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座談>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

허 만 길 / 문교부 인문 과학 편수관실

Ⅰ. 서 론
    '예절'을 인간 생활의 규범을 총칭하는 말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적, 국제적 각종 규범, 개인의 몸가짐이나 말씨나 인사, 그리고 관혼상제례와 종교 의식 등이 모두 예절과 관련되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는 중국 고례(古禮)에 관한 논설을 집록한 것인데, 여기에 나타난 '예'(예절)는 제도, 법률, 의식 범절(儀式範節)을 두루 포괄하고 있으며, 그 설명의 흐름은 심성의 체용(體用), 일신의 수양, 일상 의식(衣食), 교사체상(郊社締嘗)의 대례, 천하의 경륜, 우주의 변화에까지 이르고 있다.
    동양의 '예절'에 해당되는 서구의 말로는 'etiquette', 'manners' 등이 있다. 'etiquette'은 프랑스 말의 'étiquette'에서 유래한다. 이 'étiquette'은 어원상으로 'ticket'이란 말과 연관되는 것으로, '궁정을 드나드는 출입표'를 뜻하던 데서 '궁정 예의'를 의미하게 되었고, 근대에 이르러 왕정이 사라지고 시민 사회가 형성되면서, 서구 사회의 보편화된 '예절' 혹은 '예법'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manners'는 '습관적인 반복'을 뜻하는 'mannerism'과 유관한 말로서 '관습적인 양식'이라는 뜻과 어울러 '예절' 혹은 '예의'의 뜻도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시대와 공동체에 따라 '예절'이 주는 의미상의 말맛이나 그것이 나타나는 생활 규범으로서의 구체적 모습이 다르다 할지라도, 예절에서 말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예절의 측면에서 말하는 곱고 아름다운 말씨란 어떤 특성을 지닌 것이며, 그 특성에 비추어 곱고 아름다운 말씨가 갖추어야 할 모습은 무엇이며, 곱고 아름다운 말씨가 예절 생활에 크게 기여하게 하기 위해 사회의 배경적 노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Ⅱ. 곱고 아름다운 말씨의 특성
    말씨가 예절답게 곱고 아름다운 말씨냐 아니냐의 문제는 인간의 감정이나 생활 분위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말은 단순한 실용적 생활 도구의 기능만이 아닌 사람이나 말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잠재적 가치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1) 이것은 W.von Humboldt가 말을 만들어진 것(ergon)보다는 작용하는 바(energeia)를 중시했음을 상기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 인간의 감정이나 생활 분위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그것은 여러 관점에서 여러 가지로 지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 몇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말씨 장면을 의식하며 구체적 언어 행사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절을 인간이 인간 생활을 영위하면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규범이라고 해도 좋다면, 예절은 정적인 관념에서만 파악될 것이 아니라, 인간 생활의 장면을 의식해야 하는 동적인 실천 양식으로도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예기'에 "使從俗"(2)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는 사신 간 나라의 풍속을 좇는 경우가 있더라도, 반드시 예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신 간 나라의 풍속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 그 나라의 풍속을 따른다면, 그것도 저절로 예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도 마찬가지다. 친구 사이에 써서 곱고 아름다운 말씨라 해서 그것이 웃어른이나 직장의 상관에게도 반드시 곱고 아름다운 말씨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들놀이의 흥겨운 자리에서 곱고 아름다운 말씨로 인정되던 것이 경건해야 할 자리에서도 반드시 곱고 아름다운 말씨로 평가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주체와 객체와의 관계, 그리고 말씨 행위를 하게 될 분위기 등을 주요 요인으로 하는 말씨 장면을 의식하여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둘째,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효과적인 기능에 기여하여야 한다.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주체와 객체와의 관계를 의식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곧 주체의 생각이 객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객체에게 최대로 공명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곧 예절로서의 언어 행위도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효과적인 기능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Warren Weaver가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여, "한 마음이 다른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과정"(all the procedures by which one mind affects another)(차배근, 1978, p.18)이라고 한 점과, David K.Berlo가 커뮤니케이션의 6 기본 요소(six basic elements)로서 송신자(sender), 전달 기호체(message), 매체(channel), 수신자(receiver), 효과(effects), 되돌이반응(feedback)을 내세운 바(Capps & O'Conner, 1978, p.4)를 고려한다면,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도 말하는 이의 곱고 아름다운 생각(idea)이 기호화하여 (encoding), 그 전달 기호체(message)가 곱고 아름다운 말로 이루어져 음파라는 매체를 통해 듣는 이에게 전달되어, 듣는 이가 그것을 곱고 아름다운 말로 해석(interpretation)하게 되는 효과(effects)를 거둘 수 있어야 하는 형식적 과정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말하는 이의 심성이 곱고 아름다움을 기본 바탕으로 삼는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번지레한 말이 속에 든 어두운 마음씨와 대조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믿음직한 말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죄악의 수렁일 수도 있다. 외형으로만 곱고 아름다운 말씨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독을 품은 화려한 꽃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이래서, 서구의 에티켓에서도 예절은 마음의 표현임을 지적하면서, 올바른 마음씨, 진실한 마음씨, 솔직한 마음씨, 사랑의 마음씨 등을 강조하고 있음을 흔하게 본다. '예기'에서도 "禮不忘說人不辭費"(3) (예에서는 正道를 벗어나 망녕되게 사람을 기쁘게 하지 않으며, 언행일치에 벗어날 정도로 망녕되게 말을 허비하지 않는다.), "言必先信"(4)(말은 반드시 믿음을 앞세운다.) 등의 말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의 특성 몇 가지를 지적했는데,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다양한 역동적·유기적 관점에서 고려한 총체적 개념임을 환기시키고 싶다.

