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字形의 標準化에 대하여
Ⅰ. 序言
국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어 왔다. 이 국어의 변화에 따라 국어를 문자로 표기하는 표기법도 변화를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어를 표기하는 문자인 '한글'의 글자 모양도 변모해 왔다.
한 시대의 글자 모양은 그 시대의 필기도구나 재료, 인쇄 도구나 재료, 또는 예술적 감각 등의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19세기 이전까지는 먹과 붓을 이용하여 글씨를 씀에 따라 한글의 글자 모양이 訓民正音 창제 당시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또 서구 문명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인쇄의 기계화로 한글의 글자 모양은 더욱 큰 변화를 보게 되었다. 특히 20세기에 와서는 新式 活字의 사용을 통한 출판, 인쇄 문화의 발달로 한글의 글자 모양은 심하게 변모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寫眞植字에 의한 인쇄 기술의 발달, 컴퓨터를 이용한 電子 出版의 급속한 발전, 商業 廣告 文化의 형성으로 인한 그래픽 디자인의 발달이 이루어졌다. 예술적 감각을 고려하는 그래픽 디자인이 등장함으로써 한글의 글자 모양은 한층 다양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출판 문화 및 광고 문화의 등장은 다양한 글자체의 개발을 촉진시켜서 동일한 글자에 대한 字形의 不統一이라는 문제점을 야기시켰고, 그 결과로 문자들 사이에 존재하던 辦別力까지도 상실하게 하는 문제점을 노정하기에 이르렀다. 새롭게 개발되는 한글 書體는 주로 산업 디자이너에 의하여 圖案되었다. 반면에 國語 國文學界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상태에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어 국문학계에서도 한글의 글자 모양을 도안자(디자이너)들에게만 맡겨 버리고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방관만 하다가는 심각한 한글 자형의 불통일을 가져올 것이며, 이로 인하여 국민들 간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文字의 字形은 보수성이 강하여 그 변화 속도가 느리고, 또 의사소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문자 모양의 통일에 대해서는 표준어의 제정이나 맞춤법의 제정에 비해 그리 많은 관심을 끌어 오지 못했다. 반면에 漢字의 字形(예컨대 略字, 俗字 등)에 대해서만은 깊은 관심 속에 논의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글자인 한글의 글자 모양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였다고 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어와 표기법의 다양화가 자칫 국민들 간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어서 국가에서는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의 제정이라는 言語 政策을 시행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국어 정책에는 한글 자형의 표준안 제정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Ⅱ. 한글 字形 및 書體에 대한 硏究 現況
한글의 글자 모양에 대한 연구는 몇몇 산업 디자이너 및 한글 字形學者들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다. 그 대표적인 연구자는 故 최정호 씨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생전에 한글 書體를 많이 개발해 내었다.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活字體의 상당 부분은 故 최정호 씨가 개발한 서체들이다. 그리고 현재 각 컴퓨터 회사에서는 電子 出版에서 사용할 한글의 폰트(font: 컴퓨터에 기억시킨 일정한 電算 活字體의 한 벌 전체 글자)를 위하여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고 있다. 폰트의 자형을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은 최정순씨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개발한 한글 서체는 여러 컴퓨터의 글자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979년 3월에 한글의 시각 문제를 연구하기 위하여 5인의 시각 디자이너로 출발한 연구 모임인 '글꼴 모임'에서도 한글 모양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인 목적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학문적인 목적을 위해 한글의 모양을 연구한 업적도 있다. 그것은 송현(1985)이다. 특히 이 업적은 국어 국문학도에 의해 시도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송현(1985)에서는 한글 자형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하여 한글 자형의 표준안을 제정하려 하였지만, 안타깝게도 한글의 判讀性 및 機械化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 해서, 우리가 말하는 한글 자형에 대한 표준안의 마련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에 의한 한글 자형의 표준안이 마련된 경우가 있다. 이것은 "한글 표준 글자꼴 시안"이라고 하여 한글 디자이너 안상수 씨가 제작한 것이다. 송현(1985)에서도 이 試案에 찬성하고 있으나, 이 標準案은 字體 및 書體에 대한 標準案이지 字形에 대한 標準案이라고 하기가 어렵다.(1) 그 예는 [표 1]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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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한글 표준 글자꼴 試案(안상수 體) |
