固有語의 漢字語化 過程

成煥甲 / 中央大 敎授, 國語學

1.
    文物의 交流가 늘어난 현대에는 借用語의 混入이 全無한 言語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차용어가 지니는 肯定的 價値만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주장과, 반대로 국어 발전에 미치는 沮害 要因만을 강조하는 차용어 배척론이 극단으로 대립함을 자주 보게 된다. 한국어에서는 특히 漢字語가 固有語보다 엄청나게 많은 언어 현실로 인하여 漢字語의 功·過兩論이 오랜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데, 두 주장이 모두 지나친 微視的 分析에 의지하고 있으며, 자기 論旨에 背馳되는 事例에 대하여는 糊塗하거나 無視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사실의 올바른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固有語와 漢字語 間의 葛藤과 調和에 대한 관찰의 視角을 綜合的 巨視的 안목으로 넓힐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本稿는 이와 같은 의도 하에, 조선조 초·중기에 固有語로 實用된 예가 흔한 말이 후기에 漢字語로 代替된 語例를 찾아 그 대체의 과정을 정리하고, 漢字語가 국어에서 지니는 功過를 살핌으로써 '國語 속의 漢字語'의 위치를 바르게 파악하고자 시도된 것이다.

2. 漢字語化 過程
    여기서 말하는 '漢字語化'란 歷史的으로 實用되던 固有語가 萎縮·消滅되고 同義의 漢字語가 등장하여 그 자리에 대체·定着된 경우를 가리킨다. 어떤 통계 보고(1)에 의하면 「국어대사전」(민중서관, 1961년 판)의 표제어는 "고유어 25.9%, 西歐 外來語 7,08% 인데 비하여 漢字語가 67.02%를 차지한다"고 한다. 국어의 어휘 체계에서 이처럼 漢字語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까닭으로는 흔히 ① 文化的 優劣 문제(2) ② 국어 어휘의 配意的 특질(3) ③ 漢字語 自體가 지닌 形態的 條件(4) 등이 지적되곤 하지만, 이는 한국 문화의 전통과 역사에서 유래한 필연적 결과인 뿐, 결정적인 어느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固有語가 漢字語와 同義 衝突을 일으켜 死滅하고 漢字語로 대체된 450餘 어휘(5)를 그 교체 과정에 따라 類別해 보기로 한다. 다만 그 語例는 각 類型의 대표적인 몇만 보이기로 한다.

1) 形態上의 要因
    고유어와 漢字語가 同義 衝突(6)을 일으킨 상황에서, 단어의 형태상 고유어가 소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거나, 고유어에 비하여 漢字語가 형태상의 長點을 지녀서 고유어의 活用이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한자 말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커 간 경우를 말한다. 이를 실제 語例에서 보면 다시 몇 가지의 交替 過程(7)을 정리해 볼 수 있다.
(1) 言語 經濟 欲求
녀름지아비→農夫 더러아래→陰部
져버보다→容恕하다 아니한→暫時
아븨동누의→姑母 아아자비→叔父
어믜겨집동→姨母 어믜오라비→外三寸

등의 交替 例에서 보듯이, 고유어에 대체되어 등장한 漢字語의 음절 수가 원래의 고유어보다 외형적으로 줄어들어 發話나 記寫에 있어 경제적이라 할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처럼 고유어가 한자 말로 바뀜으로써 형태가 간략해지는 것은 語形成에 있어서 多音節語인 고유어와 短音節語인 한자 말의 본질적인 차이로 인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그 예는 매우 많다.(8)
    또한 이 예들은 語形의 簡略化가 변화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의도적으로 경제성 있는 단어를 쓰고자 하여 간략한 漢字語를 자주 사용하게 되어 고유어가 退化한 경우도 있겠으나, 다른 까닭으로(9) 漢字語化한 결과 固有語와 漢字語의 構造上의 차이로 인하여 음절 수가 줄어든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先後, 因果를 획연히 나누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 安定性의 追求

가난→凶年 가며니→富者 구지주굼→橫死
글월로니→卷 글→篇  

등에서 보듯이 固有語의 형태가 活用性 있는 단어답지 못하고 2~3단어가 연결된 語句로 되어 있거나, 또는

→微風 몸알리→知己
쉬나→五十餘年 오뉘→來世

등에 보이는 고유어처럼 단순히 漢字語에 대한 配意的 直譯語로 등장한 것이어서, 고유어에 형태상 안정성이 없고 따라서 생명력·실용성이 약화하여 곧 死滅의 길을 걷고, 漢字語로 代替됨으로써 안정성을 얻은 예가 상당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멸된 고유어는 대체로 그 실용 頻度도 흔하지 않고 사용 문헌도 극히 제한되고 있음이 보통이다.
    이 외에도

