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문법 연구

高永根 / 서울대 교수·국어학

Ⅰ. 머리말
    북한의 국어 연구는 처음에는 막스·레닌의 언어 이론에 기대었고(1) 60年代 후반부터는 이른바 김일성의 주체의 언어 이론(2)을 바탕으로 하여 언어 규범 등 실천적 문제의 해결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수행되어 왔다. 북한의 국어 연구가 음성·음운으로부터 방언, 국어사에 이르기까지 언어학의 대부분의 분야를 포괄하고 있기는 하나 그 가운데서도 어휘와 문법 방면의 업적이 주종(主宗)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어휘와 문법이 언어의 가장 중요한 구성 성분이라고 믿는 유물론적 언어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어휘 연구는 한자어 등 외래어를 정리하여 고유어 중심의 어휘 체계를 수립하는 말다듬기 작업에 성과를 거두어 왔고 문법 연구는 철자법과 국어 교육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실천적 규범 문법을 확립하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여 왔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문법 관계 저술을 중심으로 북한 문법 연구의 흐름과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북한 문법의 형성과 발전
    북한의 문법은 김두봉, 이극로, 정렬모, 김수경, 홍기문 등에 의하여 성립되었다. 김두봉을 제외하고는 해방 후 남한에 서북한으로 넘어간 사람이었다. 김두봉은 한힌샘 주시경의 수제자로서 일찍이 '조선말본'(1916)을 썼고 중국으로 가서 사전 편찬을 하면서 정치 활동에 가담하였다. 이극로는 식민지 시대 조선어 학회 간사장으로서 조선어 학회 사건에 연루되었으며 음성학 방면의 업적을 남겼다. 정렬모도 김두봉과 같이 한힌샘의 제자였다. 조선어 학회 회원으로서 문법 연구에 종사하여 문법서를 남겼으며 종합적 체계를 창시하였다. 홍기문도 식민지 시대부터 문법 연구에 손을 대어 문법서를 남겼다. 김수경은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 강의'의 일본어 번역을 도왔고 음운론에 관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북한의 초기 문법은 이상 든 몇 사람의 손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 편찬된 최초의 문법서는 1949년 김일성 대학 조선어문연구회에서 낸 '조선어문법'이라고 한다.(3) 체제는 다음과 같다.

(1) 조선어문법, 1949:
어음구성, 형태론 <단어, 단어조성, 문법범주>, 문장론

소련의 언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조선문법연구의 경험을 섭취하여 저술한 해방 후의 최초의 과학적 문법이라고 그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1948년에 공포된 '조선어신철자법'을 뒷받침하는 문법서였다. 이곳에는 김두봉이 주장한 이른바 6자모와 음운 교체에 대한 그의 학설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규범 문법의 3부 체계를 지키고 있으며 형태론이 단어, 단어조성, 문법범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본격적인 문법서는 1960년과 1963년 두 차례에 걸쳐 나온 '조선어문법'이다.(4) 체제는 다음과 같다.