또한 韓國 標準 硏究所에서도 電子 出版에서 사용할 글자체의 폰트 표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2)
이 이외에도 月刊 '샘이 깊은 물'에서 이의 미술 편집 위원인 이상철 씨가 새로운 한글 자형을 개발하여 그 잡지 창간호에 발표한 적이 있으며, 조영제 씨나 김인철 씨가 시도한 새로운 한글 자형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현황을 보면, 書體 개발이나 표준안 제정의 최종 목표를 자형의 표준안이 아닌 서체의 표준안에 두고 있어서, 실제로 이 연구는 자형에 대한 연구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연구에는 디자이너와 컴퓨터 전문가들만이 참여하고 있어서, 우리가 시도하고자 하는 자형의 표준안이 言語學的, 文字學的인 바탕 위에서 제정되어야 한다는 기본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文字는 造形의 道具로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言語를 表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의 印刷 媒體는 주로 컴퓨터일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면, 컴퓨터 전문가나 산업 디자인 전공자에 의해서 전자 출판에서 사용하는 글자체의 표준안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국어 국문학자와 컴퓨터 전문가와 디자인 전공자들이 같이 토의하여 한글 字形의 표준안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번 한글 자형의 표준안이 제정되고 나면 그 개정에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기조차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전자 출판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서체를 표준화하는 문제는, 앞으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컴퓨터가 개발되었을 때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는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이 문자판(key board)에만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복사에 의한 入力 方法(즉 스캐너 방식)에 의존할 것이 거의 틀림없는데, 그 때에 컴퓨터는 자형이 서로 다른 글자를 입력할 것을 거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Ⅲ. 한글 字形에 대한 敎育 現況
한글은 실제로 국민학교 입학 이전부터 교육되고 있다. 어린이용 학습지, 그리고 각종 어린이용 책에는 한글 습득을 돕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한글 자형의 통일성을 고려하여 설명한 책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文敎部에서 간행한 國民學校 1학년용 국어 교과서에도 한글 자모만 제시되어 있을 뿐, 자형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국민학교 4학년 미술 교과서의 '서예의 기초'란 항목에서 우리나라 옛 글씨의 특징으로 訓民正音體와 龍飛御天歌의 글씨체를 선보이고, 이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국민학교 4학년 미술 교과서 41쪽) 中學校 미술 교과서에서는 '문자의 도안'이란 항목에서 한글 도안의 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예시한 'ㅈ'의 문자 모양은 각각 다르다. 大學에서, 특히 美術 大學에서 행해지는 한글 자형에 대한 교육에도 문제점이 있다. 미술 대학의 한글 타이포그라피 강의에서는 주로 로고 타입이나 헤드라인용 서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외국, 특히 日本의 字形이나 書體 理論에 치중하여 한글 서체를 강의하고 있는 실정이다(송현, 1985;6). 그리고 이러한 소략한 설명도 한글의 한 획, 한 점들에 대한 部分 名稱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글자를 손으로 짚어 가면서 설명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에 있다. 이 글자의 부분 명칭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단지 '글꼴 모임'에서 제정해 놓은 것이 있을 뿐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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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인쇄 매체들의 활자 모양 | [표 3] 書體에 따른 한글 자형의 차이 |
Ⅳ. 한글 자형의 使用 實態
前述한 바와 같이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자형은 통일되어 있지 않다. 도서 출판물, 신문, 잡지, 텔레비전 자막, 광고문, 타이프라이터, 컴퓨터, 전광판, 도로 표지판, 화폐, 포스터, 도장, 포장지, 붓글씨의 글자 등에 쓰이는 한글 字形은 인쇄 매체나 광고 매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늘 대하는 한글은 주로 거리에서 보는 한글 간판이나 도로 표지판, 텔레비전의 자막, 그리고 홍수처럼 가정에 투입되는 각종 廣告紙 등에서 보게 되고, 그 이외에는 신문, 잡지, 책 등에서일 것이다. 이들을 분류한다면 손으로 쓰는 글씨, 활자에 사용되는 글씨, 그리고 디자인 등에 사용되고 있는 특수한 로고타입 등일 것이다.
