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의 기원적 계보

이 강 로 / 단국대 교수, 국어학

1. 토박이말과 한자어
    현재의 우리말, 즉 국어는 크게 토박이말과 외래어(外來語)로 갈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한자어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용되다 보니, 토박이말이 한자어로 바뀐 것도 있고, 한국 사회에서 자생(自生)하여 한국에서만 쓰이는 한자어도 있다. 이런 낱말들은 한자어이면서도 같은 한자어를 쓰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또 한자어이면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사이에 토박이말처럼 인식되는 것도 있다. 반면에, 한국 한자어가 한국의 언어 사회에서 자생한 것처럼 일본의 언어 사회에서 자생하여, 일본에서만 쓰일 성질의 한자어가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비판이나 검토를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까닭에 일본식 한자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말 아닌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본고에서는 한국에서 자생한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 중국식 한자어 그 밖의 한자어 들을 계통적으로 분류 논술하여 일상 언어생활에 보탬이 될까 하는 뜻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2. 한국 한자어
    한국 한자어를, 두 갈래의 큰 기준을 세워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토박이말이 한자어로 바뀐 낱말들이고, 하나는 한국 언어 사회에서 자생한 한자어이다.

1. 토박이말에서 바뀐 한자어
    현재를 기점으로 하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외래어 없이 순수한 토박이말만으로 언어생활을 하던 시기에 맞닿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당시의 말도, 그 이전의 어느 시기에 외래어가 들어와서 정착하여 쓰이면서 아주 토박이말처럼 쓰였는지는 모를 일이나 우선 그러한 것들도 모두 토박이말로 일단 간주하고, 이 논제를 풀어 나가기로 한다. 그 당시의 토박이말을 현재에 서서 재현하여 보면 ---물론 형태적 차이는 있겠으나---아버지, 어머니, 누나, 오빠, 아들, 딸 따위, 우리 인간의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낱말들이 될 것이고, 다음이 밥, 국, 건건이, 먹다, (밥을) 말다, 물......들이나 오줌, 똥......따위 배설물, 인체의 각 부분 명칭인 얼굴, 머리, 코, 눈, 입, 귀, 배, 등[背]......따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원시 사회라도 이런 정도의 낱말은 있어야 최소한의 의사 소통은 이루었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수한 토박이말이, 계통이 다른 중국---한자어를 국어로 삼는 나라---과 이웃하여 있고, 중국이 문화적으로 우리보다 앞섰고, 정치적으로 강대하다는 등의 여러 이유로 중국 한자어가 밀고 들어옴에 따라 순수한 토박이말을 구석으로 밀어붙이고 그 자리에 한자말이 대신 차지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2. 토박이말은 거의 쓰이지 않고 한자어만이 쓰이는 낱말
    이런 낱말은 토박이말은 옛날 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고, 현재 언어생활에서는 토박이말은 일선에서 완전히 추방되어 그런 토박이말이 있었는지를 어렴풋하게 알 정도이다. 몇 개 보기를 들겠다.
