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어법

정재영 / 한국 외국어 대학교 한국어 교육과 강사

Ⅰ. 서론
    다양하고 정연한 체계를 갖춘 우리말의 경어법 체계는 한국어에 고유한 것으로 우리말의 민족적 자주성과 특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언어 표현 수단 중의 하나이다.
    북한은 아래의 김일성 교시에서 밝히고 있듯이

"오늘도 우리의 말과 글은 우리나라의 경제와 문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서,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힘있는 무기로 되고있습니다."
'김일성저작선집' 제4권 5페이지

언어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즉 사람들과의 긴밀한 연계와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힘 있는 무기로서 혁명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언어의 사회적 기능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언어의 사회적 기능 수행에서 언어 예절이 차지하는 역할은 혁명 투쟁의 조직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더 밀접하게 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언어 예절 문제를 언어학적으로 고찰하는 경우 반드시 그 구조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언어 실 천적인 면을 강조하여, 언어생활 속에서 연구하며 나아가서는 언어의 사회적 기능과 결부하여 고찰되어야 함 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문제도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주체 사상'에 기초하여 연구 분석하고 있음을 김동수(1983)에서 밝히고 있다.
    북한에서는 언어 예절의 본질을 일정한 사회 제도하에서 사회적으로 공인되며 지켜지는 사람들 사이의 사 회적 관계 즉, 나이, 사회적 지위, 지연, 혈연 관계 등을 반영하는 언어 표현 양식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도덕, 사회 제도의 성격, 세 계관, 계급적 입장, 사람의 품격, 사업 작풍'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인민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저절로 흘러나오는 절대적인 충성심의 표시로서 김일성과 당 중앙에 대한 끝없는 존경과 흠모하는 마음이 바로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들이 지켜야 할 언어 예절의 진수를 이룬다고 한다.
    본고에서는 분단 이후 점점 이질화가 심화되어 가는 언어 문제 중 문화어의 경어법 실태를 파악하고자 한다. 북한의 원전에 충실히 근거하여 북한 경어법의 전체적인 특징과 아울러 남한과의 차이 나는 점을 중심으로 Ⅱ. 문화어 예절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 양식 Ⅲ. 북한의 일상생활에서의 경어법 Ⅳ. 김일성에 관련된 언어 예절 Ⅴ. 결론순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문화어의 예절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 양식
    김동수(1983, pp.41~49)에 의하면 문화어의 예절 관계 표현 수법의 특징은 첫째, 언어 행위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다양하고 똑똑하게 표현한다. 둘째, 예절 관계 표현 양식들이 정연한 체계를 이루면서 언어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이런 표현 양식들은 문법적 수단, 어휘적 수단, 문장론적 수법들로 나타난다.
    문화어에서 예절 관계 수법들이라고 할 때 그것은 일반적인 경어법을 나타내는 표현 양식을 말한다. 여기서 수단이란 그 언어의 예절 관계 표현을 위하여 본래 존재하는 자료들을 말하며, 수법이란 본래는 예절 관계를 위하여 존재하는 자료는 아니나 그것이 예절 관계 표현에 쓰이는 것을 말한다. 문화어에서 경어법을 표현하는 양식으로는 어휘적 수단과 문법적 수단 외에도 문장론적 수법과 억양 어조 등이 있다. 특히 구어체에서 존경법을 사용할 때는 그에 알맞은 어조나 억양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정한 체계로 나타나는 경어법은 언어 행위에 등장하는 사람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자격에 따라 즉, 청자 또는 이야기에 오른 사람 등에 따라 구분되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화어에서는 예절 관계 표현 양식을 크게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경어법과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 대한 경어법으로 분류하여 기술하고 있다.

1.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 대한 경어법 체계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 대한 경어법에는 문법적 수단, 어휘적 수단, 어법을 바꾸는 수법 등이 있다.

(1) 문법적 수단
    문법적 수단에 의한 예절 관계 표현이란 문화어에서는 '토'에 의한 표현 양식을 말한다. 문화어에서 이런 '토'들은 하나의 범주 즉 '말차림 범주'를 이루고 있다. 말차림이란 렴종률(1980, p.158)에 의하면 화자가 청자에 대하여 가지는 예의 관계를 나타내는 문법적 범주이다. 이것은 청자의 나이와 직위, 화자의 나이와 성별, 그리고 담화의 성격이 공식적인가 사적인가 또는 구어체인가 문어체인가 등에 따라 달라진다. 말차림 범주는 존경과 비존경의 경우로 분류되며 존경의 경우는 좀 더 정중한 것과 친밀감, 상냥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하위 분류되며 비존경의 경우에는 같음과 낮춤의 경우로 구분된다. 그리고 말차림은 맺음토(종결 어미)에 의해 주로 나타난다. 존경에 쓰이는 맺음토란 존경의 정도와 정중성, 친근감에 따라 '-습니다' 계열의 토와 '-요'계열의 토로 나누어져 남한과 별로 차이가 없다. '-요'의 사용되는 범위와 의미에서도 별로 차이가 없다. 이외에 '-오, -소'는 함경도 방언에서는 존칭 어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문화어에서도 비록 대등한 대상에 쓰이면서도 일정한 존경의 뜻을 가지고 있다. 비존경에 쓰이는 맺음토는 같음과 낮춤의 말차림토로 나누어진다. 이것을 1979년에 발행된 북한의 '조선문화어문법' p.279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말법 품사
말차림
용언과 체언의 용언형에
공통적으로 쓰는 것
체언의 용언형과
형용사에 쓰는 것
동사에만
쓰는 것
형용사에만
쓰는 것
체언의 용언형에
쓰는 것