(2) a. 조선어문법 1, 479면, 1960: 어음론, 형태론
b. 조선어문법 2, 250면, 1963: 문장론

앞의 (1)과 같이 3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2a)는 어음론과 형태론, (2b)는 문장론이다. 2책으로 분권하되 3년 간격으로 출판되었다. 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 언어학 연구실이 저자로 되어 있다. 2책 모두 800여 면의 방대한 분량이다. 형태론은 품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어조성과 문법범주가 사이사이 끼여 있다. 문장론의 취급 대상도 표면상으로는 뚜렷한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다. 구두법이 들어간 것이 다소 주목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세부에 있어서는 언어 사실의 수집이나 이론 전개에 있어 당시의 남한의 문법 연구보다 앞선 점이 많다. 1권은 1950년대 후반 '조선어문'을 중심으로 전개된 음성·음운 및 형태론에 관한 연구 업적이 기초가 되어 저술되었다고 생각한다. 2권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이루어진 문장론 방면의 업적이 기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어문법'의 집필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의 소리와 문법에 대해 업적을 쌓은 사람은 이극로, 정렬모, 김수경, 홍기문 등 귀에 익은 학자도 있고 황부영, 이근영, 김금석, 렴종률 등 해방 후 북한에서 수학한 것으로 짐작되는 낯선 학자들도 많다.(5)
    '조선어문법'은 조선어의 규범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쓰여졌다. 현대 표준 조선어의 문법적 특성을 밝혀 규범을 세우고 조선어의 표현 가능성을 서술함으로써 인민들의 언어·문자 생활에 필요한 문법 및 어음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는 데 기본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책은 표준어에 대한 서술적 규범적 성격을 띠었으면서도 역사적 변천 과정도 고려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책이 과거 조선어 연구가들의 업적을 계승·발전시키고 선진 이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은 물론, 현재의 조선어 연구가들의 의견을 널리 들어 체계를 세웠기 때문에 과거의 문법서에 비하여 훨씬 높은 발전 수준을 보였다고 자랑하고 있다.(6) 과거 조선어 연구가라 함은 한힌샘 주시경과 김두봉의 문법을(7) 뜻하고 선진 언어 이론은 소련의 언어학을, 현재의 연구가는 앞서 말한 학자들을 각각 가리킨다.
    '조선어문법 1,2'의 출간 이후에도 북한 문법 학계는 문법 연구를 꾸준히 추진하였다. 그것은 1960년을 전후한 때부터 1967년까지의 '조선어문', '조선어학', '어문연구'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대체로 알 수 있다.(8) 그러나 1966년 김일성에 의하여 문화어운동이 제창되고 1968년 계간지 '문화어학습'이 창간되면서부터 이론적 성향이 짙은 연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이때부터는 조선어를 주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문제에 관련된 방향의 문법 연구만 눈에 띈다.(9) '조선어문법 1, 2'의 출간 이후로부터 문화어운동이 시작된 얼마 뒤까지의 문법 연구의 성과를 집성한 것이 1970년에 나온 '조선어문법'이다. 그 체제는 다음과 같다.

(3) 조선어문법, 250면, 1970:
말소리, 조선어의 품사, 조선어 단어의 구조와 단어만들기, 조선어의 토, 조선어의 문장

앞의 '조선어문법 1, 2'와는 달리 1책으로 되어 있다. 이전의 틀에 박힌 3부 체계를 벗어나서 5부 체계를 취하고 있다. 음성, 품사, 조어, 형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전의 각 품사에서 설명되던 조어, 형태에 관한 사항이 독립된 부문을 차지하였다. 용어에 있어서도 '어음, 단어조성'과 같은 한자어를 피하고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쓰고 있다. 이런 경향은 각론에서도 발견된다. 이전의 "종결형, 합성, 접사" 등을 체계를 바꾸어 '맺음토, 합침법, 붙임법'과 같이 고유어로 바꾸었다. 이 책은 앞의 책과는 달리 김일성 대학 출판사에서 나왔으며 저자가 밝혀져 있지 않다.
    문화어운동이 자리를 잡아가자 김일성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일적 규범 문법을 세울 것을 교시하였다. 이런 배경 밑에서 나온 것이 1972년의 '문화어문법규범'(초고)이고 광범한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완성한 것이 1976년에 나온 '조선문화어문법규범'이다. 이 책 역시 김일성 대학 출판사에서 나왔으며 저자는 밝혀져 있지 않다. 체제는 다음과 같다.

(4) 조선문화어문법규범, 7+549면, 1976:
어음론, 형태론, 문장론, 부록, 찾아보기

(2)의 '조선어문법 1, 2'와 같이 3부 체계를 취하고 있다. "부록"이 마련된 것이 특이하다. 이곳에는 토, 덧붙이[접사]의 목록과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법이 들어있다. (2)의 '조선어문법'에는 구두법이 문장론의 끝에 설정되어 있었는데 이곳에는 "부록"에 들어 있다. "찾아보기"가 마련된 것도 이전의 문법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이 책에는 품사 이름을 제외하고는 모든 문법 용어를 고유어로 바꾸었다. (3)의 '조선어문법'에는 부분적으로만 고유어를 썼는데 이곳에는 폭넓게 우리말로 바꾸었다. 김두봉의 '조선말본'(1916)과 최현배의 '우리말본'을 연상할 정도로 고유어로 대체되었다. 고유어 용어 중에서 특징적인 것을 몇 가지 골라 보기로 한다.

