用例를 통해서 보는 아름다운 토박이말 (1)
남 영 신 / 국어 통계실 실장
우리가 언어생활에서 쓰고 있는 말에는 토박이말뿐만 아니고 많은 외래어도 있다. 그런데 특별히 토박이말을 사랑하고 또 널리 쓰이기를 바라는 까닭은 이것이 우리의 깊은 곳에 묻힌 뿌리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이것으로 생각했고 이것으로 남과 이야기했다. 이것은 우리의 예술품이기도 하고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것이 아름답게 가꾸어지기를 바라고 民衆들에게 깊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 국어 연구소가 토박이말 大衆化를 위한 企劃으로 이 자리를 마련해 준 데 感謝한다.
여기에서는 쓰임새가 좋은 토박이말을 그 用例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引用된 文句는「 」속에 넣었고, 作品의 지은이와 이름은 ( ) 속에 넣었다. 文句 가운데 대화로 된 부분은 " "로 표시했고, 詩의 경우에는 各行을 /표로 구별하였다.
- 〔올곧다〕 (올이) 바르고 곧다. 곧바르다. (마음이) 正直하다.
「입만 가지고 속여 먹고, 등쳐 먹고, 알로 먹고, 꿩으로 먹고 허울 좋은 불한당 아니고는 밥알이
올곧게 들어가지 못하는 지금 세상 아닙니까......허허허」(廉相涉―두 破産)
「혼돈 착란한 內政을 밝힐 자도 없고
올곧게 할 이도 없어」(李殷相―野花集)
「"내가 알아서 처리할 터인데 부인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요." 안채 대청에서 들려오는 조준구의 격한 목소리다. "쓸데없는 짓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요?"
올곧잖은 홍씨의 대꾸다.」(박경리―土地)
- 〔맨드리〕 물건이 이루어진 모양새, 옷을 입은 차림새.
「빛깔 빛깔 / 흐를 듯한 高貴한 빛깔 / 어루만져 차마 손을 떼지 못했소 / 용트림 꽃무늬 구름바다 / 오호 아름다운 極致의
맨드리야 / 天下의 絶品/또다시 짝이 없구나」(朴鍾和―靈鍾)
「흰 의복에, 흰 면사포에, 흰 백합꽃에, 이러한 흰 빛만의
맨드리가 흰 빛을 지나쳐 창백한 것이며」(蔡萬稙―濁流)
- 〔행티〕 심술을 부리거나 남을 못살게 구는 나쁜 버릇.
「"헌디 말이요, 서방님. 인민재판이란가 먼가가 끝나고 죽이는 굿판이 벌어졌는디, 워메 징하기도 하고......"
"그게 무슨 소리요, 문서방. 남들은 죽어가는데 그걸 보고 좋은 구경거리라니"
"좋은 구경거리고 말고라. 죄는 지은 대로 가고 공은 닦은 대로 간다고, 즈그 눔덜이 평소에 없이 사는 사람덜 아프고 쓰린 맘 몰라주고
행티 고약하게 해감서 배 터지게 먹고 살았응께 그렇게 당해서 싸제라."」(趙廷來―太白山脈)
- 〔설핏하다〕 거칠고 성기다. (해가 질 무렵의) 햇빛이나 물건의 모양 따위가 뚜렷하지 않다.
「설핏한 그림자가 산에 어린다. 두릅나무 순은 어디서 돋아나는가. 한 줄기 빛에도 환하게 웃는 산」(朴木月―山)
「이러다가 해가
설핏해서 서산에 걸칠라치면 또다시 부엌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저녁밥을 잦히고 된장찌개를 끊여서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朴鍾和―아랑의 貞操)
- 〔두껍다리, 복찻다리〕 두껍다리는 골목 안에 있는 도랑이나 시궁창에 걸쳐 놓은 작은 돌다리를 말하고, 복찻다리는 마을 밖의 개천에 걸쳐 놓은 다리를 말한다.
「때마침 박골 송풍헌이 마을로 들어오다 이 광경을 보고 놀랐다. (中略)
"이봐요 풍헌님, 박골 수세를 풍헌님께서 걷기로 했담서요." 대불이는 성큼성큼
두껍다리를 건너 그의 집 안으로 들어서는 송풍헌을 따라가며 불퉁스럽게 말을 뱉았다.」(文淳太―타오르는 江)
「사내는 부지런히 길을 줄이다가 문득 개천으로 내려가는 자드락길로 바꾸어 잡았다. 개천에는
복찻다리가 가로놓여 있었고, 복찻다리 건너 기슭에는 박달나무 숱이 무성했다.」(金周榮―客主)
- 〔비롯〕 처음. 始作.