높임 습니다/ㅂ니다, 답니다
습디다/ㅂ디다, 답디다
아요/어요/여요
      랍니다
랍디다
야요
같음 오/소, 다오, 습데/ㅂ데,군, 구려, 구만,
더군, 더구만, 지, 아/어/여, 는걸, 던걸,
ㄹ걸, 는데, 던데,
더니, 더라니, 더라니까,
거던, 리, 리라, 리다,
라구야, 네, 다네, 데
ㄴ걸
ㄴ데
누만
ㄹ게
ㄹ래
ㄹ시고
요, 라요
라네, 로군
라구야
로구만
낮춤 다, 단다, 로다, 아라/
어라/여라, 구나, 더구나, 더라
  누나, 노라
ㄹ라, 마
  라, 란다
로라, 로구나


높임 습니까/ㅂ니까, 답니까
답디까, 습디까/ㅂ디까
ㄹ까
    랍니까
랍디까
같음 는가, 던가, ㄹ가, 다지
는지, 던지, ㄹ지, ㄹ는지
ㄴ가
ㄴ지
    라지
낮춤 느냐, 더냐, ㄹ소냐, 랴니      


높임     ㅂ시다
자요
   
같음     세, ㅂ세
자구
   
낮춤    
자꾸나
   


높임     십시오
세요, 라요
   
같음     게, 구려
시요, 라구
   
낮춤     라, 아라/
어라/여라
려무나
   
(2) 어휘적 수단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에 대한 경어법 체계는 어휘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주로 인칭 대명사, 부름말, 느낌말 등의 사용과 관련이 있다.

가. 인칭 대명사
    2인칭 대명사로 '그대'를 쓰는 것은 재귀 대명사 대신 쓰는 경우와 관련된다. 재귀 대명사 '저'를 제 1인칭 대명사로 쓰는 것은 하나의 완곡어법으로서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청자에 대한 존칭어로 '당신'이 있다. '당신'은 주로 부부 사이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뜻으로 쓰이며, 공식적으로 연설, 편지, 축전 등에 쓰인다. 그리고 공식적인 문제에서 상대방을 존중할 때 쓰이는 '귀당, 귀국, 귀동맹, 귀단체' 등과 같이 상대방을 가리키는 말 앞에 '귀-'를 붙이는 표현법이 있다.

나. 부름말
    부부 사이에 '여보' 등이 사용되는 것을 비롯하여, 이름 등에 호격토 '아/야/이야/이여'를 붙여 쓴다. 이것은 아랫사람이나 같은 나이의 사람들 사이에 쓰인다. 호격토 '여/이여'는 주로 문어체나 시어에 쓰이며, 정중성과 특별한 존중을 나타낼 때에는 '이시여'를 붙여 쓴다. 이름을 비롯한 다른 호칭에 호격토 없이 어조를 동반하여 그대로 부름말을 쓴다.

김준식!
아버지! 철이 고모!
관리 위원장! 판매원!

문화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름말은 '동무'를 붙여 쓰는 말이다, 그리고 과학, 교육, 보건 부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선생'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동무, 선생' 대신에 '동지, 선생님'을 붙여 사용하며 친족 관계 명칭에는 '-님'을 붙여 부른다.

다. 느낌말
    느낌말은 감동사(감탄사)에 의하여 표현되거나 그 밖에 단어들의 형태 등과 느낌말로 쓰이는데 예절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르다. 존경에 쓰이는 느낌말로는 '그렇습니다, 그렇고 말구요, 아닙니다, 아니올시다, 천만엡니다, 옳습니다, 아무렴요, 자요, 옜습니다' 등등이 있다.
    같이 대하는 사람에게 쓰이는 느낌말과 아랫사람에게 쓰이는 것은 남한과 거의 같다. 이 외에 감동사 '아, 오, 에그, 이키, 아차, 아이구, 아니, 원, 저런' 등으로 표현되는 느낌말은 존경과 비존경에 두루 쓰인다. 그러나 '흥, 체, 피, 에끼' 등은 존경하는 어법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3) 말법을 바꾸는 수법
    청자에 대한 말법을 바꾸는 수법은 에두르는 수법(완곡 어법)이다. 말법을 바꾸는 것은 존경의 뜻과 결부되어 있다. 이것은 특히 어법이 나타내는 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서 어감이란 상대방에게 그 무엇인가를 시키는 것을 정중성이 덜하고 버릇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등을 말한다. 또 물어보는 것도 좀 더 존경해야 할 대상에게는 삼가야 할 것으로 여기는 등 감정적 요소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존경하는 마음을 잘 나타내고 좀 더 정중하고 아름다운 언어생활을 위하여, 그리고 같은 또래, 동료들 사이에서, 또는 아랫사람에 대해서도 말을 격식에 맞고 부드럽게 표현하기 위하여 완곡 어법을 사용한다.
    첫째, 명령을 청유형으로 바꾼다. '앞장서세요' 대신에 '앞장서자요'로 바꾼다. 이때 '-자요'는 존칭 청유형 종결 어미로서 남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수고하라구, 토론해라' 대신에 '수고하자구, 토론하자'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보조 동사 '주다'를 사용하여 부탁의 의미를 부과하여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좀 더 정중하게 대하는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명령(또는 청유형)을 의문형으로 바꾼다. '갔다 오너라.' 대신에 '갔다 오겠니?'로 바꾼다.
    셋째, 명령(또는 청유형)을 알림(평서문)으로 바꾼다. '아버님 회의에 가십시요.' 또는 '아버님 회의에 가십시다.' 대신에 '아버님 회의 시간이에요.' '아버님 교양실에서들 기다립니다.'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행동 수행을 자신의 의사에 맡긴다는 믿음의 표시로 청자에 대한 존중과 정중성을 표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어떤 행동을 시키거나 부추기는 의도를 부탁이나 청원의 내용을 담은 알림의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다. 즉 '-면 합니다, ~를 바랍니다' 등으로 바꿀 수 있다.
    넷째, 의문의 내용을 알림으로 바꾼다. 여기에는 '-면 합니다(좋겠습니다), 모릅니다, ~알고 싶습니다' 등의 형식을 가진 문장들이 많이 쓰인다.
    어법을 바꾸는 표현 양식은 특히 청자에 대한 경어법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즉 이런 표현은 겸손하고 소박하며 예절 바른 표현 양식으로 우리의 경어법 체계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2.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경어법 체계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자격은 행동 또는 상태(성질)의 주어로, 행동 또는 상태(성질)가 미치는 대상으로 될 수 있다. 즉, 문장에서 주어, 보어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그 어떤 딴 성분으로 될 수 있다. 문화어에서는 이것에 대한 표현 양식으로 문법적 수단, 어휘적 수단, 완곡 어법 등이 쓰인다.

