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맞춤법의 역사적 흐름이 정리돼
'국어 생활' 13호는 맞춤법과 표준어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어 자세히 읽어 보았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맞춤법과 표준어의 역사와 배경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사실상 한글이 창제된 이후로 맞춤법 문제, 즉 표기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으리라는 막연한 짐작은 했었지만,'한글 맞춤법의 역사'를 읽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나라 맞춤법의 원리는 음절을 단위로 하여 소리대로 적는 음소적 표기를 행하되, 체언과 용언의 어간은 그 형태소의 기본형으로써 표기를 고정하는 형태 음소적 표기이다. 이러한 원리가 훈민정음이 창제될 때에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후 계속 고심해 왔던 결과로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글 창제된 15세기 중엽에는 음소적 표기가 행해졌고 16세기에는 받침으로 쓰이는 초성의 수효가 줄어들었으며,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 앞에서 체언이나 어간의 자음을 받침으로 적는 일이 생겨났고, 16세기 후반에는 연철보다 분철이 우세하였다. 이렇듯 국어 맞춤법의 흐름을 차분하게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국어의 맞춤법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여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또 다시 확정되었다. 그동안의 긴 시간과 많은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남김없이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조항은 재고돼야
정부에서 발표한 '한글 맞춤법'을 '국어 생활'을 통해서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에 확정된 '한글 맞춤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불필요해진 규정들을 정리했고, 종래의 미비점들을 보완했으며, 인위적인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고쳤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하겠다.
그러나 많은 논의를 거쳐서 확정되었음에서 불구하고 여전히 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제25항 붙임 2에서는 부사에 '-이'가 붙어서 다시 부사가 되는 경우 그 원형을 밝혀 적는 다고 하였다. '더우기', '일찌기' 등으로 써오던 것을 '더욱이', '일찍이'로 적기로 한 것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물론 어원상 '더우기'는 '더욱'에 '이'가 붙어서 생겨났을 것이고, '일찌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 단어로 굳어져 하나의 부사처럼 쓰이고 있는 지금, 굳이 어원을 밝혀 적겠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다. 보조동사로 하나의 동사로 인정하여 붙여쓰기로 한 규정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한다면 논리상 서로 모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형성 과정을 맞춤법 표기에 다 반영한다면 아마도 더 큰 혼란이 생겨날 것이다. 아무리 역사적으로는 그러한 형성 과정을 밟았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자연스럽게 한 덩어리로 인식되는 한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한편 제30항 3에서는 한자어에서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6개 한자어에만 사이시옷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시옷의 쓰임이 정밀하게 규칙화되기 힘든 현 상태에서 6개 한자어에만 허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자의 자형에 한글을 붙여 쓰게 되는 표기상 문제가 있긴 있다. 그러나 사이시옷의 존재가, 한자어이든 고유어이든 상관없이 분명하기만 한다면 표기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상에서 두 가지만 지적을 했으나 사실상 잘 수긍이 가지 않는 조항이 꽤 여럿 있다.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고심해야 할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3. 국어의 정확한 사용에 힘써야
국어가 잘못 쓰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국어 오용 사례'에 실린 예들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의 논문이나 책에서도 국어가 표기상 잘못 쓰이거나 문장 표현이 어색한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하물며 일반 대중들에게 읽히는 글들은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하겠다.
외래어 표기는 접어 두고라도 우리말 표기조차 잘못된 예가 제시되고 있었다. 특히 된소리와 사이시옷 표기는 제멋대로 집어넣었다 뺐다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부분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그런 현상이 표기법 전체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표기법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문장 표현인 것 같다. 눈으로 언뜻 보아도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거나, 마치 번역문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우리 국어는 주어가 잘 생략되기는 하지만, 문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이상과 같은 잘못된 국어 사용의 예들은 필요하다면 정상적인 표기나 문장 표현의 테두리 안에 넣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잘라 내어야 할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