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亨奎 / 國語硏究所長, 國語學
漢字와 漢字語의 문제는 국어와 우리 문화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다. 역사적으로 그 배경이 오래고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 언어생활이 이들을 떼어 놓고서는 성립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에서 漢字·漢字語를 받아들인 歷史的 경로와 배경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많고, 또 現實的으로 우리 언어생활에서 漢字·漢字語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도 많은 주장과 이론이 전개되고 있다.
漢字는 中國이 滿洲와 韓半島 北域에 설치한 漢西郡 시대부터 들어왔을 것이요 다음에는 高句麗 그리고 百濟·新羅의 순으로 전파됐을 것으로 본다. 百濟에선 阿直岐·王仁이 日本에 건너가 漢字를 傳授한 일도 있으나, 漢字語로 우리 地名·人名을 바꾸고, 또 우리의 鄕歌를 표기한 新羅 시대에 와서 우리 문화에 뿌리를 깊게 내리게 된 것으로 본다(沈在箕:國語 語彙論). 우리의 漢字音은 어느 시대 어느 지방의 音을 기초로 받아들였나에 대한 연구도 여러 편 나와 있으나, 그중에 河野 박사의 當代 長安音說과 朴炳采 박사의 6~7세기의 切音韻을 바탕으로 하고 吳方言이 가미된 江東音이란 주장이 많이 참고될 것으로 믿는다(朴炳采:古代 國語의 硏究).
여기에 이들 두 분의 논문을 싣게 된 것을 감사하며, 아울러 현재 韓國에서의 漢字와 漢字語 문제를 根本的으로 조사 연구하고 있는 檀國大 東洋學 硏究所의 편찬실장 이강로 씨의 논문 "漢字語의 기원적 계보"는 귀한 소득으로 생각한다.
위와 같은 漢字·漢字語에 대한 역사적 연구도 중요하지만, 現時的 관점에서 현재 우리말에서 漢字·漢字語는 어떤 상태에 있으며, 또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조사·연구도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우리말엔 漢字語가 過半數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글 전용의 주장과 정책에 대한 반발로 漢字 混用의 주장이 강력히 일어나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그것을 세우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과정을 밟아야 된다. 문제가 되는 대상의 정확한 현실 파악과 더불어 그 정책에 따라 나타날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요구된다. 우리는 과거 漢字·漢字語 문제에 대해 이런 과정을 밟지 못했다. 서로가 자기의 주장과 當爲性만 강조하다가 요즈음 와서는 교육적 실험의 결과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의 주장의 정당성을 보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너무나 相反되어 我田引水 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냉정한 제3의 기구를 통해 정확한 실험과 결과를 기대한다.
본 연구소에선 처음부터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 新聞·雜誌에 쓰이고 있는 漢字와 漢字語의 實態를 조사하기 시작해 우선 '80년대 현대 편을 '86년에 발간했고, 開化期 이후 현대에 이르는 역사 편을 금년 중반기까지 내놓을 예정이니, 관심을 가진 분은 참고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거기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현재 2,758의 漢字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돼 있으나, 人名·地名들 고유 명사를 뺐기 때문에 더 많은 漢字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는 이런 직접 정책적인 문제를 피하고 고유어와 漢字語의 서로 변화의 관계를 그 방면에 연구가 많은 두 분에게 부탁하여 실었다. 그리고 좀더 관심이 있는 분은 漢字 混用 주장에 기운 감이 있으나 불원간 발간될 본 연구소의 "연구 결과 보고"에 실을 南廣祐 : "한국에 있어서의 漢字 문제에 대한 연구"와 李應百 : "신문·잡지에 漢字로 표기된 漢字語 실태 조사 연구"두 편의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