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고 싶은 경북 방언


李 相 揆 / 慶北大 敎授, 國語學

1.

방언 또는 사투리는 공용어인 표준어에 비해 열등하고 나쁜 말씨가 아니라 한 개별 언어의 지리적 또는 사회적인 요인에 의한 分化形(variation)이기 때문에 표준어에 비하여 거칠고 우아하지 않은 나쁜 말씨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 개별 언어란 여러 하위 방언들이 모여서 성립되며, 방언 차이에 의한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성문화된 표준어, 곧 오늘날 서울 지역의 교양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말씨를 표준어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표준말인 서울 지역 말씨도 일종의 방언인 셈이다. 다른 지역방언에 비하여 표준어는 품위 있는 우월한 말씨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말할 수 있다.
    표준어는 보다 광범위한 언어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규범적인 언어 형식으로서 언어의 분열을 억제하려는 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아울러 지역이나 사회적인 요인에 의한 언어 분열을 임의적으로 억제시키려는 成文化된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표준어는 여러 하위 방언에 대하여 타율적인(heter- onomy)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면서 변화해 간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표준어는 가장 강렬한 언어 개신파로서 개별 방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역으로 개별 방언의 放射形이 도리어 표준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公用語인 표준어를 결정하는데 방언을 충분히 살려 이용하며, 이를 익히고 배우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방언 가운데 어떤 것들을 표준어로 되살려 쓸 수 있겠는가는 그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방언이라 해도 언중들의 사용 범위가 국한되어 있다든지 새로운 언어 개신파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면 도리어 표준어로 선정되더라도 언중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기 쉽다. 엄격한 의미로 방언 화자들은 최근의 방송 매체와 교통 수단의 발달로 인하여 방언과 준표준어(RP)와의 이중 방언 화자(bidialectal speaker)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언 가운데 비교적 광범위한 언어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곧 지역적으로도 비교적 넓은 범위 내에서 화자들에게 이해되고, 사회 계층적인 면에서도 폭넓은 화자들에게 통용되는 것들을 선정하여 표준어로 되살려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 방언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한때는 언어 개신의 핵지역 방언(core-dialect)이었기 때문에 중부 방언과의 방언 차이가 매우 심하다. 어휘, 음운, 문법, 의미 등 여러 층위에서 다른 지역 방언과 매우 심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적 보수성이 강하여 고어 잔존형도 많이 발견되고 있는 지역어이다.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어휘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머식이/무엇해서", "우애, 우째/어떻게", "마카/전부", "우케/방아간에 찧기 위해 말리는 벼", "여내/계속", "이녘/상대", "그녘/제삼자", "맥재, 맥찌/괜히", "지렁/간장", "좋이/약간 넉넉하게", "퍼뜩/별안간 나타나거나 떠오르는", "싸게/빨리", "원캉/몹씨", "디기/매우", "빼닫이/서랍", "동갈이다/토막내다", "얼라/어린아이", "수홀하다/쉽다", "희떡/벌렁", "눈초자구/눈꼽", "눈뚜버리/눈두덩", "-매러, 맨치로/모양으로", "대분/단번", "장다지/늘, 억지로", "주장/주로"

방언 가운데 표준어 어휘 형태와 의미가 동일한 방언 어형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호미"에 대한 방언 분화형인 "호맹이, 호망이"와 같은 어형들은 표준 어휘로 선정할 이유가 없다. "잠자리"에 대한 방언 분화형의 예는 어원이 다른 "철갱이" 방언형과 거의 대등하게 지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곧 "잠자리"에 대한 방언형인 "잠바리", "잔자리" 어형과 "철갱이"의 방언 분화형인 "철기", "철뱅이", "처리"와 같은 방언형이 각기 지역적인 세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표준어가 아닌 그 기원이 다른 방언형의 대표적인 어형은 표준어로 이용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표준어와 동일한 의미소를 갖지만 어형이 서로 다른 경우 "벼/나락", "옥수수/강냉이", "부엌/정지", "간장/지렁"과 같은 예들은 두 어형 가운데 지역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어휘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표준어에 없는 어휘나 또는 표준어에서 한자어와 같은 외래어로 실현되고 있는 어휘에 대응되는 고유한 방언형들이 있으면 이를 전적으로 살려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 비록 지역적인 분포가 제한되어 있더라도 국어 어휘 교육이 이루어져야 되리라 생각된다. "전부(全部)/마카", "계속(繼續)/여내", "서랍(舌盒)/빼닫이" 등의 예들은 방언형이 "마카", "여내", "빼닫이" 등이 있으므로 이를 되살려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대강 위와 같은 관점에서 경북 지역(또는 남부 방언) 방언 가운데 표준어로 되살려 쓸 만한 어휘들을 몇 가지 선정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부 방언과 전혀 이질적인 어원에서 분화된 방언형에 대한 역사적인 분화 과정을 소급하여 국어 발달사를 재구하는데 이용될 만한 어휘들이 많지만 본고에서는 논외로 하고 한정된 자료들을 그 어원과 의미를 밝혀 소개하려고 한다.

