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의 변천과 실태

김세중/국어 연구소 연구원·언어학

      Ⅰ. 머리말

  이 글은 서구어에서 차용한 외래어의 표기에 대한 역사를 개괄하고 현재의 외래어 표기 실태에 대해 조사, 분석한 것이다. 오늘날 국어에는 인구어로부터 들어온 차용어가 많이 있다. 이러한 외래어는 국민의 일상 회화에서, 잡지의 이름에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이름에서, 기업과 가게의 이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래서 외래어를 빼고는 언어생활을 온전히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래어는 국어의 어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외래어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있는 반면에 고유어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있다. 따라서 외래어는 국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과 고유어의 비중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부정적 측면 때문에 외래어는 늘 순화의 대상으로 생각되어 왔다. 한편 외래어에 대해서는 표기가 문제되어 왔다. 한 단어를 두고 연령층에 따라, 이 국어에 익숙한 정도에 따라, 또 지방에 따라 표기가 다름으로 인해 표기의 통일이 요구되어 왔다. 이 글은 표기 문제만을 다룬다. 특히 우리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중에서 회사 이름에 쓰이고 있는 외래어의 표기에 대하여 현행 외래어 표기법 및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의 규정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면들을 고찰하였다.


      Ⅱ. 외래어 표기의 변천

  외래어 표기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기에 앞서 외래어의 개념부터 정리해 보아야 하겠다.
      1. 외래어는 국어이다.
      2. 외래어 사이에는 국어화한 정도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외래어가 외국어와 구별되는 것은 외래어는 국어에 동화되어 국어 어휘를 구성하는 말이지만 외국어는 다른 나라 말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래어도 국어라면 외래어를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세계의 어떤 언어도 외래어가 없는 언어는 없다. 다만 고유어가 있음에도 이를 버리고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외래어는 차용된 지 오래 되어 언중이 다른 나라 말에서 들어온 말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말에서부터 아주 최근에 들어와서 아직 생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전자에 드는 말로 ‘담배, 빵, 고무, 구두, 가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담배’는 차용어임이 분명하나 대부분의 국어사전에서 원어가 밝혀져 있지 않으며 ‘빵’은 국어사전에 포르투갈 어로부터의 차용어임이 대체로 밝혀져 있다. 그러나 언어학의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은 ‘빵’이 외래어인 줄 잘 모르며, 안다 하더라도 어느 언어로부터의 차용어인지 잘 알지 못한다. 반면에 최근에 들어와서 아직 언중에게 생소한 말로는 ‘컴퓨터, 콤팩트 디스크, 캠코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컴퓨터’는 60년대의 국어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을 정도로 최근에 들어온 말이면서도 짧은 기간 동안에 급속도로 퍼져서 이제는 친숙한 말이 되었다. 그러나 ‘콤팩트 디스크, 캠코더’ 등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생소한 말이어서 과연 국어 어휘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말이 외래어냐 외국어냐에 대한 답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앵커’니 ‘멘트’니 하는 말은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말이어서 그들의 언어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휘이지만 방송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낯선 말일 수 있다. ‘펑고’라는 말은 야구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외래어이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낯선 말이다. 결국 어떤 말을 놓고 개인들끼리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를 다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사람마다 지식의 수준이 다르고 종사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이 언중의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뒤에 판정을 내려 주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외국어가 아닌 외래어라고 판단이 내려지면 그 말은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게 된다.
  국어에 외래어는 이른 시기부터 들어왔다. 국어에 들어온 외래어 중에 중국어에서 들어온 어휘의 비중이 단연 크다. 이들은 중국어 구어에서 차용된 것도 있고 한문을 통해 들어온 것도 있다. 오늘날 국어 어휘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는 대개 중국어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이들 어휘도 넓은 의미의 외래어에 속한다. 그러나 한자어라고 모두 차용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조어된 한자어도 있기 때문이다. 고대 국어에서 근대 국어까지 중국어 외에 서역어, 동로마제국어, 범어, 몽고어, 여진어, 만주어, 서구제어에서 차용어는 수용되었다. 서역어, 동로마제국어, 범어로부터의 차용어는 한문을 통한 간접 차용어이고 몽고어, 여진어, 만주어로부터의 차용어는 구어를 통한 직접 차용어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날 대중의 언어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서구어, 즉 인구어로부터 차용어가 들어오게 된다. 20세기 전반기에 일제의 지배하에서는 일본어가 쏟아져 들어와서 해방된 지 45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 구석구석에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일본어로부터는 일본어 구어뿐 아니라 일본식 한자어도 함께 들어왔고 지금도 들어오고 있다. 해방 후에 들어서는 서구어, 특히 영어로부터 외래어가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은 19세기 후반부터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래 문물과 함께 들어온 서구어계 외래어의 표기이다. 체계적인 외래어 표기법이 정해지기 전인 1940년까지에 대해서는 교과서, 신문, 잡지, 사전에 나타나는 외국의 지명, 인명과 일반 명사에 대한 표기 양상을 살펴보고 1940년 이후는 표기법의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겠다.


        ‘국민소학독본’(1895)

  갑오경장 다음 해인 1895년에 학부에서 펴낸 국어 교과서인 ‘국민소학독본’에는 외국 지명이 한자 또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영국의 런던이 倫敦으로, 템즈 강이 뎸스 강으로 되어 있다. 오늘날 표기의 뉴욕은 紐約, 허드슨 강은 하도손 강, 브루클린은 브로클닌, 브로드웨이는 부로두웨, 월은 웰, 사우스는 사우스, 가필드는 흴드, 흴드, 오하이오는 어하이어, 오하요, 오하이오, 제임스는 쎼임스, 토머스는 토마스, 클리블랜드는 클니브난드, 클니블난드, 링컨은 닝콘, 제노바는 제노와, 그리스도는 구리스도, 콜럼버스는 거론부스, 고런부스, 보스톤은 버스던, 필라델피아는 하라텔히아, 로키는 롯기, 펜실베이니아는 변실바니아, 뉴저지는 뉴졜시, 캘리포니아는 가리헐니아, 네바다는 녜바다, 일리노이는 일리노스, 미주리는 미셰리, 매사추세츠는 마씨제셰로 적고 있다. 워싱턴은 華盛頓으로 적고 있다. [f]를 ‘ㅎ’에 대응시킨 점, 어중의 [l]에 ‘ㄹㄹ’ 아닌 ‘ㄹ’을 대응시킨 점은 오늘날에도 발견되는 점이다. 동일 지명이 같은 과에서도 달리 표기되는 것으로 보아 표기에 일관성을 꾀하려는 의식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독닙신문’(1896~1899)

