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휘의 수집과 정리
조남호/성심 여대 강사•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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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는 끊임없이 변화·발전을 거듭한다. 새로운 어휘가 계속해서 생기고 변화를 거듭하다가 마침내는 사라지게 된다. 불과 한두 번 쓰이고 마는 어휘가 있는가 하면 수백 년 전의 문헌에서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어휘가 유사한 의미와 유사한 어형을 지닌 채 발견되기도 한다. 국어의 音韻이 수십 개에 불과하지만 음운의 결합으로 구성된 어휘의 數는 음운의 數의 수만 배에 해당한다. 그러면서도 개개의 단어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삶을 꾸려 가고 있다. 다른 단어와 때로는 공생하고 때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가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경쟁에서 패배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단어들도 부지기수다. 어휘가 모여 이루어지는 구나 문장의 수는 무한하여 수에 있어 어휘를 훨씬 앞지르지만 小數의 규칙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휘와 다르다. 규칙에 의해 예측이 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규칙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어휘이다.
數가 많고 사회적 公認을 거쳐야 어휘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휘에 대한 어떠한 관심에 앞서 필요한 작업이 어휘의 존재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 어휘의 수집과 체계적인 정리 작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방대한 양의 어휘를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이용하기 쉽도록 정리하는 것은 어휘를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나날의 생활에서 어휘를 구사하는 일반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여기서는 그동안 국어 어휘가 수집되어 온 성과를 바탕으로 국어의 어휘가 어떤 식으로 수집되고 정리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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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어휘의 수집과 정리는 우선 국어의 일반 어휘를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일반 어휘를 수집함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국어의 모든 어휘가 한 곳에 결집되고 각각의 어휘가 지닌 모든 언어 정보가 낱낱이 파악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어휘는 매일매일 끊임없이 改新된다. 국어가 사용되는 全 地域에서 일어나는 어휘의 改新을 모두 파악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하기 어렵다. 수집 목적에 합당한 어휘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하여 언어 연구자나 일반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어휘집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일반 어휘를 수집하여 필요한 언어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한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국어사전이다. 주로 일반 어휘를 수집하는 국어사전은 편찬 목적, 어휘의 수록 범위, 제공되는 정보에 따라 다시 여러 종류의 사전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전이든 수집 방침에 적합한 정보가 적절하게 체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 정도, 직업, 성장 환경 등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개인마다 알고 있는 어휘는 큰 편차를 보인다. 예컨대 도시 사람이 아주 친숙한 어휘를 농촌 사람은 전혀 모를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기도 어렵지 않다. 따라서 소수의 수집 책임자의 판단 아래 어휘 수집이 진행되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수집 방침에 적합한 어휘 및 어휘 정보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어휘 빈도 조사와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1)
국어사전의 편찬은 1900년대에 들어서 여러 차례 시도되지만 활자화된 최초의 국어사전이 나오는 것은 1938년 문세영의 ‘朝鮮語辭典’이다. 조선어 학회(한글 학회)의 ‘큰사전’은 1929년부터 편찬에 착수하여 우여곡절 끝에 1957년 완간된다. ‘큰사전’의 영향을 받은 사전들이 이후 여러 차례 나오게 되는데 현재는 신기철 · 신용철(1986)과 이희승(1982)가 널리 애용되고 있다.2)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업적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되지만, 현재의 사전들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발간된 국어사전들이 국어 화자의 언어생활에 규범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규범 사전답게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사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국어사전이 지닌 문제점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스런 현상이다. 자세한 논의는 그동안의 연구로 돌리고 여기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
일반 국어사전은 보통 가나다順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용법을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기는 쉽다. 그러나 語形을 모르거나 첫 음절이 기억나지 않을 때는 사전을 첫 장부터 넘겨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어휘의 가나다순 배열은 어휘의 개념 구조를 거의 배려하지 않은 배열 방법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어휘를 수집하여 정리할 때 다른 배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가나다순 배열이 지닌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유재원 (1985)는 ‘한글 학회 지은 새 한글 사전’(1965: 홍지 출판사)에서 뽑은 37,491개의 단어를 逆順으로 배열하였다. 즉 단어의 마지막 음절 終聲을 기준으로 하여 다나가順(逆順)으로 어휘를 배열하여, 첫머리에 위치하는 단어가 ‘가’가 아니라 ‘잃-’이 되었다. 외국의 先例를 본받아 이 사전은 국어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에게도 여러 가지 편리를 제공한다.3) 그런데 서구어와는 달리 국어의 경우에는 자모의 결합에 의해 한 글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배열 기준에 의한 역순 사전이 가능하다.4)
현대 국어의 표준어 중에서 고유어만을 역순으로 정리한 유재원(1985)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한자어가 제외된 점이다. “순 우리말 어휘 구조에 대한 연구 자료의 수집”(iv)이라는 편찬 목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국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품사별역순 사전’을 둔 것처럼 ‘한자어 역순 사전’을 두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자어를 포함한 역순 사전이 나와야 할 것이다.
