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北 方言의 硏究와 特徵에 대하여

李丞宰 / 성심여대 교수, 국어학

1. 序言
    전라북도는 전라남도 경상남·북도 충청남·북도에 둘러 싸여 있는 13개 군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김제·부안·임실군을 제외한 10개 군은 他道와 지리적으로 직접 이웃하고 있다. '전북 방언'이란 方言圈의 명칭을 사용할 때에는 행정 구획 내의 언어가 언어학적으로 동일시되어야 하는데, 전북 지역의 언어를 하나의 방언권으로 확정하기에는 언어적 간섭이 꽤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전북 지역은 獨立 方言的 性格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특이한 방언형이나 방언 현상도 많지 않은 탓으로 他道에 비하여 방언 연구가 늦게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어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방언 연구를 끌어들였던 언어사적 관점에서는 학자들에게는 흥미가 당기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공시적 방언 연구를 목표로 하는 연구는 꽤나 성과를 거둔 지역이기도 하다. 사실 언어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공시적 견지에 서게 되면 모든 방언이 같은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방언형과 방언 현상이 동등한 자격을 가진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전북 지역은 수집되지 않았거나 기술되지 않고 아직도 남겨져 있는 방언형과 방언 현상이 많은 편이다. 이 글은 이 지역의 방언 자료를 이용하여 방언 연구의 새로운 시각을 열었거나 국어학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던 업적을 개략적으로 검토하고,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방언 현상을 부분적으로나마 기술할 것이다. 나아가, 편집자의 요청에 따라 전북 지역을 下位 方言으로 간단히 구획해 볼 예정이다.

Ⅱ. 硏究 槪觀
    이 지역의 방언 연구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日人인 小食과 河野가 자료를 모으는 데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들은 국어사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방언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전북 방언의 공시적 특징을 정확하게 기술하지는 않았다. 金亨奎(1974)와 崔鶴根(1978)의 자료집도 전국적인 분포에 관심을 둔 것이기에 이 지역에 관심을 크게 두지는 않았다.
    이 지역의 방언 자료를 중심으로 논의한 최초의 논문은 아마도 李翊燮(1970)이 아닌가 한다. 이 글은 대표적인 접촉 지역인 무주군 무풍면을 중심 지역으로 하여 방언 어휘가 사회 언어학적 측면에서 접촉 관계를 논의하였다. 이 글은 또한 사회 언어학적 방법을 방언 분화의 연구에 끌어들인 최초의 논문이기도 하다.

李秉根(1971)은 남원군 운봉 지역의 움라우트를 다룬 글로서 방언 움라우트 연구의 표본이 된 논문이다. 운봉 지역에서는 '개기 싫다''떽이라고'의 '가+기'와 '떡+이'가 통사론적 구성이면서도 움라우트를 실현시킨다는 특이한 사실을 밝히고 움라우트의 제약을 벗어나는 방향을 보여 주기로 하였다. 이는 또한 움라우트가 모음 체계와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논의함으로써 음운 현상과 음운 체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깊다.
崔泰榮(1973)은 이 지역의 경어법을 다룬 최초의 글이다. 경남과 접촉하고 있는 남원군의 동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허능교, 가능교' 등의 동남 방언형을 지적한 것이 중요하다.
田光鉉(1976)은 남원군의 '나부'(나비) '거무'(거미) '조구'(조기) 등 [u]로 끝나는 어형들의 역사적 발달 과정을 논의할 글로서 중부 방언형과의 분화 요인을 [+grave] 자질에서 찾고 있다. 중부 방언의 '나비'가 남부 방언에서 '나부'로 나타난다고 하여 'i'가 직접 'u'로 바뀐 것처럼 기술하던 중앙어 중심의 방언 기술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글이다.
洪允杓(1978)는 전주 지역의 격 어미 형태를 기술한 논문으로 서남 방언에서 격 어미를 연구한 최초의 글이다.
李丞宰(1983)는 전북의 서부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달부다'와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는 '틀리다'가 뒤섞여 새로운 방언형 '틀부다'를 생성하기까지의 통사론적 제약과 의미론적 배경을 논의한 글이다. 이 글은 방언형에 자주 나타나는 混淆 語形을 다룬 글로서 방언 접촉 현상을 어휘 생성의 측면에서 접근한 글이기도 하다.