  1896년에 창간된 ‘독닙신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영문과 겸해서)으로 격일로 발행되었다. 기사의 어휘를 살펴보면 서구어에서 들어온 일반 외래어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당시에 서구어계 일반 외래어가 국어에 거의 차용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외국의 지명, 인명은 거의 매호에 나타나는데 ‘아메리가, 아미리카’(아메리카), ‘규바’(쿠바), ‘셔바나, 셔반아, 셔반나, 셰바나’(서반아), ‘이탈니, 이탈이, 이이, 이리’(이탈리아), ‘프리가, 아프리가’(아프리카), ‘니홍쟝, 리홍쟝’(이홍장), ‘불난셔, 불란셔’(불란서), ‘동골라, 동골아’, ‘계타운’(케이프타운), ‘마타벌’, ‘이등박문’, ‘코편헤근’(코펜하겐), ‘파리스’(파리), ‘비에나’(빈), ‘반큐버’(밴쿠버), ‘변이주엘아’(베네수엘라), ‘노보스틔’(노보스티) 등이 보인다(괄호 안은 오늘날의 표기). 표기에 일관성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의 이름을 원지음이 아닌 우리 한자음으로 적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지석영(1908) ‘아학편’과 이능화(1909)

  정약용 저, 지석영 주석 ‘아학편’(1908)은 서구어에 대해 체계적인 한글 표기를 하고 있다. child를 ‘촤일드’라 하고 learn을 ‘을러언’, book를 ‘크’라고 해 놓고 있다. 그러나 외국어의 발음을 정확히 가르치기 위한 표기이므로 외래어의 한글 표기와는 거리가 멀다. 또 1909년 국문연구소의 이능화 위원은 철자법에 관한 의견에서 유럽어음의 음역을 주장하면서 Europe을 ‘유러ㅍ’, Egypt를 ‘이지ㅍㅌ’로 표기하는 식의 서구어 음역 방법을 제안하였다. 외국의 지명, 인명도 국어에서 사용되면 국어의 철자법에 따라 적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지나친 주장이라 하겠다.


        ‘소년’(1908~1911)

  1908년 11월 1일 창간된 ‘소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잡지인데 구미 각국의 역사, 지리, 문학에 대해 매우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서구의 지명, 인명에 대한 표기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데 이전의 교과서, 신문과 비교해서 상당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아메리카’(아메리카), ‘로오마’(로마), ‘오하이오’(오하이오), ‘터어키’(터키), ‘아라비아’(아라비아) 등은 오늘날의 표기와 똑같거나 접근해 있다. 그런데 원음을 충실하게 표기하기 위하여 한글 자모 외의 기호를 썼다. 마찰음 [f]와 [θ], [v]를 ‘ㅍ’, ‘ㄷ’, ‘ㅂ’ 왼쪽에 동그라미를 넣어 표기하였고, 어중의 [l]은 ‘ㄹㄴ’으로 적어서 ‘스코틀낸드’, ‘니버’, ‘나폴네온’ 등으로 하고 있다. [s]는 된소리 ‘ㅆ’으로 적어서 ‘에쓰키모’, ‘케싸르’이다.


        ‘조선어사전’(1920)

  이것은 조선총독부에서 1910년대의 우리말을 조사하여 만든 한일사전인데 서구어에서 차용된 외래어는 올라 있지 않다.


        ‘중등교육조선어급한문독본’(1933)

  1933년에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교과서 ‘중등교육조선어급한문독본’에는 일반 외래어와 외국 지명, 인명이 나타난다. 아-취(아치), 푸로샤(프러시아), 슈타인(시타인), 메돌(미터), 에디손(에디슨), 뉴욕(뉴욕), 빠나나(바나나), 깨소린(가솔린), 스티분손(스티븐슨), 품푸(펌프), 와이람(와일람), 로버-트(로버트), 스톡톤(스톡턴), 리버-풀(리버풀), 만췌스터(맨체스터), 테-불(테이블), 클로드(클로스), 페-지(페이지), 카-네기(카네기)가 예이다. 표기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말하기에는 예가 부족하기는 하나 나타난 것만 가지고 보면 특이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음 표시를 ‘-’로 하였다. 둘째, 이중 모음 [ei]를 모음 ‘에’에 대응시켰다. 다만 장모음으로 했다. 셋째, [ʧ]를 어말에서 ‘취’에, 모음 앞에서는 ‘추’에 대응시켰다. 넷째, 원어의 어두 유성 자음을 된소리로 표기했다. (빠나나, 깨소린) 다섯째, 순음 계열 자음 다음에 모음은 ‘으’ 대신 ‘우’를 썼다(스티븐손, 테-불). 그러나 ‘에디손’을 보면 철자에 의존해 한글 전사를 한 예도 있음을 본다. 여섯째, [Ɵ]를 ‘스’ 아닌 ‘드’에 대응시켰다(클로드). 일곱째, 일본식 영어 발음에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 (메돌)


        이종국(1937) ‘모던조선외래어사전’

