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서법

서 정 수 / 한양대 교수, 국어학

Ⅰ. 들 머 리
    서법은 시제 및 동작상과 함께 국어 서술 구절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논의가 되었으며, 특히 최근의 여러 논문에서는 매우 심도 있는 고찰이 있었다. 여기서는 그 동안의 국내외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그 개념을 명확히 하고, 국어 서법의 타당한 하위 범주 구분을 시도하고자 한다.
    서법의 하위 범주 구분은 논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여기서는 종래의 시도들을 바탕으로 하여, 필자 나름의 견해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뒤따르는 연구자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이다. 또한 덧붙여 둘 일은 이 글은 이 문제에 새로운 탐구보다는 풀이와 정리라는 면에 역점을 둔다는 점이다.

2. 서법의 뜻
    서법이란 일반으로 (ⅰ) 문장의 서술 구절에 속하는 문법적 요소들에 의하여 (ⅱ) 말할이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방식을 말한다.(1) (ⅰ)은 서법의 구문적 특징을 말한 것으로서, 서법이 서술 구절을 이루는 문법적 형태소나 그 밖의 문법적 기능어들로 표현됨을 뜻한다. (ⅱ)는 서법의 의미 기능적 특징을 말한 것으로서, 서법은 말할이가 서술 과정에서 들을이 또는 문장 내용과 관련하여 어떤 마음가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상의 뜻매김에 대하여 우선 국어에서 예를 들어 풀이하여 보기로 한다.

(1) 너는 이 책을 읽어라.
(2) 이 선수가 이기겠다.

(1)에서 서술 구절의 핵심은 "읽어라"이며 그 문말 형태 "어라"가 서법 기능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심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을 "너는 책을 읽는다"와 같은 단순한 서술과 대비하여 보면 명확해진다. 또한 (2)의 경우를 보면, 선행 형태 "겠"이 서법적 기능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2)를 "이 선수가 이긴다"와 같은 단순 서술과 대비하여 보면, "겠"이 말할이의 태도를 나타내는 요소임이 판명된다. 곧 "겠"은 말할이가 문장의 내용 면에 대하여 심리적 태도를 드러내는 서술 기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1)의 "어라"와 같은 문말 형태가 들을이와 관련된 말할이의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와 대조를 이룬다.
    이상의 예에서 국어의 서법은 구문적인 면에서는 문말 형태와 그 선행문말 형태가 관련되고, 의미 기능 면에서는 말할이가 들을이 또는 문장 내용 면에 대하여 심리적 태도를 표시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형태적 분포와 의미 기능과의 관계를 볼 때, 문말 형태는 말할이의 "들을 이에 대한 태도"와 관련되고, 선행 형태는 말할이의 "문장 내용 면에 대한 태도"와 대응되고 있음을 위의 예들에서 볼 수가 있다.
    문말 형태는 대체로 종래의 종결법 어미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서술, 의문, 명령, 청유 등의 문장을 끝맺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들 문장의 문말 형태는 일차적으로 들을이에 대한 말할이의 심리적 태도와 관련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말 형태의 서법 기능은 말할이의 들을 이에 대한 태도 표시와 대응된다고 할 만하다. 그래서 종래 서법 또는 법이라 하면 이 종결법 형태들이 나타내는 구실을 주로 가리켜 왔다.(2) 또 논자에 따라서는 이것을 서법 가운데 한 하위 범주로 치고 문체법이라 부르기도 하였다.(고영근 1965, 1975).
    또한 선행 문말 형태는 주로 문장 내용에 대한 말할이의 태도를 나타내는 구실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의 예문 (2)의 "겠"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어떻든 이들 선행 형태는 문말 형태와는 구별되는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선행 형태의 서법적 기능은 양태 범주라 부르는 일이 있다(이남순 1981:183).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양태 범주를 서법에서 분리하여 독립된 범주로 설정하는 견해도 나와 있다(장경희 1985:13).
    그런데 양태라는 범주를 서법 범주와 대립시켜서 독립된 범주로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양태라고 일컫는 의미 기능이 문말 형태들이 나타내는 이른바 문체법의 기능과 구별되기는 한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양자의 의미적 기능이 위의 (1), (2)에서처럼 형태적 분포 관계와 일치되어서 구분 지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문말 형태라고 해서 양태적 의미와 무관한 것이 아니며, 또 반면에 선행 형태라고 해서 양태적 의미에만 한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3) 그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
(4) 그 친구가 또 말썽을 일으켰구나.
(5) 나는 그 친구를 기어이 만나겠다.