신문 잡지 등의 출판물에서 사용하는 한글은 활자체이거나 컴퓨터 폰트 글자이다. 그런데 이들 활자의 자형은 인쇄소에 따라 다른 것은 물론, 한 인쇄소의 활자에서조차도 다르다. [표 2]에서 그 실태를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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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국정 교과서 및 신문의 예(「ㅊ」과 「ㅎ」의 예) | [표 5] 北韓의 한글 글자 모양 |
活字에는 明朝體, 고딕체, 볼드체(굴림체), 孔雀體, 宮書體, 斜體 등이 있다. 그리고 명조체도 細명조(가는명조), 太명조(굵은 명조), 見出 명조(돋보임 명조) 등이 있고, 고딕체도 見出 고딕, 細고딕, 太고딕, 신문고딕, 中고딕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각각에 그 크기에 따라 제일 작은 4포인트(1포인트의 크기는 약 1/72인치(1인치=2.54㎝))에서 제일 큰 72포인트까지 약 20여 개가 있다. 寫眞植字에도 여러 급의 크기가 있는데, 7급부터 62급(1급은 0.25㎝이다)까지 있다. 이들은 그 서체와 글자 크기의 차이에 따라, 글자의 모양이 다르다. 심지어 컴퓨터의 글자도 畫面의 글자 모양과 프린터로 出力된 글자는 그 字形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수한 서체로서 디자인 등에 사용되고 있는 로고타입의 글자가 있다. 이 로고타입의 글자는 더욱더 본래의 한글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여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예로 들어 보이면 [표 3]과 같다.
그리고 [표 4]에서 국정 교과서 및 몇 신문의 활자에 따른 글자 모양을 子音 중 'ㅊ'과 'ㅎ'의 예를 간단히 보이도록 한다. 이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비록 'ㅊ'과 'ㅎ'의 예에 불과하지만, 인쇄 매체마다 글자의 모양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南韓과 北韓의 한글 자형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南韓의 한글 자형과 北韓의 한글 자형은 그 언어만큼이나 차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표 5]에 北韓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글자 모양을 보이기로 한다. 이 글자의 모습은 北韓의 社會科學院에서 출판한 책을 대상으로 하였다. 특히 'ㅊ'과 'ㅌ'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이들 서체들이 韓國人에 의해서가 아니고 주로 日本人들에 의해서 개발된 경우가 더 많아서이다. 특히 孔打나 淸打의 경우는 거의가 日本으로부터 글자판을 수입하기 때문에 對日 依存度는 매우 심하다. 그리고 오늘날의 新聞은 植字에 의한 活版 印刷가 아니라 컴퓨터 로 組版하고 또 出力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신문의 상당수가 日本이나 美國의 컴퓨터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음으로 해서 우리나라 신문에 사용되고 있는 한글 서체의 대부분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개발된 서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國民日報, 서울신문, 世界日報 등이 일본의 SHA-KEN시스템을 도입하여 제작 중에 있으며, 東亞日報, 朝鮮日報는 미국의 IBM과 상담 중이거나 그 시스템을 도입하여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東洋經濟新聞, 日曜新聞도 Morisawa시스템으로 신문 제작을 하고 있다. 朝鮮日報와 中央日報 계열의 出版物도 일본의 Morisawa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4) 최근에는 이러한 의존에서 벗어나 전자 출판업체 내에 서체 개발 연구소를 두어 독특한 서체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 전자가 약 7개의 한글 서체를, 서울 시스템이 약 10개의 한글 서체를 개발하여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업체에서 개발한 서체들의 자형이 회사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한 업체에서 개발한 서체들도 그 자형이 동일하지 않은 데에 있다. 편집 업무의 전산화, 사진 식자와 조판 업무의 전산화, 탁상용 출판 시스템의 개발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것이어서, 컴퓨터에서의 자형들을 어떻게 통일시켜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다음에 참고로 알파벳에 대하여 그 실정을 알아보도록 한다. 알파벳도 그 서체는 한글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여 수백 종에 이른다. 예를 든다면 알파벳의 서체에는 serif체, San Serif체 등이 있고, 다시 serif체에는 Old Roman체, Caslon체, Modern Roman체 등이 있으며, San Serif체에는 Futura체, Helvetica체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 문자가 大文字이든 小文字이든 모두 그 기본적인 자형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단지 필기체가 다를 뿐이다.