  이종극은 3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주로 신문, 잡지, 문학 작품에서 외래어 수집을 한 결과 14,000여 개를 모아 1933년에 ‘모던조선외래어사전’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인쇄가 완료된 것은 1936년이었고 출판이 된 것은 1937년이었다. 이 사전은 외래어의 발음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했는데 같은 단어이지만 표기가 여럿일 경우 그 모두를 표제어로 올렸다. 대표 표기를 정해서 대표 표기가 아닌 표기는 대표 표기를 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뻐스’와 ‘빠스’를 모두 표제어로 올리되 ‘뻐스’를 대표 표기로 해서 ‘승합자동차, 자동차’로 뜻풀이를 함과 아울러 출전을 밝히고 ‘빠스’는 ‘빠스’=‘뻐스’라고 해 놓았다. 표기에 있어서 장모음을 ‘-’으로 나타내었고 원음을 충실히 나타내기 위하여 원어에서 [f], [v]음인 단어를 국어의 표기에 쓰이지 않는 ‘◦ㅍ’과 ‘◦ㅂ’으로 적었다. 표기의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원어의 한 음소가 국어의 여러 음소에 대응되는 예가 많아 무척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dry ice는 ‘뜨라이·아이쓰’라고 하면서 dry gin은 ‘드라이·진’이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표기의 무원칙은 사전 편찬자의 탓이 아님은 물론이다. 당시에 외래어의 표기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외래어 사용자마다 다른 원칙을 적용한 결과이다. 이종극의 ‘모던조선외래어사전’은 당시의 지식층에서 사용되었던 외래어를 수집해 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세영(1938) ‘조선어사전’

  문세영(1938)의 ‘조선어사전’은 최초의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전의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에 외국의 지명, 인명과 일반 용어가 전혀 실려 있지 않은 반면에 엄청난 양의 외래어가 수록되어 있다. 일러두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말은 그 말에 가장 가까운 발음을 취하고 원어도 참고로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표기의 기준이라고는 ‘그 말에 가장 가까운 발음을 취함’밖에는 없고 실제 표기 예에서 표기의 원칙을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외래어의 수가 매우 많아서 오늘날의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말들조차 있다. 예를 들어 ‘파마시(pharmacy)’, ‘스쿨(school)’, ‘써퍼‘(supper)’, ‘메도드(method)’가 외래어로 올라 있다.
  이중 모음 [ei]가 ‘에’에 대응되어 있다. table, paper, base, cable, case, cocktail이 ‘테불’, ‘페퍼’, ‘뻬쓰’, ‘케불’, ‘케쓰’, ‘칵텔’로 되어 있다.
  [Ә]는 ‘아’에 대응되어 있다. crystal, technical, trpical이 ‘크리스탈’‘테크니칼’, ‘티피칼’로 되어 있다.
  [ʃən], [ʧən]은 ‘슌’, ‘츈’으로 대응되어 있다. fashion, question이 ‘퍗슌, ’퀘스츈‘으로 되어 있다.
  [æ]는 ‘아’에 대응되어 있다. fashion, pass가 ‘팟슌’, ‘파스’로 되어 있다.
  [ʌ]는 단어에 따라 ‘아’와 ‘어’에 대응되어 있다. double은 ‘따블’, couple, focus는 ‘커플’, ‘포커스’로 되어 있다.
  어말의 [ʧ]가 ‘취’에 대응되어 있다. speech, sketch가 ‘스피취’, ‘스케취’로 되어 있다.
  국어에 안 쓰이는 모음 결합을 외래어 표기에 쓰고 있다. queen은 ‘’이라 하고 있다.
  ‘ㅊ’ 다음에 단모음 아닌 이중 모음을 쓰고 있다. teacher, christian, question이 ‘티쳐’, ‘크리스챤’, ‘퀘스츈’으로 되어 있다.
  어두 아닌 자리에서[s]가 대체로 ‘ㅆ’로 되어 있다. text, system, taxi, boss가 ‘텍쓰트’, ‘씨쓰템’, ‘택씨’, ‘보쓰’로 되어 있다. 그런데 bonus, service는 ‘뽀너스’, ‘써비스’라 하여 ‘ㅅ’으로 대응한 경우도 있다.
  원어의 어두 유성 자음을 된소리에 대응시키고 있다. gasoline, boy가 ‘까소린’, ‘뽀이’로 되어 있다.
  파열음의 받침을 원어의 철자로써 표기하고 있다. cupid, pocket, cup, cut, stop, mistake이 ‘큐핃’, ‘포켙’, ‘컾’, ‘컽’, ‘스톺’, ‘미스테잌’으로 되어 있다.
  [pl], [pr]의 [p]와 [fr]의 [f]를 ‘푸’에 대응시키고 있다. pride, spring, plan, fry가 ‘푸라이드’, ‘스푸링’, ‘풀랜’, ‘푸라이’로 되어 있다.


        1941년 ‘외래어표기법통일안’(조선어 학회)

