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행사

안병희 원장 / 1991년 3월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원활한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이 없이는 협동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말과 글의 사용에서는 표준어 규정이나 맞춤법 등 국어의 여러 규범을 지켜야 한다. 말은 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고도 한다. 한 사람의 말에서 그 사람의 교양과 품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과 글은 규범에 맞게 사용되어야 할 뿐 아니라 점잖고 아름다워야 한다.
    국어 생활은 국어를 사용하는, 다시 말하면 말하고 듣거나 글을 쓰고 읽는 활동을 뜻한다. 국어의 사용이라는 관점으로 본 국민의 생활인 것이다. 국어는 말이므로 위에서 말한 말의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국어 생활이 어떠하여야 할까는 되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국어 생활은 그러한 모습과 다르다. 국어의 규범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몰라서도 안 지켜지만, 어쭙잖은 이유를 대면서 안 지키기도 한다. 점잖은 말보다는 거친 말, 아름다운 말보다는 욕설이 거침없이 쓰인다. 이른바 언어의 폭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러한 국어 생활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된다. 바로잡기 위하여는 국민 스스로 국어의 기능을 올바로 깨치도록 나라의 어문 정책이 합리적으로 서야 한다. 합리적인 어문 정책은 우리의 말과 글에 관한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국어 연구소가 설립된 지 7년이 가까웠다. 그동안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의 개정으로 국어의 규정을 가다듬었고, 국어 실태에 관한 각종 조사와 남북한 언어 차이에 대한 연구를 행하여 어문 정책 수립의 터전을 어느 정도 잡아 놓았다. 그러한 업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임의 단체라고 하는 연구소의 성격, 연구 인력이나 예산의 부족 등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불가능하였음도 사실이다.
    제6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국민의 문화적 욕구와 수요에 부응하여 문화부가 새로 생기고, 그 문화부에서 어문 정책을 관장하게 되자 국어 연구소의 위상을 가장 먼저 검토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임의 단체의 성격에서 오는 제약과 한계를 인식하고, 한편으로 국어학계의 숙원을 받아들여서 드디어 국가 기관으로 승격한 국립 국어 연구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국립 국어 연구원은 언뜻 국어 연구소를 확대 개편하여 법정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글자 그대로 환골탈태한 기관이다. 위상이나 규모에서 전혀 새로운 연구 기관인 것이다. 나라의 어문 정책의 명실상부한 상실인 셈이다. 국립 국어 연구원에서는 어문 정책의 기반을 다지고 합리적인 어문 정책의 수립을 뒷받침할 사업들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사업의 하나로서 계간 잡지 '새국어생활'을 펴내게 되었다.
    '새국어생활'은 국어 연구소에서 발행하여 온 '국어생활'을 새로이 계승한다는 뜻으로만 제호를 고친 것이 아니다. 나라의 어문 정책을 널리 알리고, 국어와 한글에 관련된 여러 정보와 전문가의 연구 성과를 독자에게 제공하여 온 국민의 국어 생활이 새 모습을 갖도록 한다는 잡지 간행의 뜻이 더 많이 담겨져 있다. 다시 말하면 종래의 '국어생활'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서 새 국어 생활의 길잡이가 되도록 하는 뜻으로 '새국어생활'이 간행된다. 이러한 뜻이 이루어지는 데는 우리 나름의 노력도 중요하나, 우리의 말과 글에 관심 있는 독자의 힘이 요청된다. 그러한 분들의 아낌없는 지도와 엄한 채찍을 바라 마지않는다. '새국어생활'을 간행하는 배경과 뜻을 밝히면서 독자의 도움을 부탁하는 간행사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