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應 百 / 서울大 敎授, 國語學
分類杜工部詩 卷之二
[46] 여 : 여맛(진실로, 본디)
物性 여 앗디 몯 거시라(物性固莫奪) (重杜解 2:33 自京赴奉先縣詠詩五百字)
事物의 性質을 진실로 빼앗지 못할 것이라.
샹녜 사 여 騷屑리로다(平人固騷屑) (杜解 2:37)
門을 지여셔 여 바라오미 이실(倚閭固有望) (杜解 8:19)
經術을 傳요 여 무레 그츠리로다(傳經固絶倫) (初杜解 19:4)
豪華호 여 혜요미 어렵더니(豪華固難數) (杜解 25:14)
'여맛'이란 副詞는 詩나 隨筆文에 씀직한 말이다.
[47] 죽사리: 죽살이(生死)
날로 죽사리 뵈왓보 아노라(日覺死生忙) (重杜解 2:42 壯遊)
날이 갈수록 죽고 사는 일이 바쁨을 아노라.
夫妻야 사로 뎌기 조티 몯야 輪廻 벗디 몯 根源일 죽사릿 因緣이라 니라(月印釋譜 1:12)
'죽사리'는 '죽살다'에서 온 名詞다.
그듸 이제 죽살 해 가니(君今死生地) (杜解 8:67)
'죽살이'는 현대 國語辭典 표제어에 이미 올라 있고, 거기서 派生한 '죽살치다'란 말도 실려 있다.
[48] 애와티다: 애와치다(분하게 여기다, 슬퍼하다, 한탄하다)
시름며 애와텨 미 읏다(憂憤心飛揚) (重杜解 2:42 壯遊)
근심하며 분하게 여겨 마음이 나부낀다.
槪 애와틸 씨라(月印釋譜序 15)
내의 날로 애와티논 이리라(余之日恨) (內訓序 5)
싸호던 햇 애와티 넉시 밤마다 우니(戰場寃魂每夜哭) (杜解 4:33)
애와텨호 더으노라(增憤惋) (杜解 2:53)
'애와텨다'의 '텨'가 口蓋音化한 例를 보자.
거믄고앳 烏曲 소리 애와쳐니(琴烏曲怨憤) (重杜解 3:8)
'애와티다'의 名詞形은 다음과 같다.
애와톰: 이 내 애와토 장 고디라(臣甫憤所切) (杜解 1:2)
애와툠: 大師ᅵ 마 가시니 기리 애와툐미 이 잇도다(大師旣逝, 永慨在玆) (禪宗永嘉集諺解序 14)
'애와티다'는 動詞이나, 形容詞로는 '애왇브다'(슬프다)가 있다.
南녀긧 한아비 애왇븐 비롯 펴도다(南翁憤始攄) (杜解 20:44)
'애왇브다'의 名詞形 '애왇봄'도 있다.
亟關앳 애왇보 마 펴니라(亟關憤己濾) (杜解 20:33)
'애왇브다'의 앞 단계 말은 '애브다'로 나타난다.
셟고 애븐 디여(月印千江之曲 143)
[49] 묏골: 멧골(산골짜기)
미 슬픈 묏고 뮈우니(秋風動哀壑) (重杜解 2:44 壯遊)
가을바람이 슬픈 산골짜기를 움직이니 '묏골'을 '산골'로 풀이한 예도 있으나 이는 山村과 혼동될 우려가 있다. '산골 사람이 대처(大處)에 나왔다'할 경우 '산골'은 '산골짜기'가 아니요 '드메 산골'의 '산골(山村)인 것이다.
'멧골'은 時語 등 文藝 作品에서 쓸만한 말이다.
[50] 거슬다: 거슬쯔다(거슬리다)
節義예 거슬 사미 가논 배 가지로다(逆節同所歸) (重杜解 2:54 詠懷)
節槪와 義理에 거슬린(叛逆한) 사람이 어지러운 일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되어가는 바가 한가지로다.
逆은 거슬 씨라(法華經諺解 2:168)
구든 거슬 마 그치게 (息剛戾心) (金剛經諺解 上:35)
시름 사 다딜어 거슬 숤 오놋다(觸忤愁人到酒邊) (初杜解 23:23)
'거슬다'의 名詞形은 '거슬'으로 나타난다.
서로 거슬미 이 (相戾如此) (法華經諺解 2:244)
'거슬다'는 '거다, 거슯즈다'로도 나타난다.
거 일 맛나도 怒티 아니야(月印釋譜 9:24)
考功의 等第예 거슯저 디여(忤下考功第) (杜解 2:40)
거슯즌 氣運이 두어 길흘 부러 그쳇더니(逆氣數年吹路斷) (杜解 5:20)
龍 거슯주미 므레 나니(蛟之橫出淸泚) (杜解 8:18)
蛟龍 기피셔 거슰주믈 짓고(蛟龍深作橫) (杜解 3:8)
現代語 '거슬리다'와 이 '거슬쯔다'는 同義語이지만 '거슬쯔다' 편이 더욱 힘있는 表現으로 느껴진다. 말하자면 語感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어감의 차이가 있을 때 現代語에서는 이들을 複數 標準語로 받아들였다. 건들거리다/건들대다, 깨뜨리다/깨트리다.