(3)에서의 "지"는 문말 형태로서 의문문을 이루어 들을이에게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문체법에 속한다. 한편, 이 "지"는 문장 내용에 대하여 '이미 앎'(장경희 1985:12)을 드러내므로 양태적 의미가 표시된다고 할 만하다. (4)에서의 "구나"도 문말 형태로서의 기능을 하면서 문장 내용에 대하여 '감탄적'인 태도를 보이므로 양태적 의미가 드러난다. (5)의 "겠"이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때, 문장 내용에 대한 태도라기보다는 들을 이에 대한 관련성이 더 짙게 드러난다. 이렇게, 이른바 양태적 의미와 문체적 의미는 형태적 분포 관계로 금그어지지 않고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양자를 갈라서 딴 범주를 설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겨진다. 그런 가름은 구문론적인 면보다는 의미론적인 면에 치우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이렇게 의미에만 의존하면 두 범주의 한계가 모호해지므로 문법 기술이나 이해의 필요 이상으로 복잡성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여기서는 문말 형태에 의한 것이거나, 선행 형태에 의한 것을 한데 어울려 하나의 서법 범주로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 양태와 문체법을 하위 구분하여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3. 국어 서법의 하위 구분
    국어의 서법 형태는 그 분포 관계로 보아 문말 서법 형태(이하 문말 형태라 부름)와 선행 문말 서법 형태(이하 선행 형태라 부름)로 2대별될 수 있다. 전자는 종래 종결 어미에 해당하는 것이며 후자는 이른바 선어말 어미 가운데 시제나 동작상 등의 형태를 제외한 것이다.

(1) 네가 시골에 가겠니?
(2) 그 애가 아프더군.

(1)에서의 서법 형태는 "겠니"인데 "니"는 문말 형태요, "겠"은 그 선행 형태이다. (2)에서는 "군"이 문말 형태요, "더"가 선행 형태이다.
    이제 두 가지의 형태별로 서법 범주를 하위 구분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이 두 가지 형태는 의미적으로 보면 서로 겹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그 주된 의미 기능에는 차이가 있다.

3.1. 문말 서법 형태의 하위 범주
    문말 서법 형태는 최현배(1961) 등에 따르면 서술형, 의문형, 명령형, 청유형으로 나누어지고, 각기 존대 등급에 따라 세분되는 것으로 풀이되었다. 그러나 서법적 의미 기능을 바탕으로 구분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바른편의 "서술형", "의문형" 등은 최현배(1961)의 마침법 구분이다.

1) 평서술:{다}
2) 감탄 서술:{구나}
3) 약속 서술:{마}
서술형
4) 질문:{니}
5) 확인 질문:{지}
6) 의문:{ㄹ까}
의문형
7) 명령(또는 요구):{어라}
8) 소원:{소서}
9) 허락:{려 무나}
명령형
10) 청유:{자} } 청유형

이상과 같은 구분은 물론하나의 시도에 불과하다. 각 형태에 대한 의미론적 연구가 심화됨에 따라, 또는 논자의 견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평서술(또는 단순 서술)
    평서술 또는 단순 서술의 기본 형태는 이른바 서술형 평어체(해라체)로 설정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것은 이 형태는 말할이의 특정한 심리적 태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단순 서술일 뿐 아니라 존대법상으로도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3)아이들이 웃는다.
(4)날씨가 춥다.