(4) a. 어음론 : 말소리, 소리느낌, 소리바꾸기, 말소리흐름, 높낮이선, 끊기, 소리빛깔, 소리마루......
b. 형태론 : 명사만들기, 격토, 얹음토, 꾸밈토, 바꿈토......
c. 문장론 : 풀이말, 세움말, 보탬말, 들임말, 꾸밈말, 알림문, 추김문, 옮김법......

이렇게 문법 용어를 우리말로 바꾼 것은 고유어 중심의 어휘 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체의 언어 이론(10)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체계에 있어서는 형태론의 구성이 다소 특이하다. 단어와 단어만들기가 먼저 나와 있고 품사, 토의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3)의 '조선어문법'은 품사가 앞서 있었다. 문장론에서도 (2)의 '조선어문법 2'와 비교할 때 유길준, 김두봉이나 최현배에 훨씬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선문화어문법규범'은 용어나 체계에 있어 (2)의 '조선어문법 1, 2'와 상반되는 바가 많다. (3)의 '조선어문법'은 두 문법의 징검다리임을 알 수 있다. '조선문화어문법규범'은 (3)을 시험적 단계로 삼아 (2)를 개편한 것이다. 요컨대 '조선문화어문법규범'은 문화어 운동을 뒷받침하는 문법서로서 (2)의 '조선어문법 1, 2'와 함께 북한 문법의 쌍벽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북한 문법학계는 1979년 '조선문화어문법'을 간행하였다.

(5) 조선문화어문법, 455면, 1979:
어음론, 형태론, 문장론

이곳에도 (4)와 같이 3부 체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장을 늘렸다든지 내용을 보충한 곳도 없지 않다. (4)를 일반에게 보급하여 언어 생활을 도울 목적으로 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과학, 백과사전 출판사에서 나왔다. 이곳에서도 저자는 밝히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문화어 운동이 정착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11) 그것은 문화어를 교육하고 보급하기 위한 지침서와 참고 도서가 많이 출간되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문법 영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보인다. 아래 두 권의 책은 조선어학과 학생들의 전공 교재로 출판된 것이다.

(6) a. 렴종률, 문화어 형태론, 243면, 1980.
b. 김영황, 문화어 문장론, 256면, 1983.

(6a)는 '조선문화어문법규범'의 형태론 부문을 2편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제1편에는 품사와 단어만들기가 포함되어 있고 제2편에는 "토"로 포괄되는 조사와 어미가 취급되어 있다. 품사는 이례적으로 "상징사"를 포함하여 9품사를 두었다. (6b)는 (4)의 문장론을 자세히 분장한 것이다. (6)의 두 문법은 조선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생들의 교재라는 점을 고려하여 조선어 문법의 연구에서 부딪힌 논쟁점을 부각시켜 이론적인 비판·분석을 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말하자면 이미 확립된 문화어문법규범을 수정·발전시키기 위한 이론 문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둘 다 김일성 종합대학 출판사에서 나왔다. 지금까지의 문법서와는 달리 저자와 편집원이 밝혀져 있다. 두 책의 지은이 렴종률과 김영황은 1950년대 말부터 문법사, 문법론에 관한 업적을 쌓아온 사람이었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북한 문법학계는 조선어이론문법을 기획·발간하였다. 문법의 하위 부문을 품사론, 단어조성론, 형태론, 문장론의 넷으로 잡고 독립된 책으로 간행하였다.

(7) a. 고신숙, 조선어리론문법(품사론), 212면, 1987.
b. 김동찬, 조선어리론문법(단어조성론), 395면, 1987.
c. 리근영, 조선어리론문법(형태론), 304면, 1985.
d. 김용구, 조선어리론문법(문장론), 286면, 1986.

