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맞춤법(*)
1. 머리말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에게 기쁨과 슬픔이 엇갈린 날이었다. 1950년 6월 25일은 우리 민족이 동족상잔이라는 참극을 겪은 날이었다. 남북으로 두 동강 난 한반도는 증오와 불신으로 40여 년을 보냈다. 우리 민족의 가슴에 통일의 염원은 앙금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가로막힌 장벽은 갈수록 남북의 사이를 벌어지게 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남북은 달라지고 있다. 남북한 언어가 서로 달라지는 것이 예외일 수는 없다.
언어는 그 민족을 특징짓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가 달라진다는 것은 곧 민족이 갈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는 이미 갈라졌고, 언어는 지금 달라지고 있고, 민족은 아직 둘로 나뉘지 않았다. 지난날 국토가 갈라짐은 막지 못했지만 오늘날 언어가 달라짐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최소한 남북한 언어의 실상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 가운데서 남북한의 맞춤법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맞춤법을 살피게 될 것이다.
분단 직후 남북한에서 공통으로 실시되던 맞춤법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었다.(1) 이 '통일안'은 1933년에 제정된 것으로 그 후에 일부 개정이 있었다.(2) 남한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이를 국가의 공인된 맞춤법으로 삼고 계속 사용해 오다가, 1988년 1월 19일에 새로운 '한글 맞춤법'을 고시하였다.(3) 북한은 1954년 9월에 '조선어 철자법'을 공포하여 사용하다가,(4) 다시 1966년 7월에 '조선말규범집'을 공포하였다.(5) 그 뒤 두 번에 걸쳐 띄어쓰기 부분을 일부 수정하였다.(6)
남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맞춤법은 출발에 있어서는 같았다. 그러나, 교류가 없이 각각 시행해 온 결과로 지금은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이상에서 언급한 남북한의 맞춤법이 변해 온 과정을 金敏洙(1985:76)에 의거하여 재정리해 보면
(북)//////////// '통일안'→|///'철자법'―→|////'규범집'―→ 1945년 1954년 1966년 1989년(7) (남)////////////////////////////'통일안'/////////////////////→|///'맞춤법'→ |
과 같다. 이 글에서는 현재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규범집을 살필 것이며,(8)
그 가운데 남북한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을 좀 자세히 언급하여 남북한 맞춤법의 이질화 정도를 알아볼 것이다.
2. 맞춤법(9)
북한의 맞춤법은 총칙 2조와 7장 28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칙 1은 "단어에서 뜻을 가지는 매개의 부분을 언제나 같게 적는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라 되어 있어, 역사적으로 인정되어 온 형태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통일안' 이후 남북이 공통으로 유지해 온 표기의 기본 원칙이다.(10) 북한은 총칙 2에서 '조선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쓰는것을 원칙'으로 규정하여, 이에 대한 규정 없이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다 고려한 남한과는 차이가 있다.(11)
각 장은 자모의 차례와 그 이름, 형태부의 적기, 어간과 토의 적기, 합성어의 적기, 접두사와 어근의 적기, 어근과 접미사의 적기, 한자 말의 적기로 되어 있다. 이는 단어를 최대 단위로 하여 그 안에서의 표기 방법을 규정한 것으로, 남한에서 띄어쓰기를 포함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12)제1장 자모의 차례와 그 이름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표기에서 형태를 밝혀 적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를 규정한 것이어서 이에 맞춰 서술하기로 한다.
2.1. 자모의 차례와 그 이름
북한은 겹자모까지를 하나의 자모 단위로 보아 자모 수를 40개로 하였고, 그 순서는 자음자와 모음자 다 홑자모, 두겹자모, 세겹자모로 분류하여 정했다. 그리고 'ᄋ'은 받침으로서만 그 자리이고 'ᄋ'자로 시작되는 말은 'ᄍ'자 다음에 배열하였다. 자모의 이름은 재래의 '기역, 니은, 디귿...' 식을 버리고 '기윽, 니은, 디읃...'식으로 통일하였으며, 자음자에 한해 '그, 느, 드...'식의 이름을 허용하고 있다. 또, 자음자의 '쌍기역, 쌍디귿...' 등은 '된기윽, 된디읃...' 등으로 바꾸었다.(13)
남한은 24자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자모의 이름도 관용의 '기역, 니은, 디귿..., 쌍기역, 쌍디귿...' 식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따라서, 24자모로써 적을 수 없는 소리는 이들을 어울러서 적도록 하고 있어, 자모 단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모의 전체적인 순서와 겹모음자의 이름은 '맞춤법'에서 처음으로 규정되었는데, 자모의 전체적인 순서는 북한과 차이가 있다. 이는 사전이나 온갖 색인의 자모 배열법에서 엄청난 차이를 자아내게 되는 것이다.
