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과 그 보고서 작성의 훈련

 

신 동 욱 / 연세대 교수, 국문학

문학을 가르치는 데는 여러 가지의 방법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려는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고려하면서 되도록 집중된 독서를 다변화시키는 일이 요긴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독서를 다변화한다는 뜻은 편벽된 가치나 인간 이해를 피하고 전인적이고 열려진 인간성을 발전시킨다는 뜻이 있다. 의식을 집중한 독서 행위는 주어진 책이나 글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 의미를 정확히 깨닫는데 필요한 독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주의 깊게 읽는 것도 그러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문학 작품과 일반적인 글은 성격상 상상적 특성과 실용적 목적이라는 구분이 있으므로 그 차이점을 판별하는 능력도 독서 훈련을 통하여 점차적으로 기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국민학교 국어과 교육 과정에 마련된 1,2학년 지도 내용에 나타난, 이야기와 인물의 행동에 관한 느낌을 말하는 것, 어조에 맞는 동시의 낭독과 암송 등은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덧붙여 말할 것은 어린이들은 옛이야기나 동화를 현실 세계와 종종 혼동하는 사례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도 유의하여 가르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안다. 실체는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물질적 대상을 가지며 경험 세계의 일차적 의미 영역에 속하나 추상적인 허구의 세계는 실체를 떠난 가상의 세계로서 사물의 의미나 관계를 실제적 세계로부터 잠시 분리시켜 생각하는 하나의 사고의 훈련과 연관되어 있다.
    옛이야기나 동화를 예로 하여 허구성을 알도록 하여 말하는 방법의 차이를 깨닫게 하는 훈련은 요긴한 일 중의 하나라 하겠다.
    국민학교의 전 과정을 통하여 추상화의 문제를 곁들여 정도에 따라 적절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즉 언어의 여러 특성 중에서도 추상화의 과정이 중요한 것임은 물론이며 지적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사고의 세련성을 약속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동화나 극본의 세계도 하나의 추상적 단계에서 창조된 이야기의 세계이다. 그런 점에서 추상과 구성, 실제와 허구의 구분들이 서로 교차됨을 단계적으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3,4학년의 교육 내용에서, 성격의 이해, 행위의 동기나 원인의 헤아림, 시의 낭송과 운율적 특성의 관찰과 가공성에 관한 이해 그리고 소재와 주제와의 관련성과 부분, 끝으로는 작품을 읽은 감상을 말하는 일 등등 모두가 알맞은 교육 내용이라 공감이 된다. 이러한 공부를 하면서 아울러 작품의 형식적 특성을 인식케 도와주면서, 각 작품의 주제를 학생들 스스로가 찾아내도록 교사들은 내용 파악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5,6학년의 이야기 문학의 교육 내용 설정에 있어 배경, 결말, 성격, 행동의 연결 문제에 관한 것도 그 설정이 적절하다고 보인다. 동화나 극본에서 인물과 자연, 인물 내부의 문제, 남과 나의 대립 관계 등을 이해하도록 하고 작품 감상에서도 의미를 찾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작품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능한 한도 내에서 읽을 작품의 분량도 점진적으로 늘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강조되어 온 일이지만 한 작품이나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그 내용을 간추리면서 감상문을 만들어 제출하게 하고, 교사는 이를 평가하고 그 잘되고 못된 점을 학생들로 하여 확인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른 문장 생활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글을 짓는 훈련이 없고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 문장을 쓰는 훈련이 거듭되면서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일도 차츰차츰 발전할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중학교 국어과 교육 과정과 그 내용의 설정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친 것으로 짐작된다. 그 목표 설정의 항목에서 문학에 관한 기초 지식을 갖추고 작품을 즐겨 읽게 하며 상상력을 기르게 한다고 밝힌 점도 뜻이 있다. 국민학교 과정의 학습 내용을 이어받으면서 한층 수준을 심화시키는데 그 의의가 돋보인다. 그 실시 내용 여덟 가지 항목 중에서, 감동적인 요소를 찾아 그 이유를 밝히며, 어조나 운율이 시의 분위기 형성에 미치는 효과를 살피는 일과 작품의 형식을 이해하는 일 등 주요한 요체들을 중심으로 한 문학 교육의 내용이 잘 짜여져 있다. 이어서 문학의 갈래(장르) 및 작품의 형식에 관한 이해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는데, 이러한 문학 이론적 관심들 못지 않게 작품을 많이 읽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학생들 스스로가 그러한 문제들에 접근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작품 한 편 한 편이 갖는 주제의 상이한 점, 때로는 공통점, 그리고 표현의 개성적 측면을 인식하는 데까지도 유도하는 그런 독서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 문학에서는 전설, 소설, 전기 등을 포괄하여 허구성을 깨닫게 하며, 아울러 작중 인물의 성격과 실제적 인간의 삶과 상통하는 점도 알게 해야 한다. 이야기 속의 인물과 실제적 인간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행동, 생각, 감정, 신의, 욕망 등이 어떤 점에서 상사성이 있는가를 이야기해 보거나, 간략한 요약과 감상문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해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가 개괄적인 설명을 해 준 다음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 내용을 기준으로 삼아 여러 문학적 특성들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교사가 설명해 준 기준이 학생들의 자율적 이해나 판단에 간섭하여 무의식 중에 연역적 사고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학생들 스스로가 제기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자율적 해결 방법이 좋을 것 같다.
