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대민 봉사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 국어 연구원에 설치된 '가나다 전화'에는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이 문의 전화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들이 있다. 이에 그 몇 가지를 추려서 질의와 응답 내용을 함께 소개한다. 국어 생활을 바르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편집자 주 -

 
물음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니까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 기념 음악제를 하는데 그 제목이 '모차르트 200주기 기념'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서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탄생도 200주년이 있을 텐데 과연 '200주기'란 말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서거'라는 말이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인지를 문의하고자 합니다.
(배도빈, 서울특별시 강동구 고덕동)

'주기(週忌)'라는 단어는 '사람의 사후 해마다 돌아오는 그 죽은 날' 즉 '제삿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주년(周年)'이란 말은 '돌이 돌아온 해'라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죽은 지 200년이 된다는 의미로 쓸 수 있는 말은 '서거 200주년'과 '200주기'로서 이 두 가지 표현은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탄생'이나 '서거'라는 말이 없이 그냥 '200주년'이라고 하거나 '서거 200주기'라고 하는 표현은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물음 '쓰다, 부르다, 바꾸다'의 피동형으로 '쓰여지다,' '불리우다' 및 '불리워지다,' '바뀌어지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러한 표현이 과연 올바른 것입니까?
(박유정, 서울특별시 성북구 보문동 조은 문화사)

우리말에 있어 타동사의 피동화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우선 '타동사 어간+이, 히, 리, 기'의 방법이 있습니다. 문의자께서 예로 드신 위의 동사들은 이 절차로써 '쓰다→쓰이다, 부르다→불리다, 바꾸다→바뀌다'와 같은 피동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타동사 중에는 이와 같은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다→주어지다, 만들다→만들어지다'와 같이 '타동사+아/어지다'로 만들어지는 피동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마련된 바는 없으나 우리말 피동화는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느 한 가지를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예로 든 '쓰여지다, 불리워지다, 바뀌어지다' 등은 접미사에 의한 피동과 '지다'에 의한 피동이 겹쳐진 것으로 흔히 이중 피동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만, 피동 표현이 중복되는 느낌이 있으므로, 특별한 표현 목적이 없는 한,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불리우다'의 경우도 전자의 피동화 과정이 중복되어 만들어 진 것이므로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음 "동호인 회장에게 일괄 배부 관리케 _____ 사용과 보존에 철저를 기하고자 합니다."에서 빈칸에 '하므로, 함으로(써)' 중에 어느 것이 들어갈 수 있습니까?
(이영호, 서울 태릉 우체국 서무계)

'하므로'는 동사 어간 '하-'에 까닭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므로'가 붙은 형태이며, '함으로'는 '하다'의 명사형 '함'에 조사 '-으로(써)'가 붙은 형태입니다. 또한 '하므로'는 '하기 때문에'란 뜻을 나타내고 '함으로'는 '하는 것으로 (써)'란 뜻을 나타냅니다(한글 맞춤법 제57항 참조).
    다음과 같은 예에서도 이러한 기능의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예) a. -하므로
그는 부지런하므로 잘 산다.
그는 훌륭한 학자이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b. -함으로(써)
그는 열심히 공부함으로(써)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한다.
그는 열심히 일함으로(써) 삶의 보람을 느낀다.

이를 근거로 위의 빈칸에는 '함으로(써)'가 들어가는 것이 옳습니다.

물음 친구 부모님의 칠순 잔치에 축의금을 보내려고 하는데 봉투에 뭐라고 써야 합니까?
(김방신, 현대 자동차 기획실)

'祝 壽宴(축 수연)' 또는 '祝 壽筵(축 수연)'이라고 하면 됩니다. 이 말이 환갑 때에만 쓰는 말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으나 하는 환갑 이후 생일 잔치의 축의금 봉투나 단자에 두루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굳이 칠순임을 드러내고자 할 때에는 환갑을 '祝 回甲(축 회갑),' '祝 還甲(축 환갑)' 또는 '祝 華甲(축 화갑)' 하듯이, '祝 稀宴(축 희연)' 또는 '祝 古稀宴(축 고희연)'이라고 해도 됩니다. 아울러 회수(77세), 미수(88세), 백수(99세)의 잔치에는 '祝 喜壽宴(축 희수연),' '祝 米壽宴(축 미수연),' '祝 白壽宴(축 백수연)'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꼭 '축 수연'과 같이 반드시 한문투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고, "수연을 진심으로 축하하나이다."나 "수연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와 같이 우리말로 써도 좋습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축의금을 보낼 때 반드시 단자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무리 세상이 변하였다고 하더라도 잊어서는 안 될 예의이며, 축의금을 받는 쪽에서는 봉투에서 축의금을 꺼내고 기록할 때에 누가 얼마를 보낸 것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물음 문상의 인사말은 어떤 말이 가장 좋습니까?
(신성철,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가장 좋은 문상 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고인에게 재배하고 상주에게 절을 한 후 물러 나오는 것입니다. 상을 당한 사람을 극진히 위로해야 하겠지만, 사실은 그 어떤 말도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더욱 더 깊은 조의를 표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굳이 말을 할 상황이라면 "얼마나 슬프십니까?" 또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도가 좋겠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아버지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大故(대고) 말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고, 어머니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喪事(상사) 말씀 무어라 여쭈오리까?" 했습니다. 또 남편 상의 경우에는 "天崩之痛(천붕지통)이 오죽하시겠습니까?", 아내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叩盆之痛(고분지통)이 .......", 형제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割半之痛(할반지통)이 ......." 하고 자녀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慘慽(참척)을 당하시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렇게 여러 경우를 나누어 각 경우마다 다르게 말하는 것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굳이 이런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부모상을 당한 연세가 많이 드신 상주에게라면 "얼마나 罔極(망극)하십니까?" 정도는 써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나이나 식견 정도를 잘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상의 인사를 말로 할 경우에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뒤를 흐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문상하는 사람도 너무 슬퍼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물음 Thames강의 바른 한글 표기는 무엇입니까?
(김승범, 중앙 교육 연수원 장학사)

