用例를 통해서 보는 아름다운 토박이 말(2)
남영신 / 국어 통계실 운영
▷ 각다분하다
(형편이) 몹시 힘들고 고되다.
있는 놈들만 편역드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고, 미국놈들도 알고 보면 원수여, 민주주의가 만민 평등이라고 떠들어 쌓드마, 도저놈들 순 거짓말이여. 요리 앞날이
각다분해 가지고는 사나마나한 일이고, 어쨌거나 강동기 그 사람이 장하고 장한 인물이여. (趙廷來-태백산맥)
▷ 거루·야거리·만장이·당도리
거루나 야거리는 주로 강이나 저수지에서 사람이나 짐을 건네 주는 배로서, 거루는 돛대가 없는 배이고, 야거리는 돛대가 하나 있는 배이다. 만장이와 당도리는 돛대가 둘 이상인 큰 배로서 넓은 강이나 포구,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데 쓰이고 많은 사람과 짐을 멀리 나르는 데도 쓰인다. 특히 당도리는 주로 조운(漕運)에 쓰이는 등 바다 운송에 이용된 큰 배이다.
여기 저기 몇 척의
거루가 올라오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거의 한 자리에 물매미 모양으로 뱅뱅 돌아다니며 있다. (이희승-벙어리 냉가슴)
물때가 좋지 않아 중선(重船)과
야거리들이 오래 머무는 꼴이 되면 투전판을 벌이려는 설레꾼에 타짜꾼들도 심심찮게 꾀어 들었다. (김주영-客主)」
용익은 그곳에서 한참이나 지체하다가 다시 도선목으로 올라와서 종선까지 달린
만장이 한 척이 보이길레 그리로 다가갔다.
만장이에는 아직 외계로 넘기지 못한 어물이 그대로 실려 있었고 덕판 가녁에는 뱃사람 서넛이 쭈그리고 앉아서 남초를 태우고 있었다. (김주영-客主)
영산강에 배들이 다시 들랑거리기 시작했다. 추위와 굵주림에 움츠려 들었던 새끼내에도 봄이 완연하게 무르익었다. 영산강에는 큰
당도리 배들이 바람을 몰고 들어와서 세곡(稅穀)을 실어 내가고 있었다. (文淳太-타오르는 江)
▷ 고래실
물길이 좋고 기름진 논.
땅마지기나 가진 인근의 다른 농민들도 다들 그러하였지만 한덕문은 그 중에서도 귀가 반짝 띄었다. 시세의 갑절이었다.
고래실 논으로, 개똥배미 상지상답이라야 한 마지기에 열 냥으로 열두엇 냥이요, 땅 나쁜 것은 기지개켜야 닷 냥이었다. (채만식-논 이야기)
오월부터 가문 하늘은 유월 복 중에도 소나기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고래실 논에는 생수 구멍이 막히고, 보아지 논에는 먼지가 펄썩펄썩 일어났다. (박종화-多情佛心)
▷ 너나들이
허물없이 터놓고 지내는 사이. 허교(許交).
월파(月坡)와 나는 농담과 잡담을 무시로 넘기고 받고 하면서
너나들이를 하고 지내게 되었다. (이희승-먹추의 말참견)
"분값 용채 달랠까봐 그러지?" 최가의 홀대가 자못 섭섭했던지 매월은 팔을 거두고 홱 돌아눕고 말았다. 곡기 끊고 누웠던 계집답지 않게 아직 결이 삭지 않은데다가
너나들이를 하고 기어드니 최가 역시 솔깃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김주영-客主)
▷ 놉·놉밥
날삯(日當)을 주고 술과 밥을 먹이며 쓰는 일꾼을 놉이라 하고, 놉에게 주려고 특별히 마련한 밥을 놉밥이라고 한다.
낮에 찧은 것은 다 저녁밥 해버리고 나니께 보리가 어디 있어야제.