어휘의 개념 구조를 중시하여 상위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개념에 포함되는 어휘를 한 곳에 모은 사전이 별도의 두 사람에 의해 준비되어 근자에 출판되었다 . 남영신(1987, 1988)과 박용수(1989)가 그것으로 非專攻者이면서도 오랜 세월을 두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그들의 집념은 본받을 만하다. 이 두 사람의 노력으로 우리는 표현에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사전들은 學界에서 이용하기 위한 ‘분류 사전’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있다. 고유어만을 대상으로 하고 한자어와 외래어는 제외하였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한자어를 포함하여 차용어가 국어 어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차용어가 분류에서 제외되면 국어의 개념 구조가 제대로 윤곽을 드러내기 어렵다. 분류를 세분화하는 작업이 적당한 선에서 끝나고 분류된 어휘들을 가나다順으로 배열한 점도 지적될 수 있다. 이러한 편찬 태도는 편자들이 학문적 목적이 아닌 실용적 목적, 즉 고유어가 널리 사용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사전을 편찬한 데서 비롯된다. 이 점은 국어사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의미 풀이가 되어 있으며 용례까지 일부 제시되기도 한 남영신(1988)에서 잘 드러난다.
수만 혹은 수십만에 이르는 어휘를 상위 개념을 설정하여 분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편자의 관점에 따라 상위 개념 설정이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상위 개념을 설정하고 어휘를 수집한 전통이 전해지고 있으므로 그 전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분류 사전을 기대해 봄직하다. 외국의 先例나 낱말밭(Wortfeld) 이론과 같은 일반 언어학적 성과도 도움이 된다.
가나다順 배열에서 탈피하여 類意 관계를 형성하는 一群의 어휘들이 하나의 표제 항목에 모일 수 있도록 하여 문맥에 보다 적합한 어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類意語 辭典이다. 분류 사전에서도 유의어들이 한 곳에 모이기는 하지만 유의어 외에 하의어(hyponym)도 포함되기 때문에 유의어 사전과는 차이가 있다.(金光海, 1987b:185).5)
지금까지 나온 국어의 유의어 사전에는 金光海(1987a)6)와 중국에서 발행된 허동진 외(1987)이 있는데 편찬 태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충분한 어휘 자료의 제공 ‘을 목표로 하는 前者는 최근의 어휘 자료에서 약 15만에 이르는 어휘를 뽑아 編者가 주관적으로 기본 어휘라고 선택한 표제어 내에 배열하였으며 유의어 간의 의미 식별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상적으로 널리 있으며 규범적이라고 공인되는’말 중에서 23,580여 개의 단어를 골라 유의어 사전을 만든 後者는 前者와 달리 俗語 ·方言 등은 수집에서 제외되었다. 모든 어휘를 표제어로 올리되 중심 단어 내에 유의어를 배열하였으며 非중심 단어에는 화살표를 사용하여 중심 단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前者는 편자의 주관과 어긋날 경우 유의어군을 찾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後者는 그럴 염려는 없다. 後者는 의미 식별을 위해 의미 차이를 밝히거나 예구 ·예문 등 용례를 제시했다는 점도 前者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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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국어사전이 일반 어휘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자료를 수집하지만 특정의 어휘만 관심권 내에 드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일반 어휘를 대상으로 하는 사전에서는 국어 어휘의 특수한 면들이 전체적인 체계 때문에 제대로 드러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특정 어휘의 수집과 정리는 이러한 점을 보충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특정 어휘집은 현재 우리의 희망인 유용한 국어사전의 발간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국어 어휘 중에서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慣用 表現으로 그중에서도 俗談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속담 자료집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발간된 바 있는데7) 여기서는 그중에서 자료 수집이란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몇 종류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方鍾鉉 · 金思燁(1940)은 편자들이 직접 各道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속담을 정리한 것으로 ‘旬五志’ 를 비롯하여 여러 문헌에 수집된 속담도 인용하였다. 典據의 인용은 최근의 송재선(1990)까지 이어진다. 李基文(1962)는 方鍾鉉 · 金思燁(1940)에 누락된 속담을 보태고, 한문 속담은 따로 부록으로 돌리어 약 7,000개 가량의 속담을 수집하였다. 특히 古今의 문학 작품에서 용례를 뽑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송재선(1990)은 25년 刻苦의 결실로 25,557개의 속담이 수집되어 있어 量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李基文(1962)의 속담 대부분이 再錄된 것으로 보이는데 문학 작품에서의 용례가 빠진 점이 아쉽다.