Ⅴ. 글자 標準案 制定의 原理
한글 자형의 표준안 마련은 일정한 원리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그 표준안을 어떻게 제정하여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 표준안을 제정하기 위한 기본 원리를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표준안 제정의 기본 원리로서 송현(1985)에서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案은 매우 당연하고 합리적이며 또 구체적이다. 그렇지만 이 案은 기본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이 案은 총체적인 원칙이라기보다는 구체적인 개별 사항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총체적인 원칙이 마련된 뒤에 위에서 제시된 案이 참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에 그 총체적인 원리를 제시하여 보기로 한다.
⑴은 한글이 造形의 도구가 아니고, 언어 표기의 도구라는 점에 우선 그 기준을 두어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즉 국어학적 내지는 언어학적 원리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音素와 字素의 문제, 變異音과 글자 變異形의 허용 범위의 문제, 언어 변화의 규칙과 한글 자형 변화의 규칙 등이 서로 연관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임을 뜻한다. 또한 국어가 音素의 변별적 특징과 相關束에 의한 對立 및 音韻 資質의 對立에 의한 體系라는 점을 중시하여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곧 글자 하나하나에 대한 고려에서가 아니고 한글 글자의 전체 체계를 고려하여 표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⑵는 현대 한글 자형의 표준안은 訓民正音의 글자 모양으로부터 변화한 것임을 감안하여 제정되어야 할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문자형을 무조건 고집하거나 또는 한글 자형의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무시하고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쓰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글 자형의 변천 과정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그 변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표준안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사용되지 않는 글자 모양을 표준안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표준안을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歷史的 고려와 현대의 共時的 고려를 통하여 일치되거나 합치되는 규칙을 찾는 길일 것이다. 언어학에서 共時的인 설명과 通時的인 설명이 합치하는 규칙이 가장 바람직한 규칙이라고 한다면, 한글의 글자 모양도 현대에 사용되고 있으며, 그 글자 모양은 역사적으로 변천해 온 결과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한 音素를 표시하는 字素와 다른 음소를 표시하는 字素 간에 변별력이 없어진다면 그 문자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원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이 원리에 입각하여 세부 조항의 항목으로서 송현(1985)에서 제시하고 있는 점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Ⅵ. 訓民正音 創制의 原理 및 字形의 變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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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 訓民正音解例本의 글자 모양 |
위에서 제시한 원리 중 ⑵의 사항을 알기 위하여 한글이 어떠한 원리에 의하여 만들어졌으며, 또 어떠한 변천 과정을 겪어 왔는가를 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訓民正音은 「象形」을 창제의 원리로 하였고, 이에 「加量法」을 사용하였으며, 구체적으로 문자의 형태와 그 결합 방식을 어떻게 할까 하는 점에서는 「倣古箋」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 원리는 訓民正音解例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므로, 여기에 상세히 언급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훈민정음이란 새 문자의 原形은 訓民正音解例本이 보여 주는 바로 그 문자라고 할 수 있다. 이 字體가 訓民正音解例가 설명하고 있는 象形과 加量 및 倣古箋의 원리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원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한글 자모는 처음에 [표 6]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훈민정음 字體는 창제 후 10여 년간에 實用化의 과정에서 3단계의 발전을 거치게 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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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7] 訓民正音 創制 直後의 글자 모양의 變化 |
위의 1과 2는 世宗代의 것이고, 3은 世祖代 이후의 것이다. 위의 변화를 표로 보이면[표 7]과 같다.