    2학년에서 실시 내용이 8가지가 나열되었는데, 여기서는 미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을 중요한 항목으로 들고 있다. 이야기 문학에서 인물의 성격과 행동의 관련성 그리고 묘사의 기교 나아가 그것들이 문맥을 이루면서 한 주제에 이르는 과정 등은 정독법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지만 이것도 학생들이 발표한 것을 교사가 종합 정리하여 타당한 해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제의 발견이나 이해는 물론 중요한 문예 이해의 관건이다. 즉 작품의 문맥의 흐름이 이루고 있는 의미의 발견과 같은 것이므로 시에는 그 심상들의 배열에서 중심 의미를 찾는 것이 될 것이고,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행동을 요약하고 그 행동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될 것이다.
    마)항에서 문예 작품의 구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도 한 편을 놓고 토론 과정에서나 또는 발표를 통하여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 밖에도 학생들이 실제로 지은 작품(혹은 작문)을 세밀히 분해하면서 그 짜임을 알아보도록 하면 더욱 실감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문예 작품들은 '시작→중간→끝'의 시간 진행의 과정에 의거하여 만들어졌으며, 그것으로써 한 편이 이루어진다. 경우에 따라, 시간의 배치를 과거·현재·미래의 순서로 섞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시작→중간→끝'의 개념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자의 창조적 계획을 엿볼 수 있고, 짜여진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서정적 시가 문학도 행이나 연의 구분이 있고 단락의 구분까지도 모두 '시작→중간→끝'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시간적 언어 예술이다.
    이러한 짜임의 개념은 전체를 이루는 각 부분들의 결합체임을 알 수 있다. 즉 '부분+부분+부분=전체'라는 형태적 특성을 알 수 있다. 즉 시간에 의거한 부분들의 결합체이다. 여기에 또 다른 필수적 요건이 요구되고 있다. 즉 부분과 부분이 결합할 만한 '있음직한 이유'가 그것이다. 즉 타당성이나 인과성이나 인정할 만한 요인들이 부분 사이에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중학 국어3-1, 문교부, 1983, 168면 인용)라는 행동 묘사는 소녀다운 행동으로 흔히 있음직한 한 광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음 행동 즉 소년에게 "이 바보"하는 발화 사이에는 소년이 가까이 와 말을 건네줄 것을 원했던 소녀의 심리적 기대감이라는 요인이 내재해 있음으로써 행동들 사이에 연결의 타당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작품의 전체적 문맥은 이루어져 있다. 두 사람의 만남과 사귐의 심리적 타당성이 여러 행동들을 연결시켜 가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소년의 심정도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잡는 것이었다."(같은 책 170면 인용)와 같이 소년에게도 기다리는 심정이 나타나기에 이른다. 작가는 행동들〔즉, 이야기의 부분 (또는 행동의 각 단락)〕을 연결하는데 있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요인들을 알맞게 배치하여 이야기의 짜임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의 사귐에 있어 서로의 호감과 그리움의 심정이 교류하여 아름다움이 점진적으로 드러나게 하였다.
