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翊 燮 / 서울大 교수, 국어학
1.
강원도 방언은 우리나라 여타 방언에 비해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것은 우선 국어 방언학이 국어의 역사적 연구를 뒷받침해 줄 古形을 찾는 일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고, 그러한 古形이 비교적 많이 보존되어 있는 邊方, 이를테면 제주도나 경상도 등지에 관심을 쏟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강원도는 경기도나 황해도, 또 충청도와 마찬가지로 서울에 인접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해서 오랫동안 국어 방언학자의 주된 관심 대상이 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강원도 방언에 대한 연구는 初期에는 오히려 활발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小倉進平의「朝鮮 方言の 硏究」(1944)에 강원도 방언의 자료가 어느 지방의 것 못지 않게 충실히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따로「嶺東 方言」(1923)「嶺西 方言」(1928)이란 제목의 小論文도 발표하였다. 한 道의 방언에 대해 이처럼 독립된 논문이 발표된 것은 그처럼 많은 논문을 발표한 小倉進平에 있어서도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의 강원도 방언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침체기에 머물러 있었다. 겨우 70년대가 다 되어 가는 무렵부터 全聖鐸 교수가「江陵 地方의 方言 硏究」(1969),「嶺東 地方 방언의 연구」(1971),「三陟 方言 硏究」(1978),「高城 地方 方言 硏究」(1980),「襄陽 地方의 方言 硏究」(1981),「華川 地方의 方言 硏究」(1982) 등 꾸준히 한 지역씩 조사 보고함으로써 그나마 이 방언의 연구가 명맥을 유지하여 오긴 하였으나 이 논물들은 모두 地方誌(春川 敎育 大學 論文集)에 발표됨으로써 학계에 잘 알려지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다루어지는 내용의 범위나 방법론이 퍽 한정된 것이었다. 좀 세부적인 문제를 다룬 것으로는 文孝根 교수의「영동 방언의 운율적 자질에 관한 연구」(1969)와「영동 북부 방언의 운율 음소」(1974)가 있을 정도였다.
필자가 강원도 방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방언이 필자 고향의 방언이어서이기도 하였지만 이 방언에 대한 연구가 이처럼 침체되어 있음이 안타까워서였다.「江陵 方言의 形態 音素論的 硏究」(1972),「嶺東 方言의 敬語法 硏究」(1974),「韓國 漁村 言語의 社會 言語學的 考察」(1976a),「아재考」(1976b)는 모두 강릉 및 그 일원의 영동 지방의 방언을 분석한 것으로서 강원도 방언의 특성을 밝히는 외에 국어 방언학의 방법론을 정밀화하는 일에도 목표를 둔 것이었다. 특히「韓國 漁村 言語의 社會 言語學的 考察」은 우리나라 漁村言語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연구일 것이다. 그리고「江原道 嶺西 地方의 言語 分化」(1979)는 태백산맥에 沿한 嶺西 지역들의 언어적 성격을 究明한 것으로서 이것이 발전되어 이루어진 것이 拙著「嶺東 嶺西의 言語 分化:江原道의 言語 地理學」(1981)이다. 이 책에 실린 50장의 언어 지도는 面을 조사 단위로 한 것이어서 아마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의 어느 언어 지도보다 정밀한 지도일 것이다. 이 점에서 그 동안 낙후되어 있었던 강원도 방언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다른 도의 방언 연구보다 한걸음 앞서는 면모도 갖추게 되었다.
田光鉉 교수는「東海岸 方言의 어휘(Ⅰ,Ⅱ)」(1978,1981)는 워낙 연구가 적은 이 지역 방언의 좋은 어휘집 구실을 한다. 또 최근에는 元勳義 교수가「江原道 方言 硏究(1~4)」(1978~1982)를 지역별로 계속 발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元 교수의 연구는 앞의 全聖鐸 교수의 것과 마찬가지로 地方誌에만 실림으로써 학계에 널리 읽힐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그 방법론에 있어서도 학계와 보조를 같이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성을 안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금까지도 학계의 중심적인 방언학자들의 손길이 강원도 방언 연구에는 활발히 닿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金亨奎 교수의「韓國 方言 硏究」(1974)나 崔鶴根 교수의「韓國 方言辭典」(1978)에는 강원도 방언의 자료가 다른 道의 그것에 뒤지지 않게 충실히 들어있기는 하다. 또 앞으로 곧 출간될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의「한국 방언 자료집 : 강원도 편」이 나오게 되면 강원도 방언 연구의 큰 資産이 하나 더 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 방언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더 커져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겠다.