에서 (3)의 "는다" (4)의 "다" 형태가 평서술을 나타낸다. 이 평서술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다}로 대표된다. 이 {다}는 동사일 경우에는 "는다" 또는 "ㄴ다"로 실현되고 그 나머지의 경우에는 "다"로 실현된다. (남기심 1975, 서정수 1967).
    평서술은 서법적으로 비표지(unmarked)로 여겨진다.(3) 말할이가 특정한 서법적 의미 기능을 드러냄이 없이 단순한 진술을 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말할이가 문장 내용에 대해서나 들을 이에 대하여서나 뚜렷한 심리적 태도를 드러내지 않고 가장 단순하게 서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서술은 다른 서술적 기능의 기준점이 된다. 말할이가 특정한 태도를 드러내는 서법적 의미는 모두 이 평서술과 대비하여 측정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문, 명령, 추정 등의 서법적 범주는 모두 형태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평서술과 대비하여 유표(marked)가 되는 것이다. 가령,

(5) 날씨가 춥니?
(6) 내 말을 믿어라.
(7) 이 책은 재미있겠다.

위의 각 예문에서 드러나는 의문, 명령, 추정의 서법 형태는 평서술과 대비하여 형태적으로 각기 달리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평서술은 다른 서법 범주와 마찬가지로 존대 등급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실현된다. 이런 존대법상 형태 변화에 따른 기능적 차이도 서법적 의미 기능의 일부로 간주된다. 존대 의식은 들을이에 대한 말할이의 심리적 태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대법상 의미 기능은 모든 서법 범주에 공통적인 것이므로 딴 서법 기능에 얹혀지는 것으로 처리함이 편리하다. 따라서 여기 말하는 평서술이나 뒤의 다른 서술 범주를 두루는 데서는 이 존대법상 등급에 따른 서술적 의미 기능의 차이는 다루지 아니한다. 이는 존대법 체계를 다루는 분야의 소관으로 미룬다.

2) 감탄 서술
    감탄 서술의 대표적 형태는 "구나"이며 "군"도 자주 쓰인다. 이 형태는 보통 문장의 단순한 서술에 그치지 않고, "말할이가 서술 내용에 대하여 스스로 감탄하는 태도"를 곁들인다. 이런 점에서 이는 평서술과 서법상 차이를 드러낸다.
(8) 그가 노래를 잘 ㄱ. 부른다.
ㄴ. 부르는구나.

(8ㄱ)은 대개 단순한 서술이고 (8ㄴ)은 감탄적 태도가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볼 때 (8ㄴ)은 (8ㄱ)의 평서술과 구분되는 서법적 기능이 드러나는 것이다.

3) 약속 서술
    약속 서술은 "마"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예사 높임 형태 "ㅁ세"가 있다. 이 형태는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약속하는 뜻을 드러낸다.
(9) 내가 그대를 ㄱ. 도와 준다.
ㄴ. 도와 주마.

(9ㄴ)의 "주마"는 (9ㄱ)의 평서술과 대비했을 때 약속 기능이 명시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약속 서술은 평서술과 서법적으로 구분된다.

4) 질 문
    질문 형태는 "니"또는 "냐"가 기본적이다. 이 형태는 말할이가 들을이로 하여금 묻는 내용에 대하여 대답을 해주도록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질문 형태도 한을 통하고 특정한 서법 범주에 든다.(4)
(10) 여기가 네 집이니?
(11) 저분이 누구냐?

"니"와 "냐"는 들을이로 하여금 대답을 해달라는 화자의 요구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서법 범주로 칠 수 있는 것이다.

