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한국어 교육
- 구동독에 중점을 두고 -
1. 한국어 교육의 역사 뿌리
1945년 이전에 독일에서 출판되었던 한국에 관한 출판물이란 여행기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과 한국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비교 언어학 연구부터 시작되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들은 뭘러(F.W.K Müller)와 코펠만(H. Koppelmann)이었다. 예수회 교도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토(Andreas Eckardt)는 독일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거의 20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한국말을 배웠으며 독일에서 처음으로 한글말 교과서를 발표하였다. 그는 1945년 이후 뮌헨 대학교에서 한국말을 가르쳐 주었으며, 그 대학교에 1957년부터 한국어 정교수직을 받게 되었다. 그는 한독 사전, 독한 사전, 한국어 문법 등 한국어학과 한국 역사, 문화사에 대한 일련의 도서를 발표하였다.
해방 후 동독에서 한국학은 지역학(Regionalwissenschaften)의 한 부문으로서 발전하였다. 이와 함께 한국어 교육은 처음부터 한국학의 토대가 되었다. 한국 전쟁을 통하여 그리고 동독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한국학 전문가, 한국어 번역·통역원에 대한 실천 기관에서의 요구가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학술적 관심도 높아 갔다. 일반 언어학과 인도 게르만학의 대표 학자였던 하인리히 융커(Heinrich F·Junker)교수가 한국말의 언어 구조와 문법·어음론적 특징을 연구하였으며 그 지식을 1951년부터 동베를린 훔볼트 대학교(Humboldt-Universität)에서 흥미 과목으로 동방어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이것을 동베를린에서, 동독에서 한국학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2. 동베를린에서 한국어 교육
동베를린 훔볼트 대학교는 구동독 지역에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유일한 시설이다.
1954년에 첫 대학생들이 한국말을 전공과목으로 공부하기 시작하였으며 1959년에 졸업하였다. 이리하여 훔볼트 대학교는 모스크바 대학, 레닌그라드 대학과 프라하 대학교와 함께 한국학을 독립적인 과목으로 교육하기 시작한 유럽에서의 첫 대학교의 하나이다. 언어학적인 교수와 연구 사업을 통하여 하인리히 융커 교수는 그 후 종합적인 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의 발전을 위한 학술적 조건을 마련하여 주었다. 그는 또한 1955년에 동독에서 처음으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학술적인 도서를 집필하고 발행하였는데 제목은 '한국학 연구(Koreanische Studien)'였다.
훔볼트 대학교 내 한국학은 1954년부터 1968년까지 중국학 연구소와 동아시아 연구소에 속해 있었으나 1968년부터 1990년까지 아시아학부(Sektion Asienwissenschaften) 동아시아학과(Bereich Ostasien)에 속해 있었다. 한국학 정규 강좌직이 1986년에 신설되었다.
1989년 가을 혁명(개혁 운동)의 결과로 대학교 교육체계도 개편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동양학 중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의 권위와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1990년 9월 17일에 훔볼트 대학교에는 재구성된 아시아·아프리카학과(Fachbereich Asien-und Afrikawissenschaften) 안에 한국 연구소(Korean -Institut)가 창립되었다.
이 연구소의 교육 과정을 보면 현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공 과정(본 과정)으로 한국학이며 다른 하나는 부전공 과목으로 한국학이다. 앞으로 Diplom 과정으로 한국어 통역을 교육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통독 이후 교육 과정을 서독 체계,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베를린 대학 법에 따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 연구소 한국학 과정도 현재 개편 중에 있다. 이것은 물론 지금 교육을 제대로 하는 데 지장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금년에는 1학기에 한국어 집중 강습(한 주간 16시간)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금 본 과정으로 입학한 학생 8명이 참가한다. 이외에도 여러 명이 기타 강의(한독 번역, 한국 문학, 한국 역사, 한국 시사 문제) 등에 참가한다.
이와 같은 교육 사업을 지금 북한에서 온 초빙 교원 1명을 포함하여 6명의 교직원[정교수 1명, 부교수(Dozent)1명, 상급 교원(Oberassistent) 1명, 조교수(Assistent) 2명]이 보장 한다. 그러나 앞으로 교직원들의 수가 감소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물론 이것은 대학교와 베를린 시 정부의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학생들의 수가 어떻게 발전하겠는가에 달려 있다. 옛날 동독 제도하에서 입학한 학생에게 졸업한 다음에 꼭 직장을 알선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대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실천의 요구대로 참작되는 수만 입학시켰다. 그래서 한국학에도 한 5년 만에 한 번씩만 입학시켰는데 1960년 이후 총 다섯 차례의 본과 학생을 교육하였다. 그런데 지금 사정이 달라져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두 다 입학시킬 수 있다는 형편이다.