속담 자료집 간행이 빈번한 편이었고 속담이란 용어가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俗談이란 무엇인가를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 . 속담 사전에 속담으로 수록된 예들을 살펴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심해진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세 사전에 ‘가재걸음, 감때사납다, 바가지를 긁는다’가 속담으로 올라 있는데 前 二者는 李熙昇(1982)에 단어로, 後者는 관용구로 올라 있다. ‘바가지를 긁는다’는 熟語를 부록으로 제시한 강현화 (1987)에도 있다. 日常語가 學術語로 사용되기에 부적당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俗에서 말해지는 談 ’을 광범위하게 지칭할 수 있는 속담 역시 그 경우가 아닌가 싶다. 흔히 속담이라고 말해지는 예들이 다른 관용 표현의 예들과 어떻게 구분되며 실제 문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검토함으로써 속담을 보다 엄밀히 규정하고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문학 작품에서 용례를 뽑은 李基文(1962)의 뒤를 잇는 보다 광범위한 작업이 없었음이 아쉽다.
관용 표현 중에서 언어학적으로 가장 흥미 깊은 熟語에 대한 자료 수집은 미미한 편이어서 일반 국어사전에 수록된 경우를 제외하면 논문에 부록으로 실린 정도이다. 여기에는 국어에 숙어가 별로 없다는 편견이 작용한 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숙어의 수집 범위는 숙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강현화(1987)에 250여 개가 수집된 것은 명사+동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3의 의미를 지닌 경우를 숙어로 보았기 때문이다.8) 필자의 견해로는 둘 이상의 어휘가 모여 句를 이루기 때문에 단어는 아니지만, 部分의 合으로는 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의 구와는 성격이 다른 예들을 지칭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 熱語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안경화(1987)에서 ‘비유 표현’이라 하여 숙어와는 구분한 ‘쥐 죽은 듯하다, 눈 코 뜰 새 없다’ 등의 경우와 종래 속담으로 분류되던 예들 중에서 인용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도 문장 내에서 쓰이는 ‘개밥에 도토리,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구들을 숙어에 포함시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을 듯하다. 일반 어휘처럼 세심한 의미 풀이와 용례의 제시도 결들여야 할 것이다.9)
일반 어휘와 달리 제한된 집단 내에서만 通用되는 어휘들이 있다. 特殊語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어휘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사회 계급의 분화에 의해 제한된 사용 범위를 갖는 사회 방언이 있는가 하면 학생, 범죄인, 군인과 같은 특수 집단에서 집단 의식의 强化, 隱蔽, 諷刺 등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은어가 있다. 어느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專門 用語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때로 특수어는 집단의 테두리를 벗어나 일반인에게 膾炙되면서 사용 범위가 확대되기도 한다.
전문 용어, 특히 그중에서도 學術語를 제외하고 여타의 특수어들은 언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 변화해 온 어휘들로 학계에서 일찍부터 조명을 받았다. 金鍾塤 외(1985)는 그동안 학계에서 수집한 특수어를 한데 모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였다.
