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영수의 결혼식이 시월 며칠이냐?"는 문장에서 '며칠/몇일' 중 어느 것이 맞는 표기입니까? (충북 제천시 교동 박수진) |
ꂼ 현행 맞춤법은 둘 이상의 형태소가 합해져 합성어를 이룰 때에는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 28항). 예를 들면 '밥벌이', '집안', '밤알' 등 형태소 경계에서 음운 변이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밥물[밤물]', '몇날[면날]', '옷안[오단]', '웃어른[우더른]' 등처럼 다소의 발음 변이가 있는 것이라도 원형을 밝혀 적는 것입니다('마소(말소)', '부삽(불삽)' 등은 제외).
그러나 합성어를 구성하는 형태소 중 어느 하나라도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리나는 대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26항에서는 이러한 예로 '며칠, 오라비, 이틀' 등 3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오라비'는 '올+아비'로 분석하여 놓고 보면 '아비'는 '지아비'에서처럼 '일반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어원이 분명하나 '올'의 뜻을 알 수 없고, '이틀'도 '읻(잇)+흘'로 분석하여 보면 '홀'은 날짜를 세는 '사흘, 나흘'의 '흘'에서 어원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읻(잇)'의 어원을 분명히 알 수 없으므로 소리나는 대로 적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의 경우는 '몇+일'로 분석하고 '몇 개, 몇 사람' 등에서의 '몇(幾)'에 '몇 월 몇 일'의 '일(日)'을 생각하여 그 어원이 각각 분명한 것('몇'은 幾, '일'은 日)으로 단정하여 원형을 밝혀 적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몇'은 어원이 분명하지만 '일'의 경우는 '日'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우리말의 말음 법칙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우리말의 말음 법칙은 합성어에서 후행하는 말이 '이(j)'로 시작되면 선행하는 말의 받침이 절음이 되고 이 앞에 'ㄴ'이 첨가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앞일: [암닐], *[아필] | 밤이슬: [밤니슬] *[바미슬] |
낮일: [난닐], *[나질] | 잣엿: [잔], *[자셧] |
위의 예에서처럼 후행하는 형태소가 어원이 분명한 말이라면 그 합성어의 발음이 말음 법칙에 따라야겠습니다. 그러나 '몇일/며칠'은 [며칠]로 발음이 되지 말음 법칙의 영향으로 [면닐]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몇일/며칠'의 '일'은 어원이 분명치 않다고 볼 수 있으므로 소리나는 대로 '며칠'로 적어야 마땅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흔히 혼동되는 '글자'와 '날짜'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글자'의 경우는 '글(文)'과 '자(字)'의 합성어로 어원이 분명하므로 원형을 밝혀 '글자'로 적어야 함은 지금까지의 설명대로 입니다. 그러나 '날짜'의 경우, '글자'의 실제 발음이 [글짜]인 점에 유추되어, 실제 발음은 [날짜]이지만 '날자'로 쓰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날짜'의 '짜'는 '字'의 뜻을 가진 말이 아니라 '날'에 이어진 접미사이기 때문에 '자'로 적을 수 없으며 소리나는 대로 '짜'로 적어야 됩니다. '공짜, 알짜' 등의 낱말과 같은 경우라 하겠습니다. (金東彦)
물음 (1) 자음 동화 규칙에 의하면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소리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등산로', '춘란' 등은 각각 '등산노', '춘난'으로 발음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 '헛일'이 [헌닐] 같이 합성 명사에서 'ᅵ'모음 앞에 'ㄴ'이 첨가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맛있는'은 '마딘는'으로 'ㄴ'이 첨가되지 않고, '못잊어'의 경우는 [몬니저]/[모디저]로 발음이 가능한데, 정확한 'ㄴ'첨가 규칙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경북 구미시 송정동 3번지 김난주) |
ꂼ 1. (1)은 한 자음 동화 규칙의 보편성 문제를 질문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ㄹ'에 관련된 자음 동화 현상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규칙 ⅱ)에 의하면 '등산로'는 '등살로'가 되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요즘 발음을 보면 개인차가 있기는 하나 젊은 세대에서는 특정한 어휘에서 'ㄴ+ㄹ'의 연결을 [ㅥ]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그 이유는 형태 보존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등산로'의 경우 선행 형태소 '등산'이 자립 형태소로 그 뜻이 분명한데, 형태를 바꿔 '등살'로 하면 '등산'이란 의미와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에 규칙 ⅱ)의 예외가 되면서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등산'을 제대로 다 발음하고 나면 '등산노'가 되는데 이것은 규칙 i)의 확대 적용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ᄂ+ᄅ'은 [ᄙ]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고 [ㅥ]으로 되는 경우도 있지만, 'ᄅ+ᄂ'에서는 언제나 [ᄙ]로 동화되며 [ㅥ]으로 발음되는 예는 없다는 사실을 보면 역행 동화가 순행 동화보다 제약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국어 연구소의 '표준어 규정안' 중 표준 발음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은 규칙 ii)에 대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2. (2)는 ᄂ 첨가 규칙의 적용 범위에 대한 의문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형태소 경계의 앞 음절이 자음으로 끝나고(모음으로 끝나면 'ᄔ'이 첨가됩니다.) 뒤 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일 때에는 'ᄂ'이 첨가됩니다. 다음에 예를 보입니다.