언어학의 다른 분과와 같이 문법 분야에서도 학교 문법, 서술 문법(기술 문법), 역사 문법에서 쌓은 업적을 새로이 발전시킬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문법을 4부문으로 나누어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의 서술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체의 언어 이론에서는 문법 구조가 어휘 구성에 비하여 민족적 특성이 훨씬 견고하게 보존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각 부문들은 연구 대상과 과업이 같지 않으며 그만큼 민족적 특성도 달리 표현된다고 말하고 있다. 조선어이론문법은 각 부문에서 민족적 특성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나타나며 거기에 작용하는 합법칙적 특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밝힘을 사명으로 한다고 한다. 이 책들에는 앞의 (6)의 '문화어<형태론, 문장론>'보다 훨씬 깊이 있게 논쟁점이 부각되어 있으며 자료도 현대어뿐만 아니라 중세어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론 문법서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져 보인다. 출판사는 (7b)만 고등교육출판사이고 나머지는 과학, 백과사전출판사이다. 저자 고신숙, 리근영, 김용구는 1950년대 후반부터 문법론 등에 업적을 쌓아온 사람이었다. (7a)의 "품사론"에서는 저자와 편집 담당자뿐만 아니라 심사자, 편성·교정·장정 책임자의 이름까지 밝혀져 있다. 저자의 이름이 밝혀져 있지 않은 이전의 문법서에 비하면 개인 저술의 성격이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으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책이 완성되는 현실을 보면 역시 집체적인 산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Ⅲ. 북한 문법의 특징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 문법은 해방 후 40여 년 동안 많은 변모를 거듭하여 왔다. 체계, 용어, 서술 방식, 자료가 시대적 배경에 따라 심한 기복을 보여 준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문법 저술은 (2)의 '조선어 문법 1, 2'와 (4)의 '조선문화어문법규범'이다. 이곳에서는 뒤의 저술을 중심으로 북한 문법의 특징을 분석하되 앞의 저술을 비롯한 나머지 문법과 비교·대조하는 방법을 취하려고 한다. 체계나 용어가 남한의 것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우리의 전통 문법이나 현행 남한의 학교 문법에 따라 설명 하려고 한다. 작업의 편의를 위하여 총론, 형태론과 문장론으로 구분하기로 한다.

A. 총론(12)
문법은 한 언어의 문법 구조를 가리킨다고 정의한다. 또 문법은 문법 구조를 연구(서술)하는 일에 대해서도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견해와 차이가 없다.
그들은 언어 단위로 문장, 단어결합, 단어, 형태부, 음절, 음운을 두고 있다. 형태부는 단어에서 의미를 가지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말한다. 남한의 현행 학교 문법이나 문법 연구에서 채택하는 형태소의 개념과 큰 차이가 없다.
문법은 단어의 구조에 관한 연구로서의 형태론과, 문장의 구조에 관한 연구로서의 문장론의 두 분과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 독자적 연구 영역을 지니고 있으되 서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북한의 문법 체계 역시 남한의 통용 체계와 차이가 없다. 말소리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어음론은 문법과는 구별되기는 하지만 긴밀한 관계를 띠고 있으므로 문법의 첫머리에 두었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적 문법 체계가 그러하였고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3부 체계를 취하고 있으니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다.
 
B. 형태론
(1) 형태론의 대상
형태론은 단어에 관한 문법적 이론이므로 단어에 관련된 모든 문제가 연구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단어의 형태, 품사, 문법범주 및 단어조성이 그것이다. 단어의 형태라 함은 '집-이, 집-을, 집-에'와 같이 체언에 조사가 붙는 현상과 '심-자, 심-었다, 심-으면, 심-은'과 같은 용언의 활용형을 말한다. 곧 체언과 용언의 어형 변화이다. 문법범주라 함은 격범주, 시제, 높임법, 태(사동, 피동)를 가리킨다. 단어조성은 조어법이다. 조사를 체언의 한 부분으로 보는 점만 제외하고는 우리의 전통 문법이나 구조주의를 지향하는 문법 모형의 형태론의 내용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현행 남한의 학교 문법에서는 문법범주를 문장론에서 다루고 있다.
(2) 단어 (13)
단어의 정립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일정한 뜻을 가진 말소리의 덩어리
2) 문장구조속에서 어휘적으로나 문법적으로 일정하게 구획되는 덩어리
3) 언어의 기본 단위

1)은 우리의 전통적인 단어 정립에서 이미 논의되어 온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다. 2)는 조사의 단어 성립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내용이 단순하지 않다. '어휘적'이라 함은 '주체시대, 지도사상, 위대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정한 어휘적 의미를 띠고 있다는 뜻이다. '문법적'이라고 함은 '위대한'이 '지도사상'을 '어떤―무엇'의 관계로써 꾸며 주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법적인 관계는 '-ᄂ'과 같은 토에 기대어 표시되는데 토는 단어의 한 부분으로 처리한다. 북한의 문법은 조사와 어미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토'에 포괄시켜 결과적으로 종합적 체계(제3유형)를 선택하였다. 알타이 문법에 기울어진 남한의 역사 문법이나 일부의 구조 문법가들의 견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3)은 단어가 문장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는 뜻이다. 어절을 문장 구성의 직접 재료로 보는 남한과 차이가 없다. 그것은 조사를 '토'라 하여 단어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견해를 취하였기 때문이다.