(1) 문법적 수단
    문법적 수단에는 존칭 범주(존경 범주)와 격토 등이 있다.
    존칭 범주란 행동, 상태(성질)의 임자로서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예절 관계를 나타내는 문법 범주이다. 이것은 말차림 범주와 예절 관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같으나 서로 다른 문법 범주이다. 리근영(1985, p.207)에 의하면 존경 범주는 이야기되는 어떤 사실을 실현하는 주인(주체)에 대한 예의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경우도 역시 존경과 비존경이 있으며 존경에는 선어말 어미 '-시-'를 사용한다. 존칭 선어말 어미 '-시-'는 존경의 대상이 직접 행동의 임자로 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어떤 사람이나 행동(상태) 등을 나타내는 단어가 문장에서 주어로 되는 경우에도 붙일 수 있다.
아버지는 걸음이 무거우시였다.
어머님의 머리는 그 동안 퍽 희여지셨다.

존칭 선어말 어미 '-시-'는 문장에서 술어가 2개 이상 있을 때에는 마지막 술어에만 사용하여 주어에 대한 존경을 나타낸다. 하지만 최대 존경을 표시할 때에는 모든 술어에 다 '-시-'를 붙일 수 있다. 이것은 바로 김일성 부자에만 적용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존칭 선어말 어미 '-시-'가 붙을 수 있는 단어로는 첫째, 이 단어로써 풀이되는 행동(상태)이 사람 또는 그와 관련된 어떤 대상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이 외에 존경하는 대상의 정신적 측면 또는 육체적인 면을 나타내는 단어가 주어로 되면 '-시-'를 붙일 수 있다.

어머님의 손이 트셨다.
그분들의 키는 그쯘하시다.

둘째, 풀이되는 행동이나 상태 등의 주어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존칭을 나타내는 격토로 주격으로는 '께서'를 사용하며 여격으로는 '께'를 사용한다. 이것의 쓰임은 남한과 같다.

(2) 어휘적 수단
    예절 관계와 관련된 어휘들로는 존경과 비존경의 체계 속에서 짝을 이루는 것과 비존경의 경우에도 경멸과 증오, 야유의 대상만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 이 외에 존경과 비존경에 구분 없이 쓰이는 중성적인 어휘들도 있다.

가. 예절 관계에 의한 단어 구분

① 존경과 비존경이 짝을 이루는 것
안해-부인 만나다-만나뵙다
이름-성함, 명함, 존함 주다-드리다
집-댁 데리다-모시다
먹다-잡수시다 배고프다-시장하다
없다-안계시다, 계시지 않다 태여나다-탄생하다
자다-주무시다 죽다-서거하다 등등
② 중성적인 것과 경멸, 야유, 증오를 표현하는 단어와 짝을 이루는 것
얼굴-상판 목-모가지
턱-턱주가리 눈-눈깔
머리-대가리 입-아가리, 주둥이
다리-다리갱이 말하다-지껄이다

이런 단어들은 중성적인 단어에 경멸, 야유적인 뜻을 지닌 접사를 붙이는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동물의 것을 대응하는 것이 있다.

·접미사를 붙여서 만든 용례
다리: 키다리, 늙다리, 꺽다리
데기: 새침데기, 부엌데기, 늘그데기
배기: 토배기, 본토배기, 얽배기
때기: 배때기, 등때기, 귀때기, 팔때기, 혀때기

이 외에도 '-뱅이, -쟁이, -이, -짝, -아지, -치, -악서니, -퉁이, -보, -꾸러기' 등의 접사에 의해서 생성되는 어휘도 있다. 그리고 '턱주가리, 가슴팍, 골통, 말라꽁이, 허리깽이' 등이 있다.

· 동물의 것을 대용한 것
입-주둥이, 아가리
말하다-짖어대다, 아가리질하다
③ 경멸, 증오의 대상에만 사용하는 어휘

이러한 단어들은 존칭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일 수 없으며 존경에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명사의 경우
가면, 가살, 가탈, 간계, 간사, 간섭, 간악성, 건달, 고자질, 공모, 넉살, 노적, 병신, 불량배, 도발, 도까비, 망발, 망동, 발광, 부라퀴, 살인귀 등등
·형용사의 경우
너절하다, 능갈맞다, 도섭스럽다, 대면스럽다, 무도하다, 미련하다, 우둔하다, 부실하다, 사납다, 교활하다 등등
·동사의 경우
미쳐날뛰다, 바라다니다, 살찌다, 살해하다, 물어뜯다, 돌아치다, 들고빼다, 나발불다, 난탕치다, ...부리다 등등
·부사의 경우
납짝, 뚱딴지 같이, 왕청 같이, 강등강등, 간살스레, 거둘거둘, 쩍하면, 진탕망탕 등등

나. 이름말
    이름말이란 언어 행위에 등장한 사람에 대하여 가리켜 이름 짓는 말이다. 즉, 이야기에 오른 사람을 무엇이라고 일컫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이르는 말과 부르는 말을 통틀어 호칭어로 일러 왔다. 이름말로는 사람의 이름, 사회적 지위와 직급의 명칭 그리고 친족 관계의 호칭이 사용된다. 존경과 관련된 이름말에는 '-님'을 붙여 쓴다. 이 외에도 '어른, 동지, 선생님' 등을 붙여 쓴다. 그리고 대등한 사람들이나 아랫사람을 대접해서 말할 때에는 이름이나 직급, 직위의 명칭을 그대로 쓰거나 여기에 '동무'를 붙여 쓴다. 경멸, 야유, 증오의 대상에 대해서는 이름이나 직위를 나타내는 이름말에 '놈, 자식, 새끼, 녀석' 등을 붙인다.