'거슬쯔다'는 일반 行文에서도 쓸 만하지만, 文學的인 表現에 더욱 어울리는 말이라 하겠다.
[51] 시드럽다: 시드럽다(고달프다, 피곤하다)
며 시드러오매 간 謀策 머것건마(疲薾荀懷策) (重杜解 2:55 詠懷)
가쁘며 고달프매 잠깐 謀策을 마음먹었건마는
山林에 시드러운 모 브툐니(山林託疲薾)
큰 族屬도 性命이 외외며 시드럽도다(大族命單嬴) (杜解 25:36)
시드러울 피(疲) (訓蒙字會 中 33)
셴 머리 늘거 시드러우메 춤츠고 놀애브로노니(白首老罷舞復歌) (重杜解 11:41) (註:罷=疲)
'시드럽다'는 副詞 '시들시들'의 '시들'에서 派生된 形容詞로 '시드러우니-시드러운-시드러워-시드러움-시드러우매...'와 같이 活用한다.
'시드러운 몸을 이끌고 자식을 만나러 千里길을 찾아왔다' 식으로 씀직한 말이다.
[52] 치다: 바아치다(바쁘게 굴다)
쳐 닐 베플 배 업도다(棲屑無所施) (重杜解 2:55 詠懷)
몹시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닐새(棲屑) (마음 속에 먹었던 謀策을) 베풀(實踐에 옮길) 바가 없도다.
'바치다'는 '티다'(바서뜨리다)에서 뜻이 변해서 된 말이다.
내 寶杵로 그 머리 툐(我以寶杵殞碎其首) (楞嚴經諺解 7:65)
이 모 텨 듣글만 너겨(寧碎此身猶如微塵) (父母恩重經諺解 26)
'치다'에 해당하는 '棲屑'은 '往來가 번거롭다'는 뜻이다. 居處가 가루가 될 정도로 몸을 부지하지 못하고 자주 왔다갔다 한다는 뜻이니, 그리하여 몸을 바서뜨리게 된다고 해도 뜻이 통하게 되겠다. '치다'가 '바서뜨리다(티다)'에서 '바쁘게 굴다'라는 뜻으로 變轉한 사정을 알 만하다.
硏究에 몸을 바쳐 避暑도 못했다. 괜찮은 表現이라겠다.
[53] 거스리: 거스리(거스리게, 거슬러)
거스리 녀 배 됴 나리 져그니(逆行小吉日) (重杜解 2:56 詠懷)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배가 좋은 날이 적으니
미 거스리 부니 짓과 터리왜 야지놋다(風逆羽毛傷) (杜解 7:15)
간밤의 우던 여흘 슬피 우러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니 님이 우러 보내도다.
져 물이 거스리 흐로고져 나도 우러 네리라(時調, 元昊)
'거스리'는 '거스르다'(逆)에서 온 副詞다.
[54] 다: 바아차다(자질구레하다)
時俗앳 이리 조보왜도다(瑣細隘俗務) (重杜解 2:56 詠懷)
자질구레한 時俗의 일이 답답할 정도로 착박(窄迫)하도다.
'다'는 '다'에서 변한 말이다.
누리 도소니(飛碎雪) (初杜解 16:61)
우리 무른 차 밥 배브르 먹고셔 니노니(吾輩碌碌飽飯行) (初杜解 25:11)
'바아찬 눈, 바아찬 일, 바아찬 行動'으로 쓰되, 時 같은 특수한 글에서 試用함직하다.
[55] 얼믜다: 얼미다(성기다, 설피다, 희미하다)
얼믠 뵈(踈布) (重杜解 2:65 逃難)
네 날을 얼믠 뵈로 모괴댱을 사다가 주고려(你饋我買將草布蛟帳來) (朴通事諺解 中 58)
얼믤 소(踈) (類合 下 57) '얼믜다'는 '희미하다'는 뜻으로도 쓰이었다.
기틴 디 얼믜여도다(亦髣髴遺意矣) (楞嚴經諺解 1:16)
依俙 얼믜여 시라(金剛經三家解 2:40)
성기고 설피면 자연 희미하게 되는 데서 意味가 번져 나간 것이다.
'얼민 천, 얼민 생각' 등으로 씀직한 말이다.
[56] 이울다: 이울다(시들다, 여위다)
얼믠 뵈 이운 뼈에 가맛니(踈布纆枯骨) (重杜解 2:65 逃難)
성긴 뵈옷이 여윈 뼈만 남은 몸에 감겨 있나니
朝野앳 비치 이우렛고(朝野色枯槁) (初杜解 22:31)
닙 프며 이우루메 비와 이슬왜 기우도다(榮枯雨露偏) (初杜解 22:14)
이울 고(枯) (訓蒙字會 下 4. 類合 下 50)
'이울다'의 使動詞는 '이울우다'로 씌었다.