'Thames강'의 바른 한글 표기는 '템스 강'입니다. 'Thames'의 원어에서의 발음은 [temz]입니다. 이것을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한글로 옮기면 '템스'가 아닌 '템즈'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ames'를 '템스'로 적는 것은 지명, 인명 표기에 있어서의 별도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1986년 1월 7일 고시되었습니다. 그러나 4장으로 구성된 외래어 표기법은 표기의 큰 원칙만 제시하였을 뿐, 지명, 인명 등의 고유 명사와 일반 어휘에 대한 사정은 별도 작업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그리하여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되고 곧이어 지명, 인명 등의 고유 명사에 대한 표기 용례 심의 작업이 따랐는데 이 작업 과정에서 라틴 어, 그리스 어, 러시아 어 및 이 밖의 기타 언어에 대한 표기 원칙이 마련되었으며, 영어의 표기에 있어서는 몇 가지 사항이 추가되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외래어 표기법에서의 규정과는 다른 것입니다. "어말의 -s[z]는 '스'로 적는다."는 그 한 예입니다. 그 결과 'Charles, Evans, James, Stevens, Thames'는 각각 '찰스, 에번스, 제임스, 스티븐스, 템스'로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어말에서 유성 마찰음으로 소리나는 [z]를 한글로 표기할 때 파찰음과 모음의 결합인 '즈'로 적지 않고 마찰음과 모음의 결합인 '스'로 적도록 함으로써 원어의 발음과 보다 가까워진 표기가 되었습니다.
    고유 명사의 경우는 예외 없이 어말의 '-s'[z]를 '스'로 적지만 보통 명사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고유 명사가 아닌 일반 용어에 대한 표기 용례 사정 작업는 1988년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여기에는 'news, bellows, calipers, gallows, leggings'는 '뉴스, 벨로스, 캘리퍼스, 갤로스, 레깅스'로 정해졌지만 'lens, cymbals, drawers, shoes'는 '렌즈, 심벌즈, 드로어즈, 슈즈'로 정해졌습니다. 새로 들어올 외래어의 경우에는 외래어 표기 용례 심의 위원회에서 '스'로 할 것인지, '즈'로 할 것인지를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심의,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물음 television의 바른 한글 표기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영빈, 전라북도 전주시 금암2동)

'television'의 바른 한글 표기는 '텔레비전'입니다. 'television'의 원어에서의 발음은[tel-iviƷən]이고 이것을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한글로 옮기면 '텔리비전'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으로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이 옳은 까닭은 이미 이 말은 '텔레비전'으로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 외에 '테레비' 같은 말이 쓰이고 있으나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텔리비전'이 영어의 발음과 가깝다고 하여 '텔리비전'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는 관용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system'도 마찬가지인데 원어의 발음이 [systim]이기 때문에 '시스팀'이 원어의 발음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은 사실이나 '시스템'으로 굳어진 말을 갑자기 '시스팀'으로 쓰자는 것은 무리스런 일입니다. 더욱이 '텔리비전, 시스팀'이라고 해도 여전히 원어의 발음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닌 만큼 원어의 발음을 내세워 '텔리비전, 시스팀'이라고 쓰기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것입니다.
    그리고 'television'을 '텔레비전'이 아닌 '텔레비젼'으로 적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습니다. 국어에서 파찰음인 'ㅈ, ㅊ'은 구개음이기 때문에 그다음에 이중 모음 'ᅲ, ᅭ, ᅧ, ᅨ, ᅤ'로 발음해도 단모음인 'ᅮ, ᅩ, ᅥ, ᅦ, ᅢ'로 발음한 것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ㅈ, ㅊ'다음에 이중모음으로 적는다고 해서 원어의 발음과 더 가까운 것도 아니므로 외래어의 표기에서 'ㅈ,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