  조선어 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은 외래어 표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6장 제60항. 외래어를 표기할 적에는 다음의 조건을 원칙으로 한다.
1. 새 문자나 부호를 쓰지 아니한다.
2. 표음주의를 취한다.
  이 조항은 한글 맞춤법이 30년대와 40년대에 몇 차례의 부분 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새 문자나 부호를 쓰지 않는다는 규정은 외래어도 이미 국어이기 때문에 국어에 쓰이지 않는 부가적인 기호를 써서 원지음을 나타내 줄 필요가 없음을 밝힌 것괴 표음주의를 취한다는 것은 ‘철자’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원어의 ‘발음’을 따라 표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래어 표기의 큰 원칙은 지금까지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1920년대까지의 신문, 잡지, 교과서, 문학 작품 등에서의 외래어 표기의 혼란을 해소할 목적으로 1931년 1월 24일 각계 권위 45인으로 조직, 개최된 ‘외래어표기법급부수문제협의회’는 외래어 및 외국 인명, 지명 등의 표기 문제를 조선어 학회에 위탁하였다. 그리하여 책임 위원 3인(정인섭, 이극로, 이희승)이 외래어표기법, 일어음표기법, 조선어음라마자표기법, 조선어음만국음성기호표기법을 기초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약 8년 동안 연구 심의를 거듭한 결과 1938년 가을에 이르러 위의 네 종류의 표기법이 작성되었다. 그러나 이들을 즉각 시행하지 않고 실용상 완벽을 기하기 위해 조선어 학회 발행의 월간지 및 각종 간행물에 2년 동안 실제로 시험 적용해 보았다. 그리고 작성된 표기법안을 언론계, 문필계, 교육계 기타 각 방면의 명사 300여 명에 제시하여 비평과 정정을 받아서 학회가 최종 결정안을 지어서 사회에 발표한 것은 1940년 6월 25일이었다. 그러나 인쇄, 발행된 것은 이듬해인 1941년 1월이었다. 총칙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총칙
1.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함에는 원어의 철자나 어법적 형태의 어떠함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표음주의로 하되, 현재 사용하는 한글의 자모와 자형만으로써 적는다.
2. 표음은 원어의 발음을 정확히 표시한 만국음성기호를 표준으로 하여 아래의 대조표에 의하여 적음을 원칙으로 한다.
  1은 이미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외래어 표기 규정에서 밝혀진 원칙이다. 2는 원어의 발음을 한글로 옮기되 만국음성기호로 바꾸어 ‘만국음성기호와 한글의 대조표’에 따라 적어야 함을 밝혔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와 다른 것은 자음에 있어서는 마찰음 [Ɵ]를 ‘ㅅ’이 아니라 ‘ㄷ’에 대응시킨 점, 영어의 어말의 [ʃ]를 ‘시’가 아니라 ‘쉬’에 대응시킨 점이다. 모음에 있어서는 [ʌ]를 ‘어’가 아니라 ‘아’에 대응시킨 점이 지금의 표기법과 다르다. 제15항은 관용 형태에 관한 규정인데 “이미 널리 또는 오래 관습되어 아주 굳어진 어음은 굳어진 그대로 적는다.”고 하고 그리스도(Christ), 남포(lamp), 고무(gum), 와이샤쓰(white shirt)를 예로 들었다. [f]를 ‘ㅎ’ 아닌 ‘ㅍ’에 대응시킨 점, 프랑스 어의 무성 자음을 된소리 아닌 격음에 대응시킨 점, 이중 모음 [ou]를 ‘오우’ 아닌 ‘오’에 대응시킨 점은 현재의 표기법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굳어진 말에 대한 총 목록이 제시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전체적으로 지금의 외래어 표기법과 대동소이하다. 이 표기법은 한글 학회 ‘큰사전’(1957)에서 지켜졌다. 그래서 ‘큰사전’에는 three가 ‘드리’, dash가 ‘대쉬’, rugby가 ‘락비’로 되어 있는데 오늘날은 ‘스리’, ‘대시’, ‘럭비’이다.

        1958년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문교부)

  1948년 문교부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을 새로 제정하였는데 이 표기법은 한글 자모 이외의 글자와 부호를 사용하는 등 아주 복잡하여 일반이 사용하기 어려웠고 문교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1956년부터 국어심의 위원회 외래어표기분과위원회로 하여금 로마자의 한글화와 한글의 로마자화의 방안을 동시에 심의, 연구할 것을 위임하였다. 이 위원회는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을 1958년 9월 30일에 확정했고 문교부 장관은 1958년 10월 20일에 채택, 발표하였다. 마찰음 [ʃ]를 ‘쉬’에서 ‘시’로, 파찰음 [ʣ]를 ‘즈’에서 ‘쯔’로, 모음 [ʌ]를 ‘아’에서 ‘어’로, [ou]를 ‘오’에서 ‘오우’로 하고, “장모음은 동일 모음을 거듭하여 표기함을 원칙으로 하되, 안 적을 수도 있다.”고 하여 장모음을 표기에 반영한 점이 1940년의 조선어 학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과 달라졌다. 그러나 1958년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은 음성 기호와 한글의 대조표만을 제시한 데 그쳤을 뿐 아니라 거의 영어만을 고려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보충하기 위하여 문교부는 1959년부터 1963년까지 편수 자료 1호에서 4집을 발간하였다. 편수 자료 1호는 전 해에 발표된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을 되풀이한 뒤 ‘교과서의 외래어 표기’라는 별도의 규정을 두었는데 여기서 파찰음 [dz]가 초성일 때는 ‘쟈, 져, 죠, 쥬’로 적는다고 하였고, 비음 [ɳ]이 모음 앞에 있을 때는 ‘ㄱ’을 더한다고 하였다. 이는 현행 표기법에서 폐기되는 조항이다. 또 1959년 10월의 편수 자료 2호는 외국 지명의 한글 표기에 대한 예를 제시하였다. 1960년 11월에는 편수 자료 3호를 내었는데 ‘로마자 한글 표기 세칙’이라 하여 이때에 비로소 영어, 독일어, 프랑스 어, 이탈리아 어, 일본어, 중국어의 표기 세칙이 만들어졌다. 1963년에 7월에 나온 편수 자료 4집은 편수 자료 2호의 보완판인데 인명 표기가 추가되었다. 이렇게 외래어 표기의 규정이 분산이 되었을 뿐 아니라 상호 모순되는 점까지 나타나 표기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게 됨에 따라 문교부는 외래어 표기법을 재검토하여 1969년 5월에 장음 표시를 폐기하고 프랑스 어에서 어두 유성 자음을 된소리로 표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새 표기안을 만들었으나 실시하지 못한 채 묻혀 버렸고 1977년부터 다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1986년 고시된 현행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1977년에 시작된 구 문교부 표기법의 개정 작업은 거의 10년이나 걸려 1986년 1월에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확정, 고시하기에 이르렀다. 구 표기법(1958년 문교부)과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찰음 [Ɵ]을 ‘ㄷ’에서 ‘ㅅ’으로 바꾸었다. 둘째, 이중 모음 [ou]는 ‘오우’에서 ‘오’로 바꾸었다. 셋째, 장모음은 표기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넷째, 파열음에 된소리를 쓰지 않기로 하였다. 다섯째, 복합어는 각 단어의 표기대로 적도록 하였다. 여섯째, 모음 사이의 [ɳ]은 ‘ㅇ’으로 하였다. 일곱째, 어말과 자음 앞의 유성 파열음 [b], [d], [g]는 ‘으’를 붙여 적기로 하였다. 여덟째, 단모음 뒤의 어말 무성 파열음 [k], [t], [p]만 받침으로 적기로 하였다. 아홉째, 파열음 ‘ㅈ, ㅊ’ 다음에는 ‘ㅑ, ㅕ, ㅛ, ㅠ’를 쓰지 않고 ‘ㅏ, ㅓ, ㅗ, ㅜ’를 쓰기로 하였다. 이 밖에 에스파냐 어, 이탈리아어의 표기 세칙이 신설되었다.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되고 이어 지명, 인명에 대한 표기 용례집이 1986년 5월에 나왔는데 여기에서 몇 가지 조항이 덧붙여졌다. 영어의 표기에 있어 어말의 a[ə]를 ‘아’로 적기로 하고, 어말의 s[z]‘스’로 적기로 한 것은 외래어 표기법의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와 갈등을 빚는 조치였다. 이 밖에 원음을 알기 어려운 언어의 지명, 인명에 대한 표기는 발음이 아닌 철자를 기준으로 표기 세칙이 정해졌고, 그리스 어, 러시아 어, 라틴 어의 지명, 인명에 대한 표기 세칙이 보충되었다.
  1988년 8월에는 일반 용어에 대한 외래어 표기 용례집이 발간되었다. 여기에는 8,302개의 일반 용어가 수록되어 있는데 원어의 철자를 제시하고 그 한글 표기를 밝혀 놓았다. 이 용례집에는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외래어 표기법 영어의 표기 세칙의 규정을 원어가 1음절 단어일 경우 [t]에 대해서만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즉 net, set, dot, mat 등을 ‘네트’, ‘세트’, ‘도트’, ‘매트’로 하고 있다. 그리고 원어가 1음절 단어일 때 [k]에 대해서는 대체로 표기 세칙을 따라 받침으로 적되 lock, knock, check, rack, shock는 [t]에서와 같이 ‘로크’, ‘노크’, ‘체크’, ‘래크’, ‘쇼크’로 하고 있다.