(3) 형태부
단어는 형태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형태부"는, 앞에서도 잠깐 살펴본 바와 같이, 단어를 구성하는 최소의 어휘적 또는 문법적 뜻을 가진 덩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남한의 형태소 또는 어소에 대체로 일치한다. 어휘적 뜻이라 함은 주로 복합어(합성어와 파생어 포함)의 구성 요소를 가리키고 문법적이라 함은 "토"로 대표되는 조사와 어미를 가리킨다. 실제로 그들은 형태부에 "말뿌리(어근), 덧붙이(접사), 토"의 세 갈래를 두고 있다.
(4) 품사와 그 분류 기준 (14)
북한 문법은 다음 8개의 품사를 두고 있다.

명사, 수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동사

남한과의 차이점은 조사가 빠진 것뿐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들은 조사를 체언의 어형 변화에 참여하는 요소로 보기 때문에 품사의 대접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감탄사를 감동사라 부르고 수사를 대명사 앞에 둔 것도 차이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해방 4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품사의 이름에 관한 한, 우리말로 고친다든지 하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품사 체계는 '문화어 형태론'(1980)에서 잠시 상징사를 도입한 일이 있지만(前述), '조선어리론문법'(품사론)에서는 다시 8품사로 되돌아갔다.
북한 문법의 품사 분류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어휘적 의미의 성격의 동일성
2) 문법적 범주의 구성의 동일성
3) 문장론적 기능의 동일성
4) 단어조성의 유형의 동일성

기준 1)~3)의 표현은 차이가 있기는 하여도 최현배나 정인승 등 우리의 전통 문법의 '의미(뜻), 직능(구실), 형식(꼴)'과 일치한다. 단 4)의 기준은 남한의 문법학계에서는 논의된 일이 없다. 4)는 한 품사가 지니고 있는 단어 형성법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는 접두사, 접미사 등의 단어 형성의 접사가 풍부한데 어떤 접사는 명사에 특징적이고 어떤 접사는 동사, 형용사에 특징적이란 사실을 품사 분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품사는 크게 보아 기능·형태적 단위인데 접사와 같이 여러 가지로 불규칙한 성격을 띠고 있는 요소에 기댄 파생법을 품사 분류의 기준으로 세우는 것이 올바른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조선어리론문법'(품사론)에서는 품사를 "단어부류"라 부르고 크게 "형태변화체계를 갖춘 단어부류"와 "형태변화체계를 갖추지 않은 단어부류"로 나누었다. 전자는 "체언적 단어부류"와 "용언적 단어부류"로, 후자는 "수식어적 단어부류"와 "독립어적 단어부류"로 잘게 쪼개었으며 각 부류에 8품사를 배당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품사 체계의 틀은 남한의 현행 문법에 나타나는 "가변어, 불변어, 체언, 용언, 수식언, 독립언"과 거의 일치한다.(15)

(5) 토
북한 문법의 "토"는 초기에는 격조사와 보조사의 경우에만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어미의 경우는 어말 어미에 한하여 그것도 매우 소극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조선문화어문법규범'(1976) 이후부터는 모든 어미 종류는 말할 것도 없고 접사의 테두리에 들어오는 피동·사동의 접미사까지 토로 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토는 우선 "대상토와 풀이토"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대상성을 나타내는 토인데 격조사를 가리키고 후자는 대상을 풀이하는 토인데 어말 어미를 가리킨다. 또 그들은 토를 문법적 자리를 나타내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자리토와 끼움토를 설정하고 있다.(16) "자리토"란 격조사와 어말 어미를 포괄한다. "끼움토"란 복수 접사, 보조사, 관형사형 어미, 명사형 어미, 피·사동 접사, 선어말 어미 등을 포괄하는데 단어의 문법적 자리를 규정하거나 형태를 매듭짓지 않는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조사가 생각되거나, '가네'처럼 시제 표시의 형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시제가 표시되는 현상을 '영토'라 부르고 있다. 남한의 학계에서 흔히 ø형태소라고 말하는 현상에 대응한다.
토에는 크게 다음 세 갈래를 설정하고 있다.(17)
체언토, 용언토, 바꿈토