놉을 셋이나 부리니께 보리쌀이 오직 많이 드요? 내일은 또 모를 심는다니께 그래도 내일
놉밥해 줄 것이나 찧어쌓지라우. 나는 고사하고 우리 품앗이 방아찧느라고 다른 댁네들도 밤을 새웠는디라우. (朴花城-旱鬼)
▷ 눙치다
(화를) 누그러뜨리다.
"음마, 음마, 키는 쪼깐하고 젊디나 젊은 양반이 입심 한번 칡넝쿨이시. 늙기도 전에 양기가 다 입으로 올라붙어 뿐 모양인디, 참 안되얏소이." 주모가 살살 녹아내리는 웃음을 눈꼬리에 담으며
눙치고 들었다. (趙廷來-태백산맥)
"허허 참, 사사건건이......아뭏든 지금은 감금될 거나 마찬가진데 주야장천 서책만을 낙으로 삼고 ,"
"그럼 됐지요 뭐. 그런 낙도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구요."
이야기를 동가리 내듯 눙쳐버리는데 혜관은 인내심 깊게 이어간다. (박경리-土地)
▷ 데데하다
변변치 못하여 보잘 것 없다.
아내를 대하는 최상의 서비스가 '어서 자지' 정도밖에 모르는 사나이와 동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미스터 안은 날 얼마나 무시하겠어. 그런
데데한 여인인 줄은 몰랐다고 침을 뱉겠지. (남정현-너는 뭐냐)
"권문세가에 돈줄을 대고 있다는 소식은 진작부터 듣고 있읍니다."
"그야 어디 풍문뿐이겠소.
데데한 시골 벼슬아치들이야 대주어른 한번 뵈옵자면 문간방에서 사오일씩은 목침을 굴려야 합니다. (김주영-客主)
▷ 들머리·들목
들어가는 첫머리. 들어가는 길목. 어귀
우렁우렁 북새가 일던 장사치들의 확성기 소리도 한낮을 고비로 풀이 꺾이며 숙지막해 들었다. 조합장 윤영구의 집은 쇠전
들머리 막다른 긴 골목 끝에 있었다. (趙東秀-土人部落)
원주 형제들이/국밥집을 차렸다 한다./기독병원
들목에 소머리 국밥집 (김지하-그 소, 애린)
▷ 말 : 밥
화젯거리. 이야기의 소재.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그 늙은 얼굴은 늙은 얼굴보다는 얼굴의 공동과 같은 눈길 속에서 생의 오만 스산함이 바람결처럼 소리내어 휘몰아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다 다감했던 때의 일들이니 지금에 와서 새삼스레
말밥으로 삼을 것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왜 그런지 그날 하루의 기억이 이렇게 또렷하다. (芮庸海-이바구 저바구)
▷ 박 : 쥐 구실
(박쥐가 제 편의에 따라 새에 속한다고 했다가 짐승에 속한다고 했다 한다는 말에서) 상황에 따라서 기회주의자처럼 이랬다 저랬다 처신하는 행위.
석돌이는 눈썰미가 있고 영리한 대신 얕은 꾀가 많아서, 항상 경계를 하는 회원이다. 더구나 강도사 집 전답에 수다 식구가 목을 메어단 사람이어서 이 집에 심부름을 다니는 것은 물론
박쥐
구실이나 하지 않는지가 의문이었다. (沈熏-상록수)
▷ 빈지
주로 가게 앞에 문 대신 한 짝씩 끼었다 떼었다 하게 만든 널문.
