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말
정재도 / 한글 학회 사전 편찬위원
1. 머리말
사람이 혼자 살지 않고, 여럿이 모여 살기 때문에 부름말이 필요하다. 부름말은 그 여러 구성원 사이에 작용하는 예의 범절의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말버릇이 지방 따라 다르고, 집안 따라 다르고, 파벌 따라 다르다. 게다가,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말이 책에 적혀 내려오는 한자 말에 눌려서 없어져 버린 것이 많은 것도 한 가지 흠이다.
부름말을 흔히 호칭이라고 옮긴다. 그러나, 부름말은 부르는 말이고, 호칭은 부르는 것이다.
'부르다'와 '호칭하다'와 걸맞다면 부름말과 호칭어와 걸맞다. 국어사전에는 호칭어가 없고 부름말과 호어와 맞대 놓았다.
부름말이란, 사람이나 물건을 부르는 말이다. 여기서는 물건은 제쳐 놓고, 사람에 관한 부름말과 그에 관계된 말을 주로 국어사전들에서 찾아내어 다른 의견과 함께 살펴본다.
2. 부름말의 얼개
1) 부름말
우리 집안간의 부름말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아마도 여러 부문의 말 중의 으뜸인 것 같다.
한 집안에도 부부가 있고, 어버이·자식이 있고, 오누이가 있다. 게다가 내척이니 인척이니 하는 척분도 있다.
그래서 친척 사이의 부름말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서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여러 가지를 늘어놓고 또 하나의 의견을 보태는 정도이지, 어떤 변함없는 원칙이나 표준으로 결론짓기는 어렵다.
다음에 부름말의 보기를 들어 본다.
- ㉠ 자네, 너, 여보, 당신, 임자, 이녁
(서울)할아버지, (계동)아저씨, (미국)조카, (평택)아우, (수원)댁
(장관)큰아버지, (교장)아주머니, (보모)올케
(김)서방, (박)실
악아, 얘야, 아비야, 며늘아기야
- ㉡ 할아버지,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아저씨, 아주버님
할머니, (큰)할머니, (작은)할머니, 어머니, 큰어머니, 작은 어머니,
아주머니, (고모)아주머니, (이모)아주머니
언니, 형, 아우님
누님, 누나, 형수씨, 제수씨, 올케, 새댁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아저씨
(진외)할아버지, (진외)할머니
(외외)할아버지, (외외)할머니
이상과 같이, 부름말에 ㉠과 ㉡의 두 갈래가 있는데, 그중 ㉠에서는 부름말에 택호와 벼슬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경우와, 관계말에 부름토를 붙여 부르는 경우까지 보기로 들었다.
㉡에서는 외가(아버지 처가·어머니 친정), 진외가(아버지 외가·할머니 친정), 외외가(아버지 처외가·어머니 외가)의 겨레붙이에게 각각 '외-, 진외-, 외외-'를 붙여 부르는 경우까지 들었다. 그리고 이 ㉡의 부름말은 관계말을 겸한다.
부름말에는 관계말이 따른다. 관계말을 알아보자.
2) 관계말
아버지, 어머니는 관계말이면서 부름말을 겸하지마는, 아들·딸은 관계말일 따름이다.
관계말은 우리말보다는 한자 말이 대부분이다. 보기를 들면,
부름말 '아저씨' 하나에만 걸맞은 관계말이
삼촌, 숙부, 고숙, 이숙, 종숙(당숙), 외숙,......
많은데, 그중에서 '외숙' 하나만에도
구부, 구씨, 숙구, 외삼촌, 외숙부, 표숙,......
들의 다른 이름이 있다.
관계말의 보기를 들어 본다.
