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듣기 교육
―국민··고등학교에서―

 

윤 희 원 / 한국 교원대 교수, 국어 교육학

말하기와 듣기 교육은 이른바 언어 교육의 4 영역―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운데 음성 언어를 이용한 표현 및 이해의 교육으로, 교육 과정상으로 볼 때 말하기와 듣기의 교육이 국어과 교육 과정에 포함된 것은 현대적 의미의 언어 교육 및 언어 교과 교육 과정과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도 교수 요목에 이미 말하기와 듣기가 교수 사항으로 제시되었고 1955년 문교부가 제정 공포한 1차 교육 과정부터는 말하기와 듣기가 각각 독립된 영역으로 제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학교 교육의 지표라 할 교육 과정이 말하기와 듣기 교육을 국어과 교육의 한 영역으로 인정해 왔음을 보여 준다고 풀이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간략하게나마 말하기와 듣기 교육에 대해서 교육 과정과 교육 현황을 살피고, 그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1. 교육 과정에 나타난 말하기 듣기 교육
    각 교과 교육의 목표 및 내용 구성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교육 과정은 말하기 듣기 교육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 이는 각 교육 과정의 체제와 구성 양식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말하기 듣기 교육이 제시되어 있는 형태와 그 비중을 중심으로 각 교육 과정을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 과정의 사적 고찰

(1) 교수 요목 : 국민학교 국어과 교수 요목은 교수 요지로서 '바른 말과 글을 익혀, 바른 말과 맞는 글을 잘 깨쳐 알게 하고, 또 저의 뜻하는 바를 바르고, 똑똑하게 나타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도록 하되, 그 교수 사항으로써 읽기, 말하기, 듣기, 짓기, 쓰기를 들고 각 학년별로 연간 국어 교수 시수의 1/9 내지 1/8을 말하기와 듣기 교육에 할애하도록' 정했다. 중학교 교수 요목은 '국어를 잘 알고 잘 쓰게' 하는 것을 교수 요지로 하여 읽기, 말하기, 짓기, 쓰기, 문법, 국문학사를 교수 사항으로 하되 교수 시간 배정 표준에서는 말하기 교육을 위한 시간을 별도로 배정하지 않았다.
(2) 1차 교육 과정(1958. 8. 1. 제정 공포) : 국민학교 국어과 교육 목표로 제시한 26개 항 가운데 듣기에 관련된 항이 2개 항, 말하기 교육에 관련된 항이 6개 항인데, 말하기와 듣기는 언어 경험의 요소로서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 본 학습 지도와 생활 지도로서의 학습 지도 면에서도 말하기와 듣기 교육을 들고 있다. 중학교 교육 과정은 '음성으로써의 언어 활동과 문자에 의한 언어 활동이 똑같은 무게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국어과의 지도 목표를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로 나누어 기술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은 고등학교 국어 교육의 목적을 드러내는 12개 항 가운데 제1항으로 남의 생각을 빠르게 받아 들이고 그것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제2항으로 자기의 생각을 남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히 그리고 능란하게 발표한다는 항을 두고 고등학교 학생의 언어생활의 면과 지도 내용을 통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영역을 고루 다루고 있다. 교육 과정의 체제가 학교급별로 달랐던 시기였으나, 학년 목표를 기술함에 있어서 영역별로 기술한 점은 공통점으로 파악된다.
(3) 2차 교육 과정(1963. 2. 15. 제정 공포) : 국민학교와 중학교의 국어과 교육 과정은 목표, 학년 목표, 지도 내용, 지도상의 유의점 등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언어와 사회와의 관계에 주목하여 언어 능력 함양과 국어 문화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 역시 종래의 4영역을 중심으로 '사회적인 요구, 개인적인 언어생활의 기능 함양, 중견 국민으로서의 교양 구비'에 적합한 국어 교육을 지향했다. 이 같은 경향은 적어도 교육 과정상으로는 말하기와 듣기 교육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구체화되어 중학교의 경우, '지도상의 유의점'으로 '특히 음성 언어와 창작 지도에 힘쓰도록 하라'는 항목이 제시되었다.
(4) 3차 교육 과정(국 : 1973. 2. 14/중 : 1973. 8. 31/고 : 1974. 12. 31 제정 공포) : 국민··고등학교의 국어과 교육 과정이 모두 목표―내용―지도상의 유의점이라는 같은 형식에 의해 기술되었는데, '국어 사용의 기능 신장을 통한 효과적이고 품위 있는 언어생활'을 국어과 일반 목표의 1항으로 삼았다. '목표'와 '내용'이 학년별, 영역별로 제시되어 있는 이 교육 과정 역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4영역을 채택하고 있는데, '지도상의 유의점'으로 이 영역의 지도가 원칙적으로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것을 명문화하였다. 특히, 말하기와 듣기 교육에 관해서는 '말하기 듣기는 편의상 그 목표와 내용에서 분리하여 서술하였으나, 실제 지도에 있어서는 같은 과정에서 그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이를 감안하여 적절히 지도'하도록 하였다.
(5) 현행(4차) 교육 과정(1981. 12. 31 제정 고시) : 종래의 4영역 체제를 벗어난 현행 교육 과정은 '교과 목표, 학년 목표 및 내용, 지도 및 평가상의 유의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어과 교육의 영역을 '표현 이해/언어/문학'으로 3분하고 '(국) 말과 글을 통하여 생각과 느낌을 바르게 표현하고 이해하며,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게 한다. /(중) 말과 글을 통하여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이해하며, 합리적인 판단력을 기른다. /(고) 말과 글을 통하여 사상과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합리적인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른다.'는 목표하에 종래의 4영역을 '표현 이해'의 하위 영역으로 규정하였다. 한편 말하기와 듣기 교육에 관해서는 '종합적인 지도'와 '학생들의 경험과의 관련'을 강조했을 뿐 지도 및 평가를 위한 별도의 언급은 없다.
(6) 5차 교육 과정(국 : 1987. 6. 30/중 : 1987. 3. 31/고 : 개정안 심의 중) : 제5차 교육 과정은 4차 교육 과정의 체제를 거의 유지하여 교과 목표, 학년 목표 및 내용, 지도 및 평가상의 유의점 역시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 목표는 4차 교육 과정과 마찬가지로 표현 이해, 언어, 문학의 3항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학년 목표 및 내용, 평가상의 유의점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언어, 문학'의 6영역으로 구분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말하기와 듣기의 평가상의 유의점으로는 (말하기) 즐겨 말하려는 의욕과 태도, 말하는 내용의 적절성, 내용의 효과적인 표현에 중점을 둔다./(듣기) 들은 내용의 기억, 종합, 그리고 비판에 중점을 둔다.'는 항을 두었다.

