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 가슴이 두근거린다."에서 '왠지'로 써야 하는지 아니면 '웬지'로 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수력,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수동)

'ㅐ'와 'ㅔ'의 구별이 어렵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혼동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왠지'로 쓰는 것이 옳습니다. '왠지'는 의문사 '왜'와 어미 '(이)ㄴ지'로 분석되는 것으로 '누군지, 무엇인지, 어딘지, ......'와 같은 구성입니다. 물어 오신 문장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것을 나타내어 의문사 '왜'가 필요한 자리이므로 '웬지'가 아닌 '왠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왠'이 아닌 '웬'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일이니?, ○ 떡이지?'와 같은 문장에서는 '왠'을 쓸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유를 묻는다기보다는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떻게 생긴 떡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뜻을 가진 관형사 '웬'을 써야 합니다. 또 국어에서는 '의문사+(이) ㄴ+ 명사'의 구성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뒤에 명사나 명사구가 오면 '웬'을 쓴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 험상궂은 사람이 나를 따라오더라."에도 '웬'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물음 '회집'으로 써야 할지 '횟집'으로 써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어떻게 써야 합니까?
(김태호,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철동)

사이 ㅅ을 넣어야 하는지 넣지 말아야 하는지 하는 것은 구체적인 예에 들어가면 대단히 어렵습니다. 어느 신문에서는 '수도물'로 쓰고 어느 신문에서는 '수돗물'로 쓰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이 ㅅ에 대해서는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사이 ㅅ을 써야 하는 경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의 세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한자어와 한자어로 된 구성은 그것이 합성어라고 하더라도 이 30항에 들어 있는 6개가 아니면 사이 ㅅ를 쓸 수 없습니다. 순 우리말이 하나라도 들어있는 구성은 앞의 두 경우를 보면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합성어이어야만 사이 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다 사이 ㅅ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30항은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2)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것, (3)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유어가 하나라도 들어 있는 구성은 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 앞말과 뒷말 사이에 'ㄴ'이 덧나고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합성어이어야만 사이 ㅅ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사이 ㅅ를 놓고 망설이게 되고 또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 보았을 때 어느 누구도 선뜻 시원스러운 대답을 못해 주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의 '합성어'의 성격이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합성어는 통사적 구성, 다시 말하면 구가 아닌 하나로 굳어진 단어를 뜻합니다. 이론적으로 구와 단어를 구별하는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구와 단어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사이 ㅅ과 관련해서 명사와 명사가 이어진 구성이 구인지 단어인지 구별하기는 더욱 힘이 듭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구와 단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이야기된 것 가운데 몇 가지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앞의 명사가 뒤 명사와는 별도로 관형사, 관형형, 명사, 명사구의 수식을 받으면 구다. (2) 앞의 명사를 다른 명사로 바꾸는 데 제한이 없으면 구고 상당히 제약되어 있으면 단어다. (3) 두 명사 사이에 다른 요소가 들어갈 수 있으면 구다.

물어 오신 '횟집'의 경우는 이런 기준을 적용해 볼 때 구가 아닌 단어이고 사이 ㅅ을 써야 하는 다른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횟집'으로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물음 시누이 남편을 어떻게 부릅니까?
(김효진, 인천직할시 남구)

전통적으로 처남의 아내와 시누이 남편은 내외를 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었고, 혹 만나더라도 수인사를 하는 데 불과해서 호칭어가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시누이 남편을 부를 일도 있어서 호칭어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자녀가 부르는 말을 그대로 써서 '고모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바람직한 호칭어는 아닙니다.     손위 시누이 남편을 부르는 말은 '아주버님'과 '서방님'을, 손아래 시누이 남편을 부르는 말로는 '서방님'을 권합니다. '아주버님'은 현재 여러 지방에서 손위 시누이 남편을 부르는 말로 쓰고, 남편의 형을 가리키는 말과 같으므로 손위 시누이 남편 호칭으로 무난합니다. '서방님'은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에서 손위, 손아래를 가리지 않고 '남양주 서방님께서 오신답니다.' '노 서방님께서 가셨습니다.'처럼 주로 지칭어로 쓰던 말로 현재는 '운니동 서방님,' '서방님'과 같이 호칭어로도 쓰이는 말입니다.

물음 국어 연구원에서 조선일보 5월 22일자에 실은 '우리말을 바르고 아름답게 '를 읽고 문의를 합니다. 누님의 남편에 대한 호칭에 대하여 '매부, 매형'을 표준안으로 정했는데, '자형(姉兄)'이 올바른 말이고 '매부'는 손아래 누이의 남편을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자 형제를 한자로 표기할 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쪽을 '자(姉)'라 하고,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쪽을 '매(妹)'라고 분명한 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철, 서울특별시 도봉구)

'자(姉)'는 손위 누이를, '매(妹)'는 손아래 누이를 뜻하는 한자입니다. 그래서 '자형(姉兄)'은 손위 누이의 남편을, '매부(妹夫)'는 손아래 누이의 남편을 가리킨다는 의견은 합리적인 주장처럼 보입니다.
    현재 경상도와 전라도 일부에서는 누나의 남편은 '姉兄,' 누이동생의 남편은 '妹夫'를 써야 되고, 누나의 남편은 '妹夫, 妹兄'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경기,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에서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누이의 남편을 '매부'라고 부르고, 누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로 '매형'도 씁니다. 젊은 층에는 '姉兄'도 점점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조선 총독부 편(1920)의 '조선어 사전'과 문세영(1938)의 '조선어 사전'에는 누나의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매부'와 '매형'이 실렸습니다. '자형'이 사전에 오른 것은 그 이후입니다.

