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어를 이렇게 배웠다]

읽기 힘들었던 '춘향전'

Peter Manlik(피터 만릭) / 헨켈 코리아 주식회사 이사장

저는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스무 살 때부터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그 나라들의 언어를 적어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배웠습니다. 스웨덴 어, 불어, 영어, 이태리 어 등등.......
    독일에 있는 헨켈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여러 나라에 지사를 세웠는데, 어떤 나라의 말은 이전에 내가 알고 있었던 언어와 매우 비슷해서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1988년에 한국으로 발령을 받고 도착하기 전에 한국어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혼자 2개월 동안 공부를 했습니다. 원래 저는 외국어 공부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조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처럼 어려운 것도 배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한국에 와서는 이 나라의 말을 잘 못해서 생활하기가 아주 힘들었습니다. 공부를 조금 했는데도 실제로는 거의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생필품을 사려고 나가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거나 식당을 가면 영어로 표시된 것이 거의 없어서 일류 호텔 식당에서 돈을 많이 낭비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마땅한 학원을 찾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생각하다가 신문 광고를 보고 LTRC를 찾아왔습니다. LTRC에서는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등의 방법으로 한국 선생님들이 그룹 또는 개인 지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원이 적당한 것 같아서 여기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는데 일주일에 다섯 번 한 시간 반씩 개인 지도를 받기로 결정하고 88년 3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수준에 맞는 책이 없어서 6개월 동안쯤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가르치고 그다음부터 명도(MYUNGDO) 교과서 2권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또한 일 년쯤 후에 교과서 외에 여러 가지 동화책과 고전을 같이 배웠습니다. 예를 들면 심청전, 흥부전, 청개구리 등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춘향전은 옛날에 쓰던 말들로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읽고 쓰는 것보다는 말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면 사람들이 웃곤 했는데 제 한국어가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어휘력이 너무 부족해서 상대편의 말을 잘 알아듣지를 못했습니다. 단어를 안다손 치더라도 특이한 언어 구조 때문에 귀에 익숙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배운 말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옷에 대한 말을 하다가 긴 팔 와이샤쓰를 표현을 잘못해서 긴 다리 와이샤쓰라고 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한국말을 배우는 어려움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입니다. 아침부터 밤 여덟 시까지 사무실에 근무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말 공부할 시간이 너무 적어서 아침 다섯 시부터 여섯 시 반까지 숙제하고 아침밥을 먹은 후에 학원까지 걸어오는데, 일곱 시 반에 도착하게 됩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공부하면 아침 내내 기분이 상쾌합니다.
    처음에 배울 때 제 생각에는 이 년쯤 이런 식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막상 배워 보니까 이 년이라는 기간은 아주 부족했습니다. 삼 년째인 지금은 어디를 가나 어려움이 없고 한국 사람과 불편 없이 대화할 수 있고 여러 면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뉴스는 어려운 말이 너무 많고 매우 빨리 말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신문에는 한자가 나와서 읽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는가에 대해서 썼지만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거나 배우고 있는 외국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비록 한국의 옛날 책이 배우기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생활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보고 놀부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욕심이 많다는 뜻이고 심청이 같다고 말하면 효녀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렵더라도 한국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라디오나 신문 등을 자주 접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어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배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