지주놈, 왜놈, 미국놈, 자본가새끼

이상의 것을 김동수(1983, p.106)에서 제시된 도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표현 수법
구분
문법적 수단 어휘적 수단


격토 명사, 형용사, 동사, 부사 등 이름말 대명사
주격 여격 가리킴 돌이킴
존경 께서 존경의
뜻을 가진 단어
중성적인 것 -동지
-님
-선생님
-어른
(이, 그, 저) +
이,분, 동지,
손님, 선생
자신



 


에게 중성적인 것 중성적인 것   이름
직무
직위
-동무
이들

저사람
저동무

자기

경멸, 증오의
뜻을 가진 단어
경멸, 증오
뜻을 가진 단어
경멸, 증오
뜻을 가진 단어
-놈
-녀석
-자식
-년...
(이, 그, 저) +
년, 놈, 자식,
녀석, 자
제놈

다. 성구와 속담
    성구, 속담의 구분적 사용은 주로 성구, 속담이 표현하는 뜻과 관련되거나, 성구, 속담을 이루는 단어들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

① 존경과 비존경에 두루 쓰이는 중성적인 것
아니나다를가, 아닌게아니라, 깨가 쏟아지다, 긁어부스럼, 가물에 콩나기, 식은죽먹기, 수박겉핥기, 돌다 리도 두드려보고 건느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 등등.
② 경멸, 야유, 증오와 관련된 것
걸고나자빠지다, 꽁무니를 빼다, 걸음아 날살려라, 도적이 제발저리다, 곰날창박듯, 하루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른다. 미친개에겐 몽둥이찜질, 도마에 오른 고기, 서리 맞은 구렁이, 독안에 든 쥐, 물에 빠진 새앙쥐, 불난 강변에 덴소 날뛰듯, 삶은 소가 웃다가 꾸러미 터질노릇, 벌거벗고 환도차기, 눈감고 아웅, 물에 빠진놈 지푸라기에 매달리듯 등등
(3) 에두르는 수법
    언어에서 완곡 어법은 원래 타부 현상 등과 관련되어 발달되어 왔다. '홍역→작은손님, 천연두→큰손님' 등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이 외에도 말하기 거북하거나, 지나친 충격이나 자극을 주는 직접적인 표현은 가급적 피하려는 의도에서 완곡 어법이 사용되고 있다.
    '에두르는 수법'은 신체상 결함이 있는 사람에 대한 표현, 사람의 생리적 작용의 거북한 표현과 관련하여 많이 쓰인다. 우선 존경의 의미와 관련된 것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단어를 바꾸는 것
죽다-돌아가(시)다, 사망하다, 잘못되(시)다, 가(시)다, 숨지다
자다-쉬(시)다, 눈(을) 붙이다
·단어의 결합으로 바꾸는 것
아이배다-몸이 무겁다, 몸이 비잖다
벙어리-말못하는이
소경-앞못보는이
·문장으로 바꾸는 것
저녁밥을 받다-저녁상을 마주하다
아침밥을 먹고나서-아침상을 물리고 나서

다음으로 경멸, 증오의 의미와 관련된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죽다-뒈지다, 뻐드러지다, 너부러지다, 황천에 가다, 저승에 가다
먹다-쳐넣다, 쓸어넣다, 퍼넣다
말하다-아가리질하다, 씨벌리다, 뇌까리다, 떠벌이다, 혓바닥을 놀리다, 지껄이다
달아나다-꽁무니를 빼다

Ⅲ. 북한의 일상생활에서의 경어법
    김동수(1983)에 의하면 문화어 예절법은 오늘날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인 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할 언어 예절 규범이다. 이것은 '주체사상화' 작업 수행에 있어서 인민 대중의 요구와 취향에 맞게 다듬어진 세련된 조선어 예절 규범의 전형으로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에 알맞는 문화 도덕 규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상적인 사회생활에서 문화어 예절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은 공산주의 문화 도덕 규범을 세우는 중요한 측면의 하나로서, 사회의 주체화에 적극 이바지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지켜지는 경어법은 제Ⅱ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법적 수단, 어휘적 수단, 말법을 바꾸는 수법(완곡 어법)에 의해 나타난다. 이중 문법적 수단에 의한 것은 '토'에 의해서 실현된다. 이중 청자에 대한 경어법 체계에서는 종결 어미로 표현되며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경어법은 존경토(존칭 선어말 어미)와 격토로 실현된다.
    그리고 남한의 상대 높임법 '합쇼, 하오, 하게, 해라' 등의 4분 체계(학자들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와는 달리 북한에서는 '높임, 같음, 낮춤'의 3분 체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 즉, 사회적 지위(수령, 당, 혁명의 선배, 직급)와 나이, 친족 관계 등에 따라 높이는 언어 예절, 같이 대하는 언어 예절, 낮추는 언어 예절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Ⅱ장에서 이것을 나타내는 표현 양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살펴보았으므로 여기에서는 현재의 문화어에서 사용되는 특징적인 것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1. 높이는 언어 예절
    나이, 사회적 지위가 위인 사람, 친족 계열에서 항렬이 위인 사람, 과학, 교육, 보건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 공식적인 자리, 일반 대중을 대할 때 등에 쓰인다.

