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① '아지랭이'(*아지랑이)는 표준어로 인정하면서 왜 '지팽이', '피래미'는 각각 '지팡이', '피라미'를 표준어로 인정하는지 궁금합니다. ② '나지막하게'(*나즈막하게)를 표준어로 쓰면서 또 '늘그막'(*늘기막)을 표준어로 삼는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충청남도 온양시 온양 중학교 교사 박선희) |
답 1. 지금 질문은 모두 표준어에 대한 것이므로 먼저 표준어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표준어란 한 나라의 언어생활에 표준이 되는 것으로, 지역과 사회 그리고 시간적 차이에 따라 각기 달리 쓰일 수 있는 여러 말 중에서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선정한 공통어입니다. 현행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 총론 2의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규정과 그에 근거하여 선정된 표준어 6,231개(조선어 학회의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 기초를 두고 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의 표준어는 매우 빈약한 것이고, 또 동 학회의 「큰사전」과 어긋나는 곳도 있고, 시기적으로 오래 전의 것이므로 문제점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국어 연구소에서도 문교부의 위탁으로 전반적으로 표준어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표준어는 같은 뜻을 나타내는 여러 말 중에서 어느 하나를 인위적으로 쓰도록 한 말이므로 공적인 언어생활에서는 이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하눌」과 「하늘」중 왜 '하늘'이 표준어이고 '하눌'은 비표준어냐 하는 이의는 무의미한 것입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정한 표준어의 원칙에 맞는 것으로서 언중이 많이 쓰는 쪽을 택해 인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2. ①의 질문은 'ㅣ'모음 역행 동화를 입은 어형과 원래의 어형 중 어느 것을 표준어로 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부록 1. '한결로 處理한 말떼' 9에서 'ㅣ'역행 동화를 입은 語形이라도 語源 關聯이 있거나 類語 關聯이 있으면 원래의 어형을 표준어로 규정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위 책의 본문에 '아지랑이, 피라미, 지팡이'가 표준어로 사정되어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1940, 1948년 판)에도 「//////」를 '아지랑이줄'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또, 1956년과 1960년에 나온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5-1)에도 '모락모락 아지랑이 김이 나온다'라 하여 '아지랑이'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현행 교과서에서 '아지랭이'를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전에서도 '아지랭이'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위로 '아지랭이'가 표준어로 굳어졌는지 밝히기 어려운 처지에 있으나, 현재 우리 언어생활에 기초를 체공했던 '큰사전'(조선어 학회 간, 1957)에서부터 그렇게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 「큰사전」 편찬 과정에서 그 이유가 찾아져야 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그 당시 사전 편찬자가 '아지랭이'를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보고 처리했고, 그러다가 문교부의 교과서 표기도 그 사전 처리에 따랐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1979년의 문교부 '표준말 안'부터는 '아지랑이'를 표준어로 되돌리도록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님을 덧붙여 두겠습니다.
3. ②번의 질문은 '-으막'이 하나의 語形으로 통일되지 않고 다르게 쓰임을 이상하게 생각한 결과 생긴 의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어에는 ㅅ,ㅆ,ㅈ,ㅊ 같은 마찰음 다음의 '으'모음은 '이'로 발음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는 '으'로 할 것과 '이'로 할 것을 구분해 놓은 적이 있습니다. (2ᄀ)은 '으'로 할 것, 2ᄂ)은 '이'로 할 것임)
그러므로 '나지막하게'는 'ㅈ' 다음의 '으'가 '이'로 순행 동화를 입은 것으로 해석되고 그것을 그대로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느지막이', '나지막' 등을 더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것은 활용에서의 이 순행 동화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부록 1, 제4항에 따르면 '줄기의 끝 소리마디가 'ㅅ, ㅈ, ㅊ'의 받침으로 끝났을 적에는 끝(어미)의 '으' 소리가 '이'로 나는 일이 있으나, 이것은 모두 '으'로 통일하여 '벗으니', '있으니', '갖은', '앉으니'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벗이니', '있이니', '갖인', '앉이니' 등은 비표준어로 처리하였습니다. 이것은 어미의 일반형(-으)을 밝히기 위한 조치로 위의 예와는 다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金東彦)
물음 '윗도리/웃도리', '윗니/웃니'는 어느 것이 맞습니까? (강원도 원주시 원동 15통 5반 민동실) |
답
1. 질문하신 내용은 '웃'과 '윗'의 사용에 대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上'을 뜻하는 명사로는 '우'가 쓰인 적도 있으나(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10항 附記) 1937년의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이래로 '위'가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행 각 국어사전에서도 이 '위의, 위에 있는'을 뜻하는 어형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윗면, 윗입술, 윗집'에서의 '윗'이 이러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한편 비슷한 의미의 '웃'도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 표준어로 결정된 이래 "체언의 머리에 붙어서 '위'의 뜻을 갖는 " 접두사로 쓰이고 있는 어형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행 표준어는 '웃'은 접두사로, '윗'은 관형사(혹은 접두사)로 각각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 '윗'은 관형사 '옛'의 경우와 같지 않게, 후행하는 말의 첫소리가 거센소리나 된소리일 때에는 '위'로 쓰인다는 점에 주목하여 완전히 한 단어로 처리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즉, 옛은 '옛집, 옛터'로 일관되게 쓰이지만, '윗'은 '윗집, 위층, 위채' 등에서처럼 '윗'과 '위'로 달리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윗집'의 '윗'도 '위'에 'ㅅ'이 첨가된 것으로 해석하여 관형사 '윗'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이 있다 해도 '윗'의 쓰임이 광범위하므로 하나의 관형사로 처리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여하튼, '웃'과 '윗'의 어형은 그 의미 차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용 기준을 세우기가 몹시 힘듭니다. 다만 언중들의 언어 습관에 따라 표준어로 인정된 어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능한 어느 하나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문교부의 '표준말 안'(1979)에서는 '웃'을 표준어로 인정하였었고, 학술원의 '표준어 개정안'(1983)에서는 '윗'을 표준어로 잡고 '웃'은 예외적으로 몇 어휘 연결에서만 인정하려 하였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방증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2.
이렇게 볼 때 질문하신 '윗도리/웃도리'는 '웃도리'가 맞고, '윗니/웃니'는 '윗니'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金東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