欲愛 이울워 그처(楞嚴經諺解 8:21)
'이울다'는 '이올다'로도 나타난다.
凉州엔 밀히 이오도다(凉州白麥枯) (初杜解 23:22)
陰崖예 이온 풀을 다 살와 내여라(松江歌辭 上 4)
[57] 제여곰: 제여금(제각기)
이욷 도 제여곰 흐터 가도다(隣里各分散) (重杜解 2:65 逃難)
이웃 마을도 제각기 흩어져 가도다.
제여곰 절로 기렛도다(各自長) (初杜解 7:34)
'제여곰'은 '제곰, 제금'으로도 나타난다.
제곰 사롤 쳐소(飜譯小學 8:3)
식 품고 제곧 잇더니(抱兒別處) (東國新續三綱行實圖 烈文圖 8:26 金氏投譯)
乾坤이 제금인가 이히 엇으오(海東歌謠 68)
'제여곰'은 '제금'의 예도 있고, '다시곰'이 現代語에서 '다시금', 現代語에서 '제각기'가 '제가끔'으로 쓰는 예도 있어 그 現代 語形을 '제여금'으로 잡은 것이다. '제각기'나 '제가끔' 보다는 語感이 부드러운 맛이 있다.
[58] 발: 햇발(日脚, 햇살)
노 블근 구 西ㅅ녀킈 바리 平地에 리솻도다(崢嶸赤雲西 日脚下平地) (重杜解 2:65 羗村三首)
높이 솟은 붉은 구름 西녘에 햇살이 平地에 내리쏟도다.
'빗발'을 雨脚이라 하므로 '햇발'은 日脚인 것이다. 햇발은 햇빛이 구름 사이로 화살처럼 쏟아지는 모양을 뜻하기, 결국 '햇살'과 같은 뜻이 된다.
그러나 '빗발'과 對比가 되는 뜻에서 '햇발'은 '햇살'과는 다른 語感이 있다.
[59] 세우: 세우(세차게, 자주)
蕭蕭 北風ᅵ 세우 부니(蕭蕭北風勁) (重杜解 2:66 羗村三首)
善男女히 듣고 세우 제 닷면(月印釋譜 21:109)
세우 決斷 시라(剛斷) (圓覺經諺解 上 一之二 96)
뭉이 더듬니 가죽쌈지 여놋코 담의 셰우 침을 밧터 엄지가락이 잡바라지계 비빗비빗 단단이 너허(열여춘향슈졀가 下 26)
'세우'는 現代語에서는 非標準語로 잡고 있다. 그러나 위의 用例에서 앞의 셋은 '세차게'의 뜻이, 끝의 春香傳의 예는 '자주'의 뜻이 담겨 있다.
'세우'는 '맵다―매우, 되다―되우'와 같이 '세다―세우'로 派生된 副詞이므로 당당히 標準語의 자격이 부여되어야 한다.
[60] 해: 해(많이)
四面에 안 사미 므를 해 흘리놋다(四坐淚縱橫) (重杜解 2:67 羗村三首)
方國이 해 모나(方國多臻) (龍飛御天歌 11)
祿 해 타먹 넷버든(厚祿故人) (初杜解 7:2)
해 놀라 저푸믈 내니(多生驚怖) (金剛經三家解 3:24)
[61] 울에: 우레(雨雷)
울에 우르시 갓 우르노소니(雷吼徒咆哮) (重杜解 2:70 遺興)
우뢰 소리가 울리듯이 한갓 울부짖으니
울엣소리 忽然히 즈믄 묏부리옛 비 보내니(雷聲忽送千峰雨) (杜解 10:18)
울에 뢰(雷) (訓蒙字會 上 2)
'울에'는 '우, 우레'로도 나타난다.
우ㅅ소(雷響) (朝鮮館譯語 上 2)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松江歌辭 上 2)
現代 標準語 '우뢰'는 雨雷를 念頭에 둔 表記인 바, 이는 '우레'로 고쳐야 할 것이다.
[62] 허틔: 허티(다리, 脚)
남로 괴와 요미 불셔 허틔에 잇도다. (枝撑己在脚) (重杜解 2:70 遺興)
나뭇가지로 괴어 매는 것이 이미 다리에 있으니 (나뭇가지로 이미 다리를 받쳐 매니)
'허틔'는 '허튀'로도 나타나 있다.
허튀와 과 니 (猶肢肱也) (內訓 2:28)
病든 허튀 몯 가 시야(愁病脚廢) (杜解 6:50)
허튀 비 (腓) (訓蒙字會 上 26)
그리고 '정갱이'를 '허튓'(허팃마루)라고 했다.
허튓 (脚脛) (四聲通解 下 56)
'장딴지.종아리'를, 허튓, 허틧'(허팃배), '종아리뼈'는 '허튓'(허티뼈)라 했다.
허틧 (腿子) (訓蒙字會 上 27)
허튀 형 (脛) (訓蒙字會 上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