5) 의 문
    이른바 의문문 가운데는 문장 내용에 대하여 회의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있다. 그 형태는 앞의 질문의 경우와 대부분 같으나 의문을 제기하는 데 주로 쓰이는 것이 있다. 이러한 의문의 제기는 들을이에 대해서 보다는 문장 내용을 대상으로 하는 면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앞의 "질문"의 경우와 같은 서법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12) 그는 또 어디 ㄱ. 가는가?
ㄴ. 갈까?

(12)의 ㄱ과 ㄴ은 특정한 들을이와 관계 없이 말할이 자신이 문장 내용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ㄴ의 경우는 "ㄹ" 형태의 개입으로 '추정적' 의미가 가미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곧 "ㄹ까"는 "추정적 의문"을 제기하는 의미적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6) 확인 질문
    확인 질문의 형태는 "지"가 대표적이다. 이 형태는 말할이가 문장 내용을 이미 알고 확인하는 기능을 드러낸다.
(13) 그 사람이 의사지?
(14) 이것이 보석이다, 그렇지?

이 "지"는 다른 경우에도 많이 쓰이나 이 경우에 그 기본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난다. 곧 이때의 "지"는 말할이가 문장 내용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음"이라는 심리적 태도를 잘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7) 명 령
    명령 형태는 {어라}가 대표적이다. 이 형태는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바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명령"의 서법적 의미 기능은 들을이에 대한 "바램" 또는 "요망"이라 할 수 있다. "명령"은 대개 아래 사람에 대한 요망일 때 쓰인다.
(15) 여기에 앉아라.
8) 기 원(소망)
    기원을 나타내는 형태는 대개 명령의 경우와 공통적이다. 또 의미 기능상으로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낸다. 다만 말할이가 윗사람이나 절대자에게 간절히 바라는 심적 태도가 두드러진다. 특히 문말 형태 "소서"는 현대어에서는 거의 "기원"의 서법적 의미 기능만으로 쓰인다고 할 만하다.
(16) 우리를 도와 ㄱ. 주십시오.
ㄴ. 주소서.
9) 허 용
    허용을 나타내는 형태는 "려무나"가 대표적이다.(5) 이 형태는 말할이가 들을 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허락하는 기능을 드러낸다.
(17) 네 맘대로 놀려무나.

이 "려무나"는 명령의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들을이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허용하는 기능이 두드러진다.

10) 청 유
    청유의 형태로는 "자"가 기본적이며 "지"도 자주 쓰인다. 이 서법은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함께 행동할 것을 요청하는 기능을 보인다. "지"를 썼을 때는 넌지시 권유하는 효과가 드러나는 수가 있다.
(18) 자 이제 그만 ㄱ. 가자.
ㄴ. 가지.

(18ㄱ)은 일반으로 같이 갈 것을 요구 또는 요청하는 느낌이 강한 데 비해서, (18ㄴ)의 경우는 넌지시 제의하는 느낌이 짙게 풍긴다.
    이상의 구분은 어디까지나 서법의 의미 기능을 위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형태적인 면을 위주로 한다면 구분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3.2. 선행 문말 형태의 하위 범주
    선행 문말 형태란 서법 형태 가운데 문말 형태에 선행하여 쓰이는 것들을 말한다. 이 형태들은 대개 시제나 동작상의 형태에 뒤이어 나타나는 것이 상례다. 이 형태들은 의미 기능상으로 대개 다음과 같이 하위 구분된다.(6)
    1) 추정, 2) 의도, 3)보고
    이제 이들 하위 범주에 속하는 주요 형태들에 대하여 그 의미 기능을 간략히 기술하고자 한다.

1) 추 정
    추정(presumptive) 서법은 문장 내용에 대하여 말할이가 자신의 짐작 또는 예측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경우이다. 이는 문면 그대로 서술하는 평서술의 경우와 대비되는 서법 범주인 것이다. 국어에서 이 추정 서법을 나타내는 형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ⅰ)리, (ⅱ)겠, (ⅲ)ㄹ것이, (ⅳ)ㄹ꺼, (ⅴ)ㄹ껄
    (ⅰ) 리:"리"는 전통적으로 추정을 드러내는 서법 형태로 알려진 형태이다. 현대 언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편이므로 어색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19) 그대는 여기 기다림이 좋으리라.
(20) 그 사람은 벌써 그곳에 도착했으리라.