2.
강원도 全域에 공통되는 방언 특징을 기술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道에서도 얼마간은 비슷한 사정이지만 강원도 전역에 공통되는, 그러면서 다른 방언에는 없는 특징이 강원도에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강원도 방언의 한 특징으로서 지적될 만한 것은 音素의 수가 어느 방언보다도 많다는 점일 것이다. 지역에 따라 꽤 다르지만 母音의 경우 이 방언은 'ᅢ,ᅦ,ᅬ,ᅱ'를 모두 單母音으로 가지며 'ᅪ,ᅯ,ᅫ,ᅰ' 등의 二重 母音도 비교적 충실히 실현될 뿐만 아니라 '영감, 여드름' 등의 'ᅧ'에서 확인되는 [jɨ]까지 있어 그 수가 어느 방언 보다 많은 편이다. 또 많은 지역에서 聲調와 音長이 모두 音素의 자격을 가진다.
子音에서는 이렇다 할 특징이 드물다. 음절 말의 [ŋ]음이 모음 앞에서 弱化되어 '방우'(바위) '호멩이'(호미) 등의 'ᄋ'이 자음의 성질을 거의 잃는 현상을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데 이 현상은 아다시피 경상도 방언을 비롯하여 꽤 넓은 지역에 고루 있는 현상이다.
강원도 방언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그 全域에 공통되는 어떤 특성을 찾기보다는 몇 지역으로 나누어 그 지역들의 방언 특성을 분리하여 기술하는 편이 낫다. 강원도는 대개 嶺西 方言圈과 嶺東 方言圈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서 방언권은 춘천과 원주를 중심으로 하여 이 두 도시를 잇는 지역으로서 이른바 사투리가 별로 없다고 일컬어지는 지역이다. 즉 서울말, 또는 경기도 말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기도에 인접한 지역이다. 그리고 이 이외의 지역을 일단 영동 방언권으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方言 差를 보이는지를 살피면서, 또 이들 방언권, 특히 영동 방언권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어떤 특이한 방언 현상이 있는지를 살피면서 강원도 방언의 특성을 하나씩 보아가기로 하겠다.
강원도 안에서 두드러지게 차이를 보이는 언어 현상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앞에서 聲調에 대해 언급하면서 잠깐 비쳤지만 강원도는 성조가 音素로 쓰이는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다. 즉 강원도는 우선 성조에 의해 크게 둘로 나뉠 수 있다. 성조의 대립이 있는 지역은 대개 삼척, 강릉을 비롯하여 영월, 정선, 평창 등지이며 나머지 지역은 그 대립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活用 語尾에서도 강원도를 兩分하는 현상이 보인다. 疑問 語尾 '-니'가 그 한 예인데 대개 앞의 聲調가 있는 지역에서는 "니 어데 가나?"처럼 '-나'가 쓰이며 나머지 지역은 '-니'가 쓰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조나 '-니'는 강원도를 東南 지역과 西北 지역으로 兩分 하는데 이런 현상은, 범위는 다르지만 순경음
'ㅸ'을 가졌던 단어들에서도 나타난다. 가령 '확'의 방언형으로 삼척, 정선, 영월 등지에서는 '호박'이 쓰임으로써 그 나머지 지역의 '확'과 구분되는 것이다.
강원도에는 단어 마지막 음절의 모음을, '감자'를 '감재', '치마'를 '치매'라고 하는 것처럼 'ᅢ'로 실현하는 현상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이는 대개 東半部 지역에서 나타난다. 가령 '글피'를 영동 지방 全域과 평창, 정선 영월 등지에서는 '글패'라고 한다. 이 지역의 대부분에서는 사람의 '턱'을 '택'이라고도 한다.