한국어 교재로 이전에 북한에서 만들어 낸 '조선어(류학생용)'라는 교과서를 써 왔는데 지금 이 연구소 상급 교원인 빌프리트 헤르만(Wilfried Herrmann) 박사가 쓴 교과서 '한국어 기초(Grundkurs Koreanisch)'를 기본으로 하고 추가적인 교재로서 남한에서 발행한 여러 가지 교과서를 사용한다. 사전은 남북한 사전을 다 같이 쓴다.
통독 이전에 정치적인 원인에서 초래되던 북한과 북한에서 쓰는 말에 대한 일방적인 편향을 지금 점차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희망의 사항은 앞으로 남한 어느 대학교 내 한국학이나 독일어 문학, 혹은 다른 한국어 교육 시설과 자매 관계를 맺자는 것이다. 동시에 1955년부터 평양 김일성 대학의 조선어문학부와 독일어문학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교육과 연구의 통일성에 관한 훔볼트의 이상에 따라 한국 연구소 모든 교직원들은 교육과 연구의 두 가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구 결과들은 학술 출판물, 연구 자료, 연구 보도와 전문 분석문에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구체적인 정치 및 경제적 고문 활동도 포함된다.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언어에서 번역학을 포함하는 한국어·독일어 비교 연구와 한국어 교육 방법론이다. 문학에서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발행하는 것이다. '심청전,' '홍길동전,' '흥부전,' '운영전,' '박씨 부인전', '채봉감별곡,' '임꺽정'(1권으로 된 것) 등과 같은 작품들은 이미 독일 말로 번역되었으며 금년부터 출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 사업과 정규 학생 교육 이외에 졸업생 재교육도 하고 있으며 대중 지향적인 학문 활동도 적극 하고 있다.
3. 구서독에서의 한국어 교육
서독에서 이전부터 대학교 공부의 자유, 전공 선택의 자유가 실시되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학 교육이 동독보다 훨씬 많이 발전했었다. 한국학의 기본은 한국학을 전공과목으로 하는 보훔 대학교와 튀빙겐 대학교이다. 보훔 대학교 한국학은 국제적으로도 이름 있는 고대 한국어전문가인 베르너 자세(Werner Sasse) 교수가 지도하고 튀빙겐 대학교 한국학은 훌륭한 출판물로 널리 알려진 한국 민속학 전문가인 디터 아이케마이어(Dieter Eikemeier) 교수가 지도한다. 또한 본 대학교 동방어 세미나에는 한국어과가 있는데 구기성 교수의 지도 하에 일본어나 중국어 번역원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2차(부전공) 과목으로 한국말을 공부한다. 여기서 한 학기에 50여 명을 교육하는데 91년 가을 학기부터는 2차 전공과목이었던 한국어가 1차 전공과목이 된다. 서베를린 자유 대학교에 한스위르겐 자보로프스키(Hans-Jürgen Zaborowski) 교수가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한국학 관계 과목을 강의하는데 전공과목이나 부전공 과목으로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함부르크, 하이델베르크, 쾰른, 뮌헨 등과 같은 대학교들에 한국어 강습소가 있다.
4. 독일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전망
독일의 통일 과정에 한국어 교육도 여러 모로 새로 조직하게 된다. 우선 동서독 한국학도 하나의 체계로 망라시켜야 한다. 보훔과 튀빙겐, 베를린과 본 4개 도시는 앞으로도 한국어 교육의 중심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이외에도 함부르크에 있는 한국학을 금년 내에 크게 확장할 계획이다. 거기에 신설할 C-4(가장 높은) 교수직은 이미 작년 말에 모집했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함부르크는 독일의 제일 큰 항구 도시이고 한국 기업들이 집중된 도시이기 때문에 한국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망성 있는 유리한 장소로 평가된다. 이 밖에는 바이에른(Bayern) 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에도 C-3 이나 C-4 교수직을 신설하면서 한국어 교육을 새로 개척할 계획이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종합적인 한국학의 기초가 되는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 번역원 교육의 위치와 자격은 앞으로 독일에서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인다. 3개 동방어를 보면 중국어는 조금 떨어지고 일본어는 대체로 그냥 같은 수준에 머무를 예정인 한편 한국어의 가치가 높아갈 것이 예상된다. 이것은 한반도의 정치적 문제와 그리고 21세기의 기본 전망 지대인 태평양 인접 지역의 경제적 강국의 하나인 한국을 독일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5. 독일에서의 한국어 교육 시설들의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