- ◦ 조부, 손자, 부친, 의부, 남편, 아들, 아우, 동생, 가백, 백부, 중부, 계부, 처조부, 시할아버님, 시아 버님, 시어른
- ◦ 조모, 손녀, 모친, 서모, 의모, 아내, 딸, 며느리, 백모, 숙모, 고모, 이모, 종숙모(당숙모), 처조모, 시할머님, 시어머님, 시누이
- ◦ 사촌(종형·제), 외종, 내종, 이종
- ◦ 형수, 제수, 처남, 처제, 처남댁
- ◦ 증조부, 현조부, 종조부, 재종조부, 삼종조부, 백·숙부, 처삼촌, 종숙부, 재종숙부, 삼종숙부, 종형· 제, 재종형·제, 삼종형·제
- ◦ 증조모, 현조모, 종조모, 재종조모, 삼종조모, 백·숙모, 종숙모, 재종숙모, 삼종숙모, 종형수, 종제수, 재종형수, 재종제수, 삼종형수, 삼종제수
- ◦ 외조부, 외조모, 외종조부, 외종조모, 외숙모, 외종(외사촌), 외종숙(외오촌)
- ◦ 진외조부, 진외조모, 진외종조부
- ◦ 외외조부, 외외조모, 외외종조부
부름말로 다 부르지 못하는 자리에는 관계말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삼촌'이나 '고모'를 부름말로 쓴다면, 형을 '이촌'이라고 부르고, 아버지를 '부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아저씨, 아주머니'라는 부름말이 없으면 몰라도, 관계말을 부름말로 쓰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관계말에는 삼촌(숙부), 사촌형·제(종형·제), 오촌(종숙·당숙)들 처럼 촌수가 따르는 수가 있다. 촌수를 알아보자.
3) 촌수
본디, 촌수는 겨레붙이 사이의 세로·가로·위아래 곧 직계·방계 사이의 멀고 가까운 핏줄 관계를 헤아리는 마디의 수다.
세로로는 어버이와 자식 사이가 한 촌이오, 가로로는 언니와 아우 사이가 두 촌이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핏줄 관계가 없으니까. 촌수가 없다.
'나'를 기준으로 한 촌수는 다음과 같다.
- ◦ 한 촌
세로위: 아버지, 어머니
아래: 아들, 딸
- ◦ 두 촌
세로위: 할아버지, 할머니
아래: 손자, 손녀
가로위: 언니, 형, 오라버니, 누님
아래: 아우, 동생, 누이
- ◦ 세 촌
세로위: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삼대조)
아래: 증손자, 증손녀,......(삼대손)
가로위: 큰아버지, 큰어머니,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아래: 조카, 조카딸
- ◦ 네 촌
세로위: 현(고)조할아버지, 현(고)조할머니,......(사대조)
아래: 현(고)손자, 현(고)손녀,......(사대손)
가로위: 종조할아버지, 종조할머니, 종형
아래: 종손자, 종손녀, 종제
- ◦ 다섯 촌
세로위: 오대조할아버지, 오대조할머니
아래: 내손(오대손)
가로위: 종증조할아버지, 종증조할머니
아래: 종증손자, 종증손녀, 종조카, 종조카딸
- ◦ 여섯 촌
세로위: 육대조할아버지, 육대조할머니
아래: 곤손(육대손)
가로위: 종현(고)조할아버지, 종현(고)조할머니, 재종조할아버지, 재종조할머니, 재종형
아래: 종현(고)손자, 종현(고)손녀, 재종손자, 재종손녀, 재종제
- ◦ 일곱 촌
세로위: 칠대조할아버지, 칠대조할머니
아래: 잉손(칠대손)
가로위: 종오대조할아버지, 종오대조할머니, 재종증조할아버지, 재종증조할머니
아래: 종오대손자, 종오대손녀, 재종증손자, 재종증손녀
- ◦ 여덟 촌
가로위: 삼종조할아버지(할아버지 육촌), 삼종조할머니, 삼종형(종증조의 증손)
아래: 삼종손자(칠촌조카의 아들), 삼종손녀, 삼종제
- ◦ 아홉 촌
가로위: 삼종아저씨(아버지 팔촌), 삼종아주머니
아래: 삼종조카(팔촌의 아들), 삼종조카딸
- ◦ 열 촌
가로위: 사종형(할아버지 팔촌)
아래: 사종제
3. 부름말의 쓰임
1) 집안에서
- ① 어린이말과 어른말
어린이의 '아빠, 엄마'라는 부름말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들리지마는, 자라면 쑥스러워져 '아버지, 어머니'로 바뀐다.
'하버지, 하머니'도 손자가 아직 말을 못하여 배우기 시작하는 무렵에는 어울리지마는,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스스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낳은 핏줄의 웃어른이라면 '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은 나를 낳지 않은 웃어른인데, 돌아가신 한핏줄의 웃어른이기도 하다. 그러나, 머리 허연 늙은이라면 살아 계시는 '할아버님, 아버님'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 ② 압존법
대가족 제도에는 필연적이었던 압존법이 핵가족 제도로 바뀌면서 희미해져 간다.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손자가 아버지, 어머니를 '아비, 어미'라고 하는 말버릇이 옛날에는 자연스러웠다.
