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마자 표기법

송기중 /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 교수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로마자 표기법이 제정된 일이 없었던 듯하다. '오래어 표기법'은 1957년에 제정되었으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고, 국제 표준 로마자 표기법 제정을 위한 국제 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국어 학자에게 문의해도 없었다는 대답이었다. 따라서, 아래 기술하는 내용은 서구어로 발행된 북한의 각종 선전물들에 보이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례를 수집, 정리한 결과이다.
    아울러 1984년 이래 국제 표준 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의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글의 국제 표준 전자법(轉字法 transliteration system) 제정을 위한 회의에 북한 측에서 제출한 로마자 표기법을 소개하고, 그동안 모스크바와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남·북한 및 ISO 관계자 회의에서 북한 측 대표가 주장한 제안 이유를 소개한다. 북측 대표들의 위치로 보아, 만약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서 공식 로마자 표기법이 제정된다면, 그 회의에서 주장된 내용들이 상당히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 봄 미국 워싱턴에서 또 다시 개최될 예정인 국제 표준 기구 46기술 분과 위원회(Technical Committee 46: TC 46) 회의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차원에서 토의가 이루어져서, 최소한 '기계화를 위한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만이라도 남북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Ⅰ. 국어의 로마자 표기와 문제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19세기 이래 여러 가지가 등장하였다. 1835년 영국의 선교사 메드허스트(W.H. Medhurst)가 인도네시아의 바타비아(Batavia)에서 출판한 '중국어―한국어―일본어 비교 어휘집'은 조선조 사역원(司譯院)에서 간행된 일본어 어휘집 '왜어류해(倭語類解)'와 조선조 시대 초등 교과서로 널리 사용되었던 '천자문(千字文)'을 원문과 함께 로마자로 전사한 책이다.(1) 이 책은 로마 글자가 영어 표기 시에 표시하는 음가에 준하여(예를 들면 /ᅮ/를 ᄋᄋ로 표기) 방대한 양의 국어 어휘를 전사한 최초의 저술로 믿어진다.
    1880년에 프랑스 선교사들이 간행한 '한불텬(韓佛字典)', 1890년 발행의 '한영뎐(韓英字典)' 등에 등장하는 로마자 표기법은 그 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명, 지명, 상호 등을 표기하는 데 흔히 사용하는 '관습적' 표기 방식의 근원이 되었다. 예를 들면 '서울'을 Seoul로, /ᅳ/를 eu로 표기하는 것은 '한불뎐'식이다. 1930년대 초에는 당시 평양에 거주하고 있던 선교사 맥퀸 씨와 그때 평양을 일시 방문했던 라이샤워 씨(후에 하바드대학교 일본사 교수)가 공동으로 정한 '맥퀸·라이샤워 로마자 전사법(McCune-Reischauer Romanization of Korean)'이 등장하여, 오늘날까지 한국학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서구 학자들이 사용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1982년 이래 그것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여 정부 간행물과 도로 표시판 등에 공식 표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1939년에 핀란드의 한국어 학자 람스테트(G.J. Ramstedt)가 발표한 '한국어 문법(A Korean Grammar)', 1968년 미국 예일 대학교에서 출판된 '한·영사전(A Korean-English Dictionary)' 등에 보이는 전사법이 있어서, 주로 언어학자들이 사용하여 왔다. 우리 정부는 1959년에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공포하여 1981년까지 공식 표기법으로 사용하다가, 위에서 언급한 맥퀸·라이샤워 전사법과 대동소이한 표기법으로 바꾸었다.(2)

이상에서 언급한 국어 혹은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거나 혹은 널리 사용되어 온 '체계적'인 표기법이다. 이 이외에도 외국인을 위한 각종 한국어 교본들에 제시된 전사법들이 여러 가지 더 있고 오늘날까지도 인명이나 상호 등의 표기에 흔히 적용되는 다양한 '관습적' 혹은 '통속적' 표기 방식이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여러 가지 로마자 표기법에는 상호간에 공통되는 부분도 있으나, 상이한 부분도 적지 않다. 즉, 국어의 한 가지 음을 표기법에 따라 상이한 로마자로 표기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차이다. 표기법에 따라 동일한 국어명이 얼마큼 다르게 표기되는가 보기 위하여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몇 가지 표기법으로 전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경기도
'현행', '맥퀸'
'구문교부'
'예일'
'한불'
통속적 표기 1
〃      2
Taehan min'guk
Daehan min-guk
Tayhan minkwuk
Tai-han min-kouk
Tai Han Min Kook
Dai Han Min Gook
kyŏnggi-do
Gyeonggi-do
Kyengki-to
Kyeng-ki-to
Kyung Ki To
Gyung Gi Do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표기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표기된 결과는 상호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개별음의 표기자(表記字) 중에는 모든 표기법에 공통적인 글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예에서, /ᅡ/:a, /ᅩ/:o, /ᅵ/:i, /ᄒ/:h, /ᄂ/:n 등이다. 이와 같이 모든 표기법에 공통적인 표기자들은 대개가 전통적으로 개별 로마자에 부여되어 온 자음(字音)과 국어의 해당 음이 일치하거나 유사한 것들이다. 그와 반면에, 표기법 간에 차이가 있는 글자들은 전통적으로 로마자에 부여되어 온 음가(音價)로 표기하기 어려운 국어음을 표기하는 글자들이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그러한 표기하는 글자들이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그러한 음들을 표기하는 로마자를 선정하는 문제와 주로 결부되어 있다.
    또 한 가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어렵게 하는 이유는 한글의 맞춤법과 관련이 있다. 즉, 한글의 맞춤법으로는 어떤 단어를 발음할 때 발생하는 실제 음을 표기하지 않고, 그 단어를 구성하는 음절―특히 한자어 음절―의 기본형을 표기한다. 예를 들면, '독립문'은 [동님문]으로 발음되고, '왕십리'는 [왕심니]로 발음된다. 여기서, 로마자로 표기할 때 맞춤법에 의거하는가, 아니면 실제 발음에 의거하여 표기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위의 예에서 '맥퀸'은 실제 발음을 표기하는 방식이고, 나머지는 맞춤법에 따르는 방식이다.
    이상 2가지 이유에서 발생하는 로마자 표기에 관계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4개의 구체적 사항으로 지적할 수 있다.