        Ⅲ. 회사 이름 속의 외래어 표기

  외래어의 표기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다. 교과서, 일간 신문의 기사, 잡지의 제호, 잡지의 기사, 출판되는 책의 제목, 책의 내용, 각종 광고, 텔레비전의 자막 등에서 외래어는 숱하게 쓰이고 있다. 필자는 우선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의 이름에 나타나는 외래어의 표기를 조사해 보았다.
  우리나라 기업 이름은 한자어 회사명과 서구어계 외래어 회사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유어로만 된 것 또는 고유어가 회사 이름(단어보다 큰 단위가 보통임)의 일부인 것은 예외적인 형편이다. ‘회사연감’(1990년 매일경제신문사 발간)에 수록된 전체 10,881개의 회사 가운데 이름에 외래어가 포함된 회사는 2,060개로서 18%에 달했다. 그러나 이 비율은 ‘회사연감’을 토대로 한 것이므로 ‘회사연감’에 오르지 않은 군소 회사들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거리의 경양식집, 옷 가게, 술집의 이름은 외래어이거나 또는 원어가 분명치 않은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외래어로 된 회사 이름에도 다양한 종류가 포함되어 있다. 일반 명사인 것과 지명이나 기타 고유 명사인 것, 그 밖에 속하는 것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이들 모두들 외래어의 범주에 넣어서 표기 문제를 고찰하였다.
  우리나라의 외래어 표기법 (1986.1.7. 문교부 고시)은 1958년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을 개정한 것으로서, 외래어의 표기법과 외국어의 한글 표기법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어의 한글 표기법이 아니다 하더라도 외국 지명, 인명 등 고유 명사의 표기 방법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왜냐하면 일반 명사의 경우 관용 형태가 많고 지명, 인명의 경우에는 관용 형태가 있기는 하지만 그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1986년에 고시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1986년과 1988년에 각각 지명, 인명과 일반 용어에 걸쳐 외래어 표기 용례집이 나옴으로써 관용 형태에 대한 규정이 보충되었다. 따라서 현행 외래어 표기는 1986년 1월에 고시된 ‘외래어 표기법’과 그 이후 1986년 1988년에 각각 나온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과 ‘외래어 표기 용례집’(일반 용어)를 함께 참고함으로써 완전히 따를 수 있다.
  회사 이름의 외래어 표기가 현행 외래어 표기 규범과 어긋난 것을 살펴보겠다.


    1. 모음

  서구어계 외래어라고는 하나 회사의 이름에는 영어에서 들어온 말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는 철자와 발음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다.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은 그 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복잡한 철자와 발음의 관계를 단순화시켜서 a는 ‘아’, e는 ‘에’에 대응시키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은 관용 형태가 아닌 한 ‘철자’가 아니라 원지음의 ‘발음’을 바탕으로 한글 표기를 하도록 하고 있어서 여기서 규범(표기법)과 현실의 괴리가 생겨난다.