"아버지께서 나가시고 안 계십니다."하는 것을, 할아버지 앞에서는 "아비가 나가고 없습니다."라고 했던 것이다. 그것이 원칙이겠지마는,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에게 자기를 부름말로 '저, 소자, 불초자, 소녀, 불효녀'라고 하게쯤 되면, 알아서 할 것이니, 어려서는
"아버지가 나가고 없습니다."
정도로 절충해 봄직하다. 그리워, 아내가 달아났을 때 "그년 어디 가더냐?"해도, 아들이 "그년 저리 갑디다."라고 안 할 것이다.
어떤 지방이나 집안에서는 '아비, 어미'를 '아범, 어멈'이라고 하기도 하나, '할아범, 아범, 할멈, 어멈'은 아랫것들을 가리켰던 말이니,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 ③ 어버이 항렬
아버지의 친형제가 위나 아래로 한 분이면
'큰아버지, 아버지'또는 '아버지, 작은아버지'로 된다.
세 형제인 경우에 위와 아래와 다 같이 한 분씩이면
'큰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로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위나 아래로 두 분이면
'큰큰아버지, 작은큰아버지, 아버지'
또는
'아버지, 큰작은아버지, 작은작은아버지'
라고 할 것인지 망설인다.
네 형제 분인 경우에 어떤 집안에서는
'맏아버지, 버금하버지, 끝아버지, 아버지'
를 알맞게 차례를 따라 바꾸어 쓴다고도 한다.
위로 두 분, 아래로 두 분으로 다섯 분인 경우에는, 흔히
'백부, 중부, 아버지, 숙부, 계부'
로 해결했다.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는 아버지 형제가 여섯 분 이상인 경우에는 해결이 안 된다.
그래서 지방 따라서는 줄 번호를 붙여 해결한다.
'첫째아버지, 둘째아버지, 셋째아버지, 넷째아버지, 다섯째아버지, 여섯째아버지, 일곱째......'
이런 식으로 하면, 열 분이든 열두 분이든 다 해결된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하나이지 차례로 여럿일 수는 없다. 어머니가 질색할 일이어서 지방에 따라서는 꺼린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찾아본다.
'큰아버지, 둘째큰아버지, 셋째......
큰어머니, 둘째큰어머니, 셋째......
아버지, 어머니
작은아버지, 둘째작은아버지, 셋째......
작은어머니, 둘째작은어머니, 셋째......'
- ④ 부부 사이
남편을 관계말로 '아빠'라고 함은 사이에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아이가 없는 젊은 아내가 쓰는 아빠와, 남편이 아내의 이름을 부름말로 쓰는 것은 일본 풍속의 영향인가 싶기도 하다.
관계말로 드물게나마 쓰이는 '허즈번드, 와이프'가 서양식인 것으로 보아, 서로 '자기'라고 함도 그런 말버릇의 영향인 듯도 하다.
옛날, 우리네 양반집에서는 남편을 벼슬 따라 '대감, 영감'이라고들 했고, 아내를 깎듯이 '부인'이라고 불렀다.
요즘, 부부 사이에는 서로 '여보, 당신'이 붙박혀 있고, 드물게 '임자, 이녁'이 쓰이기도 한다.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부의 주종 관계가 아닌 평등 관계로 보아 꺼리는 경향이다.
부부 사이를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다음 요령을 따른다.
◦ 아내를 그 아랫사람이 부르는 대로
아들·딸에게는 '어머니(엄마)'
며느리에게는 '어머님'
조카에게는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아우에게는 '형수(씨)'
여동생에게는 '올케(형님)'
처남에게는 '누님'
처제에게는 '언니'
◦ 남편을 그 아랫사람이 부르는 대로
아들·딸에게는 '아버지(아빠)'
며느리에게는 '아버님'
조카에게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시동생에게는 '형님'
시누이에게는 '오라버니(오빠)'
친정 남동생에게는 '매형'
친정 아우에게는 '형부'
라고 불러 주는 것이다.
'당신'이라는 부름말은 부부 사이에는 자연스럽고 정답게 들리지만, 특수한 쓰임이 있다. 웃어른을 높이는 관계말로 써서
"할아버님께서 살아 계실 때, 당신이 손수 쓰신 글씨."
라고 하면, 그 '당신'은 더없는 높임말이 되는 것이다.