체언토에는 "격토, 도움토, 복수토"를 두고 있다. 앞의 둘은 격조사, 보조사를 가리킨다. "복수토"는 전통적으로 접사로 처리해 왔는데 그들은 "토" 가운데 소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격토의 체계는 다음과 같다.

① 주격-가(이), 께서
② 대격-를(을)
③ 속격-의
④ 여격-에게, 에, 께
⑤ 위격-에게서, 에서
⑥ 조격-로(으로), 로서(으로서), 로써(으로써)
⑦ 구격-와(과)
⑧ 호격-여(이여), 야(아)

격 체계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변동 없이 지켜지고 있다.
    용언토는 다음과 같다.

맺음토, 이음토, 꾸밈토, 얹음토, 존경토, 시간토, 상토

맺음토는 종결 어미를 가리킨다. 초기에는 "종결형"으로 불렀다. 맺음토에는 말법과 말차림의 범주가 설정되어 있다. "말차림"이란 상대 높임법에 해당하는데 "높임, 같음, 낮춤"의 세 등급만 두었다. 초기에는 "계층"이라고 하여 "존대, 하오, 하게, 해라, 반말"의 전통적 등급을 따랐는데 3등급으로 줄어져 있다. 의도적 개변이 아닌가 한다. "말법"이란 문장 종결법(문체법)에 해당하는데 "알림, 물음, 시킴, 추김"의 네 유형이 설정되어 있다. 초기에는 "식"이라 하여 "서술식, 의문식, 명령식, 권유식"으로 불렀다. 체계상의 변동은 발견되지 않는다. 초기의 '조선어문법 1'(1960)과 중기의 '조선어문법'(1970)에는 "법"이란 범주가 설정되어 있는데 특히 후자에는 "직설법, 목격법, 추측법"이 들어 있다. 이는 국어 서법 체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남한의 이 방면의 시도와 큰 차이점이 발견되지 않는다.(18)
"이음토"는 연결 어미에 해당하는데 초기에는 "접속형"이라 불렀다.
"꾸밈토"는 형용사에 연결되는 보조적 연결 어미 '-게', 종속적 연결 어미 '-듯, -듯이, -ᄅ수록'과 같이 부사적 성격이 강한 어미를 가리키는데 초기에는"접속형"에 넣었던 것을 이렇게 분리시켜 독자적인 "토"의 자격을 주었다.
"얹음토"는 관형사형 어미를 가리킨다. 초기에는 "규정형"이라 불렀다.
"존경토"는 높임의 선어말 어미 '-시-'를 가리키는데 초기에는 "존칭의 범주"로 처리했었다.
"시간토"는 시제의 선어말 어미 '-는/ᄂ-, -었-, -겠-'을 가리키는데 초기에는 "시칭의 범주"로 처리했었다.
"상토"에는 "제힘상, 입음상, 시킴상"이 있는데 초기에는 "능동상, 피동상, 사역상"으로 불렀다.
"바꿈토"는 서술격 조사 '이(다)'와 명사형 어미 '(으)ᄆ, 기'를 가리킨다.