(1) /ᅥ/와 /ᅳ/의 표기자 선정 및 /ᅥ/와 /ᅮ/의 구분 방법
(2) /ᅢ/와 /ᅬ/의 표기자 선정
(3) /ᄀ/과 /ᄏ/, /ᄃ/과 /ᄐ/, /ᄇ/과 /ᄑ/, /ᄌ/과 /ᄎ/, 즉 '무기음'과 '유기음'을 구분 표시하는 문제
(4) 맞춤법에 따르는 표기법[轉字]과 실제 발음에 따르는 표기법[轉寫]의 문제

북한의 간행물에 보이는 로마자 표기법이 우리가 공식적으로 쓰는 방식과 현격히 다른 까닭도 결국 이상 4가지 사항과 관계된다. 그러므로, 이 4개 사항을 중심으로 북한의 표기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Ⅱ. 북한의 간행물에 보이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1. '관습적/통속적' 표기
    본고를 집필하기 위하여 북한에서 발행되었거나 혹은 북한 정부의 요청으로 해외에서 발행된 듯이 보이는 영문 선전물에 등장하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 사례를 점검하면서,(3) 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인의 이름이나 지명 혹은 상호를 로마자로 표기해 온 '관습적' 혹은 '통속적' 표기 방식을 고찰하는 느낌이 들었다. 즉,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표기 방식이다. 이러한 '관습적' 표기 방식들은 물론 위에서 지적한 표기상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음 혹은 글자를 로마자로 표기한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개별 로마자에 부여되어 온 음으로 정확히,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없이, 표기할 수 없는 국어음들은, 대개 위에서 언급한 어느 기존 표기법에서 유래하는 어떤 표기자를 적당히 습용하는 통속적 표기 방식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관습적/통속적' 표기 방식에 의거하였지만, 그 나름대로 어떤 '체계'를 세우려 한 흔적은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출판물에서는, 우리 정부에서 1982년부터 채택한 표기법과 대동소이한 '맥퀸'의 전사법을 따른 표기가 다수 등장한다. 우선 '관습적' 표기 방식에서 보이는 한글과 로마자의 기본적인 대응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사례를 찾을 수 없었던 대응자는 공란으로 둔다.)
모음

a



wa

u

yu



o

yo


oo

yoo


eu



 i



ai



wi





eui
  ᅬ
oi/we
자음

k



n

d

t


r/l

m

b/p

p


s



ss

ng

 j

ch


h

2. /ᅥ/와 /ᅳ/의 표기 및 /ᅥ/와 /ᅮ/의 구분
    로마자 26자에는 모음을 표시하는 글자가 a, e, i, o, u 5자 밖에 없고, 반자음/반모음을 표시하는 w와 y(j)가 있다. 그와 반면에, 현대 국어에는 단모음이 9가지(아, 오, 어, 우, 으, 이, 애, 에, 외), 2중 모음이 12가지(위 참고) 있다. 로마자 5자로 국어의 단모음 9자를 표기하려면 불가피하게 4자는 2자 합성에 의하거나 부가 기호를 사용해야 한다.
    로마자 모음 표기자 5자에 전통적으로 부여되어 온 음가에는 국어의 /ᅥ/와 /ᅳ/가 존재하지 않는다. 서구의 일반적인 전통으로는 e는 국어의 /ᅦ/와, u는 /ᅮ/와 근접된 음을 표시한다. 그러나, /ᅥ/와 유사한 음이 불어와 독일어에서는 흔히 e로 표기되고, 영어에서는 흔히 u로 표기된다. u가 영어에서 /ᅥ/와 유사한 음을 표시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도 그와 같이 '관습적'으로 표기하여 온 경우가 많았다.

예: 삼성(三星) Samsung, 현대(現代) Hyundai 등.

