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의 英語化와 방송의 표준 발음 垂節
兪萬根 / 成均館大교수·英語 音聲學
1. 어지간히 整理된 오늘날의 英語
영국은 그 나라말의 表記 면에서나 發音 면에서나 標準化가 가장 잘 확립되어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外來語 受容 면에서도 적극적 歸化 정책이 옛날부터 확립되어 별 문제가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복잡한 綴字法이 문제인데, 이제 이것도 급진적으로 개혁해 보려는 생각은 이미 무디어져, 안정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英語는 오늘날 국제어로서의 지위를 누리기에 큰 손색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일시적인 '운동'이나 한때 안간힘을 써서 된 것이 아니라, 늘 서두르지 않고 건실하게 살아가는 英國人들이 기나긴 세월을 통해 차근차근 이루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英國의 경우는 순화 '운동'이라는 말이 오히려 적절치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니 무슨 '운동'의 소개보다도 英語가 오늘날의 정리된 모습을 보이기까지 거친 과정 중에서, 우리 국어 순화 운동에 다소 참고가 됨직한 것 몇 가지, 이를테면, 辭典 편찬, 綴字, 그리고 무엇보다도 外來語, 標準 發音에 관한 것을 잠깐 살펴보는 것으로 이 글의 줄거리를 잡아볼까 한다.
2. 混沌 속에서 整理를 描寫한 18세기
18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英國人 스스로 생각하기에 英語는 古典 희랍語나 라틴 語 또는 당대 이태리 語나 佛語만큼 문법이 정연한 언어가 못 되고, 아무런 표준이 없어 사람마다 제멋대로 달리 쓰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뜻있는 사람들이 ① 영어의 標準化, ② 훌륭한 영어 辭典 편찬, ③ 文法 수립을 서두르게 된다. 그러나 이태리 한림원(1582년 창립)이나 프랑스 한림원(1635년 창립)에 견줄 만한 것이 없는 셈이었다.
1755년에 최초의 英語 辭典이 나오는데, 그것은 존슨(S.Johnson) 개인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큼직한 二折版 두 권에 2천 페이지쯤 되는, 당시로서는 꽤 방대한 사전이었다. 그것은 처음 나온 사전이니 만큼 短點도 있었으나 어휘 표준화와 철자 고정에 끼친 선구적 역할은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18세기에 나온 英文法 책으로는 라우튼(W.Loughton), 라우스(R.Lowth), 프리스틀리(J.Priestley)의 저서가 영향력을 끼쳤다.
3. '옥스포드 辭典' 편찬
보통 O.E.D.라고 부르는 이 사전은 1858년부터 장장 70년에 걸쳐, 연 인원 수천 명이 동원되어 완성한 방대한 사전이다.
편찬 방식은 각 낱말의 역사를 멀리는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해 싣는 것인데 표제어마다 綴字, 意味의 變遷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用例를 보이고 典據까지 밝히면서 뜻풀이를 하는 것이다. 擧國的으로 (심지어 海外에서까지) 自願 협력자들이 수백 명 나와서 수천 수만 권의 문헌을 조직적으로 읽고 조사해 나갔다.
完刊까지 70년이 걸리는 동안에 편찬 책임자가 代를 이어 세 명이나 되는데, 70년이 걸린 것도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아 일년 내내 언제나 작업하기 좋은 영국의 해양성 기후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가령 겨울에 영하 10℃ 이하로 춥고 여름에 30℃ 이상으로 더운 곳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데 아마 100년도 더 걸렸을 것이다.
이렇게 나온, 이 사전의 初版 10권은 주요 표제어 24만 1백65단어에 총 1만 5천4백87페이지에 달했다. 1933년에 수정·추가분의 증보판 한 권이 더 나왔고, 1972~76년에는 1933년 증보판을 흡수 확장한 세 권의 증보판이 나와 모두 13권이 되었다.
서양 여러 나라가 라틴 어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18세기까지만 해도 어느 언어나 스스로 라틴 어 문법 틀에다 자꾸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심지어 順理的인 언어 변천까지도 '타락'이라고 여기고 억지로 막으려 들려고도 했다. 그래서 '억지 春香'이라는 말보다 語感이 훨씬 더 강한 '프로크루스테스的 文法'(Procrustean grammar)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낱말 하나하나에 대해 史的 원칙 위에서, 산 언어로서의 변천 과정을 한 눈에 보여 주는 이 사전의 註釋 방식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의 언어에 대한 인식을 일변시키는 커다란 轉機를 마련했다 할 수 있다. 즉 언어를 어떤 학자의 머릿속 '文法놀이'로 처리하지 않고, 실제 언어를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언어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돌려놓은 것이다.