- ⑤ 언니·아우, 아들·딸
오누이가 '엉아'로부터 비롯하여 어려서는 다정스럽고 귀여운 말로 부르다가, 자람을 따라 차차 말씨가 달라진다.
어려서 자라고 나이 들어 감을 따라 부름말이 차례로 바뀌는 것이다.
위로는,
사내끼리 '언니, 형, 형님'
오라비를 '오빠, 오라버니, 오라버님'
누이를 '누나, 누님'
이라고 부르며, 남에게 말할 때에는 부름말을 그대로거나 한등 낮추거나 하여 관계말로 쓴다.
아래로는,
아우·동생의 이름에 부름토를 붙여 부름말로 쓴다. 그것은 마치 어버이가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같고, 시집가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시집 성을 붙여 '김(실), (최)집'들처럼 부르다가, 아이가 생기면 '어미'라고 부르는 것도 또한 같다.
남에게는 각각 부르는 대로 '아우, 동생, 오라비, 누이'라고 한다.
관계말 형수를 부름말로 '형수님, 형수씨' 또는 '아주머니'라 하고, 제수를 '제수씨, 계수씨'라 하며, 올케를 남에게는 관계말로 '오라범댁(오랍의댁)'이라고도 하지마는, 손위 올케는 '형님'이다.
누이 남편은 손위를 '매형, 자형', 손아래를 '매제, 매부' 또는 성을 붙여 '(김)서방'이라 하고, 언니 남편은 '형부', 아우 남편은 '제랑, 제부'라고 한다.
'아우'라는 말은 남자끼리나 여자끼리를 가리키는 말이고, '동생'은 오라버니는 여동생을, 누님은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여기고 있다.
'언니'라는 말에도 가탈이 있다. 점잖은 집안에서는 늙은 남자끼리도 '언니'라고 한다는데, 여자도 언니가 시집가서 늙으면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한문꾼들은 엉뚱한 짓을 한다. 조카와 조카딸을 '유자, 종자, 질자'와 '유녀, 질녀'라고 하나 부질없는 짓이다. 또, 누이의 아들을 '생질', 딸을 '생질녀'라고 하나 맞지 않다. '생'은 조카, '질'은 조카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 그대로 자연스럽게 '누이아들'과 '누이딸'이라고 해야 할 일이다.
일부 한문꾼들이 우리말 '동생'을 한자 말로 여기고 있는데, 그 한자 말 동생(함께 삶, 함께 남)에게 형제라는 뜻까지는 있으나, 아우라는 뜻은 없다. 중국서는 아우를 '띠띠'라고 한다.
2) 혼인 관계
- ① 사돈 사이
사돈 사이에는 우선 그 '사돈'을 써서 만든
'사돈, 밭사돈, 사돈어른, 사돈영감, 안사돈, 사돈댁'
들을 쓰기도 하고, 사돈의 '사'떼어 붙여
'사장, 사장어른, 사부인'
이라고 쓰기도 한다.
장가들거나 시집가면 '동세'라는 관계가 생긴다. 동세는 본디 한집안의 형제들의 아내끼리와 자매들의 남편끼리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한집안의 며느리끼리와 사위끼리의 사이다.
동세끼리는 윗동세에게는 '형님'이라 하는데, 나이 많은 아랫동세에게는 '아우님'이라고도 한다.
사돈이라는 말은 우리 고구려 땅이었던 만주에서도 쓰인다. 그런 것을, 우리 한자꾼들은 엉뚱하게 아무 연관도 없는 한자로 '사돈'이라는 헛소리를 조작해서 일부에서 쓰고 있다. 그러나, 역시 옳은 말인 사돈이 널리 쓰인다. 중국에도 그런 말이 없고 '친쟈'라고 한다.
동세라는 말도 그대로 두지 않고, 우리 한문꾼들이 옛말로 돌려 놓고서는 한자로 동서(같은 사위)라고 조작했다. 동세의 뜻에서 며느리끼리를 빼 버린 것이다. 때문에 며느리끼리도 말로는 사위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일부 얼빠진 사람들의 짓이고, 대부분은 동세라고 옳은 말을 쓰고 있다. 중국에도 그런 말이 없고 '리엔진'이라고 한다.
- ② 처가에서
장가들면 처가의 한 항렬이나 웃어른들이 성을 따서 '(김)서방, (박)서방'이라 부른다.
아랫사람들은 택호를 이용하여
'(한실)아저씨, (새터)양반, (밤골)어른'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벼슬 이름 따라
'(참판)아저씨, (현감)양반, (어사)어른'
들로 부르기도 한다.