그러나 이렇게 변화한 글자 모양도 또다시 변화를 겪게 된다. 왜냐하면, 한글이 모아쓰는 문자이며, 붓으로 글자를 쓰고 또 縱書를 중심으로 쓰이었기 때문이다.
창제 당시에는 글자를 모아쓴다고 하더라도 하나하나의 글자 모양에는 변함이 없었다. 즉 子音 글자를 初聲으로 쓰거나 終聲으로 쓰거나 그 글자 모양에는 변함이 없었고, 단지 그 크기와 굵기만 달랐을 뿐이었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이유 때문에 한글의 글자 모양은 점차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오늘날, 창제 당시의 글자 모양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문자는 엄밀하게 말하여 하나도 없다. 그러나 창제 후 약 10년간에 변화한 문자 즉 月印釋譜體의 글자 모양을 '대체로'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은 대개 母音 글자다. 그 이외에 子音 글자로서는 「ㄴ, ㄹ, ㅁ, ㅂ, ㅍ」자에 불과하다. 다음에 각 문자의 변천 과정을 중요한 것만 몇 개 선정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18세기 말기 이후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18세기 말의 名筆이었던 洪泰運의 글씨(예컨대 1796년에 간행된 敬信錄諺釋, 1804년에 간행된 重刊本 註解千字文에 쓰인 한글)와 1797년(正祖 21년)에 整理銅活字로 간행된 五倫行實圖에 쓰인 한글, 1852년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太上感應篇圖說諺解를 비롯 하여 南宮桂籍(1876), 三聖訓經(1880), 過化存神(1880), 竈君靈蹟誌(1881), 敬惜字紙文(1882) 등의 道敎 關係文獻에는 현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형의 시초가 보이기 시작한다. 19세기 말 내지 20세기 초에 간행된 각종의 교과서, 예컨대 國民小學讀本(1895), 小學讀本(1895), 新訂尋常小學(1896), 高等小學讀本(1906), 國語&讀本(1907)등의 교과서 중에는 한글 설명을 위하여 한글 자모를 그려 놓은 책도 있는데, 이 예시에서도 글자 모양은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이 때부터 한글 자형의 다양화 시기로 접어들어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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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8] 한글 字形의 變遷 모습 |
이제 그 변화 과정을 [표 8]에 보이기로 한다. 단, 이 표에 보이는 것은 지나간 시기의 한글 문헌을 중심으로 하였으나, 필기체를 제외하고 活字本이나 木版本을 중심으로 조사한 것임을 밝혀 둔다. 그리고 ㅺ ㅼ ㅽ ㅾ 이나 ㅲ ㅳ ㅄ ㅶ ㅷ ㅴ ㅵ ㅿ ㅸ 등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들은 지면 관계상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였음도 밝혀 둔다.(7)
Ⅶ. 한글 字形의 標準案 提示
이상으로 훈민정음 창제부터 지금까지의 한글 자형의 변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오늘날 한글의 기계화와 필기도구의 다양화를 고려하여 한글 자형의 표준안을 마련한다면 다음과 같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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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9] 한글 標準 字形 試案 |
Ⅷ. 變異形의 許容 範圍 問題
이러한 한글 자형의 표준안이 마련되면, 이들 글자의 변이형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글자 모양의 標準形은 존재하되, 이들에 대한 변이형을 어느 정도 인정함으로써 그 속에서의 藝術性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언어에서 하나의 음소는 있되, 환경에 따라 변이음이 존재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변이형의 허용 범위를 심하게 넓혀서는 안 된다. 이것은 한국어 발음에서, 허용되는 변이음으로 발음하지 않고 허용되지 않는 변이음으로 발음할 경우에 한국어 화자들 대부분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글자는 그 글자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글자의 대표적인 表象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글자의 변이형을 보더라도 그것을 큰 변이형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되어야 한다. 