/ᅥ/를 u로 표기할 경우, /ᅮ/를 구분 표기하기 위하여, 역시 영어의 표시음에 의거하여, oo를 사용하였다.
    예: 문선명 Moon Sun Myung 등 인명 표기에서 흔히 볼 수 있음.
    '체계적'인 표기법에서 /ᅥ/는 보통 u로 표기되지 않는다. '맥퀸'과 '현행' 표기법에서는 ŏ, '한불'과 '예일'에서는 e, '구문교부'로는 eo로 표기한다. /ᅮ/의 표기로는 '맥퀸'을 비롯한 대부분 표기법에서 u가 사용되었고, 오직 '예일'에서만 wu이다. ('예일'에서 u는 /ᅳ/의 표기자이다.)
    북한의 간행물에서는 /ᅥ/는 u로, /ᅮ/는 oo로 표기한 것이 절대 다수이다. Kim Il Sung(김일성), Kim Jung Il(김정일)은 어느 책에서나 동일한 표기로 나타난다. 개인의 이름이나 상호 등의 표기는 우리도 그와 같은 '통속적' 표기가 흔하기 때문에 '표기법의 사례'로 제시하기 어렵지만 참고로 언급하고, '김일성전기'에 수록된 지명과 기타 단어의 표기를 보인다.

/ᅥ/ : u
Chullima(천리마), Hamgyung Province(함경도), Pyungan Province(평안도), Euijungboo(의정부), Inchun(인천)
/ᅮ/ : oo
haijoo(해주), Sineuijoo(신의주), Choongjoo(충주), Koonsan(군산)

그러나 '주체사상'은 Juche idea로 항상 표기되어, /ᅮ/를 u로 표기하였다. 또 근래의 간행물에는 /ᅮ/를 u, /ᅥ/를 o로 표기한 예가 눈에 많이 띄는데, 서양의 학자들이 표준 전사법으로 삼는 '맥퀸'을 모방한 표기인 듯하다. 단, /ᅥ/ 표기자 ŏ의 부가 기호 반달표는 무시하였다. 아래 예들은 각종 월간지 최근 호에서 보이는 것들이다.

Chollima(천리마), Sunchon(순천), Ho Ga I(허가이: 인명), Kang Mun Sok(강문석: 인명), Kim Chang Dok(김창덕: 인명)

이러한 표기에서는 부가 기호 반달표가 무시되어 /ᅩ/ 표기자와 혼용되고 있다. 서울에서 간행된 영문 서적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Kobu, Cholla Province(고부, 전라도), Chon Bong Jun(전봉준), Koguryo(고구려)

/ᅳ/를 eu로 표기하는 관습은 19세기 프랑스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되어 보편화된 듯하다. '한불'의 표기가 그러하였고, '통속적' 표기가 대개 그러하였으며, '구문교부'에서도, 이유는 달랐지만, 동일한 표기자이었다. '맥퀸'과 '현행' 표기법에서는 ŭ이다. 북한의 자료에서도 통속적인 표기대로 eu이지만, 근래의 발간물에는 '맥퀸'을 모방하되 반달표를 무시한 u로 등장한다.

eu: Heungnam(홍남), Woonheung(운홍), Jooeul(주을),
Koheung(고흥: 전남), Eumsung(음성: 충북)
u: Hungnam(홍남), Mt. Kumgang(금강산), Rim Gun Sik(림근식: 인명)

/ᅳ/를 eu 표기하면, /ᅴ/는 논리적으로 eui로 표기해야 하고, u로 표기하면, ui이다. 북한 자료에서도 대개 그대로 나타난다.

Sineuijoo(신의주), Euijungboo(의정부)
Pak Ui Waa(박의완: 인명)

3. /ᅢ/와 /ᅬ/의 표기 문제
    /ᅢ/와 /ᅬ/는 '한불'이래 흔히 ai와 oi로 표기되어 왔는데, 이는 한글의 자형에 의거한 표기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2중 모음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 국어음에 입각하여, 독일어의 ä와 ö를 풀어서 표기할 때의 방식대로, '맥퀸'에서 ae와 oe로 표기하였고 '구문교부'와 '현행' 표기법도 그와 같다. 북한 자료에 나타나는 표기들은 대개 전자의 방식이나, 후자의 표기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나, 최근의 발간물에서 ae/oe로 표기하였다.

Haijoo(해주), Hwanghai(황해), Baichun(배천)
Hoiryung(회령), Hoingsung(횡성)
Kaesung(개성)

/회/는 hoi로 표기하지만, /괴/는 kwe로 표기하였다. 현실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표기일 것이다. 예: Kwesan(괴산: 충북)

4. 유기음과 무기음의 구분 표기 문제
    거의 모든 서구어에서는 유성(有聲)과 무성(無聲)에 의하여 파열음이 구별되는데, 국어에서는 유기(有氣)와 무기(無氣)에 의하여 구분된다. 예를 들면, /국어/라는 단어에서 첫째 /ᄀ/과 둘째 /ᄀ/은 둘 다 '무기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일한 음으로 인식하는데 반하여, 서구인들은 첫째 /ᄀ/은 '무성음'[k]으로 둘째 /ᄀ/은 '유성음' [g]으로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씨를 서구인들은 /kim/과 유사하다고 느끼는데, 그것을 서구인이 발음하면 우리들은 /김/이 아니라 /킴/으로 듣는다. 즉, 우리가 구별하는 /ᄀ/과 /ᄏ/의 차이를 서구인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서구인들이 구별하는 /g/와 /k/의 차이를 우리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즉, 우리의 입장에서는 /김/은 /gim/에 가깝고, 서구인의 입장에서는 /kim/에 가깝다. 몇 가지 예를 더 들면 다음과 같다.
    (로마자 표기는 '현행' 표기법에 의한 것이다.)