2) 교육 과정의 주요 내용
    교육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말하기와 듣기 교육이 국어과 교육 과정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 목표와 내용 구조 면에서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국어과 교육의 각 영역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목표 : 말하기 듣기 교육은 국어과의 교과 목표와 밀접한 관련하에 언어 사용의 기능 신장과 그를 통한 효과적인 언어생활 능력의 함양을 기본적인 목표로 한다.
(2) 내용 구조 : 말하기의 경우, 표준어와 정확하고 분명한 발음, 말하는 내용의 조직을 주로 문제 삼으며, 듣기의 경우, 청해력과 들은 내용의 판단을 주요 과제로 삼는다.
(3) 교수 학습 : 다른 영역과의 조화, 생활 경험과의 관련을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교수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4) 교재 : 교육 과정은 말하기 듣기 교육을 위한 교재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제재 선정의 기준이나 유의점만을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될 5차 교육 과정은 국민학교의 경우 '말하기 듣기' 교과서가 별도로 제작되며 중학교 교과서에는 영역별로 단원이 설정되므로 '말하기 듣기' 단원이 독립적으로 설정되게 되었다.
(5) 평가 : 교육 과정에는 평가하라는 지시문이 있을 뿐 평가의 내용이나 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2. 말하기 듣기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말하기와 듣기 교육의 현황을 논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교육 과정과 교육 현실과의 괴리이다. 적어도 교육 과정상으로는 말하기와 듣기 교육이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제까지의 교과서의 체제와 내용, 현장에서의 교육 실태 등에 비추어 볼 때 교육 과정에 제시된 바가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말하기와 듣기 교육에 관한 연구나 담당 교원의 양성, 연수도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까지의 국어과 교육에서 말하기와 듣기 교육은 읽기, 쓰기, 언어, 문학 영역의 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 있어 왔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 문자 매체에의 의존도가 높았고, '공부란 모름지기 글을 배우는 일'이란 식의 전통적(?) 교육관의 영향으로 문자를 통한 표현과 이해 지도에 보다 치중해 왔으며, 여전히 어려운 교육 현장의 물리적 여건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런데 사회의 변화와 각종 (시)청각 매체의 발달로 인해 음성 언어에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학교에서의 국어 교육, 즉, 국어과 교육에서도 이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말하기 듣기 교육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은 말하기와 듣기 및 그 교육에 관한 기초 연구이며 그 기초 연구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정밀한 기초 자료이다. 그리고, 그 교육 전문가 및 담당자의 양성과 연수이다. 교육 과정이나 교수법, 교재, 평가의 문제는 이들 선결 과제가 해결되면 따라서 해결된다고 볼 수 있다. 말하기 듣기 교육의 기초 연구라면 우선은 넓은 의미의 언어 발달에 관한 연구, 학교 및 사회에 관한 사회 언어학적 연구, 국어의 구어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학습자가 끊임없이 노출되는 대중 언어에 관한 연구들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연구가 언어 현실과 교육 현장에서 동떨어진 것이어서는 안 되겠다. 그리고 이 같은 기초 연구에 현장 연구, 사례 연구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기초적인 자료 역시 언어 현실과 교육 현장으로부터 연구 혹은 실제 교육의 준비·진행 과정에서 혹은 연구 결과의 적용 및 교육의 실시 연후에 이를 재음미·평가·재투입하는 과정에서 수집·축적·이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가 말하기 듣기 교육을 기획하고 담당할 전문가(국어과 교사, 국어과 학사 및 장학 책임자, 국어과 교사 양성·연수 및 연구 담당자 등)의 양성 혹은 연수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교과 교육학 및 교원 교육의 전문화를 위한 기왕의 연구 성과를 보면 말하기와 듣기 교육, 국어과 교육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1988. 1. 24)

    어느 외국말을, 같은 국어 생활을 하는 사람끼리 섞어 쓰는 것은 그의 인격의 품위를 떨어뜨림도 되거니와, 자기 국어를 쇠퇴하게 만듦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한 개의 낱말이라도 학술원의 깊은 연구와 검토를 거치어 정식으로 결정하여 발표함이 아니면 쓰일 수가 없다 한다. 우리 국어에도 이러한 국어 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되겠다고 절실히 느낀다.
金允經, "바른 언어생활"(195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