거리에는 벌써 행인의 발자취가 끊어지고 군데군데의 구멍가게는
빈지를 닫았다. (沈熏-영원의 미소)
그래 그렇게 작은댁에루 가셨다가 말씀이지요. 열한 시쯤 되거들랑 어딜 좀 댕겨 오시겠다구 하구서 도루 큰댁으로 오십시오. 오시되, 미리서 가게의
빈지문 하나를 안으루다가 절지 말고서 고리를 벗겨 놨다가는 글러루 들어오시던지 혹은 아녈 말루 담을 넘어서 들어오시던지 아뭏든 쥐두 새두 모르게 들어오십니다. (채만식-濁流)
▷ 사위다
(불이) 사그라지다. 점점 기울어지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나의 목숨/구름처럼 살아라 한다/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朴木月-산이 날 에워싸고)
입대후 첫 휴가 때였다. 굳이
사위어 가는 하현달을 보게 됐던 것은, (趙東秀-土人部落)
산은 석양의 여린 빛살이 나뭇가지와 잎새들 사이에서
사위어지면 잠이 들었고, 먼동이 트기 전 새들의 부산스런 지저귐을 따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 시간 즈음이면 언제나 안개는 산자락을 덮고 있었다. 산을 포근하게 잠재운 이불처럼. (趙廷來-태백산맥)
▷ 사위스럽다
불길하고 꺼림칙하다.
흥! 어림없다 어림없어, 아이고 내사 원통해, 그러니 우리 남편만 불쌍하지, 아 글쎄 나도
사위스러워서 제대로 한번 만져보지 않은 밑구멍을 아 어떤 놈 맘대로 찔러! (남정현-糞地)
그때 仲父 또한 궂기고 生家 선인이 겨우 연 한살이오 祖父 삼년안이라 한 집에 几筵이 셋이니 큰집 작은집 사이도
사위스럽다고 통하기를 꺼리었다. (정인보-慈母思)
▷ 생화
돈벌이. 직업.
정주사는 화도 나고 해서
생화도 구할 겸, 얼마 안 되는 전장을 팔아 빚을 가리고 이 군산으로 떠나 왔던 것이요. (채만식-濁流)
해방이 되자, 고리대금이 전당국 대신으로 하는 큰
생화가 되었지마는, 옥임이는 반민자(反民者)의 아내가 되리라는 것을 도리어 간판으로 내세우고 부라퀴같이 덤빈 것이다. (염상섭-두 破産)
▷ 성기다
촘촘하지 않고 뜨다. ꃇ ; 배다
꽃이 지기로서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조지훈-落花)
바람아, 휘젓는 정자나무에 뭇 잎이 다 지것다/성긴 수풀 속에 수런거리는 가랑잎 소리/소슬한 삿가지 흔드는 소리/휘영청 밝은 달은 천지를 뒤덮는데. (申石艸-처용은 말한다)
그들이 마을 외곽의 작은 다리를 건널 적에
성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허공에 차츰 흰 색이 빡빡해졌다. (황석영-三浦 가는 길)
▷ 셈 : 평이 펴이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좀 넉넉해지다. 셈을 펴게 되다.
월남해온 이래
셈평이 펴일 기미조차 없게 다 된 집구석이라 배운 것도 익힌 것도 없이, 늘 오라비와 올케들의 구박덩어리 노릇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李文求-長恨夢)
자아, 빚들은 다 갚았으니까, 앓던 이 빠진 것버덤 더 시원하지만, 이젠 어떻게 전답을 떨어지지 않고 지어 먹을 도리를 차려야
셈들을
펴고 살아보지. (沈熏-상록수)
▷ 소소리바람
살 속으로 기어드는 듯한 찬 바람.
담머리 굴참나무 그늘도 짙을러니/높은 가지 끝에 한두 잎 달려 있고/소소리
바람이 치는 벌써 가을이구려. (이병기-落葉)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白楊 숲 속에 가기만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까. (鄭澈-將進酒辭)
▷ 손 : 방
도무지 아무것도 할 줄 모름.
더군다나 농사는 이력이 있어야겠어요. 우린 아주
손방이지만...(沈熏-상록수)
나귀에 길마 얹기도
손방인 내가 화적질을 해?
일찌기 형편이 그렇지 않아 농사일은 물론이요 나무 한 짐 하기도
손방인 내가 이 처지에 이르러 멱을 찔러 선지를 뽑아 식솔들을 먹여 살리라면 몰라도 동냥아치 말고는 다시 할 일이 없지 않은가? (김주영-客主)
▷ 암 : 상스럽다
시기심이 많고 샘이 바르다. 심술이 많다.