본래 국어명 서구인이 인식한 로마자 표기 좌측의 표기를 서구인이 발음할 때 한국인의 인식
고구려
공주(公州)
동대문
부산(釜山)
정주(井州)
Koguryo
Kongju
Tongdaemun
Pusan
Chongju
코구려
콩주
통대문
푸산
청주(淸州)

로마자에 전통적으로 부여되어 온 음가와 국어 파열음 사이의 현격한 차이 때문에, /ᄀ/, /ᄃ/, /ᄇ/, /ᄌ/의 표기는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통속적인 표기로 단어의 초성 /ᄀ/은 대개 k로 표기하여 왔지만, 비어두음절의 초성이나 모음 사이의 /ᄀ/은 k로 표기하는 것을 부적절하게 느껴 왔다. 더욱이, /ᄃ/, /ᄇ/, /ᄌ/은, /ᄀ/이 k로 표기되는 것과 같은 논리에서, 무성음 t, p, ch(c)로 표기되어야 하나, 단어의 초성에서 조차 유성음 d, b, j로 표기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통속적 표기 방식이 북한 출판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예:

ᄀ: Kabo Peasant War(갑오 농민 전쟁), Kobu(고부), Kanggye(강계), Kaipoong(개풍), Kwaksan(곽산)
ᄃ: Daigwan(대관), Duksung(덕성), Daidong River(대동강)
ᄐ: Taichun(태천), Taijo(태조: 지명), Tosan(토산)
ᄇ: Baikam(백암), Bookchung(북청), Byuksung(벽성), Kapsan(갑산), Bupdong(법동)
ᄑ: Pyungchun(평천), Jungpyung(정평)
ᄌ: Jungjoo(정주), Jechun(제천)
ᄎ: Chunnai(천내), Sinchang(신창)

그러나 근래의 간행물들에는 '현행'과 같이 '맥퀸'을 모방하여 단어의 초성 /ᄃ/, /ᄇ/, /ᄌ/을 t-, p-, ch-로 표기한 예들이 자주 보인다. 아래 예들은 'Korea Today' 등 월간지 최근 호에서 취하였다.

Taedong River(대동강), Pak Chang Ok(박창옥: 인명), Chamae Islet(자매섬?), Chon Bong Jun(전봉준)

5. 전자(轉字 transliteration)와 전사(轉寫 transcription)
    어느 언어를 그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가 아닌 다른 문자로 표기하는 데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그 언어를 표기하는 표음 문자의 개별 글자에 다른 문자를 1대 1로 대응시켜 본래의 철자법(맞춤법)에 따라 표기하는 방법으로 이것을 보통 '전자'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실제 발음에 입각하여 다른 문자로 표기하는 방법으로 '전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한글의 자모에 로마 문자를

ᄀ ᄂ ᄃ ᄅ ᄆ ᄇ ᄉ ᄋ...... ᅡ ᅣ ᅥ ᅧ ᅩ ...
k n t l m p s ø/ng......a ya ŏ yŏ o ...

와 같이 대응시키고, 국어의 '국어', '국민', '국가', '국리'를 kukŏ, kukmin, kukka, kukli 로 표기하는 방법은 '전자'이고, 실제 발음에 따라 kugŏ, kungmin, kukka, kungni로 표기하는 방법은 '전사'이다. 후자의 경우 /ᄀ/이 k,g,ng로 상이하게 표기되었다. '구문교부'는 전자법이었고, '맥퀸'과 '현행' 표기법은 전사법이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같이 전자와 전사가 둘 다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표음 문자가 아닌 한자(漢字)나 모음자를 대부분 생략하는 아랍 어문은 로마자로 전자할 수 없고 오직 전사만 가능하다. 또 영어는 한글로 전자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that을 위의 한글 대 로마 문자의 대응자에 입각하여 전자한다면 /ᄃ하ᄃ/로 되어 한글자의 구조 원리에 위배된다.
    '전자법'은 그 나라의 표기법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원래의 철자를 기계적으로 복원하기 쉬운 이점이 있지만, 실제 발음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와 반대로 '전사법'은 실제 발음을 반영하는 유리한 점이 있는 반면에, 본래의 철자를 복원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예를 들면, '현행'에 의거하면, '신라', '속리산', '왕십리'가 Silla, Songni-san, Wangshimni로 표기되는데, 자음이 동화되는 실제 발음은 잘 나타내지만, 이 로마자 표기에서 한글 맞춤법에 의한 원래 단어를 복원하기는 불가능하다. 즉, Silla는 '실라', '신라', '실나'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표기한 것일 수 있고, Songni-san은 '송니산'으로 우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추세는 전사가 아니고 전자이다. 과거에 전사하던 글자도 실제 발음에 상관없이 원어의 표기법에 의하여 전자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예를 들면, 일본어의 ん은 과거에는 -n, -m, -ng로 실제 발음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였으나 오늘날은 보통 -n으로 통일한다.
    북한의 간행물에 표기된 국어의 단어들에서는, /-ᄂ ᄅ-/이 /-ᄅ ᄅ-/로 동화되는 것만 표기에 반영하고, 그 이외의 자음 동화들은 대개 무시하였다. 즉, 부분적으로만 '전사'하고, 대부분은 '전자'하였다.