요즘에는 '장인, 장모'를 부름말로 '아버님, 어머님'이라고들 하지만, 전에는 '빙부님, 장모님'이라 했던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장인어른'이다.
처집 식구들 관계말은 부름말에 '처'를 붙여
'처할아버님, 처할머님, 처큰아버님, 처작은아버님, 처아저씨, 처아주머님, 처조카, 처외할아버님, 처외할머님, 처진외할아버님......'
이라고 쓰는 것이 보통인데, 관계말에도 붙여
'처삼촌, 처사촌, 처외숙, 처고숙,......'
들로 쓰기도 한다.
아내의 오누이는
'처남, 큰처남, 작은처남, 처형, 큰처형, 작은처제씨......'
들로 부르며,
부름말로도 쓰이는 '처남댁'도 손위면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처'를 붙여 쓰는 경우, 아내의 준꼴인 '안'을 살려서
'안조카(처질), 안오라비(처남), 안언니(처형), 안아우(처제).......'
들로 써 봄직하다.
그런 생각은 안 하고, 한자꾼들은 처남이라는 '남'자를 계집녀변에 사내남자를 아우른 글자를 가져다 쓰고 있다. 그러나, 그 글자는 재잘거림, 말 더듬음이란 뜻이어서 그런 자리에 쓸 것이 못 된다.
- ③ 시집에서
새 며느리가 들어가면 어이며느리(고부) 사이인 시어머님을 비롯해서 시집어른들이 '아가, 새아기'라 부르고, 시누이들은 새올케를 남에게 '오랍의댁'이라 하고, 부름말로 손위 시누이가 '새댁', 손아래 시누이가 '새언니'라 하고, 손아래 동세가 '형님'이라 부른다. 그리고는 섞갈릴 우려가 있을 때에는 경우 따라 친정 마을
이름 택호를 붙여 '(삼개)언니, (임실)댁'들로 부르기도 한다.
시집 쪽 어른들에게는 높이어 쓰는 부름말로
'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큰아버님, 큰어머님, 작은아버님, 아주머님.....'
이라고 부르면 된다.
시아주비가 아주 어리면 '아기', 자라면 '도련님', 장가들면 '아주버니'(서방님이라고 하기도), 아이를 낳으면 '아주버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시누이에게는 어리면 '아기씨', 어른이 되면 손위를 '형님', 손아래를 '작은아씨'라고 한다고도 하나, 원칙은 '(시)누님'이란다. 그중 '작은아씨'는 서울의 아래대 사람들 말이라고 꺼리기도 하고, '아가씨'라고도 하는 것을 상스럽다고도 하고, 요즘 흔히 '고모'라고 부르는 것은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면 맞지 않다.
시누이 남편이 '아제'인 것을 '아저씨'라고들 하는, 자기 아이가 고모부를 아저씨라고 하는 경우이고, 혹은 '시누양반', 더러는 한자식으로 '시매서'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아주버니와 한항렬이라고 택호를 붙여서 '(버드실)아주버니'처럼 부르기도 하고, 성을 따서 '(권)서방님'이라 하기도 한다.
시어버이 앞에서 새 며느리가 남편을 가리킬 때,
자식이니까 '얘, 쟤, 걔'가 옳겠지만, 부부는 한몸이니까 '저'라고 하여
"제가 한다고 했습니다." "저한테 물어 보지요."
하면 되고, 나아가서 아주 부름말이나 관계말도 없이
"어디 갔어요." "알아서 한다고 했습니다."
해도 된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으면 '아비'라고 한다.
이것은 하필 아내의 경우만이 아니고, 남편의 경우에다 마찬가지다. 한몸인 부부 사이에는 촌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어버이에게 친정 어버이를 가리킬 때, 경우 따라
'밭어버이, 안어버이' 또는 '밭어른, 안어른, 밭어르신네, 안어르신네'
라고도 한다.
일반의 부름말에 '시'를 붙이면 시집 쪽 식구들의 관계말이 된다.
'시할아버님, 시할머님, 시아버님, 시어머님, 시큰아버님, 시작은아버님, 시아주버님, 시외할아버님,....'
이 '시'도 한자꾼들이 계집녀변에 생각사 자를 아우른 글자를 쓰는데, 그 글자는 계집녀변에 맡을(벼슬)사 자를 아우른 글자와 같아서, 음만 '사'일 뿐 뜻도 모르고, 중국서도 쓰인 일이 없는, 정체 모를 글자다. 그런 것으로 시집을 더럽힐 수는 없다.
