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땅 속에서 태어나 결국 땅 속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우리 선인들은 이와 관련된 지혜를 속담이라는 말로 응결시켜 놓았다. 이번 호에서는 이런 人生에 관련된 속담을 모아 보았다.
사람들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 환경의 빈부·귀천에도 불구하고 그 人生은 무궁한 창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미천한 집안이라 해도 개천에서 용 나듯 얼마든지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 있으며 개천에서 나도 제 날 탓인(변변치 못한 집안에서도 저만 잘 나면 된다는 말) 것이다. 태어나는 것이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주위 환경과 자신의 뜻대로 백 년을 다 살아야 삼만육천일 밖에 안 되는 한 평생을 사잣밥 싸 가지고 다니며 살아 간다.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사는 사회에서는 기쁨보다는 고달픔과 역경이 유난히 자주 찾아 온다. 내 코가 석 자가 될 만큼 급한 사정을 해결해 놓고 나면 또 노루를 피하니 범이 나오게 되는 형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재는 넘을수록 높고 내는 건널수록 깊다는 속담이 人生事가 갈수록 어려워짐을 잘 방증해 주고 있다.
역경을 헤매며 고달프게 살다 보면 모든 人生事를 팔자나 운수로 돌려 버려 팔자 도망은 독 안엔 들어도 못한다고 철저히 체념하기도 한다. 곰을 잡아도 웅담이 없을 만큼 재수 없는 포수는 아마도 도둑 맞는 날 개도 안 짖고, 계집 때린 날 장모 오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며 한숨지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과 같이 대 끝에서도 삼 년(역경에 처하여도 참고 견딤)이면 바람이 불다 불다 그치기도 하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체념과 안전 제일주의로 굴러가는 인생을 사는 것보다는 말 갈 데 소 갈 데 다 다니고 산전 수전 다 겪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저런 경험을 겪으며 중년을 지나고 나면 아무리 재주가 메주라 해도 솔개도 오래면 꿩을 잡게(오랜 경력을 쌓으면 못하던 것도 잘하게 됨)되는 것이니 초년 고생은 은 주고도 산다는 속담이 새삼 金言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갓 마흔에 첫 버선(나이 들어서야 바라전 일을 이루게 됨)을 하고 나니 철나자 망령이라고 벌써 죽음이 눈앞을 어른거리는 게 인생인 모양이다. 늙은이가 빨리 죽어야겠다는 말은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과 함께 천하의 공인된 거짓말에 속하지만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이 그 속마음이 아니겠는가?
죽음에 이르러는 죽음은 급살이 제일(이왕 죽을 바에는 빨리 죽어야 고통이 적어서 좋음)이라고 생각하며 인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죽어 석 잔 술이 살아 한 잔만 못하다는 속담을 뇌까리며 죽음을 애석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생은 그야말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요, 일 다 하고 죽은 무덤은 없기 때문이다.\(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