1. 풋구: ꃃ 머슴들의 잔칫날
2. 자그래기: ꃃ 덜 익은 콩이나 팥
3. 빼닫이: ꃃ 서랍
4. 깻단: ꃃ 볏단을 한 주먹 정도로 묶은 것
5. 이녘: ꃃ 상대를 조금 낮추어 부르는 말(특히 아내를 지칭할 때에 사용)

1. 풋구는 "풋(未熟)-"+"-굿(농악굿)"의 합성어로 완숙하지 않은 농악굿이란 의미에서 생겨난 어휘인데 머슴들을 위한 잔칫날이라는 뜻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논매기가 끝날 무렵 동네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인들이 베풀어 주는 일종의 위안연을 "풋꾸, 푸꾸재"라고 한다. 이 날은 주인들이 베푸는 음식과 술로 하루를 즐기는데 사물놀이로 여흥을 돋우며, 그 동안의 피로를 씻게 해 주는 일종의 민속 행사이다. 충청도나 경기 지역에서도 농사일이 마무리되는 날을 호미를 씻어 거는 날이라 하여 "호미씻이"라고 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푸꾸래, 풋꾸믹이, 힛추" 등의 방언형이 있다.
    2. 자그래기란 "쭈글(萎)"+"-애기(接辭)"의 합성어로 쭈그러진 작은 콩이나 팥을 의미한다. 씨앗을 고를 때 이런 자그래기는 골라내고 밭에 뿌리게 된다. 이처럼 중부 방언에 없는 어휘들은 표준어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3. 빼닫이는 "빼(拔取)-"+"닫(閉)-"+"-이(接辭)"의 합성어로 중부 방언의 한자어 서랍(舌盒)에 대응되는 어형이다. 이와 같은 형식의 조어형인 "여닫이", "미닫이"가 표준어에도 있기 때문에 "빼닫이"를 표준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언에서의 조어법은 매우 다양하다. 방언 분화형들 간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조어형들을 잘 이용하면 부족한 어휘를 보충해 주는데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리라 본다. 경북 방언에서는 언어 축약이 다른 지역 방언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곧 축약형이 어휘 재구조화에 의해 단일 단어로 구성되는 예도 있다.
    그리고 표준어에 비해 어휘의 일부는 동일 기원형이지만 다른 일부가 방언형으로 조어가 이루어져 새로운 어형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눈(眼)이라는 어형을 중심으로 하여 생겨나는 조어의 실례를 살펴보자.

눈(眼)+{-뚜버리/두덩, -팅이-/두덩, -초자구, 꼽자고/꼽, -초리/속눈썹, -챙이, 자세/자위, -찌그딩이/애꾸}

4. 깻단은 볏단을 묶는 크기 때문에 어형이 분화한 예이다. 곧 "깨(萎)-"+"-ㅅ-"+"-단(段)"의 합성어로 깻단을 묶는 정도의 크기의 볏단을 의미한다.
    경북 방언에서는 볏단을 타작 방법에 따라 그 어형이 분화되어 있다. 홀깨 타작을 하는 경우 볏단을 한 주먹 정도로 묶게 되고 이를 "깻단, 줌치단"이라 한다. 또 개상 타작을 하는 경우 볏단을 좀더 굵게 묶는데 이를 "잘개단"이라고 한다. 또 비가 와서 논바닥이 진 경우 단을 한 아름 정도 묶어 세워 둘 때 이를 "무댕기단"이라고 한다. 이처럼 볏단이라는 어형이 경북 방언에서는 더욱 미세하게 어형이 세분되어 있다.