간→分數 금→理致 긋→畵
길→利子 →煙氣 →根源

등과 같이 前項 언어생활에서의 경제성 希求와는 정반대 현상으로 보이는 漢字語化의 語例가 있는데, 이러한 語形 擴大의 경향 또한 安定性의 추구로 인한 변화라 생각된다. 곧 '간··길' 등 1음절의 고유어는 그 語形에 안정성이 부족하고 同音語 충돌을 자주 일으키게 되므로, 그 결함을 배제하기 위하여 多音節化―語形의 擴大 변화(10)―가 흔히 나타나는데, 여기서 지적된 單音節 固有語의 漢字語化도 그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3) 同音 衝突의 回避

녀름→農事['녀름>여름'으로의 변천 후 '여름(夏)'과의 동음 충돌]
놀다→演奏하다[놀다(遊)]
닮다→傳染하다[닮다(似)]
닷다→消滅하다[닷다(修)]
묻다→訪問하다[묻다(問)·묻다(埋)]
→壁[(風)]

등의 漢字語化는 同音語를 의식한 漢字語 借用이라 하겠다. 대부분의 同音異義語는 이론상의 존재일 뿐이고 실제로는 發話의 환경(situation)이나 文脈(context)또는 品詞의 類別, 토의 添用이나 語尾 活用 등에 의하여 그 충돌이 解消되는 것이기는 하지만,(11) 그러나 동음어의 존재는 그 자체가 言衆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구나 여기서 보이는 語例들은 고유어와 漢字語가 同義 관계에 놓여 의미 충돌(12)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 고유어에 同音語까지 존재하여 形態 衝突을 겪게 된다면 그 생명의 유치에 더욱 불리할 것임은 自明한 일이다.(13) 이 경우 同義의 漢字語를 선택함으로써 동음 충돌을 해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유어는 점차 退化하게 된 것이다.

2) 意味上의 要因
    이 원인으로 이루어지는 漢字語化는 사회·문화의 발전에 따른 槪念의 細分, 意味 領域의 縮小나 擴大 등을 受容한 어휘 변화로서, 그 語例에서 보면 다음의 극히 對照的인 두 과정이 드러난다.
(1) 意味 領域의 分化(14)
알다―거느리다:裁量·處理·主管하다
다―가쁘다:疲勞하다
구실―구실(任):稅金
구티다―굳히다:强要하다
두렵다―둥글다:穩全하다
뒤―뒤(後):北
즈츼다―지치다:泄瀉하다

등의 예에서 보이는 漢字語의 出現은 전적으로 고유어와의 意味 分化를 의도한 것이다. 예컨대 '구실'의 경우 현대어의 '任務'와 '稅金'은 類意語(15)도 아니지만 중세 국어에서 '임무+세금'의 未分化語 '구실'은 세금도 또한 '百姓된 임무'임을 생각하면 뜻 있는 統合이라 할 것이다. 현대에도 사전에는 '구실'의 多義中 '租稅'란 뜻도 실려 있으나 사실상 死意味로 판단되어, '임무'란 뜻의 '구실'은 原義에서 축소되어 한자 말 '稅金'과 分化된 것이다.
    이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면, 문화의 초기 단계에는 어떤 언어 사회이거나 많은 어휘를 驅使하지 못하여 각 단어의 의미가 廣漠·模糊할 수밖에 없으나, 문화의 진전에 따라 사고 범위도 넓어져 어휘의 增大도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같은 사물에 대하여도 더 細分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16)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많은 新語를 창조해 왔지만 그 증가의 속도가 需要를 따르지 못하며, 新造語란 언제나 限定的일 수밖에 없으므로 쉽게 빌어 쓸 수 있는 외국어가 새로운 資源으로 활용되곤 하는 것이다.
(2) 意味의 擴大(17)

것밧다→脫皮하다 곳겨집→妾·情婦 길알외다→案內하다 나→歲月
나랏쳔→國庫·公金 듣봄→見聞 몸닷기→修養 믿겨집→本妻
믿글월→原文 믿나라→本國 믿얼굴→本質 밋→原産地