전사의 예: Chullima/Chollima(천리마), Cholla Province(전라도)
전자의 예: Eunryul(은률), Kangryung(강령), Kangreung(강릉), Songrim(송림)

6. 유음(流音) 초성의 표기
    표준 국어에는 유음 /ᄅ-/이 초성으로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본래 유음을 가진 한자음들이 초성에 올 때 탈락하거나, 소수의 경우에서는 /ᄂ-/으로 발음된다. '한글 맞춤법'에서는 현실음에 따라 /ᄅ-/을 탈락시키지만, 북한의 '조선어 철자법'에서는 그대로 쓰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북한 표기법의 차이 중의 하나이다. 북한의 간행물에서는 초성의 /ᄅ-/을 r-로 '전자'한다.

예: Ryoungchun(용천), Risan(이산), Ryunchun(연천), Rinje(인제), Richun(이천), Riri(이리)

7. 영어식 로마자 표기와 불어식 로마자 표기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북한의 각종 선전물들에 보이는 국어 혹은 한글의 로마자 표기를 문제가 되는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프랑스 어로 기술된 출판물에서는 로마자가 불어를 표기할 때의 음가를 고려하여 표기한 예들이 보인다. 다음의 예들은 1984년에 영어와 불어로 출판된 Mangyongdae Fun Fair/Le parc de plaisance de Mankyeungdai에 등장하는 동일명에 대한 영·불어식 로마자 표기이다.

이름 영문에서 표기 불문에서 표기
갈매지
금강(산)
김일성
대동(강)
만경대
송산
평양
Kalmaeje
Kumgang
Kim Il Sung
Taedong
Mangyoungdae
songsan
Pyongyang
Kalmaidji
Keumgang
Kim Il Sung
Daidong
Mankeungdai
Songsan
Pyongyang

이상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김일성', '평양' 등의 로마자 표기는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을 그대로 쓰고, 다른 이름들은 대상 언어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였다. 영어의 표기법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가 1982년부터 공식적으로 채택하여 온 '맥퀸' 전사법이지만, /ᅥ/와 /ᅳ/ 표기자 위에 있는 부가 기호 반달표를 완전히 무시하였다.

Ⅲ. 북한 측이 국제 표준 기구(ISO)에 제출한 한글의 로마자 전자법(轉字法)
    1. 배경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표준 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약칭 ISO)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아랍 문자, 씨릴 문자(러시아 문자), 히브리 문자, 한자, 일본 문자, 타이 문자 등 비로마 문자의 국제 표준 전자법(轉字法) 제정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 사업의 추지는 "기계나 사람에 의하여 본래 문자를 로마자로, 그리고 로마자를 본래 문자로 자동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함으로써 '문자로 쓰여진 정보'를 어떤 모호성이 없이 국제적으로 교환하는 수단"을 제공하는데 있다. 여기서 강조되는 사항은, "해당 언어 발음의 정확한 발음 표기"가 아니라, 그 언어를 기술한 "문어(文語)의 로마자 변환과 로마자로부터 본래 문어로의 정확한 복원에 적합한 전자법"이다.
    ISO의 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1) 로마자로 표기된 결과는 로마자를 사용하여 온 어떤 언어의 전통적 표기음에 의거하여 발음하였을 때 본래의 음가가 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오직 정확한 원래의 표기를 찾아내는 기능을 한다. 2) 따라서 로마자 표기는 그 표기법과 원어(原語)에 익숙한 사람만이 원어대로 정확히 발음할 수 있다. 3) 경우에 따라 이러한 목적의 국제 표준 전자법과 다른 국내용 전자법을 가질 수 있다. 4) 필요에 따라서 로마자 2자 합성자(digraph)나 부가기호를 사용할 수 있으나, 그 경우 순전히 관습적 혹은 자의적 표기자를 회피하고, 어떤 음성학적 논리성이 내재하도록 선정해야 한다.(4)