    각 부분들은, 그것이 시이거나 소설이거나 희곡이거나 또는 수필이거나 주제를 향해 일정한 의미의 흐름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아)항에서 수필을 읽고 작자의 태도를 이해하는 문제를 설정했는데, 이것도 쓰인 낱말이나 문맥에서 찾아내야 한다. 잘못된 일에 대한 정당한 비판인가 혹은 엄정한 논리성을 추구한 것인가, 비꼬고 풍자한 것인가, 해학적인가, 진지한 것인가, 심각한 문제인가, 비관적인 태도에 의한 것인가, 행복감이 반영된 것인가 등등은 모두 작자의 태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되풀이하거니와 착실하게 내용을 정독하는 것만이 이해의 첩경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중 3의 문학 교육의 목표와 실시 내용도 설정되어 있는데, 그 중 문학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앞에서 논급한 바 2학년의 아)항에서 보인 태도와도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중 3은 중 2의 목표 설정을 발전적으로 승계한다는 의도가 보인다. 국어 중 3에서 그 내용을 보면, 작품 속에 만들어진 삶과 작품과는 다른 우리의 실제적 삶과를 비교하는 일과 작품의 창조성의 이해는 중요한 뜻을 가진 항목으로 보인다. 즉 실제적인 우리 삶은 때로는 빈약하고 한정된 직업이나 생업의 테두리에서 엇비슷한 수고를 하며 살아가는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것이 보통이지만 작품의 속의 삶은 우리 현실보다는 생동감이 한층 높기도 하고 혹은 우리보다는 더 정열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또는 신념이 매우 고결하게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세속적 욕망에 파묻힌 자아를 문학을 통하여 새로이 깨달음에 도달하게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서 우리의 자동화된 안이한 삶의 태도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 올려 성숙한 것으로 다질 수도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심청이처럼 자신의 목숨까지를 버리는 효심을 발휘하는 일은 현실적 존재인 범상한 우리로서는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심청의 행동을 통하여 느슨해진 우리의 효심을 현재보다는 좀더 긴장된 상태로 이끌어 올림으로써 평소에 못했던 효심을 그 나름의 처지에서나마 부모님께 실천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자아를 비추어 보는 정신적 거울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시의 표현에서 수사, 심상 등 기법에 관한 인식도 학생들 스스로가 그러한 요소들을 가려내어 공책에 정리하는 방법이 권장됨직하다. 교사가 하나하나 설명하는 방법도 좋지만, 독자인 학생 스스로가 기법의 다양성을 찾아내어 그 내용과 주제를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작품 속에 나타난 수사, 심상을 특성별로 구분하고 나열해 보는 훈련이라 할 것이다.
    바)항에서 서술 양식에 관한 항목이 나와 있는데, 이러한 문제도 학생들이 토론하거나 발표하는 과정에서 제기되고 인식되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술 양식도 작가의 미적 계획에 의하여 나타난 것이므로, 화자 설정의 문제 또는 이야기의 제시 방법 등은 작품마다 그 특색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서술 양식의 문제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구체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학교의 초보 과정을 거쳐 중학교의 '응용 기능'의 충실화와 '창조적 기능의 양성'(새 종합 교육 과정 및 해설, 교과서 도서 주식 회사. 1977, 196면) 등 모두 점진적인 국어 능력의 발전 단계라고 하는 교육적 배려에 비추어 보아, 그동안의 초··고의 교과 과정의 변천과 발전은 중요한 뜻을 갖는다. 그러나, 그 교과 과정의 실시 요항에서 보아 중 3에서 서술 형태의 학습을 심화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일반적인 이해에 그치게 하므로 많은 작품들을 대하게 하는 훈련이 고등학교와 대학에까지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 과정 및 그 실시 내용도 이 방면의 전문가들의 거듭된 수고에 의하여 발전을 거듭해 왔음을 이해할 수 있다.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의 성격을 교양 있는 생활에 필요한 '국어 사용의 기능 신장', 원만하고 유능한 국민이 갖추어야 할 것으로 '사고력, 판단력, 풍부한 정서, 아름다운 꿈'을 지니는 것과 아울러 '창의력의 함양'에도 주요한 의미를 두었고, '국어 문화의 전수', 그리고 '민족 문화 창조 유발'에까지 이르도록 하는데 그 성격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고등 국어의 성격에 비추어, 고등학교의 교과 내용이 점진적으로 개편되어 왔는데, 그때그때 시의(時宜) 적절한 내용을 알맞게 가려 교과서로 편찬하는 일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지적 및 정서적 균형이 융합되어 잘 발달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일 때 그 중요한 것은 다양성에 관한 인식과 그 수용이라 생각한다. 보통 사람으로서의 교양과 잘 발달한 인성 그리고 중층의 직업인을 형성하는데 요구되는 국어 교육의 내용들이 고루 폭 넓게 선정되어야 함은 아직도 요망되는 듯이 여겨진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고등학교의 문학 교육은 어느 정도까지는 미적 인식의 폭을 확대시켜 간 교과 내용을 배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인적 인간을 기르는데 있어, 나와 남의 개성이나 기질적 차이 및 내 취미가 아닌 남의 취미, 나아가 내 종교가 아닌 남의 종교 그리고 내가 체험한 것이 아닌 남의 체험 그리고 남의 상상력과 남의 감성까지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함양하여 공존의 슬기를 발전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할 그런 교과 내용의 편찬이 필요하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중) 교과 내용의 편찬에 있어서 중층의 교양인이 그 목표가 된다고 하여, 중하층에 관한 이해나 공감이 없는 그런 문학 교재들만으로 교재를 편찬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한편 다양한 생업을 문예적 소재로 다루었다 하더라도 고통이나 갈등을 승화시키고 상승적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주제를 드러낸 그런 작품들을 고르게 배치하는 것도 뜻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미의식의 폭에 관하여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김동리의 '등신불' 같은 작품에서 부처님에 관한 관습화된 '거룩하고 부드럽고 평화스러운 맛'은 없고, 아직도 '인간을 벗어나지 못한 고뇌와 비원이 서린 듯한 얼굴'이 나타나는 예가 그러한 미적 인식의 확대와 같은 것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의 경지가 원융한 데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와는 달리 오히려 인간적인 고뇌에서 부처님의 또 다른 경지를 발견하는 감동을 이 작품은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미적 경지나 그 폭의 확대는 우리의 심성 생활을 보다 더 깊고 넓게 성숙하게 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이질적 가치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면서 다른 것들과 어울리는 슬기를 터득하게 한다.