    말: 이 말은, 같은 토박이말인 오줌, 똥 들보다 먼저 쓰였던 낱말이다. 석보상절(釋譜詳節) 등 옛 문헌에 보면 '작은말보기를 하며', 혹은 '큰말보기를 하고'들의 '말보기'가 나온다. '큰말보기'는 '똥누다', '작은말보기'는 '오줌누다'의 뜻이다. 이 말들은 현재는 모두 대변(大便), 소변(小便) 따위의 말로 대치되었다. 오줌, 똥 들은 대변 소변과 함께 현재 사회에서도 쓰이고 있으나, 작은말보기 큰말보기 들의 순수한 토박이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메→산(山), 가람→강(江), 나들이→출입(出入), 이 말에서 번진 '나들이옷, 밤나들이, 나들잇감', 옷갓→의관(衣冠), 다시 이 말에서 번진 '옷갓하다'(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정장차림), 오누이→남매(男妹), 나룻·구레나룻→수염(鬚髥)......등등 들도 모두 이런 계통에 속한다.
3. 토박이말과 한자어가 뜻이 번지면서 함께 쓰이는 낱말
    토박이말과 한자어가 병존하여 쓰이면서, 똑같은 뜻에서 한자어와 달리 번진 것들이 있다. 토박이말의 '나이, 이, 사내, 계집, 늙은이'보다는 나이에 대한 연세(年歲), 춘추(春秋), 이에 대한 치아(齒牙), 사내에 대한 남자(男子), 계집에 대한 여자(女子), 늙은이에 대한 노인(老人)들은, 토박이말에 대응된 한자어라는 틀에서 벗어나, 토박이말은 낮은말, 한자어는 깍듯한 말들로 은연히 구별되어 쓰이고 있다.
4. 한국에서 자생한 한자어
    언어 사회에서 생활 양식의 변천과 문화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낱말이 생기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요, 한국 사회라고 하여 예외는 있을 수 없게 마련이다. 조선조 사회에서는 상류 계층의 국민은 한문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 과거 제도를 비롯한 갖가지 고시(考試)에서는 한문이 바탕이 되고, 문자 생활의 대부분은 한자이었다. 그러므로 새로운 낱말이 생기는 바탕이 되는 말도 토박이말보다도 한자를 독특하게 사용하는 데 익숙하여져서 한국식 한자어가 상당수 생기게 되었다. 몇 개의 보기를 들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수입 지출에서는 현금이나 물품이 어느 주체를 기준으로 그리로 들어오는 것, 즉 수입되는 것을 上 자를 써서 표시하고, 반대로 어느 주체에서 지출되는 것을 下 자를 써서 표시하는 것이 치부(治簿)---즉 요새 회계 용어로 부기---의 관례로 되어 있었다. 이런 원리 밑에서 上 자를 아래나 위에 놓아 독특한 한국 한자어를 만들었다.
    上 자를 바탕으로 한 낱말에는 차하(上下) 환자(還上) 외상(外上) 들이 있다. 특히 上下에서의 上은 '차'로 읽는데, 上下의 뜻은 국민이나 개인에게서 받아들인 것을, 다시 국민이나 개인에게 지급할 때에 쓰고, 還上의 上은 '자'로 읽어서 還上의 독음이 '환자'인데, 국가에서 거두어들인 세곡(稅穀)이나, 기타의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곡식을 일정한 길미를 붙이어 백성에게 꾸어 주고 가을 추수 후에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外上은 '외상'으로, 또는 '외자'로도 읽는데, 실지로 上---주체에게로 돌아올 돈이나 물품---이 되어야 할 것이 上 이외에 머물러 있다. 즉 물품은 팔거나 나갔는데, 응당 받아야 할 값은 上 이외에 있다는 뜻에서 외상(外上)이 되었다.
    下 자를 바탕으로 한 낱말로는 용하(用下), 가하(加下), 탈하(ꤷ下) 들이 있는데, '용하'는 아랫 관청에서, 쓸 비용을 지급하여 주는 것이고, '가하'는 계획된 금액을 지급하였는 데도 모자라서 가외(加外)로 더 지급하는 것이고, '탈하'는 어느 한 덩어리에서 일부분을 분할(分割)하여 팔거나,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ꤷ'자 頣(턱 이)자의 고자(古字)인데, 이것은 탈이 났다, 배탈, 뒤탈, 큰탈들의 '탈'이란 낱말을 나타내는 음으로 읽고, 여기에 한자를 덧붙여 病ꤷ, 稱ꤷ, ꤷ稟, ꤷ下 들의 낱말을 만들어 썼다. 병탈은 병으로 인한 결석이나 결근 신고, 칭탈은 무슨 탈이 났다고 핑계하는 행위, 탈품은 무슨 탈이 났다고 웃어른께 아뢰는 행위, 탈하는 어느 한 덩어리에서(탈이 생겨) 일부분을 분할하여 파는 행위를 뜻한다. 이 밖에도 口傳, 同知(이 동지 김 동지 따위), 僉知 (박 첨지 전 첨지), 貫子, 還玉 還金 따위 제도어, 公兄, 通引, 軍牢, 使命, 房子 따위 지방 관청에서 쓰는 용어, 同價紅裳, 吾鼻三尺, 咸興差使, 怒甲移乙, 四柱八字, 南大門入納, 我歌査唱 들 수많은 한자어 숙어들이 있다.