(1) 이야기에 오른 윗사람에 대하여 말할 때 지켜야 할 언어 예절
존칭 선어말 어미 '-시-'를 사용한다. 이것의 사용은 남한과 같다. 원래 문장에서 존칭 주어에 대한 술어가 여러 개일 경우 마지막 종결 술어에만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존칭 단어를 수식하는 수식어가 여러 개일 경우에도 마지막 수식어에만 '-시-'를 붙여야 되는 것은 남·북한이 같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부자에 관련된 경우에는 술어와 수식어 모두에 '-시-'를 붙여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존경의 뜻 또는 뜻 빛깔을 가진 단어들을 골라 써서 높이는 언어 예절을 표시할 수 있다. 존경을 나타내는 어휘가 따로 있을 경우에는 비존경 어휘에 '-시-'를 붙여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칭 대명사의 경우는 '이, 그, 저'에 '분, 이, 동지' 등을 붙여 쓴다. 재귀 대명사로는 '자기' 또는 '자신'을 사용한다. 호칭어로는 친족 관계의 이름을 그대로 쓰거나 사회적 지위, 또는 직무 등에 '동지, 선생님, 어른' 등을 붙여 쓴다.
이 밖에 윗사람의 행동, 성질, 상태를 표현할 때 완곡 어법을 사용하여 예절 표시를 할 수 있다.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경우로는 여러 가지로 각각 일정한 차이가 있다.
첫째,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화자와 청자에게 모두 윗사람인 경우 높이는 언어 예절을 사용한다.
둘째,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화자에게는 윗사람이지만 청자와 대등한 경우에도 높이는 언어 예절을 사용한다.
셋째,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화자에게는 윗사람이지만 청자에게는 아래인 경우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존경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넷째,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화자에게는 대등한 사이지만 청자에게는 윗사람인 경우에는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청자의 존경 표현이 사적인가 공적인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높이는 언어 예절을 사용한다.
다섯째, 이야기에 오른 사람이 화자에게는 아래이나 청자에게는 윗사람인 경우에는 높이는 언어 예절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 가정에서나 교육 장소에서는 청자에 대한 교육 목적으로 다소 정중하고 높이는 언어 예절을 사용한다.
여섯째, 사회적으로 존경해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높이는 언어 예절을 사용한다.
 
(2) 윗사람에게 말할 때 지키는 언어 예절
윗사람에게 말할 때는 높임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즉 '-습니다/ㅂ니다'를 주로 쓰고 '-요'도 허용한다. 이 중 '-요'는 사적인 환경에서 높이는 언어 예절로 쓰이며 공적인 환경에서는 상냥하고 친절하게 표현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여성들과 어린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남한과 비슷하다.
인칭 대명사를 사용할 때 높임의 말차림을 지켜야 한다. 겸손을 나타내는 인칭 대명사는 '저, 저희, 저희들'이고 주로 공식적인 글에서 상대방을 높여서 부를 때는 '당신, 당신들'을 쓴다.
호칭어를 잘 가려 써야 한다. 사회적으로나 나이로 보아 윗사람인 경우에는 직무, 직위 또는 이름 뒤에 '동지'를 붙인다. 사회적 지위나 나이로 보아 윗사람인 상대방이 비록 자기와 친척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친척 관계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더욱 친근한 느낌을 준다. '철이 할머니, 명옥이 아저씨, 작업 반장 어머니, 인민 군대 아저씨, 통신원 아주머니' 등이다. 과학, 교육 및 보건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일정한 지식을 가지고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박사 선생님, 기술 부장 선생님' 등으로 부른다. 직급이나 직무 뒤에 '님'이나 '어른'을 붙여 부르는 경우도 있다.
감탄사를 잘 골라 써야 한다. '응, 에끼, 흥, 피, 후유, 쉿, 옜다, 암, 오냐' 등은 윗사람과의 대화에서 쓰지 말아야 한다.
어법을 바꾸어 윗사람에 대한 언어 예절을 표시한다. 윗사람에게 명령조로 말하는 것을 피하고, 완곡하게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 따라서 윗사람에게 권하는 형식, 청원하는 형식, 묻는 형식, 의견을 말씀드리는 형식의 문장을 만들어 쓴다.
높이는 언어 예절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오른 사람을 높이는 언어 표현 수단을 잘 어울리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청자를 높이는 표현 수단 즉 종결 어미를 경어법에 맞게 잘 어울리게 써야 될 뿐만 아니라 호칭어와 감탄사, 어법, 억양, 어조 등을 잘 어울리게 써야 한다.

2. 같이 대하는 언어 예절

(1) 이야기에 오른 사람을 같이 대하는 언어 예절
대등한 사람인 경우에는 대명사(이, 그, 저)에 직무나 지위 이름을 붙여 쓰거나 '동무, 사람, 친구' 등을 붙여 쓴다. 인칭 대명사 '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쓸 수 있다. 재귀 대명사로는 '자기, 제'를 쓰며, 김일성에게만 사용하는 '자신'은 쓸 수 없다. 여기에서도 '자기'의 경우 높이 대하는 언어 예절 표현에서와 중복되게 사용되어 기술에 정밀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휘나 속담 등은 중성적인 의미를 띤 용례들을 주로 사용하며, 아주 친숙하고 허물없는 사이에서는 경멸 야유적인 성구나 속담 등을 사용할 수 있다.
 