    즉 익숙하고 편안하고 좋은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설고, 불편하고, 나쁜 것까지도 보다 큰 우리의 테두리에 소속시켜 이질적인 것의 가치를 수용하는 지적 능력과 심성적 아량을 키워 가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뜻에서 애초부터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없다. 죽음도 생명을 가진 유기체의 생성적 질서에서는 필연의 한 가치로 인정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독이라 해도 쓰기에 따라서는 유익한 것이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어과의 교육 내용에서는 명실공히 교양인의 국어 생활과 창조적 능력을 겨냥하는 것이므로, 초등과 중등의 과정을 기초로 하여 한 단계 성숙된 경지에 이끄는 것으로서 교사들의 배려도 또한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국어과 교육 목표를 교재의 테두리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그것과 병행하여 우리의 정평 있는 작품들과 그 해설서들을 적절히 읽고 학생들로 하여 스스로 습득 확장해 가는 방향으로 조금씩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성인적 삶에 적응할 능력이 양성되는 것이며 아울러 기성 문화를 이해하며 그 이해한 자리에서 학생의 개인적 창의력을 북돋울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현행 교과 편제에서 철학 개론을 고등학교의 필수 과목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고 그러한 시도는 타당성을 지닌다 하겠다.
    그런데, 문학 교육은 말을 기본 자료로 삼고 있으므로 말 자체의 여러 기능을 적절히 이해하면서 문예의 세계에 들어가 작품의 뜻과 짜임 그리고 주제를 파악하며 우리의 삶을 비교하는 것임을 알아서 교사의 유도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뜻이 있을 것 같다. 왜 그러냐 하면 작품을 읽으면서 경험하는 것은, 어른들의 교훈적 설교나 훈계 같은 다분히 명령조인 의미 내용과는 달리 가치 선택을 내적 요구에 따라 무의식 중에 독자 스스로가 이루어 가는 것이므로 내면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감을 거치면서 삶의 양상에 관한 경험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맛보는 것이므로, 믿음, 배신, 죽음, 번뇌, 미움, 죄악, 사랑, 슬픔, 비꼼, 신비함 등등의 미적 과정을 독서 체험에 의하여 내면화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미적 체험은 내면화의 논리를 자발적으로 이루어 가는 것이다. 예술 교육의 중요성이 이 내면화의 논리에 있다. 여기서 교사의 배려가 매우 높은 암시를 제공하게 되고 학생들은 자기 암시의 자발적인 높은 성취로 발전해 갈 것이다.
    다양한 그리고 집중된 독서 체험은 한 인간을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튼튼하게 성숙시켜 갈 것이다. 국어 교육의 전문화가 반드시 문법 학자나 작가를 배양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성과 신속한 가변성 및 다양한 현대 사회의 계층 간의 이질성을 이해하며, 나아가 국제 사회의 문화 교류가 번다함에도 스스로 자립할 정신·정서적 자세를 확립하는 훈련으로써 문예 교육의 필요성은 인식된다 할 것이다.

앞으로의 국어 교육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업적 위에, 다시 현대 사회의 여러 이질적 가치들을 폭 넓게 수용하며 살아가는 정신력과 정서적 대응력을 성숙시켜 가는 데도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