전통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소멸하거나 변질된 집단들이 있다. 이제는 수집조차 어려운 이러한 집단의 특수어들이 일찍부터 수집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서정범 외(1977)에 듬성듬성 소개된 특수어를 金鍾塤 외(1985)의 어휘들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예에서조차도 여러 차이점이 드러난다. 新集團 특수어의 수집과 함께 舊集團 특수어의 보다 정밀한 수집이 필요해 보인다. 특수어를 수집할 때에는 지리적 분화를 고려할 필요도 있는 듯하다. 심메마니들의 특수어가 지역 간에 차이를 보임이 보고되었지만 지리적 분화는 비단 이 경우에 국한되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고 은어의 경우는 성격상 끊임없이 새로운 어휘가 등장하는데 이는 은어에 대한 지속적인 수집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필자는 국어 어휘의 중요한 두 가지 특질로 한자어가 국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과 의성 의태어가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점을 들고자 한다. 특히 의성 의태어의 경우는 대부분 고유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음의 交替에 의한 다채로운 표현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어 왔다. 의성 의태어만을 따로 수집한 사전이 나오게 된 것도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의성 의태어 사전은 현재 두 종류가 나와 있는데 국내에서 발간된 것은 없다. 일본에서 발행된 조선어 연구회 편(1971)과 중국 연변에서 나온 연변언어연구소 편(1981)이 있다. 이 둘은 뜻풀이 및 용례를 제시한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前者가 어휘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한 데 비해 後者는 의미에 따라 분류한 점이 다르다.
한자어는 국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여 형편없는 대접을 받아 왔다. 국어에 수용된 한자어는 정태적인 삶을 산 것이 아니다. 고유어와 끊임없이 간섭하면서 국어 화자들에 의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公用 文字가 바뀌면서 한자어가 많이 사라지는 것과는 별도로 한자어도 국어에 존재했던 또는 존재하는 어휘로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어사전에 오른 경우를 제외하면, 한자어에 국한된 자료 수집은커녕 특수 사전의 편찬에서조차 제외되기도 한 것은 이미 본 바이다.
한자어는 역사적으로 국어와 특수한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관점에서 어휘의 수집이 필요하다. 연구 논문이기는 하지만 ‘固有 漢字’를 수집한 金鍾塤 (1983)은 선편을 잡은 업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국어 화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言文二致의 생활을 한 것을 고려하면 한자어의 수집은 국어에서 사용된 어휘의 조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字典에서 成句를 풀이할 때 대개 중국 고전에서의 용례를 제시하는 것으로 그치는데, 앞으로 漢文으로 기록된 선조들의 문헌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언어에서 수입된 어휘를 통틀어 借用語라고 한다면, 차용어는 다시 漢字語와 外來語로 구분된다.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며 한자로 표기할 수 있는 어휘는 한자어로, 그 외의 경우는 외래어로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White paper'를 번역한 일본어의 ‘白書’가 국어에 수입되었다 해도 (姜信沆, 1983:132), ‘白書’ 는 한자어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어 ‘쇼오군’이나 중국어 ‘나조기’는 ‘將軍 ’, ‘辣子鷄’로 표기할 수 있어도 외래어로 간주되어야 한다.
차용어 중에서 외래어는 한자어에 비해 그 수가 적다. 국어의 외래어는 開化期를 전후하여 그 양상이 크게 다르다. 개화 이전에는 중국어, 몽고어, 여진어가 주된 수입원이었지만 개화 이후에는 일본어, 영어로 바뀐다. 근래에 들어서는 외국 문물과의 접촉이 더욱 빈번해지면서 외래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외래어를 수집 정리한 업적은 여럿 있는데 개화 이후의 외래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李鍾極(1937)은 시기도 빠를 뿐만 아니라 어휘가 풍부하고 출전 및 용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단점을 뛰어 넘는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10)
외래어는 외국어가 국어 화자들에게 친숙해진 이후의 상태이므로, 국어 문장에 쓰였다고 모두 외래어로 보기는 어렵다. 어휘에 대한 친숙도는 화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외래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객관적인 자료 수집이 있기 위해서는 수집에 앞서 기준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외래어도 국어의 어휘이기 때문에 외래어를 수집할 경우에는 原語에서의 쓰임이 아니라 국어에서의 쓰임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boy’가 국어에서 주로 ‘소년’이라는 의미보다는 ‘심부름하는 젊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면 이러한 점이 수집에 반영되어야 한다.