(2) 말을 듣는 사람을 같이 대하는 언어 예절
종결 어미는 '-오/소, -요, -다오, -라오'를 쓴다. 정중하게 표현하고자 할 때는 '-습데/ㅂ데/네, -ㅂ세, -게' 등을 쓴다. 대체로 나이가 든 청장년들과 늙은이들 사이에서는 '-군, -구려, -로군, -더군, -더구만' 등을 쓴다. 어린아이들이나 동무로 호칭할 수 있는 사이에는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종결 어미(-ㄹ게, -ㄹ래, -아/어, -야/여)를 쓴다. 대등한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청유하거나 약속하기 위해서는 '-세, -ㅂ세, -자구'와 같은 종결 어미들이 쓰이는 외에 '-기요'가 쓰인다. '-기요'는 원래 용언에 전성 어미 '-기'를 붙여서 용언의 체언형(먹기, 쓰기, 읽기, 키우기 등)을 만든 후 거기에 다시 종결 어미 '-요'를 붙인 것으로서 알림의 뜻을 나타낸다. 이것은 주로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청유법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상대방을 부르는 말과 지시 대명사를 잘 골라 써야 한다. 상대방의 직무나 지위, 이름 등에 '동무'를 붙여 쓴다. 친숙하고 허물없는 사이면 상대방을 직무나 지위 이름으로도 부를 수 있다. 과학, 교육, 보건 기관에서 일하는 일꾼들 사이에서는 '박 선생, 과장 선생' 등으로 '선생'을 붙인다. 부부 사이에는 '여보'라고 부르며 갓 결혼한 사이에는 이름을 부르거나 성에 '동무'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느낌말을 잘 골라 써야 한다. '글쎄 말입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웬걸요, 아무렴요'와 같이 높임의 말차림토를 붙인 것들은 쓰지 않으며 또한 상대방을 비웃거나 낮추는 태도의 빛깔을 가진 말도 쓰는 것을 삼가야 한다. 따라서 언어 예절상 중성적인 것을 사용한다. '아, 오, 에그, 아차, 아이구, 저런, 아유, 에그머니나' 등을 쓴다.
남편이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이를 때 '저의 녀편네입니다,' '우리 처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습니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내에게 '야! 여!' '언제 왔어?'와 같이 반말 투로 말하는 것은 여성들을 천시하고 모욕하던 낡은 사상의 잔재라고 하여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아내에 대해서는 '안해, 애기 어머니, ○○ 어머니, 집사람,' 남편에 대해서는 '남편, 주인, 세대주, 애기 아버지, ○○ 아버지'라고 한다. 늙은 사람들의 경우는 이것 대신 '령감, 로친, 임자' 등으로 부르고 있다.

3. 낮추는 언어 예절

(1) 이야기에 오른 사람을 낮추는 언어 예절
    이야기에 오른 사람의 행동, 성질, 상태와 관련된 단어나 표현에서는 중성적인 표현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하여 존경의 뜻 빛깔을 가진 단어나 표현들은 물론 경멸 야유하거나 얕잡아 보는 말투는 피해야 한다. 환경과 대상에 따라 '놈, 녀석, 자식,' '고것, 조것, 요것'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체제에 위배되는 세력에 대해서는 언어 표현을 따로 규정해 놓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즉 남한 정부, 미국, 일제, 지주, 자본가, 반동 관료배, 종교 관계자 등에 대해서는 적개심과 증오심을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며 주로 비어나 속어를 사용한다.

구장 녀편네는 대가리가 쏜다고 큰무당을 불러들여 매일 굿하느라 지랄인데....... 그런데야, 이 방망이가 약이지
-혁명연극 '성황당' 중에서-

(2) 말을 듣는 사람을 낮추는 예절
    낮춤의 '말차림토'를 써야 한다. '-다, -단다, -구나, -더구나, -란다, -니?, -느냐, -거라' 등. 군대 언어에서 낮추는 언어 예절 표현의 특성은 주로 명령과 구령에서 나타난다. 아랫사람에게 느낌말과 부름말, 인칭 대명사를 바로 써야 한다. '아, 오, 에그, 이키, 아차, 아이구, 아니, 원, 저런, 에그머니,' '응, 그래, 오냐, 암, 아니야, 아무렴, 옳아, 옜다, 아서, 아서라, 흥, 에끼, 체, 피,' 그리고 인칭 대명사는 '나, 너'를 쓴다.
    아랫사람에게는 보통 이름이나 직무, 지위 등을 쓴다. 이름을 그대로 부르거나, 거기에 호격 '야(아)'를 붙여 부를 수 있다.
    경멸, 증오의 대상에는 '너(네)'에 '놈'을 붙인다.

Ⅳ. 김일성에 관련된 언어 예절
    북한의 언어생활에서 일반적인 언어 예절은 남한의 경어법과 극소수의 차이를 제외하고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북한은 적대 관계로 설정한 미국, 일제, 남한 등과 또 그들의 사회 체제상 맞지 않는 자본가, 지주, 종교 집단 등에 대해서는 적개심과 증오심을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문화어에서는 '비어'나 '속어' 등이 이들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에 김일성에 대해서는 최고의 극단적인 존칭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여 언어생활에서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 준다.
    문화어 예절법은 주체 사상의 요구에 맞게 우리말의 우수한 민족적 특성을 살리고 노동 계급의 계급적 지향과 요구를 반영하여 혁명적으로 다듬은 우리말 예절법의 전형이라고 주장한다. 이 중에서 '위대한 수령에 대한 끝없는 존경과 흠모는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들이 지켜야 할 언어 예절의 진수'라고 주장하여 김일성에 대한 언어 예절을 문화어 예절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다룬다. 이에 대해서 김동수(1983, pp.108~109)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로동 계급과 인민 대중이 자기 수령을 높이 우러러 모시고 끝없이 존경하고 흠모하는 것은 그들의 높은 자각성과 의식성에 기초한다. 그것은 결코 그 어떤 강요나 맹목성에 기초하거나 그 어떤 '지시'나 행정적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언어 예절이 인민들에게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와 일정한 규범으로 쓰이면서 문화어 예절법의 진수를 이룬다고 하여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1. 김일성에 대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의 언어 예절
    김일성을 이야기에 등장시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는 최대의 존칭 표현과 가장 높이는 말을 쓴다.