1984년에 ISO 기술 분과 위원회 46(Thchnical Committee 46, 약칭 TC 46)은 한글의 로마자 전자법 제정에 착수하여, 프랑스 표준협회(Association française de normalisation: AFNOR) 측에 그 작업을 위촉하였다. 그리하여 AFNOR는 유럽의 한국 학자 2인에게 한글의 로마자 전자법 시안 제출을 의뢰하는 한편, 당사국인 우리 정부와 북한에도 통보하고 시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
    한글의 로마자 전자법에 대한 제1차 국제 회의는 1985년 5월 런던에서 개최된 ISO TC 46 제2분과(SC2)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AFNOR 측에서 마련한 시안과, 1985년 4월 북한에서 제출한 시안이 검토되었다. 그러나 이 회의에 당사국인 남·북한이 모두 불참하였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표준 관계 업무를 관장하는 공업 진흥청 표준국에서 주관하게 되어, 1985년 하반기부터 필자를 위시한 학자, 언론인, 컴퓨터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된 연구진을 구성, 우리 측 시안 작업을 추진하였다. 1986년 4월 우리 측에서 마련한 안을 AFNOR에 제출하였다.
    AFNOR는 1986년 3월 파리에서 북한 측과 회합하여 북한의 제출안에 일부 수정을 가하였다. 그해 9~10월 사이에는 역시 파리에서 우리 측 대표들과 회의를 가지고, AFNOR 측의 안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한편 우리 측 안을 대부분 받아들여, 공동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듬해 5월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ISO TC46/SC2 회의에서, 남·북한과 프랑스 및 기타 참가국 대표들이 처음으로 동석하였다. 이 회의의 성과는 우선 남·북한이 동석하여 5일간에 걸쳐 장시간 상호 의견을 교환한 것과, 북한 측이 우리가 제안한 모음 표기법을 완전히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자음 표기법은 북한 측이 자체의 안을 ISO 규정과 상관없는 이유로 끝까지 주장하였고, 우리 측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합의가 불가능하였다.
    모스크바 회의가 끝날 무렵, 남·북한의 첨예한 대립을 해소시킨다는 명분하에, 회의에 참석한 프랑스와 소련 대표들이 소위 '소련·프랑스 공동 절충안'이란 생소한 표기법을 제안하였다. 이 안에 대한 검토를 목적으로 금년 3월 파리에서 남·북한과 AFNOR 측 대표 및 제안자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소·불 공동안이 백지화되었으나, 남·북한 간의 주장에는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다음 회의는 내년 5월 워싱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다음 절에서는 1985년 4월 북한 측이 ISO에 제출한 안과 그 후 변경 및 모스크바와 파리에서 우리 측과 회합할 때 주장한 제안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2. 북한에서 제안한 한글의 로마자 전자법
    1985년 4월 23일자 북한의 '규격화 위원회' 책임자, 강덕문(Kang Dok Moon)의 명의로 발송한 공문에서, 1) ISO의 규정 문서를 충분히 검토하고, 2) 여러 나라에서 관습적으로 상용하여 온 한글의 라틴(로마) 문자 전사법을 참작하고, 3) 한글의 글자가 시현하는 음성적 자형적 특성을 고려하였다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다음과 같은 로마자 전자법을 제안하였다.

자음: ᄀ-k ᄏ-kh ᄁ-kk
ᄃ-t ᄐ-th ᄄ-tt
ᄇ-p ᄑ-ph ᄈ-tt
ᄉ-s   ᄊ-ss
ᄌ-c ᄎ-ch ᄍ-cc
ᄂ-n ᄆ-m ᄅ-r
ᄋ-ng ᄒ-h  
모음: ᅡ-a ᅣ-ya ᅥ-Ʒ ᅧ-yŏ  
ᅩ-o ᅭ-yo ᅮ-u ᅲ-yu  
ᅳ-ŭ ᅵ-i ᅱ-ui ᅢ-ai  
ᅦ-e ᅬ-oi ᅴ-yi ᅪ-wa  
ᅫ-wai ᅯ-wŏ ᅰ-we ᅤ-yai ᅨ-ye

이 안의 특징을 앞 장에서 언급한 '4가지 문제'의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1) 국어의 무기음 표기자는 전통적인 무성음자 k, t, p, c로 대응시키고, 유기음은 h를 첨가시켰다.
    2) /ᅥ/와 /ᅳ/의 표기자는 '맥퀸' 및 '현행'과 같이 부가 기호 반달표를 썼다.
    3) /ᅢ/와 /ᅬ/는 '한불'로부터 유래하였고, 북한의 표기 사례에서 흔히 사용되었고, 또 '통속적'표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글의 자형에 입각한 ai와 oi이다.
    1986년 3월 10일부터 1주일간 파리에서 북한의 사회과학연구원에서 파견된 대표단과 AFNOR 측은 회의를 가지고, 북한안과 AFNOR안(Andre Fabre 교수 제안)을 검토하였다. 그 회의에서 북한 측은 '전통과 민족적 특성'을 이유로 프랑스안을 강력히 거부하였고,(5) 프랑스 측은 북한안에서 /ᅥ/와 /ᅳ/ ( 및 /ᅧ/, /ᅯ/, /ᅴ/)의 표기자에 부가 기호를 쓰는 것이 기계화에 불리하다는 점을 들어 eo와 eu로 바꿀 것을 종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북측은 우리의 '구문교부'와 동일하다는 이유로 /ᅥ/와 /ᅳ/ 표기자를 서로 바꿀 것을 주장하였으나, 결국 프랑스 측의 의견을 따랐다.