국어 화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말을 계속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 새로 만들어진 말을 新造語라고 한다. 신조어는 기존 어휘를 재료로 하여 만들어지기도 하며, 기존 어휘와는 무관하게, 즉 有緣性 없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신조어 중에는 사회적 公認을 얻어 신조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어의 어휘로 정착하여 국어사전에도 당당히 오르게 되는 어휘가 있는가 하면 公認을 얻지 못하여 곧 사라지는 어휘도 있다. 신조어들은 국어 화자의 造語 能力과 造語 傾向을 드러내는 생생한 자료이기 때문에 사회적 공인을 얻고 못 얻고에 상관없이 별도로 수집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아는 한 지금까지 신어가 따로 수집된 경우는 없었다. 과거에 新語라 하여 더러 수집된 어휘들이 있지만 수집 풀이된 대부분의 어휘가 새로운 사회 과학 용어이거나 외래어이기 때문에 국어학적인 관점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국어사전이 부실하고 신조어가 수집된 전례가 없는 상태에서의 신조어 수집에 따르는 일차적인 어려움은 신조어 여부를 가리는 일이다. 제한된 자료로는 국어사전에서 누락된 어휘인지, 사회적 공인을 얻은 어휘인지, 아니면 이제 갓 출현한 어휘인지를 판별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국어의 정상적인 造語法에 의한 신조어로 보기 어려운 어휘들도 있다. ‘旅行同伴바이트, 親舊마마’와 같은 어휘들이 단지 문헌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신조어로 수집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수집에 따른 어려움이 극복되고 시기별로 신조어 수집이 지속된다면 연구자를 위해 더욱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앞으로의 어휘 수집에 있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 문학 작품에 나오는 어휘이다. 문학 작품의 어휘는 언어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지닌 작가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어휘로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국어사전 편찬의 역사가 일천하고 아직까지 국어사전이 충실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단어를 익혀 사용하기 위해서 국어사전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국어사전이 뜻풀이가 불충분하고 용례가 별로 없어 지극히 불편하다. 문장 내에서의 쓰임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動詞의 경우에는 불편이 더욱 가중된다. 성격상 일상 어휘가 다른 어떤 영역보다 풍부하게 구사될 문학 작품은 많은 용례를 보충해 줄 수 있으며11) 아직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국어의 어휘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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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사용되던 어휘-古語-와 ‘서울말’이 아닌 어휘-方言 語彙-의 수집과 정리는 어휘론뿐만 아니라 국어학 내의 다른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학계에서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고어는 선조들이 남긴 문헌에서 어휘를 수집하는 것이므로 어떤 단어의 수집 여부에 대한 주관적 판단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現存 語彙가 자신의 生成 과정에 관한 通時的 정보를 보존하고 있지 않으며 우리의 언어 직관이 고문헌의 언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개별 단어의 통시적 정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문헌을 정확히 해석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문헌에 실제로 출현한 어형을 광범위하게 수집할 필요가 있다. 서지적 고찰, 異本間의 대조, 索引 작성 등 개별 문헌에 대한 정밀한 검토 작업이 선행된다면 고어 수집은 훨씬 정확하면서도 손쉬운 작업이 될 것이다.5
지금까지, 국어의 어휘가 어떻게 수집되어 국어 어휘에 대한 다양한 관심에 호응해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식의 어휘 수집이 필요한가를 살펴보았다. 어휘 자료는 한 개인이 이름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어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많은 문헌을 섭렵하면서 하나하나 확인해 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어 어휘를 수집하고 정리하느라고 고생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바처럼 여러 종류의 어휘집이 편찬되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학계에서 자료 수집을 중요시하지 않았고 어휘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데 있다. 어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학교 교육에서 기인하는 일반인의 무관심도 한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학계가 새로이 자료 수집에 주목하고 국어 화자 모두가 다채로운 어휘 구사에 관심을 기울일 때 현재의 미흡한 자료 수집 상태는 급속히 개선될 것이다. 과거에 사람의 손을 빌지 않으면 안 됐던 단순 작업을 이제는 훨씬 빠른 속도로 대신해 주는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다각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參考 文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