Ⅲ. 곱고 아름다운 말씨가 갖출 모습
    여기서는 앞에서 지적한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그것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구체적 모습을 몇 갈래로 나누어 생각해 보고, 필요에 따라 그 갖추어야 할 모습에 비추어 우리말의 현실은 어떠한가도 곁들여 보기로 하겠다.
    1. 심성의 곱고 아름다움
    로마의 대표적인 수사학자인 Cicero는 언어 기법보다 먼저 인간의 마음의 수양과 완성을 강조했다. "완전한 웅변가는 완전한 인간이어야 한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시대 제일의 수사학자로 일컬어지는 Quintilianus도 훌륭한 웅변가는 훌륭한 인간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였다. '예기'에서도 "敖不可長 欲不可從 志不可滿 樂不可極"(5)(오만한 마음이 자라게 해서는 안 된다. 욕심이 마음대로 날뛰게 해서는 안 된다. 뜻을 만족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즐거움을 다하려 해서는 안 된다.)이라 하였다.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도 마음씨를 먼저 곱고 아름답게 가지고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곱고 아름다운 말씨로 흘러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겉으로는 듣기 좋은 말을 해도 그 속에는 남을 헐뜯거나 비웃거나 아전인수하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자. 눈앞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면서 돌아서서는 뒷공론이 심하지 않은지 반성해 보자. 간호원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한 인사와 형식적으로 하는 인사와는 환자의 가슴에 와 닿는 바가 둘 다 같겠는지를 비교해 보자.

2. 표현 내용의 곱고 아름다움
    곱고 아름다운 심성에서 곱고 아름다운 말의 내용을 형성해 낼 수 있다면, 속과 겉이 일치하는 모습의 말이 될 것이다. 곱고 아름다운 생각이 말씨 장면에 어울리게 가치, 품위, 재치, 익살, 지식, 교양, 흥미, 관심, 사랑 등을 고려한 구체적인 화제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곱고 아름다운 표현 내용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즐거운 사교 모임에서의 침울한 이야기, 개인적인 비밀에 대한 질문, 시부모에 대한 험담, 혼례식에 가서 울적한 목소리로 신부가 죽은 자기 딸의 친구라고 하는 것 등의 화제는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표현 내용을 갖추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3. 표현 외형의 곱고 아름다움
    곱고 아름다운 실성에서 우러나온 곱고 아름다운 내용이 말씨로서 곱고 아름다운 표현 외형을 갖추었다면, 그것은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의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표현 외형은 대체로 말소리 사용 기능, 언어 구조의 형식적 활용 기능, 구성, 수사학적 표현, 말씨 장면의 적응, 감성력 발휘, 바람직한 태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말소리 사용 기능
    곱고 아름다운 말씨는 말의 내용을 담은 말소리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그 효과가 높지 못한 것이다. 다음과 같은 말소리 사용 기능이 중요하다.

-. 똑똑한 발음
-. 소리의 크기, 세기, 높낮이
-. 속도, 휴지, 리듬, 성량
-. 밝음, 부드러움, 상냥함, 경건, 엄숙 등의 다양한 음성 변화
-. 말소리 호감

② 언어 구조의 형식적 활용 기능
    언어를 구조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복수적인 구조(multiple structure)와 많은 계층 구조(layered st-ructure)를 지니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곱고 아름다운 말씨를 위해 아래 제시한 항목처럼 음운 구조, 형태 구조, 통사 구조, 의미 구조의 형식적 활용―사용, 적용, 운용―에 정확성과 적절성을 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분절 음운, 초분절 음운, 음운 결합, 음운 변동
-. 기본 형태(basic morph), 변이 형태(allomorph)
-. 조어(word-formation)
-. 굴곡(inflection)
-. 주술 관계, 객술 관계, 보술 관계, 수식 관계, 접속 관계
-. 서법 변화, 존대 변화, 시제 및 시상 변화
-. 동의어, 유의어, 다의어, 동음어, 관용어
-. 표준어, 방언, 사투리
-. 존경어, 겸양어, 평어
-. 고유어, 외래어, 외국어
-. 비어, 속어, 은어, 신어, 유행어