"리"는 대개 "라", "다"와 같은 문말 형태와 어울려 나타난다. "좋으리"와 같이 문말 형태 없이 나타나는 수도 있다.
    (ⅱ) 겠:"겠"은 현대어에서 추정을 나타내는 서법 형태로 가장 빈번히 쓰인다.

(21) 그는 지금 자고 있겠다.
(22) 그들은 성공하겠다.
(23) 그 친구는 어제 떠났겠다.

(21)은 현재 시점의 추정, (22)는 미래 추정, (23)은 과거(완료) 추정을 나타낸다. "겠"은 이처럼 어떤 시제와도 어울려 추정적 표현에 쓰일 수 있다. 이는 "겠"이 특정한 시제에 속하지 않음을 말해 준다. 따라서 종래처럼 "겠"을 미래 시제하고 결부시켜 하나의 시제 형태라고 여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겠"은 주어가 "1인칭 행동자"가 아닐 경우에만 추정의 뜻을 나타낸다.

(24) 날씨가 좋겠다.
(25) 그 친구가 가겠다.
(26) 자네는 곧 장가 가겠군.
(27) 나는 아마도 챙피를 당하겠다.
(28) 나는 그 여자를 (꼭) 만나겠다.

(24)~(26)에서처럼 주어가 비일인칭일 경우에는 "겠"은 언제나 추정의 뜻을 드러낼 뿐이다. 또 (27)에서처럼 1인칭 주어가 쓰일 경우에도 행동자(agent)로 여겨지지 않을 때는 "겠"이 추정의 뜻을 드러낸다. 다만(28)의 경우처럼 주어가 "1인칭 행동자"로서의 기능이 뚜렷할 경우에만 "겠"은 추정의 뜻이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설명하듯이 '의도'를 나타낸다.
    (ⅲ) ㄹ것이:이 형태는 본시 <ㄹ+것+이>와 같이 분석된다. 곧 관형사형 "ㄹ"에 의존 명사 "것"이 결합된 구문론적 구성체이다. 지금도 그와 같은 구성체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동일한 구성체가 추정의 뜻으로 관용화되어 쓰일 경우는 그것을 한 덩이(복합 형태)로 보아 추정의 형태로 여김이 마땅하다. 단일한 구성체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29) 그 친구가 내일 올 것이다.
(30) 그는 지금도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31) 그들은 벌써 결혼했을 것이다.
(32) 나는 오늘 아마 그 여자를 만날 것이다.
(33) ?나는 기어이 그 여자를 만날 것이다.

(29)~(32)에서 보듯이 어느 경우나 "ㄹ 것이"는 "겠"과 마찬가지로 추정의 뜻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33)에서 보듯이 '의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는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는 "겠"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이다.
    (ⅳ) ㄹ꺼:이 형태는 "ㄹ 것이"가 축약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의미적 기능도 '추정'을 주로 나타낸다.

(34) 그 사람 머지 않아 외국으로 떠날꺼다.
(35) 너는 아버지한테 혼날꺼야.

그런데 이 "ㄹ꺼"는 뒤에서 보듯이 '의도'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 점에서는 "ㄹ 것이"와 다르다.
    (ⅴ) ㄹ껄:이 형태는 "ㄹ 것이다"가 축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곧 선행 형태가 문말 형태와 한데 어울려 축약된 것이다. 이 형태는 일종의 반말 형태로서 "요"가 통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주된 기능은 '추정"이다. 그런데 이 "ㄹ껄"은 "ㄹ것을"의 축약된 형태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여기 말하는 "ㄹ껄"과 다르다.

(36) 사람들이 정부의 말을 잘 안 믿을 껄.
(37) 나라 일이 점점 어려워 질껄.