또, 북한에서 사용하는 받침자는 27종류이고 그 순서는 'ᄀ ᄂ ᄃ ᄅ ᄆ ᄇ ᄉ ᄋ ᄌ ᄎ ᄏ ᄐ ᄑ ᄒ ᄁ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 ᄊ'인데, 이것은 '통일안'의 28종류에서 'ᇚ'을 제외했던 '철자법'의 내용과 같은 것이다. 남한의 받침자 역시 'ᇚ'을 제외한 27종인데, 그 순서는 'ᄀ ᄁ ᆪ ᄂ ㄵ ㄶ ㄷ ㄹ ᆰ ᆱ ᆲ ᆳ ᆴ ᆵ ᆶ ᄆ ᄇ ㅄ ᄉ ᄊ ᄋ ᄌ ᄎ ᄏ ᄐ ᄑ ᄒ'과 같이 되어 북한과 다르다.
2.2. 형태부의 적기
여기에는 받침 'ᄉ'을 적는 경우와 한 형태부 안에서는 소리대로 적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내용은 남한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현대에 한 형태부로 인정되는 '(으)ᄅ'로 시작되는 어미의 경우, 남북한 공히 예외로 기원적인 형태를 밝혀 적고, 발음은 된소리를 인정하고 있다.
단, 남한은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에 한해 소리대로 적도록 하는데, 북한은 이 경우에도 기원적인 형태를 밝혀 적고 있어, 남한보다 더 형태를 밝혀 적는 편이다.
2.3. 어간과 토의 적기(14)
현대에 어간과 토로 분리할 수 있는 경우는(15) 전부 본디의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다. 다만, 어간과 토가 어울릴 적에 일부 소리가 변한 것은 소리대로 적고 있다. 즉 불규칙 활용이나 소리가 줄어질 적의 경우이다. 이는 남한도 마찬가지인데, 세부 사항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하나는 어간 끝소리 'ᄇ'이 '오'나 '우'로 바뀌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어미 '어'가 '여'로 바뀌는 경우이다.(16) 이는 엄밀히 말하면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어의 문제이다.
남한에서 맞춤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어간 끝소리 'ᄇ'이 양성 모음과 어울려서 '오'로 변해 그대로 적었고, 음성 모음과 어울려서 '우'로 변해 그대로 적었었다.
북한은 현재까지 이에 변화가 없이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어간 끝소리 'ᄇ'이 모음과 어울릴 적에는 모두 '우'로 변하는 것을 표준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적도록 개정하였다. 단, '돕ᅳ, 곱ᅳ'과 같은 단음절 어간일 경우만은 '우'를 인정하지 않고 '오'를 표준으로 정하였다.
다음으로, 북한은 어간의 끝소리가 'ᅵ, ᅢ, ᅦ, ᅬ, ᅱ, ᅴ' 등인 경우와 어간이 '하'인 경우에는 어미 '어'를 '여'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미 1954년의 '철자법'에서 규정된 것이다.
이에 준하여 '구태여, 도리여, 드디여, 헤염' 등을 표준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남한에서는 '여'의 표기를 어간이 '하'인 경우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북한보다 더 형태를 밝혀 적고 있는 편이다. 이는 남북한 사이의 표기 차이라기보다는 근본적인 발음 차이라 하겠다.
2.4. 합성어의 적기
북한에서 합성어는 매개 어근의 본디 형태를 각각 밝혀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음의 경우에는 소리대로 적도록 하고 있다. 첫째, 'ᄇ'이나 'ᄒ'소리가 덧날 때, 둘째, 어느 소리가 빠질 때, 셋째, 앞 어근의 끝소리 'ᄅ'이 닫힘소리로 될 때, 넷째, 어원이 분명하지 않을 때이다.