        (1) a[ə]를 ‘어’ 아닌 ‘아’로 한 예

  영어에서 -nal로 끝나는 단어 national, international, terminal, cardinal이 우리나라 회사 이름에 쓰여서 한글로 적힐 때 ‘널’보다 ‘날’로 적힌 경우가 더 많다. national의 경우 ‘내셔널’로 쓰는 회사가 5개, ‘내쇼날’로 쓰는 회사가 6개이며, international의 경우는 ‘인터내셔널’, ‘인터내셔날’, ‘인터내쇼날’, ‘인터나쇼날’이 각각 2, 10, 1, 17, terminal의 경우는 ‘터미널’이 10, ‘터미날’이 14개로 세 경우 모두 ‘널’보다는 ‘날’이 많다. ‘어’가 발음될 때 높이나 전후에 있어 극단에 있지 않고 중간에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보인다. ‘내셔널’은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 없고 단지 ‘내셔널리즘’이 있으며 ‘인커내셔널’과 ‘터미널’은 용례집에 있다.
  영어에서 -ral로 끝나는 단어 central, general도 우리나라 회사 이름에 쓰이는데 central은 ‘쎈추럴’이 1, ‘센트랄’이 3, general은 ‘제너럴’이 1, ‘제네랄’이 3으로서 역시 ‘랄’로 쓰는 경향이 우세하다.
  영어에서 -cal로 끝나는 단어로 chemical, medical, opical이 우리나라 회사 이름에서 쓰이는데 chemical은 ‘케미컬’로 쓰는 곳은 하나도 없이 12개의 회사가 모두 ‘케미칼’이며 medical은 3개의 회사가 모두 ‘메디컬’ 아닌 ‘메디칼’이다.
  royal의 경우는 용례집에 royal 단독으로 나와 있지 않고 royal box, royal jelly가 각각 ‘로열 박스’, ‘로열 젤리’로 나와 있는데 회사 이름 17개는 모두 ‘로얄’이다.
  capital은 한 군데 쓰이는데 ‘캐피탈’로 쓰고 있고 호텔 intercontinental은 ‘인터콘티넨탈’로 쓰고 있다. digital도 한 군데인데 ‘디지탈’도 ‘디지털’도 아닌 ‘디지틀’로 쓰고 있어 이채롭다. 용례집에서는 ‘디지털’로 되어 있다.
  어말이 a로 끝나는 영어 단어 data, media를 쓰는 회사도 있는데 data의 경우는 12개의 회사가 모두 ‘데이타’를 쓰고 있다. 용례집에는 ‘데이터’로 되어 있다. 반대로 media의 경우는 4개가 ‘미디어’이고 1개가 ‘미디아’이다.
  첫 음절의 a가 원음에서 [ə]로 소리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로 적는 경향이 강하다. marine이 ‘마린’으로 gazette가 ‘가제트’로 적히고 있다.
  단 pacific만은 ‘파시픽’으로 하는 데가 없고 10군데 중 ‘퍼시픽’이 8, ‘패시픽’이 2이다.


        (2) a[æ]를 ‘애’ 아닌 ‘아’로 한 예

  access, champion, Alaska, international, Canada, fastener, gasket, span, kangaroo, valve, chassis, palace, parachute, paradise, trans, valve가 철자 a을 가지면서 영어 발음이 [æ]인데 표기법에 따르면 ‘애’에 대응하게 되어 있고 용례집에서도 대체로 ‘애’로 대응해 놓았으나 회사 이름에서는 대부분 ‘아’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international은 30군데 중에서 단 하나만이 ‘내’이고 나머지는 모두 ‘나’이다. 또 paradise는 6개 회사 모두가 ‘패러다이스’ 아닌 ‘파라다이스’이다.


        (3) e[i]를 ‘이’ 아닌 ‘에’로 한 예

  위에서 철자 a가 원어에서 [ə]와 [æ]로 나는 데도 철자에 이끌려서 ‘아’로 적는 예를 보았다. 마찬가지로 e가 [i]로 남에도 불구하고 ‘에’에 대응시키는 경향이 있다. express, benefit, business, elephant, elevator, explosafe, element, gasket, electric, stainless, superior, oilless에서 그러하다. business의 경우 모두 네 군데인데 셋이 ‘비지네스’이고 하나가 ‘비지니스’이다. 그러나 용례집에는 ‘비즈니스’로 되어 있다. stainless의 경우는 모두 5개인데 전부 ‘스텐레스’이고 ‘스텐리스’(또는 ‘스테인리스’)는 없다.


        (4) e[ə]를 ‘어’ 아닌 ‘에’로 한 예

  element, general, nederland가 회사 이름에 나타나는데 두 번째 철자 e는 원음에서 [ə]로 발음된다. 따라서 ‘어’로 적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에’로 적는 경향이 있다. general은 모두 네 군데인데 전부가 ‘제너럴’아닌 ‘제네랄’로 적고 있다.


        (5) o[ə]를 ‘어’ 아닌 ‘오’로 한 예

  철자 o가 [ə]로 소리 남에도 철자에 이끌려 ‘오’로 적는 예로는 champion, computer, consultant, container, control, conveyor, corporation, international, collection, mycom, lion, pilot, production, union, kotion, promotion, Boston Hamilton이 있다. union은 모두 23군데 나타나는데 모두 ‘유니온’이고 ‘유니언’은 한 군데도 없다. 용례집에도 ‘유니언’으로 되어 있다.


        (6) o[ʌ], ou[ʌ]를 ‘어’ 아닌 ‘아’로 한 예

  [ʌ]는 ‘어’와 ‘아’의 사이에 있다. 1940년 조선어 학회의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아’에, 1958년 문교부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은 ‘어’에,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어’에, 현행 북한의 외국말 적기법은 ‘아’에 대응시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회사 이름에서는 대체로 ‘아’에 대응시키고 있다. clutch, custom, duct, durban, inductotherm, lotus, pulp, sunny, brush, brother, color, country, honeymoon, honeywell이 이에 해당하는데, color의 경우는 모두 5개 중 ‘컬러’는 없고 전부 ‘칼라’이며 country는 모두 36개 중에서 ‘컨트리’는 4개뿐이며 나머지 32개가 ‘칸트리’이다. pul는 4개 모두가 ‘팔프’로 하고 있다.


        (7) er, or[ə(r)]을 ‘어’ 아닌 ‘아’로 한 예

  어말의 er, or은 영국 영어에서는 혀 말음(r coloring)이 없고 미국 영어에서는 혀 말음이 있다. 어느 경우이든 가장 가까운 국어음은 ‘어’이고 표기법에도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로 대응시키는 경향이 더 강하다. center, clover, filter, keeper, brothers, brothers, motor, parker, poster, master, center, sprinkler, tiger, trailer, color 및 core, esquire가 회사 이름에 나타나는데[ə(r)]를 ‘아’로 대응시키고 있다. 특히 center는 출현 빈도가 높은 편인데 모두 17개 중에서 ‘센터’가 6, ‘쎈터’가 1, ‘센타’가 10이다.