위와 같은 경우는 "ㄹ껄"은 '추정'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추정'의 뜻이 표시되지 않고 "가야 할 것을 (못갔다)"하는 뜻이 표시되고 있다. 이는 "ㄹ것을"이 축약된 경우이기 때문이다.

(38) 내가 갈 껄(그랬지).
2) 의도
    여기 "의도"(volitive)란 말하는 이가 들을 이에 대하여 행동 의지를 나타내는 서법 범주를 말한다.(7) 국어에서는 "겠"과 "ㄹ꺼" 형태가 일정한 제약 밑에서는 말하는 이의 의도를 나타내는 구실을 한다. 주어가 1인칭 곧 말할이 자신이고 행동자(agent)가 될 때는 "겠"이나 "ㄹ꺼"가 의도를 나타낼 수 있다.
(39) ㄱ. 나는 책을 읽겠다.
ㄴ. 나는 잘못하면 그를 만나겠다.

(39ㄱ)은 "나"가 행동자인 경우로서 "겠"이 의도를 드러낸다. 그러나 (39ㄴ)은 "만나다"라는 동사가 동작 동사로 쓰이지 않고 있으므로 "겠"은 의도가 아니라 추정을 나타낸다.
    한편 "ㄹ꺼"도 의도를 나타내는 일이 요즈음에 나타나고 있다. (40ㄱ)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40ㄴ)의 경우는 추정을 드러낸다.

(40) ㄱ. 나는 그만 돌아 갈꺼야.
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겪을 껍니다.
3) 보고
    "보고 "(reportive)란 자신이 몸소 지각한 바를 나타낸 문장 내용에 대하여 들을이에게 직접 알려 주는 서법이다. 이 보고의 형태는 이른바 회상 시제로 알려진 {더}이다. 우선 그 용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41) ㄱ. 길수가 장에 가더라.
ㄴ. 길수가 장에 갔다.
(42) ㄱ. 노래 소리가 참 아름답더라.
ㄴ. 노래 소리가 참 아름다왔다.

(41ㄱ)에서는 길수가 장에 가는 것을 말할이가 직접 보고 들을이에게 알려 주는 경우다. (42ㄱ)에서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직접 듣고 그 내용을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알려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직접 보거나 들은 사실을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알려 주는 의미 기능을 드러내는 것은 "더"가 쓰였기 때문이다. 만일 "더" 대신에 "었"을 쓰면 그런 의미 기능이 희미해지고 만다. 그것은 (41ㄱ) 및 (42ㄴ)과 각기 비교해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각 ㄴ의 경우에는 사실의 기술에 초점이 놓이는 평서술이다. 말할이 자신이 지각하여 들을이에게 알려 준다는 의미 기능이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각 ㄴ의 경우도 그런 의미 기능으로 해석될 수 없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이 뚜렷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일반 서술 기능으로 해석됨이 상례다. 그러나 각 ㄱ처럼 "더"가 쓰인 경우는 지각 사실을 들을이에게 알려 주는 의미 기능이 뚜렷이 부각된다.
    종래, "더"를 회상 시제의 형태라고 해왔으나 "회상"이라는 개념은 그 특질을 바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가 없다. 과거사를 나타내는 표현에는 어느 경우나 회상 작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었", "었었" 따위로 나타낸 표현에서도 회상 작용이 개재되는 것이다.

(43) ㄱ. 그 사람 몰골이 형편 없었다.
ㄴ. 그 친구 얼굴이 말랐더라.
(44) ㄱ. 그 시인 저 선술집에 들렀더라.

(43), (44)의 각 ㄱ이나 ㄴ이 과거의 관찰 사실을 회상하여 말하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어느 편이나 회상 작용이 있는 만큼 "더"만을 회상 시제라 함은 적절치 못하다. 그것이 "더"에만 두드러진 특질이 아니기 때문이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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