(1) 존칭 선어말 어미는 '-시-'를 쓴다.
    김일성 부자에 대한 최대 존경의 표현은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들이 지켜야 할 언어 예절의 진수'로서 술어나 수식어가 두 개 이상 올 때도 술어 전부에 '-시-'를 쓸 뿐만 아니라 합성 용언에도 다 '-시-'를 붙여야 한다.
"돌리시고마시였다, 주시고 싶어하시는 어버이 수령님이시였다, 웃으시고나신" 등등

이 외에도 김일성의 풍모와 덕성 등에 관련된 단어가 문장에서 주어로 될 때 그것을 풀이하는 술어에 '-시-'를 붙여 존중과 정중성을 나타낸다.

그 길에서 맞으신 새벽은 얼마이신가
그 길에서 맞으신 눈비는 얼마이신가

존칭 선어말 어미 '-시-'에 '-옵(오)-'을 더 붙여 더욱 존중하게 표현함으로써 최대의 존경을 나타낸다.

(2) 주격 조사는 '께서'를 쓴다. 그리고 여격 조사는 '께'를 쓴다.

'께'를 정중히 쓸 때에는 보조사 '는, 로, 도' 등을 함께 쓰기도 한다.

(3) 존경의 뜻을 가진 단어가 따로 있으면 그런 단어를 골라 써야 한다.

동사의 경우는 '주무시다, 말씀하시다, 뵈옵다, -고 계시다'를 사용해야만 한다. '계시다'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있으시다,' '없으시다'로만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교시하시다, 현지 지도하시다, 령도하시다, 심려하시다, 칭송하시다, 보살피시다, 배려하시다, 선물하시다' 등은 김일성 부자에게만 사용한다. '모시다'는 위대한 수령의 영상과 동상, 초상화, 김일성을 형상화한 미술 작품, 사적비 등을 정중히 표현할 때 쓰인다.
명사의 경우는 '심려, 배려, 선물, 성함(존함), 안광, 안색, 신상, 저택' 등을 사용한다. 존경을 나타내는 불완전 명사 '이, 분'을 정중하게 써야 한다(그분, 그이). 재귀 대명사의 경우는 '자신'만을 김일성에게 사용하고 있다. 부사의 경우는 '몸소, 친히, 손수'를 사용한다.

(4) 김일성을 정중히 일러 모시는 말을 사용한다.

김일성의 이름 및 다른 명칭 뒤에 '-님'이나 '동지'를 붙인다. 더 정중하게 표현하기 위해 존칭 수식사를 반복하여 최대의 존경와 흠모의 감정을 나타낸다(예:위대하신 수령님, 영명하신 장군님,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동지 등등).
또 '우리, 어버이, 아버지'와 같은 단어를 앞에 붙여 쓰기도 한다(예:우리 장군님, 어버이수령님 등).

(5) 김일성에 대한 표현을 좀더 정중하게 하기 위해 완곡어법을 쓴다.

사령관 동지 점심 식사는 준비된지 오랩니다. 그런데 벌써 저녁 때가....... (중략) 아침 식사도 번지시고.......
최인관이와 함께 밥상을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오중훈의 정성을 생각하시며 며칠만에 처음으로 다 드시였다.

(6) 김일성과 다른 사람이 이야기에 등장할 때 상대방을 낮춤으로써 김일성에게 최대의 높은 존경을 나타낸다.
 
(7) 김일성에 대한 표현은 문장의 제일 앞에 둔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 그이의 탄생70돐을 맞으며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 축전을 삼가 드리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모시고 최고인민회의 제7기 제1차회의가 개막되였다.

2. 김일성에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의 언어 예절
김일성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말을 하거나 충성의 맹세와 열렬한 축하, 절절한 소망을 담아 글을 올릴 때는 가장 높이고 정중한 표현을 쓴다.

(1) 가장 높이는 공손법 어미(-ㅂ니다/습니다)를 쓴다.

김일성에게 어떤 목격한 사실이나 체험을 말할 때에는 '-ㅂ디다, -랍디다, -답디다'와 같은 표현은 쓰지 말고 '-습니다,' '-는 것을 보았습니다'로 표현해야 한다.
'-리다, -리까'와 같이 높이는 어말 어미들은 김일성에게 주는 축하문, 헌시, 송가 등에서 쓰인다.

(2) 존경의 뜻과 관련된 단어, 표현들을 골라 쓴다.

인칭 대명사는 '나, 우리' 대신 '저, 저희(들)'을 쓴다.
김일성을 우러러 부르는 말에서는 호격 조사 없이 쓰인다.

"최고 사령관 동지, 수령님, 어버이수령님" 등등.

호격 조사 '여'를 붙여 쓰는 경우에는 존칭 선어말 어미 '-시-'를 함께 붙여 사용한다.
김일성에게 말을 하거나 교시를 받는 경우에는 감동어를 정중하게 써야 한다. 이때는 '예, 그렇습니다, 옳습니다' 등 가장 정중한 표현을 쓰며, 비록 높이는 표현이라 해도 '-요'가 붙은 감동어를 쓰지 않는다.

(3) 김일성에게 말할 때 말법을 되도록 바꾸는 수법으로 정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시킴'의 말법을 되도록 피하고 추김이나 알림 또는 물음의 방법으로 바꾸어 표현한다.