「햇발이 처음 쏟아지면 / 청명은 갑자기 으리으리한 冠을 쓰고 / 그 때에 토록하고 동백 한 알은 빠지나니 / 오! 그 빛남 그 고요함 / 간밤에 하늘을 쫓긴 별살의 흐름이 저리했다./ 왼소리의 앞소리요 / 왼빛깔의
비롯이라 / 이 청명에 폭은 쥐어진 내 마음 / 감각의 시원한 골에 돋은 한낱 풀잎이라 / 평생을 이슬밑에 자리잡은 한날 버러지로다.」(金永郞―淸明)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장이를 동광학교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玄鎭健―운수 좋은 날)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되는
비롯은 어머니의 탯줄에서 끊겨 나와서 첫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빤 다음에 세상 밖으로 배내똥을 떨어뜨린 순간부터이고 한편 삶의 막장은 (中略) 마지막 배내똥을 소롯이 누게 되는 그 때일 것이라고 짐작된다.」(芮廉海―이바구 저바구)
- 〔미:립〕 경험을 통해 얻은 슬기나 요령.
「화초 가운데 蘭이 가장 기르기 어렵다. 적어도 십년 이상 길러 보고야
미립이 난다 하는 것은 첫째 물 줄 줄을 알고, 둘째 거름 줄 줄을 알고, 세째 추위를 막아 줄 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李秉岐―가람文選)
「매월이도 근본 없는 들병이로, 훌훌 털고 일어나 타관으로 나서는 데는
미립이 난 계집이요, 주막 살림이 바닥째 거덜이 나버린 지금 최가가 끼고 온 방물고리를 열어서 구경이라도 할작시면 눈자위가 하얗게 뒤집혀서 따라나서겠다고 포달을 떨기가 십상이었다.」(金周榮―客主)
- 〔한:둔〕 한데에서 밤을 세움. 露宿. 野營.
「이 모양으로 밤이면
한둔하고 낮이면 걸어서 낯선 강을 건너 낯선 벌을 지나 어마어마한 영을 넘어 이렁저렁 서울을 떠난 지 십여 일에 바다같이 넓은 노들나루턱을 건너 한양에 다다랐다.」(李光洙―嘉實)
「밤이면 五尺短軀을 용납할 곳이 없어 거의
한둔을 할 지경에 이른 판에」(李熙昇―벙어리 냉가슴)
- 〔동:자〕 부엌에서 밥을 짓거나 科理를 하는 일. 취사(炊事).
「아직 정정하여 물레질로부터
동자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다 하였다.」(黃順元―별과 같이 살다)
「어쨌든 계집 사단으로 꼭두새벽에 잠이 깬 도부꾼들이 새벽
동자를 재촉하여 퍼먹고는 뿔뿔이 행리들을 챙겨 주막을 뜨는데」「어느덧 먼동이 트니 멀리 홰 치는 소리가 들리고 정주에서 아침
동자를 바삐 짓는 술어미가 삭정이를 부러뜨리고 있었다.」(金周榮―客主)
- 〔애:물〕 부모 앞에 죽은 자식. 애를 태우는 사람(특히 어린이)이나 물건.
「겨우 돐이 지난 세째놈의 재롱이 비상해서 고것 하나에만 마음을 붙이고 웃음도 웃을 때가 있지만 그나마도 약하디 약해서 아비의 속을 태우는
애물이다.」(次熏―영원의 미소)
「임이네는 어린것의 뺨을 찰싹 친다. 잠이 깜빡깜빡 들려던 어린것이 젖꼭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물었던 모양이다. "빌어 묵을!" 우는 아이를 냅다 밀어던진다.
"자식이고 뭐고 다 귀찮다. 울든지 말든지, 배애지가 불렀이믄 처자빠져 자라! 젖꼭지만 물리고 있이믄 일은 지리산 중놈이 해줄 것까!" 선잠을 깬 아이는 울면서 더욱 기어오른다. "이런 기이 다
애물이지,
애물.」(박경리―土地)
- 〔궂기다〕 (손윗사람이) 죽다. 돌아가시다.
「어머님 열네살에 시집와서 스물하나에 寡居하였다. 그때 仲父 또한 궃기고 생가 先人이 겨우 열한살이요. 祖父 삼년 안이라. 한집에 几筳이 셋이니 큰집 작은집 사이도 사위스럽다고 통하기를 꺼리었다.」(鄭寅普―慈母思)
「옳거니, 오늘이 파일이거니. 발원을 올려야지......늙으신 부모
궂기지 말게.」(玄鎭健―無影塔)
- 〔발씨〕 발걸음이 길에 익숙한 상태.
「여보 그 놈에게 과히 몹시 채지나 아니하였소. 그러나 댁은 왼 양반이오.
발씨선 길에 길 잘못 들기가 예사이지. 처음 뵙는 양반이지만 너무 가엾은 노릇이오」(李人稙―雉岳山)
〔결곡하다〕 야무지고 빈틈이 없다. 氣品이 있다.