등에 나타나는 漢字語는 의미 영역의 확대(18)를 꾀하여 借用語로 定着된 것이다. 곧 '것밧다→탈피하다'의 경우 '脫皮'의 原訓으로 보면 '것밧다'와 다를 것이 없으나, '것>겉(皮), 밧다>벗다(脫)'의 의미가 너무 具體的·直說的이어서 抽象的인 對象(reference)에의 適用이 어려워져 고유어의 쓰임이 줄어들고, 보다 包括的인뜻의 漢字語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3) 活用上의 要因
    역사적으로 漢字와 漢文化가 대량 流入하자 이와 친숙해지고, 실제 언어의 驅使에 있어 고유어의 결함을 극복해 주는 편리함을 느끼게 되어 漢字語의 활용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고유어 세력은 더욱 위축되어 漢字語가 定着된 경우로서, 다시 두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1) 漢字語의 造語力 活用
게엄→猜忌心 구의→官廳 그윗글왈→公文
믈불휘→水源 밧나라→外國 새집→草家

등의 漢字語化는 漢字가 지닌 生産的인 造語力에 綠由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말에서나 사용 빈도가 잦은 단어일수록 그 의미 폭이 넓어지고 情緖的 意味(emotional meaning)도 짙어져 生命力이 커지는 것임은 상식이다. 그런데 漢字가 한글에 비하여 造語力이 강하고 視覺的 효과도 크다는 많은 實證的 보고가 있거니와,(19) 漢字語가 지닌 이러한 生産的인 造語力으로 인하여 固有語보다 漢字語의 活用 頻度가 잦아지고 言衆과 친숙해지며 그것이 지닌 의미의 입성도 두터워져 현실적인 생명력이 강해진 것이다.
(2) 漢字 語素에의 感染

글초(草)→原稿 낫후(後)→午後
병(病)→風病 밥뎜(店)→食堂
본(本)곧→本鄕 본→本土
본돈→本錢 본집→本家
산(算)두다→計算하다 소(素)밥→素飯

등의 漢字語化는 原語에 漢字 語素가 있어 그 語素의 영향으로 그 단어 전체가 후기에 漢字語로 바뀌게 된 것이라 보인다. 國語 어휘 중 派生語와 複合語에는 固有語만으로 이루어진 형태도 물론 있지만 '漢字語+固有語'의 複合形이 매우 많은데, 이때의 고유어 語素가 漢字 語素의 感染을 입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들의 漢字語化는 대체로 "고유어+고유어>한자어+고유어>漢字語"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데,(20)現代語에도 이와 같은 '漢+固'의 복합형이 많으나(21) 앞으로 완전히 漢字語化할 公算이 크다.

4) 社會·心理的 要因
    고유어가 약화되고 漢字語로 바뀌는 원인을 言語學的인 것에서 찾을 수 없고, 사회의 발전이나 완곡 표현법 등 心理的 動機에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경우인데, 여기서도 다시 몇 가지 유형을 나눌 수 있다.
(1) 文化의 優劣
    異質的인 文化의 접촉에서는 일반적으로 上位 文化가 下位 文化 쪽으로 전파되고, 借用語의 流入 역시 一律的인 것은 아니나 문화 수준이 높은 사회의 언어에서 낮은 언어를 향하여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22) 漢文化와 韓國 文化의 교섭에서도 우리 쪽에서의 漢文化의 흡수가 활발하였음은 周知하는 바인데, 先進 文化와의 접촉에 기인한 것으로 推定되는 漢字語 借用의 대표적인 모습은 數量語와 族戚 稱號의 漢字語化 예이다.
두어열→二三十 셜마은→三四十 엳아흡→八九
온→百 즈믄→千  
등 數量語의 변화나,
가싀엄→丈母 넛할미→王姑母 아븨누의→姑母
아아자비→叔父 어믜오라비→外三寸 한할마님→曾祖母

등 計寸 呼稱의 漢字語化는 고급 문화의 傳來와 함께 명확한 細分과 高單位의 수량 표현이 필요해지고, 유교적 가족 제도의 확립과 수 개념의 인식에 따른 計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자, 당시 상황에서 쉽게 빌어 쓸 수 있던 漢字語로 그 욕구를 충족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2) 婉曲 表現