3. 우리 측의 제안 및 남·북한 주장의 내용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 측은 1985년 말부터 '기계화를 위한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공업 진흥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연구진은 ISO 규정에 입각하여 다음과 같은 원칙을 수립하였다.
    1) 한글과 로마자의 1 대 1 대응이 가능한 전자법을 고안한다.
    2) 전자법은 기계에 의한 자동 변환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3) 로마자 26자 이외의 부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4) 한글자와 대응되는 로마자는 유럽의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표시하여 온 음가에 의거하여 한글자가 표시하는 음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선택한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어떤 로마자에 유럽의 전통으로 전혀 생소한 음가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상 4가지 원칙 중 처음 3항은 ISO 규정을 반영하는 것이고, 제4항은 당시 제안되고 있던 프랑스안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것이었다.
    이상과 같은 원칙에 입각하여 기존 로마자 표기법들을 검토한 결과, 연구진은 '구문교부'가 최적의 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그것을 일부 수정한 아래와 같은 안을 완성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 및 논리적 정당성을 증명하여 제출하였다. 연구진이 제출한 '기계화를 위한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안)'은 다음과 같다.
<자음>
번호 한글 로마자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G
K
GG
D
T
DD
B
P
BB
J
CH
JJ
S
SS
H
´,NG
N
R, L
M
<모음>
번호 한글 로마자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A
EO
O
U
EU
I
AE
E
OE
YA
YEO
YO
YU
YAE
YE
WA
WEO
WI
WAE
WE
YI

음절말 2중 자음
ᆪ GS
ㄵ NJ, ㄶ NH
ᆰ RG, ᆱ RM, ᆲ RB, ᆳ RS, ᆴ RT, ᆵ RP, ᄚ RH.