가)조선어 학회(1975), 조선말 큰 사전, 을유 문화사
매부(妹夫): 손위 누이의 남편이나 손아래 누이의 남편을 통칭하는 말.
매형(妹兄): 손위 누이의 남편.
인형(姻兄):=매형(妹兄).
자형(姉兄):=매형(妹兄).
나) 이희승 편(1961), 국어 대사전, 민중 서림
매부(妹夫): 누이의 남편. 손위 누이나 손아래 누이의 남편의 통칭.
매형(妹兄): 손위 누이의 남편.
인형(姻兄): 매형.
자형(자형): 손위 누이의 남편.

문학 작품에도 1910년대 신소설에는 누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로 '매부(妹夫)'가 나타나고, '자형(姉兄)'은 최근 경상도, 전라도 지방을 무대로 한 소설에 나타납니다.

가) 부라 량반이 도 지각이 업스닛가 그런 변이 업스리라 할슈도 업고(이해조 1908, 빈상설, 67쪽)
나) 부 의향에 엇더신지요(최찬식 1912, 추월색, 32쪽)
다) 김 사서장 댁하구 자네 집하구 어떻게 과갈 간이지? 사서장 자제 중일이가 내 사촌 매부일세.'(홍명희 1928, 임꺽정 4, 56쪽)
라) 기왕에 죽은 사람은 그렇고 자형도 생각은 고쳐야 할 겝니다. (박경리 1988, 토지 9, 308쪽)
마) 매형한테서 편지 자주 와요? (염재만, 1989, 당추동 사람들, 204쪽)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누나의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자부(姉夫)'도 보입니다.

中宗 元年(1506) 九月壬午
朴元宗 等 啓曰 高安正內人妹夫 李希哲興淸族親 趙勁興淸父......(中宗大王實錄 卷一: 八, 띄어쓰기: 필자)
(박원종 등이 아뢰기를, 高安正은 나인(內人)의 자부(姉夫)이고 李希哲은 흥청의 족친(族親)이고, 趙勁은 흥청의 아비이고 ......)

이렇게 현재 쓰고 있는 말과 문헌 자료를 토대로 해서 볼 때, 누나의 남편을 부르는 말은 한자의 뜻과 꼭 맞게 쓰이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매부'가 오래 전부터 폭넓게 쓰여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고, '자형'은 남부 지방에서 쓰는 말로 점점 세력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법 표준화의 표준안은 우리가 표준어를 가리는 작업과 같습니다. 그래서 동일한 것에 대해 지역적인 차이가 있을 때에는 서울에서 쓰는 말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전에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가 될 것입니다.

물음 이인칭을 가리키는 '여러분'과 '당신'에 대하여 문의하고자 합니다. 첫째, '여러분'의 '여러'는 '수효가 많은'을 뜻하므로 상대방이 '다수인(多數人)'이 아닌 경우에는 '여러분'이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두서너 명 정도의 소수인을 가리키는 말로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둘째, '당신'은 어떤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말입니까?
(이우림, 충청북도 청주시 신봉동)

첫째, '여러분'이라는 말이 소수를 가리키는 2인칭 대명사로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신할 만한 말을 찾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여러분'은 국어사전에서 명사와 인칭 대명사로 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문법서에서 대명사로 다룬 일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래 명사인 것을 '2인칭 대명사적'으로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명사로 쓰는 경우 '여러'는 상황에 따라서 7,8명 정도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전혀 많은 사람을 예상하지 않았는데 4,5명이 있을 경우에도 '여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명사적인 용법으로 쓰이는 '여러분'은 좀 더 많은 사람을 가리킵니다(국민 여러분, 시민 여러분, 사원 여러분, 학생 여러분 등).그러면서도 계장이 직속 사원들을 부를 때 '여러분'이라고 하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법상, '여러분'은 공적인 즉, 공식적인 입장에서 말하는 경우가 많고, 사적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여러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명사로서의 '여러분'은 그 용법이 아주 제한됩니다. 본래 우리말이 2인칭 대명사의 존칭은 발달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대방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말을 대명사적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선생님들, 어르신네들, 아저씨들 등). 이같이 '대명사'가 아닌 '보통 명사'에 '들'을 결합하여 쓰는 것도 2인칭 복수를 나타내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만 '들'이라는 말은 존대를 손상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당신'이 어떤 경우에 쓰일 수 있는가에 대하여 물으셨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보는 '당신'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삼아 2인칭으로 쓰이는 경우에 한하여 여기에 옮겨 봅니다.

(1) 귀하. 노형. 공(公).(조선어 사전)
(2) 하오할 자리에 상대되는 사람을 일컫는 말.(큰 사전, 중사전, 새 한글 사전, 국어 대사전, 새 우리말 큰 사전)
(3)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일컫는 말.(국어 대사전)

'당신'을 '그대, 귀하'와 함께 2인칭 존칭으로 문법서에서 흔히 제시하기도 합니다만 2인칭 대명사로서의 '당신'을 합쇼체 대상에게는 (즉 자기보다 윗사람을 존대하는 뜻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3인칭인 경우 재귀적인 용법으로 개인적인 관계에 있는 윗사람에 대하여 쓰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