용언이 체언으로 자격을 바꿀 때 '(으)ᄆ, 기'를 붙이듯이 체언이 용언화할 때 '이'를 붙인다고 보는 것이다. 남한에서는 '이다'의 처리를 둘러싸고 용언, 조사, 어미의 셋으로 의견이 갈라져 있다가 1960년대 전반기 몇 차례의 격동을 거쳐 지금은 서술격 조사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북한은 초기부터 체언을 용언화하는 토로 간주해 왔다. 이런 견해는 해방 전부터 "체언의 용언화"라 하여 처리된 일이 없지 않으나(19) 문제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C. 문장론
(1) 문장론의 대상 (20)
문장론은 모든 문장 유형과 구조적 특성을 연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장들이 문법적으로 형식을 갖추어 나가는 특성과 그 구성 성분들의 기능은 물론, 문장 안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장론적 현상을 밝히는 것이다. 문장론은 단어의 결합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문장은 하나의 단어로 성립되는 일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 단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북한의 문장론의 대상은 우리의 전통 문법의 견해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최근 남한의 학교 문법에서는 주시경의 문법과 변형 생성 문법의 영향을 받아, 종전의 품사론에서 다루어 오던 문법 범주를 문장론으로 옮기었으며 문장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의미 해석을 시도하는 연구 방법을 끌어들이고 있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북한의 연구 방법은 너무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함이 없다. 북한 문법학계는 남한의 구조주의와 변형 생성 이론에 기댄 문장론의 연구 방법을 부르주아적이고 사변적인 것이라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주체성과 혁명성을 보장하는 문장론의 수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 문장과 그 표지
문장은 하나의 매듭지어진 생각을 나타내는 전일적인 덩어리이며 단어 또는 단어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언어 행위의 기본 단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혁명"이란 단어는 일정한 개념을 나타낼 뿐, 그것이 어떻다고는 말하지 않는 데 대해 '혁명은 계속된다'는 사실이 어떻다고 밝혀져 있으므로 생각이 매듭지어진 전일적인 덩어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장의 정의는 이미 우리의 전통 문법에서 확립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것이고 할 수 없다.
문장의 표지(21)는 "풀이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설명력 또는 서술력을 가리키는데 어떤 사실이 어떻다는 것을 언어적으로 밝히는 능력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문장이 단어 또는 단어 결합과 구별되는 기준은 "풀이성"이라고 한다. "풀이성"은 풀이형과 억양에 기대어 표현된다. "풀이형"은 서술 형태를 가리키는데 그것을 완전하게 나타내는 것은 "맺음형"이라고 한다. "맺음형"은 평서형, 의문형 등의 종결형이다. "억양" 또한 문장의 풀이성의 수단이 된다고 본다. 문장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일정한 억양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억양 가운데서도 "끝맺음 억양"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장과 억양과의 관계도 전통 문법에서 소극적이나마 언급되어 왔고 최근 남한에서는 이 방면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22)
(3) 문장 성분
문장 성분은 크게 "맞물린 성분"과 "외딴 성분"으로 나누고 있다. 전자는 다른 성분과 의미·문법적으로 맞물린 관계를 맺는 성분이고 후자는 다른 성분과 독립된 성분을 가리킨다. "맞물린 성분"에는 다음 여섯 가지를 두고 있다.

풀이말, 세움말, 보탬말, 들임말, 꾸밈말, 얹음말

"풀이말"은 서술어, "세움말"은 주어, "보탬말"은 목적어, "들임말"은 인용어, "꾸밈말"은 부사어, "얹음말"은 관형어에 해당한다. "들임말"은 남한에서 "인용말"이라 하며 독립시키는 일도 없지 않으나 전통 문법과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부사어의 한 가지로 보고 있다. "풀이말"이 주어의 앞 자리에 놓여 있다. 이런 점들만 제외하면 내용에 있어 남한의 성분과 차이가 없다.
"외딴성분"에는 다음 다섯 가지를 두고 있다.

부름말, 끼움말, 느낌말, 이음말, 보임말

"부름말"은 호격 조사가 붙은 독립어를 가리킨다. "끼움말"은 '말하자면, 듣건대, 모르긴 해도'와 같이 문장의 뉴앙스를 달리 표현하는 성분을 말한다. "느낌말"은 감탄사를, "이음말"은 접속 부사를, "보임말"은 독립어로 처리되는 제시어를 각각 가리킨다. "외딴성분"은 "끼움말"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의 전통 문법의 독립어에서 처리되던 것을 잘게 나누어 놓은 것이다.
북한의 문장 성분은 품사와는 달리 변화를 많이 겪었다. 우선 용어가 한자어에서 고유어로 바뀌었다. 초기의 '조선어문법 2'(1963)에는 "주어, 술어, 규정어, 보어, 상황어"의 순서로 다섯 가지를 두고 "호칭어, 삽입어, 감동어"를 문장 밖에 오는 성분으로 다루었으며 '조선어문법'(1970)에는 용어는 한자어이지만 내용은 문화어문법 규범과 비슷한 점이 많다.