이는 남한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서로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 남한은 여기에 두 경우의 예외를 두고 있다. 그 하나는 '이[齒, 風]'가 들어간 합성어는 소리대로 적도록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잇소리(사이시옷)의 표기인데, 순 우리말이 들어 있는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 한해 'ᄉ'을 앞말에 받쳐
등과 같이 적도록 하고, 아래 한자어의 경우는 이에 준하도록 하였는데,(17)
북한은 지난 '조선어 철자법'의 규정(18)을 삭제함으로써 현재는 합성어에서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게 되었다.(19) 따라서, 이러한 단어들은 표기에서 형태를 고정시켰기 때문에 그들의 발음을 개별적으로 사전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2.5. 접두사와 어근의 적기
접두사와 어근이 어울릴 적에는 각각 그 본디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여, 남한과 차이가 없다.
2.6. 어근과 접미사의 적기
이는 '규범집'에서 크게 둘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하나는 자음으로 시작한 접미사가 어근과 어울릴 적이고, 다른 하나는 모음으로 시작한 접미사가 어근과 어울릴 적이다. 전자의 경우에 그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이 원칙이며, 둘 받침으로 끝난 어근에서 한 소리가 나지 않은 것과 어근과 접미사가 어울리어 아주 다른 뜻으로 바뀐 것은 소리대로 적는 예외를 두었고,
후자의 경우에는 그 형태를 밝혀 적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형태를 밝혀 적을 경우는 첫째, 명사나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 둘째,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음', 셋째, 동사의 사역 또는 피동을 나타내거나 형용사를 동사로 만드는 접미사 '이, 우, 으키, 이키, 애', 넷째,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로 될 수 있는 어근과 어울려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 다섯째, 형용사를 만드는 '없', 여섯째, '거리'와 어울릴 수 있는 어근에 붙어서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 등이 어울릴 경우이다. 이상은 남한도 마찬가지이다.
형태를 밝혀 적지 않는 경우는 첫째, 어근에 '이, 음' 이외의 접미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명사나 부사, 둘재, 어떤 토나 '하다'가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일이 없는 어근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명사나 부사, 셋째, 접미사 '앟, 엏' 또는 '업, 읍'이 붙어서 이루어진 형용사 등일 때이다.(20)
이 경우 남한과 커다란 차이가 없으나, 접미사 '이'가 붙어 명사나 부사가 될 때 형태를 밝혀 적는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명사가 되는 경우 북한은 '하다'가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일이 없는 어근일 경우에는 소리대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남한은 이번 개정으로 '하다'뿐 아니라 '거리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까지도 그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어, '하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이라도 '거리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이면 그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비해서 남한이 더 형태를 밝혀 적는 쪽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접미사 '이'가 붙어 부사가 되는 경우인데, 남한에서 하나의 조건을 더 추가함으로써 남북한 사이에 표기가 같았던 단어들이 일부 달라지게 되었다. 즉, 어떤 토나 '하다'가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일이 없는 어근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부사가 된 경우에 소리대로 적도록 한 것과 함께 부사에 '이'가 붙어서 역시 부사가 되는 경우는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하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이라도 그것이 부사인 경우 밝혀 적는 것이다.
2.7. 한자 말의 적기
북한은 한자어를 적는 데 있어 음절마다 한자의 현대음에 따라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한자어의 음절 각각을 하나의 형태부로 인정하여 어느 위치에서나 같게 적는 형태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한자어에서는 변한 음을 그대로
등으로 적고 있다.(21) 남한에서는 의존 명사나 외래어를 제외하고는 어두의 'ᄅ'이나 '니'소리를 인정하지 않고, 모음이나 'ᄂ'뒤에 '렬, 률' 소리도 오지 않으므로, 굳이 한자의 본음을 밝혀 적지 않는다.
다음으로, 북한은 한자음의 모음에서 'ᅨ'는 '계, 례, 혜, 예'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남한에서 인정되고 있는 '몌, 폐'를 북한에서는 그 소리가 '메, 페'로 완전히 바뀐 것으로 처리하여 표기도 '메, 페'로 적고 있다.