어버이수령님, 좀 더 안정하시고 휴식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일과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제 한사람의 의사가 아니라 전체 조선인민의 념원입니다.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
수령님, 저는 괜찮습니다. 바쁘신데 이제는 그만 돌아가보셔야 하시지 않습니까?

이상과 같이 최고의 존경 표시, 심지어는 김일성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와 표현 등을 정해 놓고 이것을 문화어 예절법의 진수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김일성에 대한 끝없는 존경과 흠모, 정중하고 뜨거운 감정을 언어를 통하여 표시하는 것을 인민들의 가장 숭고한 공산주의적 의리로 심장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조선말례절법'에서 주장하고 있다.

3. 김일성에 대한 존칭 수식사와 그를 칭송하는 표현
    북한의 언어생활을 보면 김일성은 극단적인 존경과 흠모의 대상으로 그에게는 최고의 존칭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존칭 수식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존칭의 정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김일성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언어 표현을 따로 정해 놓고 김일성에 대한 숭배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1980년대에 와서는 김정일까지 우상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최덕신(1988)의 '김일성 그이는 한울님'에서 절정을 이루어 김일성을 '한울님'으로까지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한 자세한 표현은 남성우·정재영(1990, pp.206~221)에서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에서는 몇몇 예문만을 제시하기로 한다.

절세의 애국자이시며 민족적 영웅이시며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시며 국제공산주의운동과 로동운동의 탁월한 령도자이신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
 
혁명의 영재이시며 민족의 태양이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만수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
 
어둡던 이 강산에 태양으로 솟아 자유의 해빛 온누리에 뿌려주신 민족의 영웅 김일성장군님
 
항일대전을 선포하시고 혈전 수만리를 걷고걸어시며 강도일제를 쳐부시고 새봄을 안아오신 절세의 애국자이시며 해방의 은인이신 김일성장군님.
 
혁명의 뇌수이시며 심장이신 위대한 수령님.
 
만민의 위대한 태양이시며 민족해방의 구성이신 경애하는 수령님.
 
우리모두의 영원한 생명의 은인이신 어버이수령님.

Ⅴ. 결론
    언어는 바로 민족과 문화의 알맹이이다. 해방 후 45년 동안, 언어의 변화에서는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지만, 북한의 언어 정책과 남북한 간의 언어관의 차이로 말미암아 민족어의 이질화 현상은 심화되어 가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행히 일상생활의 언어 예절 면에서는 그렇게 많은 차이를 보여 주진 않지만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존칭의 사용 문제와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분노와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극단적인 표현의 사용으로 우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반영한 경어법 체계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북한에서는 언어 예절 즉, 경어법의 문제를 연구함에 있어서도 '주체사상'의 근거 위에서 언어의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여 사회적인 기능과 결부시켜 고찰한다. 따라서 언어의 구조적인 분석도 이를 뒷받침하게 된다.
    문화어에서 예절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 양식으로는 문법적 수단과 어휘적 수단, 문장론적 수법 등이 있다. 첫째, 문법적 수단은 말차림 범주와 존칭 범주를 나타내는 '토'에 의해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즉, '맺음토'(종결 어미)와 '존칭토' -시-, '격토'(격 조사) 등으로 실현된다. 즉, 청자에 대한 경어법 체계에서는 종결 어미로 표현하며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경어법에서는 존칭 선어말 어미와 적절한 격 조사의 사용으로 표시한다. 둘째, 어휘적 수단에는 존칭과 비존칭에 사용되는 어휘들과 중성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어휘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경멸과 야유의 의미를 지닌 비속어들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밖에 성구, 속담 등도 이들이 표현하는 뜻과 이것을 이루는 단어들의 의미와 관련하여 존칭과 비존칭, 경멸, 야유적인 것으로 구분하여 쓴다. 셋째, 문장론적인 수법은 주로 완곡 어법과 관련하여 경어법에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어법에 알맞는 억양과 어조 등도 설명하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경어법 체계를 설명함에 있어서, 문화어의 경어법은 언어 행위에 등장하는 사람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자격에 따라 즉, 청자 또는 이야기에 오른 사람 등에 따라 구분되어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화어에서는 예절 관계 표현 양식을 크게 이야기에 오른 사람에 대한 경어법과 이야기를 듣는 사람(청자)에 대한 경어법으로 분류하여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어법의 체계는 높이는 언어 예절, 같이 대하는 언어 예절, 낮추는 언어 예절 등 3분 체계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언어 예절을 바로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외의 일반적인 언어생활은 본문에서 본 것처럼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과 집단 등에 대해서 사용되는 전투적이고 극단적인 경멸과 비어의 사용은 북한 언어생활의 지나친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이와 아울러 김일성과 최근에 와서는 김정일에 대해서까지도 극존대와 존칭 수식사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 심지어는 김일성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어휘를 따로 실정한 것 등은 우리의 경어법 체계에서는 이질적인 것으로 북한 경어법 체계의 지나친 양면성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ⅵ. 참고 문헌
고영근 외 12인(1989), 북한의 말과 글, 을유 문화사.
과학백과사전출판사(1979), 조선문화어문법.
김동수(1983), 조선말례절법,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김영황(1983), 문화어문장론,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김종훈 편(1984), 국어 경어법 연구, 집문당.
남성우, 정재영(1990), 북한의 언어생활, 고려원.
렴종률(1980), 문화어형태론, 종합대학출판사.
리근영(1985), 조선어리론문법, 과학백과사전출판사.
리상벽(1975), 조선말화술,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문화어학습, 1968년 1호~1989년 4호.
서울대 국어 연구회 편(1990), 국어 연구 어디까지 왔나, 동아 출판사.
이익섭(1974), 국어 경어법의 체계화 문제, 국어학 2.
임홍빈(1986), 청자 대우 등급의 명령법에 대하여, 국어학신연구, 탑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