崔銓承(1986)은 완판본 방각 소설에서 전라도 방언 자료를 추출하여 전라도 방언의 역사적 발달 과정을 추적한 글로서, 구개음화·움라우트 등의 음운 규칙은 여러 가지 중간 단계를 거쳐 발달한 규칙이라는 점을 문헌 자료를 이용하여 논의한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이 지역 방언을 자료로 하되 그 가치가 중요한 업적을 중심으로 연구사를 개관하였는데, 여기에 거론된 학자들 모두가 전북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방언 연구는 해당 지역 출신이 담당해야 가장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지역 출신인 김해정, 김중진, 권병로, 이태영, 소강춘, 김규남 등이 분발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Ⅲ. 方言 特徵
    전북 방언은 거의 대부분 10모음 체계를 이룬다(/i,e,ε,ü,ö,ɨ,ə,a,u,o/). 이 10개의 모음은 전설 모음과 후설 모음이 일 대 일로 대응하는 매우 조직적인 체계를 이루는바 이는 움라우트 현상에서 확인된다(李秉根 1971 참조). 그런데, 長母音에서는 약간의 변동이 있다. 中母音인 /eː//Əː/ 등의 장모음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전북의 북북 지역 즉, 중부 방언과 접촉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센다' '뗀다''없다''연다(←'열+은다')'가 각각 [šiːnda][t'iːnda][ɨːpt'a][yɨːnda]등으로 발음된다. 다시 말하면 /eː/는 /iː/로 /Əː/는 /ɨː/로 이미 합류해 버린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여러 중부 방언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리하여 특이한 이중 모음 /yɨ/가 나타나기도 하나 이는 /ɨ/가 장모음일 때에만 확인될 뿐이다.
    한편 중세 국어의 ''에 대응되는 몇 가지 자료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가 [a]로 반사되어 나타나는 예와 [o]로 대응되어 나타나는 예는 이미 많이 논의된 바 있다. 특히 ''(蠅) '다'(捲) '다'(明) 등 脣字音 아래의 ''가 [o]로 나타나는 현상은 전북의 남부 지역에 보편화되어 있는데, ''가 [Ə]로 나타나는 현상은 별로 논의된 바 없어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phəri](), [məlguk](+국) 등의 예를 들 수 있는 데, 이들은 전북의 북부 지역에 분포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즉, ''가 [a]로 변화한 지역과 [o]로 변화한 지역의 중간 지역에서 [Ə] 변화한 어형이 눈에 띄는 것이다. '다'(爲)가 경기도에서도 [hənda]로 발음되기도 하지만 이 지역에서 ''가 [Ə]로 변화한 예가 적지 않다는 것은 ''의 音賈 추정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하지 않을 수 없다(''가 직접 [Ə]로 실현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가 [o]로 바뀌었다가 이 [o]가 다시 非圓脣 母音化를 겪어 [Ə]로 실현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자음은 'ᄒ'과 'ᄅ'을 포함하면 모두 19개가 된다(전북의 전지역). 기저 자음 체계에 /B/와/z/(중세 국어의 'ㅸ'과 'ㅿ')를 집어넣느냐 제외하느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이 지역은 아예 'ㅿ'이 존재하지 않았던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나 'ㅿ'이 존재했었다는 근거를 몇 개의 방언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중세 국어의 '그다'(引)에 대응하는 [k'ɨǰikt'a]의 [ǰ]과 '거''브'에 대응하는 [kəǰin][puǰək]의 [ǰ]의 거의 분명한 'ㅿ'의 후예인 것이다. 이들의 분포가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이 [ǰ]이 'ㅿ'의 역사적 흔적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전북 지역의 자음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아마도 'ㅸ'의 반사형이 아닌가 한다. [sups'o](숫소) [supkhε](수캐) [sukhoyεŋi](수코양이) 등의 접두사는 이 지역에 독특한 '숩'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숩' 다음에 오는 자음이 격음화를 경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접두사를 '숩+ㅎ'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국어의 현실인바 특정의 'ㅂ' 다음에서는 격음화가 일어난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ㅂ'변칙 동사의 'ㅂ'이 바로 이 부류인 것 같아 매우 흥미롭다. '굽+지' '눕+지' 등은 [kupčhi] [nupčhi]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잡+지' '집+지' 등의 정칙 동사의 'ㅂ'이 격음화의 동화주가 되는 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아직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 않지만 '다르다'(異)의 이 지역 방언형이 크게 둘로 나뉘는 현상이 참고될 만하다. '다르다'는 서부 지역에서는 [talbuda]로 나타나고 동부 지역에서는 [taltha]로 나타나므로 그 어간을 '달부-' '닳-'로 표시할 수 있는데, 이 때의 'ㅂ'과 'ㅎ'은 서로 그 기원이 같았으리라는 것이다. 중세 국어 '달아'(異)의 'ㅇ'가 이 'ㅂ'의 자리라고 한다면 '달부-'의 'ㅂ'이 약화되어 '닳-'의 'ㅎ'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뚫다'에 대응하는 이 지역의 방언형 '뚫다'에서도 확인된다.