중국서는 시집을 '포쟈', 시아버지를 '꿍꿍', 시어머니를 '포무' 또는 '포포', 시동생을 '포쟈띠띠'라고 하여 할미파 자를 붙여 쓴다.
우리 '시'는 한자의 어떤 글자와도 상관없는 우리말인 것이다.
3) 사회생활
- ① 이웃 사이
나를 낳지 않은 어버이는 높여서 관계말서껀
'아버님, 어르신네, 대인, 영존, 춘당, 어머님, 자당, 대부인,......'
들로 부르며, 남의 아들·딸은
'아드님, 영식, 따님, 영애,......'
라고 한다.
어버이를 가리키는 관계말에
'부친, 가친, 노친, 엄친, 모친, 자친,......'
들처럼 '친'자가 붙으면 내 쪽이고,
'춘부장, 춘장', 장인도 '빙장, 악장'
들처럼 '장'자가 붙으면 남 쪽이다.
식구들이 죽으면 어른에게는 '선'자를 붙여 '선친, 선비'라 하는데, 아버님인 '선고'는 내 쪽이고 '선고장'은 남 쪽이다. 아랫사람에게는 '망'자를 붙여 '망제, 망자'라 하는데, 남편을 '망부', 아내를 '망처, 망실'이라 함은 나를 낮춤이다.
남에게 말할 때,
남편이 아내를 '아내, 처, 안사람, 집사람, 내자' 또는 그냥 '안'이라고도 하고,
아내가 남편을 '남편, 집양반, 바깥양반, 영감', 옛날에게 '주인, 사랑양반' 또는 그냥 '사랑'이라고도 했으나, 제자에게는 그가 부르는 대로 '선생님'이라고 한다.
남을 말할 때,
남편을 '밖어른, 바깔주인'
아내를 '부인, 안어른, 안주인, 내상'이라고 한다.
이름, 자, 아호가 그대로 또는 '씨'가 붙어서 부름말로 쓰이고,
성을 이용해서 '(박)공, (박)옹, (박)씨, (박)군', 또는 '(박)총각, (박)도령, (박)선비', 옛날에는 '(박)선'이라고 했다고 하나, '(박)샌'이라고 하기도 했다. '샌'은 '생원'의 준말로 되어 있다.
'사모님'이 스승의 부인으로 굳어졌다면, 스승의 남편은 '사부님'일 수 있다.
'당신'이라는 말은 본디 '하오'할 자리의 친교가 있는 상대를 가리키는 부름말인데, '합시오'할 자리에나 친교가 없는 상대에게 쓰면 싫어한다. 그러나, 웃어른께 관계말로
"선생님께서는 당신이 하신 말씀이라고 하셨다."
고 하면 아주 높이는 말이 된다.
- ② 일터에서
회사나 관청 같은 일터에서는 직원들은 직함을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관계말은 직함 그대로, 부름말은 관계말에 '님'을 붙이면 거의 해결된다. 일터에도 압존의 영향이 있어, 윗사람에게는 그가 쓰는 부름말 그대로 '국장, 과장, 계장......'이라 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그가 쓰는 부름말 그대로 '회장님, 사장님, 국장님, 과장님......'이라 한다. 따라서, 남의 '사장님' 앞에서는 우리 '사장'이다.
직함으로 부를 수 없는 평직원에게는 그들의 성을 붙여 '총각, 도령, 선비'를 이용하고, 고용직에게는 '샌'을 이용한다.
지금은 줄었지만, 한때 일터에서만이 아니라 바깥 생활에서도 '미스터, 미세스, 미스'가 유행한 일이 있고, 요즘에는 '미즈'도 나타났다. 그 변천 과정은 다음과 같다.
master의 a를 i로 바꾼 것이 mister인데, 그 말에다 여자를 위해서 ess을 붙인 것이 mistress다.
mister의 준꼴이 Mr., mistress의 준꼴이 Mrs. 다.
Mrs.가 missis와 소리가 같아 처녀들을 위해서 is를 떼어 Miss.라 한다. 이제는 Mrs.와 Miss를 합쳐서 Mis라고 하자고 부인들이 우기고 나온 것이다.
이제는 다 집어치우고, '도령, 선비, 아저씨, 아씨, 아주머니'들로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