강원도는 이처럼 대개 영동 지방을 중심으로 한 東半部와 영서 지방을 중심으로 한 西半部를 가르는 방언 특징들이 많다. 특히 어휘에서 그러한 예가 많은데 그 대표적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자세한 분포는 생략하고 또 분포된 지역이 좁은 방언형은 빼고 형서 방언권의 대표적 방언형과 영동 방언권의 대표적 방언형만 제시하겠다.
영 서 방 언 | 영 동 방 언 |
두레박 | 파래 |
왕겨/왕게 | 새째 |
시래기/씨래기 | 건추 |
누룽지/누룽기 | 소디끼/소꼴기 |
질겡이 | 뺌짱우 |
오얏/꼬야 | 꽤 |
짬자리 | 소금젱이 |
상추/생추 | 불기/부루 |
회리바람 | 돌개바람 |
똬리 | 또바리/따바리 |
우물 | 웅굴 |
입술 | 입술ᄀ |
두레 | 질 |
부라부라 | 풀미풀미 |
일부러 | 여뿌러 |
우두구네 | 춘천이여 |
(벼이삭이)숙다 | 곱다 |
데우다/뎁히다 | 뜨수다 |
위의 표에서 영서 방언의 방언형은 대개 표준어에 가까운 형태여서 그로써 이들 단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나 다만 몇 단어는 설명을 요한다. 첫 번째의 '두레박/파래'는 논에 물을 댈 때 쓰는 農具 '두레'의 방언형이다.
'입술/입술ᄀ'은 '입술'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助詞를 만날 때 名詞 末音으로 'ᄀ'을 가지는지 아닌지를 보인 것이다. 영동 방언에서는 '입술기, 입술게서'처럼 'ᄀ'을 가지며 따라서 이 방언에서의 이 명사의 방언형은 '입술ᄀ'이다. 앞의 '우물/웅굴'의 分化에서도 영동 방언 쪽에서는 'ᄀ'을 가지고 있는데 모래도 '물개'라고 하는 등 'ᄀ'音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이 영동 방언의 한 특징이라 할 만하다. 비슷한 현상으로 '지붕케서'(또는 '지방게서')처럼 '지붕'의 末音으로도 'ᄏ'(또는 'ᄀ')音을 가지고 있다. 이 '지붕ᄏ/지붕ᄀ'의 분포도 '입술ᄀ'의 그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두레/질'은 표준어 '두레'의 방언형으로 모심기나 길삼 등을 할 때의 協同組를 일컫는다. '두레짠다, 두레농사' 등의 '두레'에 해당하는 방언형인데 영동 방언권의 '질'이 특이한 방언형이다. '부라부라/풀미풀미'는 첫돌 무렵의 아기를 세워 놓고 좌우로 흔들면서 하는 말로서 영서 방언형의 '부라부라'는 바로 표준어 형태이기도 하다. '우두구네/춘천이여'는 그네를 뛸 때 지르는 환호로서 다른 道에서는 아직 조사된 바 없는 듯하며 또 표준어에도 이에 해당되는 語形이 査定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영동 방언권에서는 그네를 '춘천'이라 하므로 '춘천이여'는 거기에서 유래되는 말이겠으나 '우두구네'는 語源을 알 길이 없다. 무척 흥미 있는 방언이라 생각되며 전국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방언형이 조사되었으면 한다.
이상에서 보면 영서 방언은 경기도 방언에 매우 가깝고, 또 영동 방언은 예에 따라서는 그와 매우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강원도 방언의 특성은 강원도 전체를 두고 파악하기보다 몇 조각으로 나누어 파악하는 것이 낫다고 한 말도 여기에서 이해가 될 것이다. 이상에서 강원도는 적어도 춘천 원주 중심의 영서 지방과 강릉 삼척 중심의 영동 지방이 언어적으로 상당히 뚜렷이 구분되며, 그 중 영동지 방의 방언이 표준어나 경기도 방언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강원도의 어떤 방언 특징은 아주 좁은 지역에만 분포되어 있는 것도 있다. 즉 영동 全域이나 아니면 영동의 3~4개 郡에 분포되는 식이 아니고 겨우 1개 郡, 또는 1개 郡과 그 이웃 郡의 일부 지역에만 분포되는 식인 것이다. 심지어는 1개 郡 안에서도 일부 지역에만 분포되는 특이한 방언형도 있다. 그 몇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수수'에 해당하는 강원도 방언으로는 '수수/쉬시/수꾸/수끼' 등이 대표적인데 삼척에서는 '대끼지'라는 특이한 형태가 쓰인다. 그런데 이 '대끼지'는 삼척군 全域에 쓰이면서 바로 그 郡에서만 쓰이고 있다. '거위'에 해당하는 강원도 방언은 '거시/거의'가 대표적인데 삼척의 일부 지역에서는 '꺼꾸'가 쓰인다. 그런데 이 '꺼꾸'는 겨우 삼척군의 절반 정도의 지역에서만 쓰이고 있다.