일상 말씨 생활에서 언어 구조의 측면으로 본 여러 항목들의 형식적 활용에 있어 오류나 비적절성이나 품위 손상을 자아내고 있는 일들은 말씨 훈련이나 우리말 사랑 내지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 가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박갑수(1987)는 '국어 오용의 실태 조사 연구'에서 방송, 신문·잡지, 광고·간판·상품명, 중·고교 학생들로 나누어, 발음, 어휘, 문법, 표기에서 국어가 오용되고 있는 실태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6) 다음에 그 몇 보기를 옮겨 본다.

경찰→갱찰, 낮이→낫이, 가깝다→가찹다, 바람(望)→바램, 들어라→듣거라, 담가→담궈, 깨끗이→깨끗히, 덮밥→덥밥

이숭녕·김완진(1987)이 서울에서 발간되는 1985년 10월 31일자 4개 신문에 나타난 외래어들을 모두 추리고서, "언어 문제가 언어 외적인 문제와 관련되었을 때에는 언어에 손대지 말라는 고전적 계명에도 불구하고 언어 정책적 또는 언어 공학적 대처가 불가피하여진다."(7)고 한 사실이나, "외래어에 대한 적극적 대처 방안으로는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의 사용 규제가 그 하나요, 원칙 없이 혼란하기 쉬운 외래어의 표기 원칙의 수립과 그 원칙에 의한 어형의 고정화 작업이 다른 하나라 할 수 있다."(8)고 한 지적은 유의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필자(1981)가 서울 시내 중심가의 간판 말 308개, 과자류 이름 112개, 껌 이름 48개, 집에서 기르는 개 40마리의 이름을 조사하고서, 편의상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및 외국어, 혼성어로 분류하여 통계를 낸 결과, 외래어 및 외국어 이름이 간판 말에서 15.6%(48개), 과자류 이름에서 41.1%(46개), 껌 이름에서 52.1%(25개), 개 이름에서 45%(18개)나 차지하고 있음을 알았다.(9)
    1987년 7월 2일, 방송 심의 위원회가 한국 방송 공사와 문화 방송국의 텔레비전 방송 제목에 불필요한 외래어 및 외국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데서도 우리의 국어 현실의 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두 텔레비전 방송의 외래어 및 외국어 제목은 86년 가을 35건, 87년 봄 39건, 87년 여름 44건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쇼 비디오 자키, 스포츠 파노라마, 르포 20, KBS 콘서트 홀, 스타 데이트, 드라마 게임, 코미디 하이웨이, 슈퍼 보이' 등의 제목이 날뛰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1987.7.2.12면 기사 참고.)
    이 외에도 언어 구조의 형식적 활용 기능과 관련하여, 비어, 숙어, 은어, 유행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에 큰 손상을 줄 것이다.
    ③ 구성
    말씨 장면에 잘 어울리게 곱고 아름다운 내용(화제)이 선정되었다 할지라도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말씨의 곱고 아름다움이 달라진다. 특히 혼자서 길게 말할 경우에는 이 구성의 기능이 큰 구실을 할 것이다.
    ④ 수사학적 표현
    곱고 아름다운 말씨에서는 어조의 아름다움(euphony), 최선의 언어 사용 방식, 적절한 수식, 예술적 배열, 참신하고 창의적인 이미지 형성, 그리고 생략법, 과장법, 설의법, 비유, 상징, 완곡법 등의 각종 표현 기교가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수사학적 표현은 보통의 말보다 발달하고 세련된 화법으로서 언어의 미학적인 질을 높이는 데 한 몫을 담당한다.
    ⑤ 말씨 장면의 적응
    예절로서의 말씨는 구체적인 장면(situation)을 통해 현실적으로 수행되는 성격을 지닌다. 장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말은 곱고 아름다운 말씨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토의'(discussion)의 장면에서 '지시'(directions)의 장면에 어울리는 말을 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런데, 말씨 장면은 여러 측면에서 분류할 수 있다. Alan H.Monroe(1955, pp.369~474)가 말하기의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말씨 장면을 보기를 들어 제시한 것도 말씨 장면 고려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즐거움을 주기 위한 말하기 장면 : 집회, 만찬회
2. 정보를 주기 위한 말하기 장면 : 보고, 강연
3. 자극을 주기 위한 말하기 장면 : 기념 행사, 대표자 대회, 계몽 집회
4. 납득시키기 위한 말하기 장면 : 사업 집회, 시민 대회, 토론회