이 안의 특징은 다음과 같고, 이 특징들이 모스크바와 파리 회의에서 북한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거의 기본이 되었었다.
    1) 국어의 무기음과 유기음을 전통적으로 유성음과 무성음을 표기하는 로마자에 일치시켰다.
    이유:
    ᄀ) 여하한 방법으로도, 전통적으로 로마자에 부여되어 온 음가로는 국어의 무기음을 표기할 수 없다. (위 참고)
    ᄂ) 유기음 표기에 2자 합성이나, 부가 기호를 사용하는 것보다 단일자로 표기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즉, /ᄏ/의 표기를 k'나 kh로 할 경우 기계화 과정에서 2회를 타자하지만, k로 전자하면 1회 타자이다. 로마자 26자 전체에서 우리 측의 방법으로는 F, Q, V, X, Z 5자를 안 쓰고 21자를 사용하는데, 북한안으로는 G, D, B, J가 추가로 무용하여 오직 17자만 사용하게 된다. (G는 /ᄋ/의 표기 NG에서만 사용.) 17자 보다는 21자 사용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ᄃ) 북한 측의 방법으로는 '모호성'이 더욱 늘어난다. 예를 들면, /각하/와 /가카/가 동일하게 kakha로 표기되기 때문에, 기계에 의한 복원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
    ᄅ) 이와 같이 무기음-유기음 표기자를 전통적으로 유성음-무성음을 표기하는 글자에 대응시키는 방법은 이미 중공에서 30여년 간 어떤 문제도 제기됨이 없이 사용되어 왔다.
    2) /ᅥ/, /ᅳ/, /ᅢ/, /ᅬ/의 표기는 eo, eu, ae, oe로 한다.
    이유:
    ᄀ) 로마자 1자로 표기 불가능한 국어의 단모음 4자를 2자 합성으로 표기하되, 기존자에 오직 e만 결합시킴으로써, 기계화 과정에서 유리하게 한다. 즉, 오직 e만 다른 모음자와 결합하여 단모음을 표기한다는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
    ᄂ) /ᅢ/와 /ᅬ/를 ai와 oi로 표기할 경우 '모호성'이 발생하는 빈도가 훨씬 높아진다. 국어에서 /ᅡ/와 /ᅩ/는 '양성 모음'으로 중성 모음인 /ᅵ/와 결합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비하여,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인 /ᅥ/ 혹은 /ᅦ/의 결합은 희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측 제안 방법으로는 '나이'와 '내'가 nai, '오이'와 '외'가 oi, '고이다'와 '괴다'가 koita로 각각 동일하게 표기되어 모호성이 발생하고, 그를 회피하려면 음절을 구분하는 다른 부호가 필요하여 비경제적이고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그와 반면에, 우리 측의 방법으로 표기할 경우, nai:nae, oi:oe, goida:goeda 로 표기된다. 국어에는 /-ᅡᅦ-/ 혹은 /-ᅩᅦ-/가 되는 단어가 희귀하여, ae와 oe가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는다.
    ᄃ) 독일어 등의 언어에서 국어의 /ᅢ/ /ᅬ/와 유사한 음이 부가 기호를 쓰지 않을 경우, ae와 oe로 흔히 표기되어 왔다.
    3) /ᅴ/를 yi로 표기한다. (이것이 '구문교부'와 다르다.)
    이유:
    ᄀ) 국어 문장에서 /ᅴ/의 출현 빈도가 상당히 높다(약 4.5%). 논리적으로 /ᅴ/가 eui로 표기되어야 하지만, 출현 빈도를 고려할 때 타자 수효를 줄이는 것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
    ᄂ) 한글에는 yi로 전자될 수 있는 글자가 없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없다.
    ᄃ) 단모음은 a, e, i, o, u 5자 혹은 e와 합성자로 통일·표기하고, 2중 모음은 y/w로 시작되는 합성자로 통일·표기함으로써, 기계화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유리하다.
    4) 논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ᄎ/은 c로 표기되어야 하지만, /ᄎ/의 출현 빈도가 아주 저조하고, 관습적인 표기를 고려하여 ch로 표기한다.
    5) 음절 말의 /ᄅ/은 1로 표기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모두 r로 표기한다. 기계화 과정에서 1을 음절 말 표시로 이용할 수 있고, 실제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4. 북한의 주장
    이상과 같은 우리 측의 안을 제출하고, 1986년 9월 파리 회의에서 설명함으로써, 프랑스 측은 자체의 안(파브르 안)을 완전 포기하고, 우리 측 안을 전폭 지지하되,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모음 /ᅢ/와 /ᅬ/ (따라서 /ᅤ/, /ᅫ/도)의 표기자를 북한 방법으로 ai, oi로 양보하기를 요구하였다. 우리 측에서 상기의 이유로 거부하자, 프랑스 측은 이 문제와 아울러 /ᄌ/ 표기자 ch의 비논리성, /ᄅ/ 표기자의 r/I 2중성에 대한 '이의'를 붙여, 모스크바 회의에 공동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하였다.
    1987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남·북한 대표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아 논의한 사실은 위에서 언급하였다. 이 회의에서 우리 측의 제안 설명에 따라, 북한 측은 모음의 전자 방법을 우리 측 안을 따르게 되었다. 그러나 자음의 무기음과 유기음의 구분 표기 방법은 북측 안을 완강히 고집하였다. 북한 측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조선어(국어)에는 조선어에 독특한 '민족적 특성'이 있으니, 즉 무기음-유기음-경음으로 구분되는 '삼류음체계(三類音體系: 三枝的對立體系)'이다. 조선 문자(한글)에는 이 '민족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어서, ᄀ-ᄏ-ᄁ에는 공통적인 요소 ᄀ을 유지한다. 따라서, 로마자 표기법도 이 '특성'을 반영시켜 같은 계열의 3가지 음 표기자에 같은 글자가 유지되어야 한다.
    2) 어느 문자든지 음을 표시한다. 그 표시음을 무시한 전자법이란 있을 수 없다. 로마자 26자에는 각각 표시음이 있고, 그 표시음은 영어나 기타 언어에서의 표시음이 아니라, 라틴어의 표시음에 의거하여야 한다. 조선어의 무기음은 '유성음'이 아니다. /ᄀ/을 유성음자 g로 표시하면, 조선어의 음운 특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3) 남측의 표기를 보아도 '김'은 항상 Kim으로 표기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물론 ISO 규정과는 상관없는 내용들이다. 이 주장들에 대하여 우리 측은 앞에 기술한 '논리성', '경제성', '사용자의 가용성(可容性 acceptability)', '기계화 과정의 모호성 배제' 등과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에 관련되는 문제들을 상세히 반복 설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1) /ᄀ/은 남·북한 공히 '관습적/통속적'으로 k로 전시되어 왔지만, 다른 무기음들의 경우에는 흔히 유성음자로 전사되어 왔다. 예를 들면, '주체(사상)'는 Juche, '대동강'은 Daidong-gang, '평양'은 Pyongyng으로 흔히 표기되어 왔지, 북측의 제안대로 Cuche, Taitong-kang, Phyongyang이 아니었다. /ᄀ/의 경우에도 오직 어두에서만 k로 전사되어 왔지, 어중에서는 보다 정확한 g로 전사되었다. 예를 들면, '고구려'는 Koguryo 등이 자연스럽지, Kokuryo가 아니었다.
    2) '라틴 어의 음가'라든가, '민족적 특성', '음운 구조의 파괴'와 같은 사항들은 '기계화를 위한 한글의 로마자 전자법'과 무관하다. 중공도 무기음-유기음을 유성음자-무성음자로 오랫동안 표기하여 왔지만, 중국어의 음운 구조가 파괴되었다는 주장을 들어 본 일이 없다. 이 문제가 남·북한 상호 양보에 의하여 타협될 것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전체적인 '체계'를 고려해야 하고, 아울러 기계화에 관련되는 제반 문제를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 측 안은 1986년도에 학계, 언론계, 행정부 인사들을 초청한 몇 번의 공청회에서 동의를 구한 것이며, 컴퓨터 전문가들도, '한글-로마자-한글'의 기계적 변화에 모호성이 가장 적게 나타나는 표기법으로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