만약에 어느 글자의 변이형(예컨대 로고타입의 글자)을 보고서, 그 글자가 한글 자모의 어떤 글자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변이형이 설령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글자가 너무 심한 변이형이라고 인식된다면 문제가 있는 셈이 된다. 만약 이것을 언어에 비교한다면, 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매우 이상하게 하는 경우에도, 그 발음을 듣고 그것을 한국어로 인식하지만, 훌륭한 한국어로는 인정하지 않는 점과 같을 것이다. 한글 서체의 개발도 이러한 한글 자형의 표준안의 허용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범위 안에서 가로획 및 세로획의 굵기의 변형, 글자 길이와 폭의 변형, 첫 돌기, 끝맺음 돌기와 꺾임 돌기의 변형, 획의 처음과 끝의 변형(즉 둥글게 할 것인가, 모지게 할 것인가, 뾰족하게 하여야 할 것인가 등), 斜體의 變形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체 디자이너들은 변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만 다양하고 멋있는 글씨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글을 변별적으로 알아만 보면 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글씨체가 개성에 따라 예술적 감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성과 예술적 감각에 따라 서체를 변형시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 표준안만은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각 방언 및 사투리의 존재를 인정하되, 표준말을 제정하는 일과 동궤의 일이다. 설령 '지팡이'라고 말해도, '지팽이'라고 말해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리고 이 두 語形을 方言形으로서 다 인정하고 있지만, 표준말은 정해 두는 것이다. 표준말을 교육에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국민들 간의 대화에 있어서는 방언의 사용은 인정하고 있듯이, 교육이나 공공 목적을 위한 인쇄 글씨나 간판 등에서는 글자의 표준안을 사용하고(예컨대 교과서나 도로 표지판 등) 개인적인 면에서는 변형시킨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變形 字形은, 국어 단어를 마음대로 만들어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표준안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 마음대로 만든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Ⅸ. 結語
한글은 창제 당시와 비교하여 볼 때에 그 글자 모양이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많은 인쇄 매체들은 각양각색의 글자 모양을 가진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문자 모양의 통일은 맞춤법이나 표준어의 제정처럼 국가의 언어 정책상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여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뚜렷한 표준안 또는 통일안이 없다. 한글의 글자 모양은 창제 이후에 붓글씨로 쓴다는 점, 세로로 내려쓴다는 점에 따라서, 한자를 붓으로 쓰는 방법을 모방하여 변화를 겪어 왔다. 오늘날 한글의 기계화와 필기도구의 다양화로 인하여 글자 모양은 변별력을 상실할 정도로 심한 변이형들을 보이고 있다. 특히 電子出版의 시대가 급속히 다가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에, 한글 자형의 표준안은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이 표준안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그 표준안을 설정하기 위한 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와 실제적인 표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어 연구소' 내에 이 표준안 마련을 위한 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위원회에는 국어 국문학자는 물론, 전자 출판에 관계되는 전문가, 산업 디자인 연구자 등이 참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參考 文獻
공현식(1989), 국내 CTS의 이용 현황과 과제, 폰트 개발과 표준화 워크샵 발표 논문집, 한국 표준 연구소.
김진평(1983), 한글의 글자 표현, 미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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