「여자란 흔히 아름다우면 음기를 풍기기 쉬운 것이다. 그렇지 않고 처절하게 어여쁘다면 독기를 품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기품이 드러나고 어여쁘면서도 결곡하기는 가장 드문 일이다.」(朴鍾和―아랑의 貞操)
「남학생들에게 정면으로 일장의 훈계를 하던, 정열적이면서도
결곡한 목소리.」(沈熏―常綠樹)
- 〔이:골〕 많이 경험하여 몸에 푹 밴 버릇.
「유신이다! 유신이다! / 이런 놈은 가차없이 즉각 잭깍처치하라 / 불평 많은 놈 아가리에 돈 자물쇠 채우고 / 앙심 품은 놈, 쥐약 먹여 앙심을 마비시키고 / (中略) / 正義打令 부르는 놈, 포도대장 시켜 도둑놈 뇌물에
이골 나게 하고 / 부정부패 싫다는 놈, 淸雲閣에 담궜다가 사흘만에 꺼내 놓고」(김지하―五行)
- 〔드새다〕 (길을 가다가 또는 임시로) 쉴만한 곳에 잡아들어서 밤을 지내다.
「그래서 이 속에서 벌써 이틀이나, 세번째 꾸미는 이 늙은이의 가련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빈 집에 들어가 자는 거렁뱅이처럼
드새고 있었던 것이다.」(廉相涉―굴레)
「슬픔을 못 이기고 헌 집 벽에다 회포를 적어 두고 하룻밤
드샌 뒤에 산으로 돌아오니라.」(李殷相―野花集)
- 〔섭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
「"실은 하찮은 행객이온데 마침 마을 앞을 지나다가 허기를 만나 염치 불고하고 들어왔읍니다." 설령 행티깨나 부릴줄 아는 상제라 할지라도 시신(屍身)을 앞에 두고 영색(令色)이 완연한 사내에게 오기를 부릴 순 없었다. 사내가 체신은 꼴같지 못하되
섭수가 밉지 않았고 또한 신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응망(凝望)하던 상제가 뜰에 눈짓해서 상을 보아 오게 하였다.」(金周榮―客主)
- 〔드난, 드난살이, 드난꾼〕 (주로 여자가) 임시로 남의 집에서 살며 그 집의 일을 도와 주는 것을 드난이라고 하며 드난을 하기 위해 얼마 동안 묵으며 사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하고,
드난살이를 하는 사람을 드난꾼이라고 한다.
「쟁기를 등에 얹고 멈춘 소를 보며 간난 할멈이 묻는다.
"너거들 소가?"
"흥, 우리 어매가 최참판댁에
드난살이라도 했이믄 모를까 무슨 소가 있겠소. 용이 소요.」「연이네는 부뚜막에 걸터앉아 전을 붙이고 있었다. 연이하고 마을의
드난꾼 여치네가 새앙을 다듬고 있었다.」(박경리―土地)
- 〔허방〕 땅바닥이 갑자기 움푹 패어 빠지기 쉬운 땅. 함정(陷穽).
「떠돌이 굿패들한테서 주워 들은 가락이 공부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번번이 선생한테 꾸중을 듣는 빌미가 되었다. 임방울의 목청에 어느새 나쁜 버릇이 생겨 있다는 것이었다. (中略) 조금만 방심해도 그 버릇이 튕겨나와 선생의 가락을 받는 일을 방해하였다. 그건 말하자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만나야 하는
허방이었다. 그런
허방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내딛다 보면 어느새 소리가 헷갈려 제멋대로 비틀거렸다.」(千二斗―임방울)
- 〔어스름〕 (빛이) 어둑한 상태.
「저녁 해는 지고
어스름의 길, 저 먼산엔 어두워 잃어진 구름, 만나려는 심사는 웬 셈일까요.」(金素月―만나려는 심사)
「덧없는 이 한때 / 남김 없는 짤막한 시간 / 머언 산과 산 / 아득한 곳 불빛 켜질때 / 둘러봐도 가까운 곳 어디에도 / 인기척 없고
어스름만 짙어갈 때 / 오느냐 / 이 시간에 애린아.」(김지하―남한강에서)
- 〔나뜨다〕 (물 위나 공중에) 나타나 떠 있다. 나타나거나 나와서 다니다.
「계집 하인도 이 일의 눈치를 아는지 슬쩍 형식을 보더니 생끗 웃고 나간다. 세 사람은 말없이 앉았다. 그러나 그네의 눈에
나뜨는 웃음은 그네의 마음의 즐거움을 말하였다.」(이광수―무정)
「바다여! 네 가슴 속에는 푸른 하늘이 잠겨 있고, / 네 입술에서는 즐거운 노래가 끊일 줄 모르는구나. / 저기 두둥실
나뜬 것은 白鷗와 함께 흰 구름. / 이제 밤이 되면 아름다운 별들은 저들의 오랜 沈黙의 배반을 들고 네게로 보이리니.」(金東鳴―海洋頌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