'목말'에 해당하는 강원도 방언으로는 '무등/목말/동고리'가 있는데 이중 '동고리'는 강릉시와 그 주변의 명주군(그러니까 옛 행정 구역으로는 강릉군)에만 분포되는 형태다. 이처럼 강릉·명주에만 분포되는 방언형은 '동고리' 이외에도 몇 개 더 있다. <표 1>에서 '누룽지'에 해당하는 방언형으로 영동 쪽에서 쓰이는 '소디끼/소꼴기'를 소개한 바 있는데 이 중 '소꼴기'도 바로 그러한 예다. 그리고 '청미래덩굴'을 가리키는 '땀바구'라는 방언형도, 비록 평창군, 정선군의 일부 지역에까지 확대되어 있기는 하나 역시 강릉·명주 특유의 방언형이며 '곤지곤지'에 해당하는 방언형인 '장개장개'나 '까꼬라기'를 가리키는 '까오치'나 '새총'을 가리키는 '느르배기' 등도 다 마찬가지다.
'버마재비'를 가리키는 강원도 방언은 '오줌찍개/오줌싸개/사마구' 등이 대표적인데 '어응가시'라는 특이한 형태가 홍천군의 두 面에 나타나고 영월군 일부에서는 '황개미'라는 특이한 형태가 나타난다. 홍천군에만 분포되는 방언형으로는 '도깨비바늘'을 가리키는 '가막사리'와 겨울에 얼음 위에서 아이들이 타는 썰매를 가리키는 '발구'도 있다.
이처럼 좁은 分布를 가지는 방언형들은 대개 강원도에만 존재하는 것들이기 쉽다. 강원도 방언의 특성으로 내세우기에는 그 분포가 너무 좁지만 이들이 강원도 방언을 특징짓는 요소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흔히 생각해왔듯이 강원도 방언이라고 어떤 특유의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면밀히 조사하면 앞으로도 어떤 다른 道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강원도 특유의 특징이 좀더 발견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
강원도를 몇 개의 하위 방언권으로 나누는 것이 타당할지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방언 구획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과 관련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무엇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방언 구획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강원도는 상당한 부분이 휴전선 이북에 속해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강원도 전역을 대상으로 방언 구획을 하는 일은 불가능한 형편이기도 하다.
휴전선 이남만을 대상으로 강원도를 최대한 작은 방언권으로 나눈다면 대개 5개의 小方言圈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三陟郡이 그 중의 하나다. 앞에서 삼척군에만 분포되어 있는 방언형들을 몇 개 제시하였지만 삼척에는 이 이외에도 강원도 내에서는 특이한 특징들을 많이 보여 준다. 그 중 많은 것은 경상도 방언의 특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그만큼 삼척은 강원도 중에서 경상도 방언의 요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主格 助詞의 重複型인 '이가'가 쓰이고 '영갬이'와 같은 역행 동화가 심한 점, '이리 좌, 태왔어요'에서처럼 'ㅜ+ㅓ→ㅘ'의 음운 현상이 있다는 점, '춥당가'에서처럼 回想 시제의 하게체 의문문 어미로 '당가'를 가지고 있는 점 등 강원도의 여타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특징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다.