중 부 방 언 경 북 방 언

볏 단

깻단, 탯단, 줌치단

잘개단

무댕기단

5. 이녘이란 하오, 하게를 할 사람에게 마주 대하여 이르는 말로서 주로 자기 아내를 지칭, 호칭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3인칭 대상자인 경우 "그녘"이라는 어형이 사용되고 있다. 이녘은 "이(爾)-"+"-녘(方向)"의 합성어이다.
6. 갋다(侔): ꂿ 함께 맞서서 겨누다.
7. 수흘하다: ꃰ 일이 용이하거나 쉽다.
8. "어예기나 말기나": ꂴ 어찌하거나 말거나.

6. 갋다란 맞서서 겨누다라는 의미인데 중세 국어에 "다"가 나타난다. 중세어에서도 경북 방언에서 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용례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天人世間애 리 업스샷다(月釋 12:222)
셔 부텨 건마(楞解 1:36)
이 사과 와  사로미 어렵도다(杜解 3:46)
빗난 별과 도다(杜解 25:34)

이 방언에서 "갋다"의 활용형은 "갈-다", "갈-고", "갈-지", "갈-기" 및 "갈-버", "갈-버라", "갈-브니"로 불규칙 용언이다. 국어사전에 이러한 어형들은 반드시 실려야 될 것이다.
    7. 희한하다는 한자어 이상(異象)하다라는 의미인데 경북 방언에서는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이상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8. "어예기나 말거나"는 이 방언에서 축약된 구절이 관용구로 실현되는 경우이다. 어떻게 하거나 말거나라는 의미인데 방언의 관용구도 사전에 실리는 것이 옳을 듯하다.

9. 항굼: ꃌ 많이
10. 우예: ꃌ 어떻게
11. 마카: ꃌ 전부
12. 여내: ꃌ 계속
13. 맥재: ꃌ 괜히
14. 원캉, 디기: ꃌ 매우
15. 장다지: ꃌ 늘

9. 항굼은 많이라는 의미인데 아마 "한(多)-"+"-곰/굼(接辭)"에서 유래된 어형인 것 같다.
    10. 우예는 어떻게라는 의미로 의문문에서만 사용되는 의문 부사이다, 방언 분화형으로 "우째, 우찌" 등이 있다.
    11. 마카는 표준어에서 한자어 전부(全部)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2. 여내는 표준어에서 한자어로 사용되고 있는 계속(繼續)의 의미로 "연(連)-"+"-해"에서 기원된 것이다.
    13. 맥재는 괜히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방언 분화형으로 "맥지로, 맥찌" 등이 있다.
    14. 원캉, 디기는 워낙, 매우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원캉이라는 어형은 이유 원인 구문에서만 사용되는데 선행절의 접속 어미가 "-해서, -하므로, -하니" 등과 호응된다.
    15. 장다지는 표준어의 늘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의미상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방언형에서는 "노상"이라는 어형과 같이 늘 억지로 무엇을 행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3.

"큰 사전"에는 방언 어휘가 13,006개가 실려 있는데 보통 중요한 방언 어휘를 사용 지역을 밝혀 참고로 싣고 있다. 그러나 방언 가운데 새로 표준어로 되살려 쓸 만한 어휘들은 신중하게 선정하여 활용되어야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국어학 전공자들만이 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실제 국어 교육 현장에서 국어 어휘에 대한 기술적인 교육을 해야 되리라 생각한다.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할 사람들은 곧 우리 국민들이기 때문에 풍부한 국어 어휘 교육에 대한 실천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런 사용이 없을 것이다. (1987. 10. 30) *

◆ 참 고 서 적
이상규 외(1986), 「방언학 개론」, 경북 대학교 출판부.
이상규(1987), 「방언 연구 방법론」, 형설 출판사.

◇ 수수께끼 ◇
아무리 잘 사왔어도 못 사왔다 하는 것은? <못>
오늘도 가고 내일도 다 간 것은? <많을 다(多)>
음매 음매 우는 소나무는? <소나무>
이는 이라도 씹지 못하는 이는? <오이>
줄기가 없이 꽃 피는 것은? <전깃불>
찝찝한 산골에 길 하나 있는 것은? <가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