3. 띄어쓰기
북한의 띄어쓰기는 총칙과 6장 23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칙은 "단어를 단위로 하여 띄여쓰는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자모를 소리마디단위로 묶어쓰는 특성을 고려하여 특수한 어휘부류는 붙여쓰기로 한다."로 되어 있어 남한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북한은 토를 단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붙여 쓰도록 하는 조항이 없다. 또, 북한은 붙여 써야 하는 경우를 넓게 잡아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 반면, 남한은 극히 일부에 한해 붙여 쓰도록 하거나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각 장은 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수사·대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동사·형용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관형사·부사·감동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섞갈리기 쉬운 것들의 띄어쓰기, 특수한 말의 띄어쓰기로 되어 있다. 북한은 지나치게 붙여 썼기 때문에 띄어 쓰는 방향으로 조절하였고,(23) 남한은 원칙적으로 너무 띄어 썼기 때문에 붙여 쓰는 방향으로 조절하였다.(24) 여기에서는 '규범집'의 순서에 따라 살피면서, 남한과 차이가 있는 부분을 비교하고자 한다.
3.1. 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이 경우 남한에서는 붙여 쓰도록 하거나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다. 첫째,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둘째,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위별로 띄어 씀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외의 경우는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붙여 쓰는 경우를 남한보다 더 많이 인정하고 있다. 첫째, 명사들이 토 없이 직접 어울린 경우에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를 단위로(25) 띄어 쓰며,
둘째, 불완전 명사는 그 앞 단위에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26)
3.2. 수사·대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이 경우에도 남한에서는 붙여 쓰도록 하거나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다.
첫째, 수를 적을 적에는 '만'단위로 띄어 쓰며,(27)
둘째,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린 명사는 다음과 같이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 수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우리글로만 적을 경우나 단위를 우리글로 달아 줄 적에는 '백, 천, 만, 억, 조' 등의 단위에서 띄어 쓰도록 하고 있으며,(28)
연달아 세어 나갈 때의 단위로 될 수 있는 명사는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대명사는 불완전 명사와 직접 어울린 것만을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3.3. 동사·형용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남한에서는 어미 '아, 어'나 'ᄂ, ᄅ'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에 한해 경우에 따라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으나,
앞말과 직접 어울리지 않거나 합성어인 경우와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등과 같이 붙여 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첫째, 어미 '지'가 아닌 다른 어미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은 붙여 쓰며,
둘째, 하나로 녹아 붙은 것은 붙여 쓰고, 동사나 형용사가 잇달아 있을 경우에는 행동의 단위에 따라 띄어 쓴다.
3.4. 관형사·부사·감동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북한은 뜻이 비슷하거나 맞서는 부사를 겹쳐 쓸 경우는 붙여 쓰며,
두 개 이상의 말들이 합치어 한마디의 부사와 같이 된 경우도 붙여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감동사나 느낌을 나타내는 말마디를 잇대어 쓸 경우는 소리내는 특성이나 그 뜻을 고려하여 띄어 쓰도록 하고 있다.
3.5. 섞갈리기 쉬운 것들의 띄어쓰기
북한은 명사와 토 없이 직접 어울린 '너머, 따라'는 붙여 쓰며,
명사에 동사나 형용사가 어울리거나 동사나 형용사끼리 어울려서 하나로 녹아 붙은 것은
와 같이 붙여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3.6. 특수한 말의 띄어쓰기
남한에서 전문 용어는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를 단위로 띄어 쓰도록 하고 있다.
4. 맺음말
분단 이후 남북한은 각기 개별적으로 맞춤법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뿌리박고 정당성이 인정되는 형태주의 원칙은 바뀌지 않고 남북한에서 공통으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맞춤법에 있어서 남북한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으로 자모의 수와 차례, 어두음 'ᄅ'이나 '니', 띄어쓰기 정도이다. 그 외에 세칙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차이는 그 형태를 밝혀 적거나 그렇지 않은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북한은 24자모를 부정하고 40자모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자모의 순서도 달라졌다. 이는 사전이나 온갖 색인에서 자모의 배열법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두음 법칙이 부정됨으로써 발음의 차이까지 유발하나, 이는 표기상에 있어서 상당히 인위적인 결과일 뿐 전통적인 발음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철저하게 단어별로 띄어 쓰던 것에서 남북한 공히 약간 붙여 쓰는 방향으로 조절하고 있어 커다란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
북한의 이른바 문화어 운동에 의한 어휘 정리로 야기되는 남북의 차이에 비하면, 표기법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하겠다. 그러나, 어휘의 차이는 하나의 민족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언어의 자연적인 변화에 의해 차이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강력하게 진행됨으로써 일어나는 차이이므로 그 속도와 정도는 얼마나 심하겠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남북한 언어의 공동 연구는 통일을 앞당기는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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