江陵·溟州도 하나의 작은 방언권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이미 강릉·명주에서만 발견되는 '동고리, 느르배기' 등의 방언형을 제시한 바 있지만 이 이외의 여러 특징에 의해 이 지역은 분명히 이웃의 어떤 郡과도 구별되는 독자성을 가진다. 그리고 襄陽과 高城의 두 郡이 묶여서 또 하나의 방언권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양과 고성은 현재의 강원도에서는 함경도 방언의 요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한데 강릉 이남과는 여러 면에서 구획이 되는 지역이다. '쟁기'를 '옌장'이라 하고 '극젱이'를 '가데기'라고 하는 것을 비롯하여 '아이 가겠다'의 否定辭 '아이' 등이 다 특이하다. 또 聲調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강릉쪽과 크게 구분되는 점이다.
嶺西 지방은 크게 두 개의 하위 방언권으로 가를 수 있어 보인다. 하나는 平昌, 旌善, 寧越, 세 郡을 하나로 묶는 방언권이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영서에 속해 있지만 영동 방언의 영향을 크게 입고 있는 지역이어서 춘천 원주 중심의 순수 영서 방언권과 여러 면에서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 聲調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우선 그러하고 <표 1>에서 제시했던, 영동 방언권과 영서 방언권에서 차이를 보이는 어휘들의 표에서 이 지역이 영동 방언권의 방언형을 쓰는 일이 많다는 것 등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순수 영서 방언권의 것과 공통되는 특징도 많이 가지고 있어 강릉이나 삼척과는 구분되는 말하자면 轉移 地域으로서의 특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방언권이라 할 만하다.
앞에서 '순수'라는 수식어를 붙여 불렀던 영서 방언권은 상대히 광대한 지역에 걸친다. 앞에서 몇 번 춘천 원주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이라고 일컬어온 곳으로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춘성, 홍천, 횡성, 원성 등의 8개 郡이 이에 속한다. 앞에서 본 방언권들이 적을 경우엔 1개 郡, 많아야 3개 郡이 한 방언권을 이루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순수 영서 방언권을 다시 세분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만한 근거가 찾아지지 않고 있다.
결국 강원도를 5개의 小方言圈으로 나누어 보았는데 이 다섯 방언권을 다시 몇 묶음으로 묶는다면 어떻게 될까? 필자는 拙著(1981)에서 순수 영서 방언권을 嶺西 方言圈으로, 나머지 네 방언권을 하나로 묶어 嶺東 方言圈으로하여 강원도를 우선 크게 二大 하위 방언권으로 구분하였다. 강원도가 지리적으로 영서 지방과 영동 지방으로 갈려 기후며 풍속이 구분되는 것과도 부합하고 언어적으로도 가장 두꺼운 等語線束이 이 두 방언권 사이에 놓이는 것으로 계산되는 점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원도를 이와는 달리 영서 방언권과 고성 양양을 묶은 西北 강원 방언권과 그 나머지 지역인 東南 강원 방언권으로 兩分하는 체계도 매우 그럴 듯해 보인다. 앞에서도 지적된 바 있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聲調의 유무에 의해 구분된다. 그리고 해라체 의문문 어미로 '-니'를 취하느냐 '-나'를 취하느냐도 바로 이 두 방원권의 경계를 이룬다. 억양 등 전체적 인상에서도 이 경계선으로 강원도 방언을 둘로 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느낌을 준다.
결국 무엇을 방언 구획의 기준으로 삼느냐의 문제인데 앞에서도 잠깐 지적한 대로 이 문제는 이른바 方言 測定法(dialectometry)의 문제로서 어느 나라에서나 아직 숙제로 삼고 있는 문제이다. 강원도의 경우는 앞의 두 가지 중 어느 쪽을 택하여도 다 그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리라 생각하거니와 앞으로 더 정밀한 方言 測定法이 개발되어야 이 문제도 더 만족스럽게 풀릴 것이다.
4.
이상으로 강원도 방언이 그동안 어떻게 연구되어 왔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가, 그리고 만일 강원도를 하위 방언권으로 나눈다면 어떠한 구획이 가능한가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대부분 그동안의 필자의 연구 결과에 의존하여 기술하였는데 이는 강원도 방언에 대한 연구가 그만큼 零星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였다. 적어도 언어 지리학적인 연구라면 강원도는 방언 연구의 한 寶庫라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초가 튼튼한 유능한 젊은 학자들이 이 방언의 연구에 많이 뛰어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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