ᄂc)는 곡용이나 활용에서는 'ᄂ' 첨가가 없음을 보여주고, ᄂa)는 합성어에서 ᄂb)는 파생어에서 'ᄂ'이 첨가됨을 보여주고 있는 예입니다. 그러나 합성어나 파생어라고 모두 'ᄂ'이 첨가되지는 않습니다. 파생어 중에서도 어근의 품사를 바꾸는 지배적 접사와의 사이에서는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먹이'→*[멍이], '먹이라'→*[멍니라], '논이'→*[놀리]) 다만 어근에 의미를 더하는 한정적 접사에 의한 파생어에서만 가능합니다(ᄂb참조). 합성어의 경우도 문제는 있습니다. 동사 합성어의 경우 'ᄂ' 첨가 조건을 만족하는 단어는 '맛있다'밖에 없는데 이 때 'ᄂ'을 첨가하지 않습니다. 또 명사 합성어의 경우 '명사+명사'에 의한 것은 'ᄂ'이 첨가되지만(ᄂa참조), '관형사형+명사'에 의한 것은 첨가되지 않습니다(어린이→[어리니], 젊은이→[절므니] 등).
이 같은 것을 합성어에서의 본질적 제약 조건으로 보아야 할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두 단어 연결이 동사 합성어나 명사 합성어('관형사형+명사')와 같은 구조를 가지면서도 이어서 발음 할 때 'ᄂ'을 첨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못+잊어'가 두 단어 연결이지만 '부사+동사'의 구성에 의한 동사 합성어와 같은 구조를 갖고, '먹는+약'이 '관형사형+명사'의 구성에 의한 명사 합성어와 같은 구조를 갖지만 각각 'ᄂ'을 첨가시켜 [몬니저], [멍는냑]으로 발음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예외를 합성어의 구성 성분에 의한 제약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합성어를 구성하는 양 형태소의 자립성 문제인지, 개별 어휘상의 문제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 단어 연결에서의 'ᄂ' 첨가를 생각할 때 이들이 합성어이긴 하나 형태소 경계를 인식하지 못 할 정도로 단일어처럼 굳어진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두 단어 연결에 의한 'ᄂ' 첨가는 화자의 심리적 태도에 따라 임의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못잊어'→[몬니저]/[모디저], '꽃이름'→[꼰니름]/[꼬디름] 등 참조).
발음이란 개인, 세대, 지역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그 규칙을 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대에로 지금까지의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복합어 구성 성분인 양 형태소가 어휘적인 뜻을 가지고 있고, 형태소 경계가 충분히 인식될 때에 'ᄂ'이 첨가되며, 두 단어 가 한 단어처럼 발음될 때는 임의적으로 'ᄂ'이 첨가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국어 연구소의 '표준어 규정안' 중 표준 발음법에서는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자음+이, 야, 여, 요, 유'인 경우 'ᄂ'을 첨가한다는 원칙을 세웠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동 표준 발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두 단어를 이어서 한 마디로 발음하는 경우에도 이에 준해 'ᄂ'을 첨가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두겠습니다.
물음 "몇 간 집이냐? ", "열 간 집이오. "에서 '간/칸'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녹동 5구 6반 이광호) |
ꂼ 이는 표준어에 대한 의문으로 보입니다.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의 'ᄀ'과 'ᄏ'의 通用 조항에서 'ᄀ'을 취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습니다.
즉'집 한 간'에서 [칸]으로도 발음되긴 하나 '간'을 표준어로 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도 유효하여 각종 국어사전에서 '간'을 표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문장은 '간'으로 써야 합니다.
참고로 국어 연구소의 '표준어 개정안'에서는 '칸'을 표준어로 삼고 특정한 경우에만 '간'을 쓰도록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즉 '칸막이, 빈 칸, 방 한 칸'에서는 '칸'을 쓰고 예외로 '초가삼간, 윗간'에서는 '간'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金東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