토끼 크게 기꺼 가로되 그대의 높은 은혜는 진실로 백골난망이로다. 내 이 세상에 삶에 못 당할 일이 한두 가지 아닌 중 저 몹쓸 사람들이 일자총을 들어메고
암상스러이 보챌 적에 송편으로 목을 따고 접시 물에 빠져 죽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나니...(토끼傳)
나는 내 방을 가려면 아내 방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을 알고 아내에게 내객이 있나 없나를 걱정하면서 미닫이 앞에서 좀 거북살스럽게 기침을 한 번 했더니, 이것은 참 또 너무도
암상스럽게 미닫이가 열리면서 아내의 얼굴과 그 등 뒤에 낯설은 남자의 얼굴이 이쪽을 내다보는 것이다. (李箱-날개)
▷ 에끼다
주고 받을 물건이나 일을 비겨 없애다. 상계(相計)하다.
하여튼 이십만 원의 석달 변리 육만 원이 또 늘어서 이십육만 원인데 정례모녀가 삭월세의 보증금 팔만 원마저 못 찾고 두 손 털고 나선 것을 보면, 그 팔만 원을
에끼고 남은 십팔만 원이 점방의 설비와 남은 물건값으로 치운 것이었다. (염상섭-두 破産)
바우네가 전에 자기네에게 잘못 와닿은
부의금 가운데서, 이것은 또 자기네에게 올 것이 곰녀네에게 잘못 와 닿은 마지막 두 달치의 돈을
에끼고 준 돈마저 털어냈다. (黃順元-별과 같이 살다)
▷ 잔푼벌이
푼돈을 버는 돈벌이.
누구나 객지 나올 땐 그렇게 한다네. 나도 머슴살일 해봤다구. 부농이나 호농이나 매한가지야. 소작붙이 해먹는 사람들도 마찬가질세. 토지 수득세, 수리비, 공과금, 뭐 어쩌구 하는 터에 곡가는 형편없이 싸지, 거기다 어디 망파먹는 놈이 한둘인가, 식구 작은 집에서도 쉴틈없이
잔푼벌이를 해야 되네. (황석영-客地)
▷ 중동무이하다
일을 마치지 않고 중간에서 흐지부지 그만두다.
호일학교의 재건 운동도 만주 사변의 발발로
중동무이해지고 말았다. (안수길-北間島)
그들이 두 학기를 남기고 함께 학교를
중동무이한 것은 등록금 조달의 막연함에서였지만, 그외에도 서로가 닮은 점이 있음을 그들은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다. (李文求-長恨夢)
▷ 한달음·장달음·줄달음·반:달음
모두 급하고 빨리 달려가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앞의 3개는 쉬지 않고 빨리 간다는 뜻이고 '반달음'은 걸음나비(步幅)를 굽혀 재게 달림을 뜻한다.
핸들부터 바퀴살까지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에 번쩍거릴 정도로 새 자전거였어요. 나는
한달음에 한강을 건너 용산쪽으로 내려갔읍니다. (황석영-이웃 사람)
그렇게 얼마를 가노라니 촌중에 닭들이 우는데 저편에 허연 길이 보입데다, 옳다구나 하고
장달음으로 큰길에 나섰읍니다. (李光洙-無情)
"쫓으려거든 쫓아보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그만 채찍을 던졌다. (李孝石-메밀꽃 필 무렵)
웅보는 강둑을 타고
반달음으로 뛰어내려 가면서, 하늘에 깔린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 어느 별이 할아버지 별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文淳太-타오르는 江)
▷ 흐드러지다
썩 탐스럽다.
靑山 한낮이/죽음보다 太古한데/敗醬草
흐드러지게 핀 속을/山나비 날아 가고/고향은 구름 밖/아득한 千里萬里(辛夕汀-靑山別曲)
石火같이 다녀갈 한 세상이어니/흐드러지게 한바탕 웃어나 보려네. (이희승-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