(4) 문장의 갈래
문장의 갈래는 첫째 진술 내용과 목적, 둘째 구성 성분의 단순함과 확대, 셋째 풀이 단위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세 유형을 두고 있다.
첫째, 진술 목적과 내용에 따른 문장의 갈래에는 다음 다섯을 두고 있다.

알림문, 물음문, 추김문, 시킴문, 느낌문

위의 체계는 용어만 다를 뿐이지 남한의 현행 학교 문법의 문장 종결법의 체계인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과 완전히 일치한다. 물음문에서 특이한 것은 물음문을 대답을 요구하는 것과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두 부류로 가른 것이다. 후자는 명려의 의미를 내포한 의문문과 수사 의문문을 가리킨다. 초기의 '조선어문법 2' (1963)에서는 "서술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의 넷만 두고 "감동문"은 따로 처리하였는데 문화어문법규범에서는 같이 두었다.
둘째, 단순 성분만으로 이루어졌는냐 확대 성분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단순문과 확대문으로 나누고 있다. 전자는 그들의 이른바 단어만으로 구성된 '우리는 유서깊은 만경대에도 가보고 혁명박물관에도 가보았읍니다.'와 같은 문장을 가리킨다. 확대문은 대체로 관형절이나 부사절의 꾸밈을 받아 길어진 문장을 가리킨다. 이런 종류의 문장은 우리의 전통 문법에서 설정된 일이 없다. 이는 절의 개념을 도입할 때나 구성상으로 본 문장의 갈래에서 처리되던 문제이다.
셋째, 풀이의 단위가 하나인가 둘 이상인가에 따라 단일문과 복합문으로 나누고 있다. 우리 전통 문법의 포유문을 제외한 병렬문, 연합문과 복잡한 복문에 대체로 해당한다. 현행 학교 문법의 문장 속의 문장이나 이어진 문장의 개념은 보이지 않는다.

(5) 옮김법
"옮김법"이란 현행 학교 문법의 인용절로 안기는 부분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바로옮김법"과 "풀어옮김법"을 두었는데 전자는 직접 인용법, 후자는 간접 인용법이다. 이 문제는 북한 문법의 초기부터 "전달법"이라 하여 다루어졌다.

Ⅳ. 휘갑
    이상과 같이 필자는 북한 문법의 형성과 발전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하여 북한 문법의 특수성을 검토해 보았다. 남북한 문법 연구의 전통이 맞춤법, 표준말 등의 언어 규범과 같이 원래 같은 뿌리에서 성장·발전해 온 만큼 많은 공통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규범 문법에 관한 한, 남북한은 단어의 설정에서 심한 이질화를 드러내고 있다.
    남한은 1933년의 한글 맞춤법과 해방 후의 큰사전의 배경 문법이 된 최현배의 절충적 체계(제2유형)를 따라 체언에 붙은 조사를 독립된 단어로 인정하는 태도를 그대로 지녀 왔다. 그러나 북한은 처음부터 어미는 물론 조사를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종합적 체계(제3유형)를 채택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규범 문법을 원천적으로 이질화시켜 놓은 원인이 되었다. 북한은 굴절법에 속하는 모든 문법 요소들은 물론, 파생적 성격을 띤 피·사동 접미사도 "토"의 테두리에 넣은 것이다. 또 용어에 있어서도 지나친 고유어화를 지향하여 서로의 틈을 넓혀 놓았다. 남한의 종전의 보조 어간의 대부분을 선어말 어미로 처리하였다. 문법 체계나 서술 내용도 다른 것이 많다.
    남북한 언어·문자에는 상당한 이질화가 확인된다. 이는 대부분 언어관, 언어 이론, 언어 정책의 차이로 말미암아 빚어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공통된 맞춤법을 제정하고 남북한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등 언어·문자의 동질성을 추구하는 일에 손을 대게 될 날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작업의 토대가 되는 것이 공통된 규범 문법의 편찬이다. 이 글은 "통일 규범 문법"의 제정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을 거칠게 확인한 어설픈 소묘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토" 문제라는 사실을 제기하면서 북한 문법에 대한 깊은 연구가 줄지어 나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