    격 어미 중에서 그 형태가 다양한 처격 어미는 이 지역 방언의 중요한 특징이다. '부엌으'(부엌에) '방으서'(방에서)의 '으'는 '에'에 대응하는데 중세 국어의 '/의'가 '의'를 거쳐 다시 '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논에는 수렝이 있응개'의 '-에가'(혹은 '-으가' '-이가')도 매우 흥미롭다. '-에가'의 '-에'는 확실한 처격 어미지만 '-가'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이 '-가'는 특수 조사 부류에 넣을 수도 있지만 二重 主語文의 주격 '-가' 혹은 '가다' 동사의 부사형 어미 '가(←'가+아')'와 형태상으로 동일하다는 점이 문제거리인 것이다.
    한편, 여격 어미 '-에게'에 대응되는 '-으게' '-기다' 등이 현실 구어체에서 생산적으로 사용된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구어체에서 '동생에게'라고 표현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인데 이 지역에서는 '동상으게' '동상기다' 등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활용 어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접속 어미 '-응개'일 것이다. '갔응깨'라고 말하면 전남 출신이요, '갔응개'라고 하면 전북 출신이라고 판단하면 대체적으로 틀림이 없다. 전북의 일부 지역에서는 '-으니개'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이들이 표준어의 '-으니까'에 대응하는 어미임을 확인해 준다. 그러나, 형태상으로 비슷하여 대응된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 영역 또한 비슷하게 대응하리라고 추단해서는 아니 된다. 전북의 '-응개, -으니개'는 표준어의 '-으니까'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그 의미 영역이 훨씬 넓다.
    어말 어미 중에서 특이한 것으로는 '-간디'가 있다. '언제 가간디?'의 '-간디'는 의문법 어미로 쓰이고 있으므로 '-간디'의 '가'는 의문 첨사에서 발달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가 동사의 어간에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 중세 국어에서의 용법과 다르다. 위의 예문은 의문사가 있는 설명 의문이지만, '승식이가 산에 가간디?' 등의 의문사가 없는 문장은 억양의 차이에 따라 판정 의문이 되기도 하고 수사 의문 즉 '승식이가 가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어말 어미에 그 기능을 나타내는 청자 경어법은 대체적으로 3등급 체계를 이룬다. 허셔요, 허게(혹은 '허소'), 헤라(혹은 '히라')의 3등급 체계인데 지역 사회나 가족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이방인이나 특이하게 취급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허십시요'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전북의 남부 지역에서는 전남과 비슷하게 '헤라우'를 쓰기도 하나 이것은 아마도 등외로 처리되어야 할 것 같다.
    선어말 어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 경어법의 '-으시-'에 대응하는 '-(아/어)게-' 혹은 '-기-'가 사용된다는 점과 시상의 '-느-'가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앉아게라우' '어서 외게요(오+기+어요)' 등에서처럼 주체 경어법 어미가 생산적으로 사용되지만 전남 지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그 분포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어서 가십시다(가+시+읍시다)'는 사용되지만 '어서 가겝시다' 혹은 '어서 개깁시다(가+기+읍시다)'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즉, '-으시-'에 비해 '-게-(-기-)'는 그 통사론적 분포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전북의 남부 지역에서는 '잡는다' '찍는다'라고 하지 않고 '잡은다' '찍은다' 등으로 말한다. 대표적인 예는 중부 지역의 '훑는다'에 대응하는 '훌튼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시상의 '-느-'가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바, '내가 잘 안 사램이여'의 '안'은 중부 지역의 '아는'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알던' 혹은 '안(알+은)'에 해당하는 것으로 (즉 과거 시제로)오해해서는 아니 된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문법적 특징이 많지만 보조 용언에 대한 한 가지 특징을 언급하는 것으로 줄이도록 하겠다. 전라도에서는 '던져 버려라'의 '버려라'에 대응하는 보조 용언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전북 지역에서는 '버려라' 대신 '쏴라'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리하여 '내 버려 부러라'와 같이 '버리다'에 해당하는 단어가 두 번 연속 쓰이기도 하고 '내 쏴 부러라'와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보조 용언의 경우에서도 발견되는바, '시끄러 바(보+아) 바(보+아)' ('떠들지 마라'는 뜻임)와 같은 표현도 사용되고 있다. 매우 특이한 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Ⅳ. 方言區劃
    앞에서 논의한 여러 가지 방언 특징을 종합하면 전북 지역의 대체적인 下位 方言區劃이 된다. 여기에서는 아직 언급되지 않은 몇 단어의 지역적 분화를 추가하여 대체적인 방언권을 나누어 보기로 한다.