⑥ 감성력 발휘
    '감성력'(sensitivity)이란 용어는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어 왔다. 여기서는 대체로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Henry Clay Smith가 "어떤 개인이 상대방이나 자기 자신이나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하여 무엇을 느끼고 말하고 행할 것인가를 예기하는 능력"(Hughey & Johonson, 1975, p.383)이라고 정의한 바를 염두에 두었다. 예절로서의 말씨가 듣는 이에게 곱고 아름다운 말씨로 수용되기 위해서, 말하는 이는 감성력의 꾸준한 발휘로 상대방에 대한 통찰과 예견과 인간적인 만남, 말씨 장면에 대한 효과적인 판단, 그리고 적절한 반응의 환기에 민감해야 할 것이다.
    ⑦ 바람직한 태도
    곱고 아름다운 말씨에서는 심성이나 표현 내용이나 언어적인 외형 외에도 그것을 간접으로 돕는 태도적인 요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말하려는 의욕, 자신감, 침착, 성실을 비롯하여, 부차 언어(paralanguage), 동작론(kinesics), 시선론(oculesics), 신체 접촉론(haptics), 공간적·시간적 암시(space and time cues) 등과 관련된 비언어적 전달(nonverbal communication)의 응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Ⅳ. 사회의 배경적 노력
    곱고 아름다운 말씨가 예절 생활에 더욱 훌륭하게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사회의 배경적 노력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그 배경적 노력으로 다음 몇 가지를 들어 본다.
    첫째, 국어 사용 전반의 미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영어가 Chauser 이후부터 눈부신 발전을 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프랑스는 16세기 Ronchard, Du Bellay 등이 결성한 Pleiade 시파의 문학 운동이 계기가 되어, 그 때까지 프랑스 말을 천시하고 라틴 말을 중시하던 풍조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풍요한 언어를 만드는 일에 꾸준히 힘써 왔다. 또 루이 13세 때의 재상 Richelieu는 "나라의 위신은 그 나라의 말씨가 세련되어 있나 안 있나에 달렸다."며 1635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를 창립하였으니, 그것은 오늘날까지 프랑스 말의 순화와 연구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지금도 프랑스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 낭송, 시 짓기, 어휘 및 어법 활용, 장면에 맞는 언어 훈련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은 예사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둘째, 예절 말을 다듬어 즐겨 쓰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인간 생활을 해 나가는 동안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돋보이게 하는 말을 '예절 말'이라 해도 될 것이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성과 현대라는 시대 감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세련된 예절 말을 성실히 다듬어 즐겨 쓰는 일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진다면,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 사용 분위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언어 예절 교육에 가정, 학교, 사회가 공동 노력을 기울인다.
    말씨는 언어 습관의 정착이 중요하므로, 누구나 어릴 때부터 어디서나 언어 예절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가 언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Ⅴ. 결 론
    밝고 아름답고 평화롭고 서로 돕는 사람과 세상이 되는 데에는 예절에 어울리는 곱고 아름다운 말씨 사용이 큰 몫을 차지한다. 좋은 일을 만난 사람에게 축하의 말을 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보낸다면, 사람과 세상은 한결 화기애애해질 것이다. 외로운 사람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 다정한 말을 보낸다면, 각박한 세상, 소외된 인간이란 말도 점차 그 사용 빈도가 줄어들 것이다. 이 모두가 예절을 행사하는 곱고 아름다운 말씨 사용에 속하는 문제다. 예절로서의 곱고 아름다운 말씨를 보다 능동적,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우리의 말씨 생활에 창조적 생성적 언어 기능은 물론 구원적 언어 기능까지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

<참 고 문 헌>
김복길,「생활 속의 예절」(성문각, 1985)
박갑수, '국어 오용의 실태 조사 연구',「연구 보고서」제1집 (국어 연구소, 1987)
이숭녕·김완진, '외래어 사용 실태 조사 연구',「연구 보고서」제1집 (국어 연구소, 1987)
정몽화,「예절」(형설 출판사, 1984)
차배근,「커뮤니케이션학 개론 (상)」(세영사, 1978)
허만길,「우리말 사랑의 길」(학예사, 1976)
허만길, '이름말로 본 국어 순화 실태',「수도 교육」제66호 (서울특별시 교육 연구원, 1981)

禮記
Alan H.Monroe,Prnciples and Types of Speech (Scott, Foresman and Company,U.S.A., 1975)
Jim D.Hughey & Arlee W.Johnson,Speech Communication (Macmili an Publishing Co.Inc.,U.S.A.,1975)
Randall Capps & J.Regis O'Conner,Fundamentals of Effective Speech Communication (Winthrop Publishe-rs,Inc., U.S.A.,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