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교육원 한국어 강좌' 소개
Ⅰ. 언어 교육원
이화 여자 대학교의 언어 교육원은 1962년 2월에 '언어 실험실'로 시작되었다. 그 후 1987년 8월에 '언어 교육원'으로 개칭될 때까지는 인문 과학 대학의 외국어문학과(영어영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의 외국어 교육의 실습을 돕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해 왔다. 이를 위하여 각 40석의 언어 실습실 두 개를 갖추고 있으며 지금도 이들 언어 실습실을 통해 외국어문학과의 교육 보조를 계속하고 있다.
1987년에 언어 교육원으로 개편되면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되었다. 그중 특기할 만한 것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와 본교생을 위한 '우리말 작문'을 포함시킨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강좌의 내용을 자세히 살피기 전에 1991년 6월 현재 언어 교육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언어 교육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겠다. 우선, 강좌명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대규모 외국어 강좌: TOEFL, 영어 해독, 일어, 불어, 독어, 영어 듣기 훈련(Listening Comprehension in English), Time, 영어 어휘 및 표현 (Uses of Words and Expressions in English)
2. 소규모 학습 언어 교육
'대규모 외국어 강좌'에서 특기할 것은 '영어 듣기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듣기 훈련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녹음기를 틀어 놓고 학생 스스로 듣기 연습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언어 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영어 듣기 훈련은 영어의 말소리 변동(speech sounds alternations)에 대한 음운론적, 실험 음성학적 자료를 기초로 하여 교육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교육 방법은 청각적 '자기의 영어 말소리 스스로 듣기 훈련(training in self-listening or in auditory feedback of English speech sounds)'의 이론에 따라 스스로 듣기의 세 단계를 훈련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강좌 중에서 '소규모 학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강좌는 한 교실의 학생 수가 10~15명으로 제한된 학급이라는 뜻이다. 소규모 학급 언어 교육의 장점은 자명하다. 학생 개인에게 할애되는 강사의 시간과 관심이 많아짐은 물론이거니와 개별 학생의 취약점과 진척도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에 근거하여 교육을 개별화(individualize)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학생 개개인의 성격과 외부 자극에 대한 심리적 역치(閾値, threshold)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치에 따라 질문, 교정 따위의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조절하여 교육의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소규모 학급 가운데는 특수 목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있다. 유학 준비 영어 쓰기와 우리말 작문이 여기에 해당된다. 영어의 말하기, 듣기 등은 이미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여 있으나 연구 보고서(term-paper), 논문 등을 제대로 쓸 만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것이 유학 준비 영어 쓰기의 교육 프로그램이며, 우리나라 학생이 국민학교와 중고등학교의 전 12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논리적 설득력을 지닌 긴 글쓰기'의 능력을 갖추어 주기 위한 것이 우리말 작문 프로그램이다. 소규모 학급 프로그램에서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즉 영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그리고 일어는 특수한 목적의 교육 프로그램과는 달리 통합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통합 교육'이라 함은 듣기, 말하기, 읽기 그리고 쓰기를 동시에 교육한다는 뜻이다. 제2국어(second language)로서의 외국어를 배울 때는 학령 전부터 교육해야 하고 듣고 말하는 것부터 가르쳐서 일상 생활과 학교 교육에서 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말(speech)과 언어(language)를 외국어(foreign language)로 배우는 경우에는 통합 교육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국어 습득이란 학생의 부단한 분석적 노력과 의미 있는 훈련을 통해 외국어를 위한 새로운 신경망(神經網, neural network)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믿으며 이러한 말-언어의 신경망을 가장 빨리 형성하는 길이 통합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Ⅱ.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통합 교육
이화 여자 대학교 언어 교육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88년 6월이었다. 그 역사는 3년에 불과하지만 시작할 때는 30명이던 외국인 학생 수가 현재는 193명(제12기 수강생)으로 증가하였다. 교육의 단계는 제1단계부터 제8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계는 10주간이다. 한 주일에 월, 수, 금요일의 3일을 교육하고 있으며 하루의 수업 시간은 120분으로서 주당 360분을 수업하고 있다. 교육의 시간대는 주간(14:00~16:00)과 야간(18:30~20:30)의 두 가지가 있다. 주간에 교육받는 사람들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대학 교육을 받고 있는 외국인 학생이거나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며, 야간 시간대의 학생들은 주간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교재는 언어 교육원에서 지난 3년 동안 연구 편찬된 것이다. 통합 교육의 목적에 부합되는 내용으로 각 단계의 교재가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계마다 주 교재와 숙제집이 있다. 교재의 내용과 구성은 제5단계까지는 문법 항목의 단계적 전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6단계 이후의 교재는 '주제와 기능(notion and function)'을 위주로 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제5단계까지의 문법 항목들은 언어학적인 복잡성과 언어 발달에서 나타나는 어린이의 습득 순위와 실제 교육에서 발견되는 바람직한 순위를 고려하여 배열하였다. 교재의 각 과(課)에는 발음 연습, 문법 항목의 설명, 새로운 낱말, 새로운 표현, 대화(dialog), 읽을 거리, 그리고 쓰기 연습이 있으며, 각 부분에는 적절한 '스스로 학습하는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제8단계까지의 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데는 약 1년 반 내지 2년이 걸린다. 제8단계까지 마치는 학생은 한국어만을 사용하여 일상생활과 자기의 학문 분야의 대화에서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간단한 연구 보고서를 한국어로 쓸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Ⅲ. 우리말 작문
우리말 작문은 우리나라 대학생의 쓰기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한 강좌이다. 국민학교에서 시작되어 중고등학교까지 12년에 달하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글을 쓰는 훈련 또는 교육이 거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그 결과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학생들은 시험 답안지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할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어휘의 선택이 미숙하며, 내용에 맞는 적절한 문장 형식의 구성이 어색하고, 접속사와 접속 어미의 사용이 문맥에 맞지 않는다. 학생이 의도하는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기 불가능한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학생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우리의 교육 제도와 그 내용에 큰 허점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구태여 외국의 예를 든다면,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은 국어 시간의 많은 부분을 글짓기, 논문 쓰기에 할애하고 있으며, 학생의 글과 논문을 교사가 일일이 교정해 주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반성의 여지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이들의 글쓰기 교육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 1학년의 교양 국어 과목(일반적으로 Freshman English라고 하는 과목)도 학생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학년 교양 국어의 1년 과정에서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면 2학년부터 과목마다 제출해야 하는 연구 보고서를 잘 쓸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대학 4년간의 교육에서 실속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교육학자는 말하기를 대학 교육의 성공 여부는 학생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대학 교육 과정에서 얻었느냐, 못 얻었느냐가 결정짓는다고 하였다.
이화 여자 대학교 언어 교육원에서는 때를 놓친 우리말 글쓰기를 늦게나마 가르치려는 생각에서 우리말 작문 강좌를 1987년 1월부터 시작하였다. 1991년 6월 현재 이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의 수는 143명(제9기 수강생)이다. 학기 중에는 토요일 하루 180분의 수업을 10주에 걸쳐서 하며, 방학 중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각각 180분씩 5주간을 교육한다. 이 강좌는 전체 5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각 단계는 다음과 같은 교육 목표를 성취 하고자 한다.
우리말 작문의 교재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강좌와 마찬가지로 언어 교육원의 강사진에 의하여 연구되고 집필된 것이다. 현재 제1단계부터 제5단계까지 다섯 권의 책이 마련되어 있고, 계속적인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수정된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계획으로는 1991년 말까지의 수정 작업이 끝나면 다섯 권 모두를 출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