4. 英語 綴字 問題
대체로 中世 英語에 맞게 定해진 철자를 발음이 달라진 現代 英語에 거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영어에서 발음과 철자 사이의 괴리가 엄청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영어 철자를 급진적으로 개정해 보겠다는 생각은 무디어지고 오히려 그 長點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기우는 듯하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 많은 단어가 머릿속에조차 '發音'이라고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意味를 전달한다고 보는데, 이미 意味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語形을 바꾼다는 것은 큰 불편을 주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同音語가 철자를 달리해서 뜻이 분명해지는 수도 있다. 그리고 철자법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先代의 생각을 後代가 읽는 데 조금도 불편이 없으니 通時的 분할 때문에 전통이 파괴되는 문화적 참변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굉장한 언어학자나 음성학자가 나와도 영국에서는(나라 망했을 때 우리 特例를 제외하면, 대개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겠지만) 누구도 감히 전통적인 철자 방식을 급격히 변혁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문예 작가 쇼(G.B.Shaw)가 유언장에서 자기 재산을 영어 철자 개선에 써 달라고 요청한 것도 법원에서 '시행 불가능'으로 무효 판결을 받았다.
5. 外來語 受容 方式
영어 어휘에는 앵글로-색슨 고유어가 30%쯤밖에 없다. 영국은 문 열어 놓고 외국어를 많이 받아들인 편이지만 결코 그 外國語 原音을 추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것을 영어답게 다듬고 영어의 도가니 속에 녹여서, 특별히 語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그것이 固有語인지 外來語인지 분간 못할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 많다. 그래서 그 많은 외래어가 영어 속에 뿌리를 내리고, 별 異物感 없이 사용된다.
이제 영어의 外來語 受容 方式 몇 가지를 추려 보기로 하자.
이상은 영어에 [e]로 끝나는 단어가 없고, [ε]는 이중 모음[εə]에만 쓰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심지어 다음과 같은 예를 假想할 수 있다. 즉 한국어 '쌍가마'와 '눈보라'가 영어에 들어간다면 그 발음은:
이렇게 될 것이다.
어쨌든 외국어를 영어답게 귀화시켜 영국인이 발음하기 편하고 기억하기 좋게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언어학적으로 보아 外來語 受容의 바른 길인 것이다. '외국어'와 '외래어'를 분간 못하여 '외국어 現地 原音'을 無理하게 추구하는 태도는, 외래어를 흡수할 自國語 음운 체계나 音節 構造에 대한 깊은 연구가 없을 때 간혹 (우리나라에서 보듯) 생길 수 있는데, 결국 자승자박으로 크나큰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다.
6. 指導層과 放送이 앞장서 確立한 標準 發音
영국처럼 정확한 표준어 발음이 권위를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사회 모든 분야의 지도층이 이 발음을 쓰며 방송이 표준 발음으로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것을 장난으로 알거나, 믿지 않거나 또는 항의 전화를 한다는 것이다.(※)
런던 타임스(The Times) 1985년 12월 13일에 제9면을 보면 머릿기사로 랑카스타 대학 심리학과에서 사투리 방송에 대해 조사 연구한 결과를 싣고 있는데('Strange tongues don't stick' 題下), 사투리 방송은 정보 전달 효과 그 자체만도 20%나 손실이 있다는 것이다.
지도층 인사가 모두 표준 발음을 쓰는 것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public school)와 일류 대학 교육에서, 표준 발음을 철저히 익히기 때문이다. '아·피'(Received Pronunciation, '인정된 발음' RP)라고 부르는 이 영국 표준 발음은 지역 방언이 아니라 주로 특정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쓰는 階層 方言인데, 이 발음을 하지 못하면 직업상 제약을 받는 수도 있고, 직장에서 승진에 지장을 받는 수도 있다.
그런데 실은 표준 발음을 실제로 쓰는 사람의 수는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되는 극소수라 할 수 있다. 런던 거리에서 RP로 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발음이야말로 지방색을 나타내지 않는 중립적인 발음이어서 적어도 방송을 통해서는 영국인 누구나 이 발음을 듣고, 또 듣고 싶어한다.
대개 어느 나라에서나 표준어로 말하는 사람보다 사투리로 말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지만, 듣는 편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어느 지역 방언보다도 가장 저항을 안 느끼고 듣는 언어가 標準語인 것이다. 방송이 표준 발음을 채택하는 것은 비유컨대 개인 버릇이 담긴 펜글씨로 신문을 만들지 않고 活字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보나, 표준어가 국민 융합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으로 보나, 영국의 거진 완벽한 표준어 방송은 지금 사투리투성이 방송으로 사뭇 국민 융화가 금가는 것을 눈앞에 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절실한 것을 일러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