더러아래→陰部 더러이슬→月經
보기→用便 불거옷→陰毛

등의 漢字語化 語例는 점잖지 못한 용어를 의식적으로 꺼리어 보다 생소한 漢字語로 代置한 경우인데, 이러한 의식은 현대에도 살아 있어 '불거웃·궁둥이·젓가슴' 대신에 '陰毛·恥部··乳房' 등 한자 말을 쓰려하며 최근에 와서는 더 生硬한 '히프(hip)·바스트(bust)' 등 西歐 外國語가 자주 등장한다.
(3) 心理的 動機
    고유어가 소멸하고 漢字語로 바뀐 많은 語例(23) 중 지금까지 論及된 어떤 원인으로도 변화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예들은 言衆의 정신 상태에 그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는 先進 文物에 대한 憧憬과 外國語 選好 意識 등으로 인한 것이어서, 소위 事大思想의 결과라 혹평되기도 하고 때로는 威勢 動機(the prestige motive)로 인한 외국어 차용(24)이라 설명되기도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語例는 너무 많고 論者에 따라 異見의 素地도 많은 것이어서 그 예를 摘示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 예들 거의 전부가 造語力이 강한 漢字의 有綠性에 基因한 必然的인 漢字語化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조어력 활용과 위세 동기에 의한 漢字語 借用과의 先後 關係를 峻別함이 극히 어려운 상황인 이상 과정에 의한 借用語 代替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漢字語의 功過
    三國 이래의 人名·地名·官職名 등 행정력에 의한 의도적인 改稱에서부터 우리말의 漢字語化 현상은 人力과 自然力의 共同 作用―換言하면, 言語的 要因과 非言語的 要因의 結合·相乘 作用―으로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진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漢字語의 增加와 그로 인한 固有語의 退化 현상은 國語史의 측면에서 功績과 過誤가 함께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本稿에서 정리된 漢字語化 過程의 類型을 따라 살펴보면, 먼저 漢字語로 바뀜으로써 多音節語인 우리말의 外形을 축소시켜 경제적인 언어생활을 가능하게 한 것은 表音爲主인 우리말의 본질적 결함을 극복시킨 공로라 하겠다. 또한 형태상 不安한 고유어 대신에 安定性·生命力을 다시 부여했다고 판단되는 漢字語의 등장, 그리고, 同音異義語 間의 충돌로 생기는 언어생활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해 준 일도 漢字語가 국어에 끼친 功으로 생각된다. 意味 要因에 있어서도 未分化된 고유어의 개념 내용을 획연히 分化시킨 것이나, 限定的인 의미 영역을 확대시켜 抽象的·包括的인 適用을 가능하게 해 준 점 등은 문화 발전에 副應하는 言語의 발전으로 보아야 할 변화이다. 그리고 漢字語의 생산적인 造語力을 활용함으로써 폭넓은 造語源을 確保하게 된 점 역시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편, 漢字語의 增大가 남긴 幣害 要因 또한 적지 않다. 위에서 社會·心理的 요인에 의한 漢字語化라고 지적된 예, 곧 先進 中國 文化에 대한 憧憬과 衒學的 표현 의도에서 이루어진 漢字語化의 경우는 현대의 西歐 외국어에 대한 無批判的 選好 意識과 그 脈이 통하는 것으로, 國語 混濁의 主犯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漢字語와 의미 충돌의 결과, 고유어의 의미가 卑下된 경우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漢字語의 造語力을 활용한다는 肯定的인 요소까지도 다른 면에서 보면 국어 발전의 沮害 要因이 될 수 있으니, 그 조어력 또한 漢字語의 選好와 잦은 사용에 基因하는 것이요, 따라서 고유어 新造語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국어에서 漢字語는 긍정적 가치와 否定的 폐해를 함께 끼친 것으로, 微視的 單面的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4. 結語
    漢字語는 그 功過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相半됨에도 불구하고 더욱 增加하는 추세이며, 갈수록 잦아지는 서구 문화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이제는 西歐語의 차용과 固有語·漢字語의 萎縮 현상이 활기를 띨 展望이므로, 漢字語를 대하는 우리의 意識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들 漢字語를 서구로부터 온 외래어와 같은 관점의 차용어로 파악하면 한국어의 기반이 너무 빈약해지고, 근대 이후 시도되었던 것처럼 漢字語를 무조건 배척할 경우 固有語의 활용보다는 서구어의 사용이 더 활발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예컨대 "投手:피처(pitcher), 捕手:캐처(catcher), 調査:리서치(reserach)" 등 漢字語와 西歐語의 同義 衝突에 있어 이미 한자 말이 국어의 자격으로 충돌함을 알 수 있고, 이 때 거의 위세 동기에 의한 서구어 選好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고유어와 가장 가까운 準國語의 자리에 한자어를 배치하고 서구어는 이보다 먼 차용어로 인식하되, 위의 漢字語化 과정을 前轍로 삼아 고유어의 위축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