        (8) 모음에 관한 기타 사항

  business의 i는 영어에서 소리 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 말의 한글 표기에서 ‘이’를 넣어 ‘비지니스’라고 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다. 형용사형인 busy[bizi]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고 business의 철자 i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business가 나타나는 4개 회사 이름에서 모두 ‘지’로 하고 있다. 표기법대로 하면 ‘비즈니스’이고 용례집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film[film]은 ‘필름’이어야 한다. 그리고 원어인 film의 영어 발음은 한국 사람이 따라서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어말에서 자음 [l]과 [m]이 모음의 개입 없이 연결되는데 이러한 소리 연결은 국어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기법에서는 ‘으’를 넣도록 하고 있다. film이 들어가는 9개 회사 중에서 6개 회사는 ‘필름’이라고 하고 있지만 3개 회사는 ‘필림’이라 하고 있다.
  diamond는 9개 회사에서 이름에 쓰고 있는데 4개 회사만이 용례집에 제시된 ‘다이아몬드’를 쓰고 있고 5개 회사가 ‘다이야몬드’라고 한다.
  이 밖에 enterprise, excel, valve, leopard, multisun, pigeon, popular, rent-a-car, screw, bend, sponte, superchain, variant, inductotherm, Washington, Montreal, Boehringer에서 모음의 한글 전사가 표기법과 어긋나는 회사가 있다.
  장모음은 현행 표기법에서 표기에 반영하지 않기로 되어 있다. 이 점은 회사 이름의 표기에서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드물게 안 지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lease의 경우는 모두 17개 회사 중에서 16군데는 ‘리스’라고 하고 있으나 한 군데가 ‘리이스’라 하고 있다.
  이중 모음 [ei]를 단모음 ‘에’에 대응시킨 예는 의외로 흔히 발견된다.
  h, bakelite, brator, cable, Cambridge, case, radiant, radiator, stainless, stain, tape, trailer, stale이 그 예인데, stain 또는 stainless가 들어가는 다섯 군데의 회사가 모두 ‘스텐’을 쓰고 있다. cable의 경우는 세 군데 중 두 군데가 ‘케블’이고 한 군데가 ‘케이블’이다. 영어 철자 h를 ‘에이치’ 아닌 '에치‘로 표기한 회사도 많다.
  반대로 비록 원어에서는 이중 모음이지만 국어에서는 단모음으로 적기로 한 [ou]의 경우 ‘오우’로 표기한 예도 있다. bowling이 그 예로 ‘볼링’이어야 하나 ‘보울링’으로 적고 있는 회사가 하나 있다.
  외래어 표기에서 국어의 파찰음 ‘ㅈ, ㅊ’ 다음에는 이중 모음을 쓰지 않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channel, Christian, geogian, julia, manufacturer, pigeon, tree, upjohn, venture의 표기인 ‘챤넬’, ‘크리스챤’, ‘죠지안’, ‘쥬리아’, ‘매뉴팩쳐러’, ‘피죤’, ‘쮸리’, ‘업죤’, ‘벤쳐’가 그것이다.


    2. 자음

        (1) [ʃ], [ʧ]

  모음 앞의[ʃ]는 뒤따르는 모음 ɑ:, ӕ, ə, e, ɔ, u:, i와 함께 ‘샤’, ‘섀’, ‘셰’, ‘쇼’, ‘슈’, ‘시’로 적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shell, shering, sherer, shipping을 모두 ‘쉘’, ‘쉐링’, ‘쉬핑’으로 적고 있다. 원순성을 반영하기 위한 의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영어의 어말 [ʃ]는 ‘시’로 적게 되었는데도 brush를 ‘부라쉬’라고 적는 회사가 있다.


        (2) 어중의 [l]이 모음 앞에 올 때 ‘ㄹㄹ’을 쓰지 않은 예

  외래어 표기법의 영어의 표기 세칙은 어중의 [l]이 모음 앞에 올 때 ‘ㄹㄹ’로 적도록 하고 있으나 이 조항을 지키는 회사 이름은 흔하지 않다.
  floor, ailee, alumer, applied, atlas, bakelite, cellophan, cerplas, cilag, clean, clover, clutch, danpla, diplomat, dupllo, elevator, enpla, family, element, flange, flonic, flowcell, plastics, glass, gloaxo, gloria, insulo, julia, klueber, supplies, melamine, motorola, nylon, o'leary, palace, picadilly, placon, plant, plast, plastic, plaza, polymer, popular, reflexite, relay, poulenc, silicone, silo, smithkline, sprinkler, swallow, tarpaulin, teflon, telesis, trailer, necklace, vilene, Hewlett, melak, miraclean, perlite, valley가 회사 이름에 나타나면서 ‘ㄹ’을 겹쳐 표기하지 않은 예이다. 예를 들어 plastic(s)의 한글 표기는 18개 회사에서 나타나는데 모두가 ‘프라스틱’이다. nylon은 5개 회사에서 나타나는데 역시 모두 ‘나이론’이다. 용례집에는 둘 다 ‘플라스틱’, ‘나일론’으로 되어 있다.


        (3) 된소리를 쓰는 예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제1장 제4항에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용례집 제정 과정에도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져서 파열음 중에는 ‘삐라, 껌, 히로뽕, 빨치산’의 네 경우에만 된소리가 쓰이고 있다. 된소리를 쓰지 않으려는 태도는 마찰음에도 적용되고 있어서 영어 알파벳 c는 ‘시’, s는 ‘에스’로 용례집에서 정해 두었다. 이러한 된소리를 피하려는 정신은 회사 이름 표기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c, camus, cerplas, cilag, circuit, city, hokushin, inductotherm, iyasaka, sealant, supplies, service, otsuka, wako, pilot, seal, Security, servo, silo, soletanche, system, seagram, hidatsi, three, seven, siemens, 第一勸業銀行, summit, sun, sunny, sunstar의 한글 표기에서 된소리가 쓰이고 있다. 흥미 있는 것은 service의 경우는 모두 12개 회사 중에서 1개만이 ‘서비스’이고 11개가 ‘써비스’인 데 반해서 system의 경우는 모두 36개 회사 중에서 34개가 ‘시스템’이고 2개만이 ‘씨스템’이다. 회사 이름과는 상관없지만 최근의 신문 기사에서 system이 ‘시스팀’으로 흔히 적히고 있는 것은 원음을 쫓아가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용례집에 ‘시스템’으로 나와 있다. 원어에서 두음만을 따서 회사 이름에 적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C를 적은 20개 회사 중에서 ‘시’는 1, ‘씨’는 18, ‘씨이’는 1이다.