    전북 지역에서 가장 독특한 방언 지역은 무주군이다. 충청도와 경상도를 이웃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어들이 제법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쌍그랍다, 쌍그럽다'(사납다) '쌩긴다'(삶아진다) 등의 독특한 방언형을 쓰고 있다. 이러한 어형은 경상도 쪽의 영향이 큰 것이지만 충청도 쪽으로부터의 중부 방언적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중부 방언의 영향으로 간주할 수 있는 현상으로 대표적인 것은 長母音[Əː]와 [eː]가 각각 /iː/ /ɨː/로 합류한 현상이다. 특히 옥구.익산군과 완주군의 북부 지역은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전남 지역으로부터의 영향도 꽤 많은 편인데, '-어라우/아라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고 고창군이 가장 영향이 심한 지역에 해당한다. 고창군의 일부 지역은 전북에서 유일하게 /e/와 /ε/를 구분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전북 지역의 방언 구획선으로서 매우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전북의 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을 나누는 선이다. 이 선은 평야 지역과 산간 지역의 구획선과 대체적으로 일치하는데 民謠의 경우에도 이 구획선이 매우 뚜렷한 것으로 나타난다. 표준어 '(책꽂이에) 꽂다'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지역은 옥구.익산.완주.김제.부안.정읍.고창군 등의 서부 지역이고, '꼽다'를 사용하는 지역은 무주.진안.장수.임실.남원.순창군 등의 동부 지역이다. '달부다'(異)와 '닳다'(異)의 구획선도 대체적으로 이 선과 일치한다.
    서부 지역은 다시 북쪽과 남쪽으로 쪼갤 수 있는데 이 선은 그렇게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비하면 동부 지역의 남쪽은 그 결속력이 제법 강하다. 時相의 '-느-'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고기를) 굽는다' 대신 '군다, 꾼다'를 사용하는 점 이외에도 '가직허다'(가깝다) 등 많은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은 남원이 이 지역의 문화 중심 지역으로서 전통을 이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언 구획선을 종합해 보면 대체적으로 田字形의 방언 구획이 되지 않을까 하나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Ⅴ. 餘 言
    지금까지 전북 지역 방언을 연구한 중요 업적을 소개하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지역의 방언 특징을 부분적으로나마 기술하였다. 여기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업적도 많은데 널리 양해를 구한다. 또한 중요한 방언 특징이 미처 언급되지도 않은 채 넘겨져 버린 것이 많아 필자 스스로 불만스럽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전북 지역 방언을 연구한 업적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他道와 접경을 이루는 지역 즉 접촉 지역에 상당한 비중이 주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전북 특유의 방언 특징을 지적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앞으로는 전북의 중심 지역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변두리 지역으로 확대시켜 나아가는 방법으로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특히 道別 특징을 서술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방언 구획을 할 때에는 항상 전국적인 분화의 양상을 머릿속에 집어넣어 두어야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 전북 방언의 특징에 밝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인 개관을 하지 못한 상태라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방언에 밝은 사람은 표준어에 어둡고 표준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람은 구체적인 방언 특징을 아예 모르는 불균형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필자도 아직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글의 방언 구획은 매우 서툰 것일 수밖에 없다. *

참고 문헌
金亨奎(1974), 「韓國 方言 硏究」, 서울대出版部.
李秉根(1971), "雲峰 地域語의 움라우트 現象", 「金亨奎 博士 頌壽 紀念 論叢」.
李丞宰(1983), "混淆形 形成에 대한 문법론적 고찰", 「語學 硏究」 19-1.
李翊燮(1970), "全羅北道 東北部 地域의 言語 分化", 「語學 硏究」6-1.
田光鉉(1973), "南原 地域語의 語末-U型 語彙에 대한 通時論的 考察", 「國語學」 4.
崔銓承(1986), 「19세기 후기 全羅 方言의 음운 현상과 그 역사성」, 翰信 文化社.
崔泰榮(1973), "尊待法 硏究―全羅北道 東南部 地域을 中心으로", 「어학」 1(全北大).
崔鶴根(1978), 「國語 方言辭典」, 玄文社.
洪允杓(1978), "全州 方言의 格 硏究", 「어학」 5(全北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