3.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는 그 구조에 있어서 한국 한자어나 중국 한자어와는 완전히 다른 점이 있다.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는 모두 한자를 음독(音讀)하고 있고, 한자어도 이 음독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어는 훈독(訓讀)도 하고 음독도 하여, 한자어의 구조도 두 글자가 한 낱말을 이루는 경우에, 敎育과 같은 낱말은 두 글자 모두 음독하는데, 拂込과 같은 낱말은 두 글자를 모두 훈독한다. 이 경우에 込 자는 일본에서 독특하게 만든 글자로서 훈독만 하고 음독은 할 수 없는 일본 한자이다. 이러한 일본식 한자가 바탕이 되어 仕入(シコミ), 積込(ツミコミ), 見込(ミコミ)들의 일본식 한자어가 있는데, 仕込과 같은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일본식 한자어보다 한술 더 떠서, 込 자가 入에 辶자를 합친 글자이고 入의 우리 음이 '입'이라는 잠재 의식에서 음을 제멋대로 만들어서 仕込을 '사입'으로 읽는가 하면, 일본말 그대로 시꼬미라고 읽고 있다. 이와 같은 대조적으로 輪中과 같은 말은 윗 글자는 훈독하고 아랫 글자는 음독하기도 하는데, 이런 일본식 한자어는 마땅히 배제되어야 할 낱말인데도 그냥 쓰고 있다. 심지어는 한강의 방죽안 같은데 쌓은 둑을 윤중제(輪中堤)라고 하는가 하면, 윤중 중학교(輪中中學校)라는 학교 명칭이 있다.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수용하여 쓰는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나라에서 수용하여 쓰는 현황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나라에서 수용하여 쓰는 방법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고쳐 사용하여야 할 유형
1)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식 한자어나 토박이말로 고친 유형
    앞에서 말한 일본식 한자 込을 포함한 낱말이나 일본의 특수한 습관이나 전통 또는 생활양식들을 나타내는 한자어는 우리나라에서는 형태 그대로 받아들여 쓸 수는 없다. 이런 것들은 한국 한자어의 조어법이나 구조에 맞게 고쳐 써야 한다. 이런 낱말들을 고쳐 사용하는 데에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갈라 보는 것이 편리하겠기에 내 나름대로 분류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1) 고친 낱말이 잘 쓰이고 있는 낱말.
    이 낱말을 다시 토박이말로 고친 것과 한자말로 고친 것으로 갈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토박이말로 고친 것
    일본식 한자어를 토박이말로 고친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낱말이 있다. 몇 개 보기를 든다.
調子→가락 左官→미장이
路地→골목 燐寸→성냥
串柿→곶감 巾着→주머니
苗代→못자리 小刀→주머니칼
    ② 토박이말과 한자어가 섞인 낱말
    고친 낱말의 어느 한 형태소나 낱말이 토박이말이고 다른 형태소나 낱말이 한자어로 된 것.
貸家→셋(貰)집
終車→막차(車)
    ③ 일본식 한자어를 한국식 한자어로 고친 것
    일본식 한자어는 훈독하게 된 낱말과 음독하게 된 낱말이 있어서 그 조어법이나 씀씀이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므로 한국식 한자어로 고친 것이다.
互角→백중(伯仲) 御中→첨중(僉中)
同士→동인(同人) 封切→개봉(開封)
返禮→답례(答禮) 內職→겸직(兼職)
着信→내신(來信) 取引→거래(去來)
(2) 고친 낱말이 잘 쓰이지 않거나 거부 당하고 있는 유형
    우리나라의 언어 사실에 맞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말의 언어 사실에 맞는 낱말로 고쳤는 데도, 오래 써 오던 버릇이나 인식 부족으로 언중에 잘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들이 있다.
    ① 토박이말로 고친 것
役割→구실 利子→길미
箇所→군데 取扱→다룸
勾配→물매 荷物→짐
拂入→치러넣기
    ② 한자어로 고친 것
世帶→家口 果物→果實
赤字→缺損 ※券番→敎坊
弱點→缺點
    ※券番이라 말은 그전에 사회에서 쓰이던 말인데, 그 제도가 없어짐에 따라 그 말도 자연히 사어(死語)가 된 것이다.     ③고친 낱말과 고치기 전 낱말이 함께 쓰이는 것
    우리말의 언어 법칙에 맞지 않는 한자어를 우리말에 맞게 고치었는 데도 언어 습관에 젖어서 고치기 전의 일본식 한자어와 고친 뒤의 낱말이 대등하게 쓰이는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은 고친 우리말로 쓰도록 언중이 각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몇 개 보기를 들어 보인다.
    ① 토박이말로 고친 것
牛車→달구지 毛布→담요
赤面→무안 手形→어음
煉瓦→벽돌
    ② 한자어로 고친 것
造花→가화(假花) 忌日→명일(命日)
十人十色→각인각색(各人各色)
强賣→억매(抑賣) 名所→명승(名勝)
上演→공연(公演) 返戾→반환(返還)
具申→구진(具陳) 內約→밀약(密約)
達辯→능변(能辯) 主從→수종(首從)
取締→단속(團束)
2) 일본식 한자어를 앞뒤를 바꾼 유형
    일본식 한자어를 그 한자어를 이룬 한자의 앞뒤 차례를 바꾸어서 한국 한자어로 만든 낱말이 있다.
論談→담론(談論) 品切→점품(切品)
版木→목판(木板) 夢解→해몽(解夢)
面拜→배면(拜面) 色染→염색(染色)
    앞에 든 낱말은 고친 낱말이 잘 쓰이는 것도 있으나, 잘 쓰이지 않는 것도 있다.