        (4) [f]를 ‘ㅍ’ 아닌 ‘ㅎ+(ㅜ/ㅗ)’로 한 예

  [f] 음은 두입술소리가 아니고 이입술소리이며 마찰음이다. 이 소리는 국어에 없는 소리이다. 1940년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이나 1958년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 현행 외래어 표기법 모두 ‘ㅍ’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모음 앞에서는 ‘ㅎ+ㅜ/ㅗ’에 대응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이 소리가 마찰음이므로 파열음인 ‘ㅍ’을 피하고 마찰음인 ‘ㅎ’으로 대응시키려는 데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floor, family, fashion, fastener, felt, ferrite, ferry, festo, fiber, fine, filter, fissler, flonic, flowcell, foseco, fountain, funny, pfizer, phoenix가 회사 이름에 나타나면서 [f]의 표기를 ‘ㅎ’으로 한 예이다. 예를 들어 family는 세 번 나오는데 ‘패미리’가 1, ‘훼미리’가 2이다. fashion은 모두 9개 중에서 ‘패션’이 5, ‘팻션’이 1, ‘팻숀’이 1, ‘훼숀’이 1, ‘횃숀’이 1이다. ferry는 4군데 모두 ‘훼리’이다.


        (5) 파열음을 받침으로 적지 않은 예

  영어의 표기 세칙에는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p]. [t], [k])은 받침으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잘 지켜지고 있지 않는 규정이다. 용례집도 관용을 별로 인정하지 않고 표기법을 대체로 적용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예로 abbot, benefit, dock, carpet, circuit, comet, diplomat, deck, dryvit, gasket, olympic, robot, stock, merak, gazette, lock, rocket가 있다. 용례집에는 circuit이 ‘서킷’인데 ‘써키트’로 표기되어 있고, rocket은 용례집에서 ‘로켓’이지만 모두 7개 회사 중에서 ‘로켓트’가 2, ‘로케트’가 5으로 ‘로켓’은 한 군데도 없다.
  거꾸로 ‘으’를 붙여야 할 데에 받침으로 쓰는 예도 있다. Cilag, ecolab, hipag, infomag이 회사 이름에서의 그러한 예다.


        (6) 어말 s의 문제

  철자 s는 유성음인 [z]로 날 때와 무성음인 [s]로 날 때가 있다. 외래어 표기법은 이들을 어말과 자음 앞에서 ‘-’를 붙여 각각 ‘즈’, ‘스’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외래어 표기 용례집(지명·인명) 편찬(1986년 봄)시의 보완 규정에 영어의 표기에 있어 어말의 -s[z]는 ‘스’로 적도록 해 놓아서 외래어 표기법과 충돌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현실 표기에 있어서도 다양한 표기가 혼재하고 있다. brothers, controls, manufacturers, supplies, overseas, systems, times가 이에 해당하는데 한 예로 systems를 보면 모두 7개 회사 중에서 ‘시스템스’가 3, ‘시스템즈’가 4이다. systems는 용례집에 나오지 않는다.


        (7) 자음에 관한 기타 사항들

  ‘ㅅ’을 까닭 없이 넣은 예로 Manhattan(맨햇턴), clutch(크랏치), fashion(팻숀), zett(젯트), knit(닛트), toppan(돗판)이 있고, 자음을 중복한 예로 channel(챤넬), niggyo(닉교), summit(썸밑), necklace(넥크레이스), lock(록크), packard(팩커드)가 있다. 또 받침을 잘못 넣은 예로는 clean lap(크린 랲), chipper(칲퍼), pack(퍀), sharp(샾), summit(썸밑)이 있다. 이 밖에 [t]를 ‘ㅌ’ 아닌 ‘ㅊ’으로 대응시킨 styropor(스치로폴), [k]를 ‘ㅋ’ 아닌 ‘ㄱ’에 대응시킨 catholic(가톨릭)이 있다.
  그리고 aluminium은 19개 회사에서 나타나는데 ‘알미늄’이 13이고 ‘알루미늄’이 6이다. 용례집에는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다. ‘루’를 탈락시키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이 밖에 bayer, ingelheim, and, catholic, concrete, liberman, cyanamid, elanco, elna, francia, fujitsu, inkel, mammoth, ohm, quigley, pillar, pilot, teranishi, Siemens가 자음의 표기에 있어 표기법이나 용례집과 일치하지 않는다.


        Ⅳ. 결론

  Ⅱ장에서 외래어 표기의 변천의 모습을 개괄하였고 Ⅲ장에서는 회사 이름에 나타나는 외래어 표기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외래어 표기법은 일제 말기인 1940년에 조선어 학회에서 만든 것이 시초이고 1958년에 문교부에서 새로 제정하였고 이를 1986년에 개정하였다. 두 차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간은 그대로 유지되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50년 전의 조선어 학회의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회사 이름의 외래어 표기에서 모음의 경우 발음을 따르지 않고 철자를 따라 한글 표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음의 경우 어중의 [l]을 ‘ㄹㄹ’로 적지 않고 ‘ㄹ’로만 적는 것, [f]를 ‘ㅍ’ 아닌 ‘ㅎ’으로 적는 것, 된소리를 쓰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규범과 현실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래어 표기법과 표기 용례집 준수에 대한 강력한 계몽, 홍보, 지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 문헌

강신항(1987), 서구 문명의 유입과 국어 생활의 변화, 전통문화와 서양 문화(Ⅰ) 85-111,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김민수(1984), 국어 정책론, 탑출판사.
남풍현(1985), 국어 속의 차용어-고대 국어에서 근대 국어까지, 국어생활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