕을 두는 분석적 정의로서 사전학에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늘 사전적 정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미론과 논리학을 정의가 이어주기는 하지만, 사전 자체는 의미 명시에 있어서 늘 논리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술적 사전(scientific dictionary)이 아니라 실용적 사전(pratical dictionary)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말하자면 의미 자질의 명시는 언어학적 분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그 언어의 일반 화자들이 유효하게 인식하는 어떤 특성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전문 용어로서의 개념을 가지는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은 과학적 학술 연구에 따른 전문 용어로서의 H2O에 대한 의미 명시로 전문 사전(일종의 선별형 사전) 이나 백과사전에서 볼 수 있는 직접적 정의 방식이요, ②는 일반 화자들의 이해의 편의를 위한 의미 명시로 실용적 사전에서 볼 수 있는 간접적 정의 방식이다. 독자들의 성격에 따른 사전의 성격에 따라 의미 명시는 달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는 정의되는 그 대상이나 그 대상의 언어 기호가 가지는 記意(signifié)를 그 언 어 사회에서 인식하고 있는 개념으로 어떻게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환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하여 사전의 표제항이 지니는 의미를 경제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은 결국 사전 편찬자가 사전의 편찬 목적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게 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주장이라도 그 나름대로의 일반적 원칙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 원칙은 체계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통일성과 유효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최근의 《금성판 국어 대사전》(1991)의 비체계적인 ·비통일적인 경우를 보자.
만일 의미상의 관련 어휘들의 부류를 체계화시켜 기술한다면, 위와 같은 비체계적·비통일적 정의를 극복하여 좀 더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의미 명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 '뜻풀이'의 보완적 관련 사항
표제어(올림말)에 대한 의미 명시로서의 '뜻풀이'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의미 명시가 충분하지 못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한 보완적인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휘 문법적인 면에서나 통사 결합상의 제약과 의미상의 선택 제한을 보완하기 위한 예문 제시의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어휘 의미의 명시를 보충하여 주는 설명을 《사전편찬리론연구》에서는 '보충적 풀이'라 하였다. 예컨대 '비우다'를 "(속에 든 것을 없애여) 비게 하다"라고 한다든가 '언니'를 "<(녀자들이) 같은 항렬의 손우녀자>를 이르는 말" 등과 같이 하여 의미 명시를 좀 더 한정하고 정밀화하려 하였다. 기본적으로 언어 사전이더라도 언어적 의미의 명시에 백과사전적 '뜻풀이'를 덧보태는 것도 있을 수 있고 나아가서 《자전석요》(1909)의 <증정부도판> 이래로 우리나라에서도 응용한 <그림>을 제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뜻풀이'를 보완해 주는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유의어·반의어 등의 관련 어휘를 제시하는 방식이며 표제어가 지니는 의미 자질을 유지하는 한도에서의 파생어·복합어 등의 관련 어휘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들을 일정한 언어학적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면 그것은 표제어 중심의 한 어휘 체계가 될 것이다. 어휘 체계의 구성에 사전 편찬자의 의미장의 한계에 대한 그리고 공시적·통시적 한계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어 통일적으로 적용된다면 그러한 사전은 어휘 능력의 증진을 위해서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의 I.A.Mel'čuk et al. (1984)에서 시도된 어휘 의미론적 연구는 통사론적인 정보까지 포함시키고 있어 어휘 문법적인 사전 편찬의 훌륭한 기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5. 마무리
지금까지 필자는 정의 구성에서의 '뜻풀이'의 위치를 표제어(올림말)에 대한 의미 명시로 사전적 조항 속에서 차지하는 상관 관계 속에서 이해하면서 그 의미 명시를 하는 정의의 유형들에 따른 좀 더 정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개략적인 원칙들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뜻풀이'의 일반적 원칙은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못하였다.
근래의 북한 사전들에서는 그들의 사전을 뜻풀이 사전으로 성격을 규정하고서 뜻풀이 사전의 기본 원칙으로 ①주체성의 원칙 ②당성, 로동계급성, 인민성의 원칙 ③현대성의 원칙 ④과학성과 규범성의 원칙 네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본고에서 추구하려 한 원칙은 주로 과학적인 언어 사전을 위한 것이었기에 ③④의 원칙과 관련이 깊은 논의였다. ①②는 북한이라는 언어 사회가 지향하는 이념과 의미 명시(올림말의 문제도 있으나)와의 관련성에 대한 원칙이다. 어느 사회나 이념이 없을 수 없겠으나, 단어들의 형식과 의미가 어떤 이념 속에서 이미 사회화한 (socialized) 것이라면 이념적으로 사회화한 의미가 어휘 의미에 多價的으로 포함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재수(1984)의 <국어사전 편찬 개요> 속에서 '뜻풀이(뜻매김)'의 기본 규칙으로 ①뜻풀이는 정확해야 한다. ②뜻풀이는 쉬워야 한다. ③뜻풀이는 간단명료하되 모호한 말, 부정적 표현, 비유적 표현 따위를 피해야 한다. ④한 갈래의 풀이는 한 가지 표현 서술로 끝나는 것이 좋다. ⑤뜻풀이에 그 올림말을 써서 표현해서는 안 된다. ⑥국어사전의 뜻풀이에 그 씨가름을 따른 풀이가 요구된다. 등의 여섯 가지를 제시한 바 있으며, 언어 사전 정의의 구성과 유형을 논의한 김현권(1989)에서는 정의의 일반적 요건으로 ①정의는 일정한 문맥에서 사용된 표제 단어의 정확한 그 의미만을 표상해야 한다. ②정의는 문맥에서 사용된 표제 단어의 뜻만을 표상함으로써 그 문맥에서 사용된 표제 단어와 교체가 가능해야 한다. ③위에서 논의한 두 가지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정의는 표제 단어의 의미를 자연어에 속하는 메타언어로 분석하되 이들을 조직하는 논리적이고 형식적 구성이 필요하다. ④동일한 의미장에 속하는 표제 단어나 표제 단어의 뜻들은 동일한 정의의 도식에 의해 정의된다. ⑤정의를 구성하는 메타언어의 성격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⑥정의는 순환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와 같이 여섯 가지를 들었다. 또 지금까지의 국어사전들에서의 문제점으로 이 기동 (1988)에서는 ①단순 대치형 ②무용한 풀이 ③다의어와 동음이의어 ④부족한 풀이 등 네 가지를 들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상의 논의들은 결국 표제어에 대한 '뜻풀이'를 언어 의미상으로 좀 더 정확하게 좀 더 평이하게 그리고 좀 더 명료하게 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전의 성격을 언어 사전으로 규정한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정확한 의미 분석에 기초하되 이에 의한 의미 명시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여기에 보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표제어가 개별적으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정한 어휘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사전 텍스트를 체계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표제어로 실릴 어휘들을 어휘 문법적 특성을 고려하여 분류하고서 각각 의미 분석을 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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