4. 중국의 이문(夷文)과 고대 백화 계통의 한자어
    한자어는 모두가 한자를 바탕으로 한 낱말이다. 한자의 본바닥이 중국이니 만큼 중국식 한자어가 따로 있다면 좀 이상하게 생각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일반 상식으로는 한자어라 하면 대체로 고전(古典)에 쓰인 문어(文語)를 말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언어가 발달됨에 따라 고전어 이외에 백화라는 것이 따로 있다. 여기에서 고전어의 지식만 가지고는 해결하지 못할 것들이 수없이 많이 생기었다.
    東과 西로 이루어진 東西라는 낱말이 문어에서는 '동쪽과 서쪽'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백화에서는 물건(物件)의 뜻으로 쓰는 따위이다. 이런 것들을 중국의 백화어계(白話語系)라 하여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이겠다(다음 분류는 필자의 주관에 의한 것이므로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이의가 있을 것임).

1. 천문(天文)이나 시령(時令)에 관한 말 暮歲 守歲 晌午 光景 更漏(경루)
除夜 炎天 坐更(更을 알리거나, 알리는 소임을 맡은 사람)
2. 인문 및 자연 지리에 관한 말
이 항목에서는 사회 지리, 인문 지리 중에서 고전어와 구별되는 것을 몇 개 추리어 제시한다.
    山頂 山底 官路(큰길의 뜻 大路와 같음) 直路 潮退(이 말은 한국 한자어로는 순서가 바뀌어 退潮로 쓰임) 池塘 內裡(大闕의 뜻) 東官(세자가 있는 곳, 전의 되어 세자).
3. 사회생활이나 제도에 관한 말
    打圍(사냥하는 행위) 壓印 打印(도장 찍다) 畫押 告身 解由 文引 謝帖(사체) 散官 閑官 時祭 舌舌(거짓말) 査照 本錢 放鷹(매사냥) 低頭 親事 丁愛 掛孝 大祥 洗手 首帕(머리에 쓰는 수건) 帖裏(철릭)
4. 인조(人造) 가공(加工)에 관한 말
이 계통의 말은 어떠한 자료에 인공을 더하여 만든, 인류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나 가설물 따위를 말한다.
    板橋(널다리) 仰瓦(암키와) 馬房(외양간) 笆子(울타리로 둘러친 바자) 臥房(寢室) 開弓(활을 당기다) 鳥銃(총)
5. 사회 활동에 주체로서의 인간에 관한 말
이 계통의 말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인간, 즉 사람이라는 면에서 사회생활의 주체로서의 인간에 관련된 것이다.
    長老(중을 높이어 이르는 말) 道士 布施 秀才(선비, 대체로 장가들기 이전)
    胡癩(욕 할 때에 호래자식, 또는 후레자식이니 하는 으뜸 말)
    太監(고자를 높이어 부르는 말) 寡婦 令堂(남의 어머니의 높임)
6. 인체(人體)나 인체를 바탕으로 하여 번진 말
이 계통은 사람의 각 부문의 명칭으로, 얼굴, 배 등...... 따위와, 인체에서 배설되는 분비물, 땀, 오줌 등을 지칭한다.
    天門(머리의 한 가운데 있는 百會宂) 門牙(대문이) 拇指(엄지 손가락)
    小指 長指 肛門 大便 小便 天啓(여자의 월경) 月經......

7. 음식물에 대한 말
    湯飯 豆腐 沙糖, 醬油...... 따위

이상의 1~7에 열거한 말들은 중국 고전에 실리어 써, 일반 고전어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언어 사회에서 쓰던 백화가 오랫동안 써 내려오면서, 다른 고전어와 함께 우리나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일반의 언중은 그것이 박화임을 인식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에 나오는 許田打圍의 '타위'를, 우리나라의 석학도 잘 이해하지 못하였던 적이 있다. 일반 고전어에서는 狩獵, 山獵들의 한자어는 그 구조로 보아 지시하는 뜻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打圍에서는 '사냥'이라는 뜻을 암시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이것들이 백화어의 특징이다.

5. 마무리
    한국말과 중국말은 언어 계통의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인접하여 있고, 역사적으로 먼 옛날부터 우리나라와 문화 교류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많은 한자 외래어가 들어와서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외국어의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여서는 안 되겠으나, 외래어의 범람이 우리나라의 토박이말을 너무 침식하여 토박이말의 계통까지 뒤흔들거나 잘못된 외래어, 버려야 할 외래어까지도 무비판적으로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외래어를 수용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토박이말과 한자어와의 관계 토박이말의 특성과 어의 특성들을 면밀히 검토 연구하여 국어를 순화하는 데에 맹성을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