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물음 강아지 이름으로 흔히 쓰이는 말은 다음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발발이/발바리', '얼룩이/얼루기'
(서울 종로구 소격동 101, 김영주)

1. 현대 정서법의 원리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總論 제1항에 있는 "한글 맞춤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라는 규정에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어법에 맞도록 적는다'함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표현에 따르면, '원형을 밝혀 적는다'를 意味하는데, 이것은 결국 형태소의 기본형을 가려 그것을 고정적으로 表記하는 것을 말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규정은 音素 文字에 의해 소리를 충실히 표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同一한 형태소는 형태 음소와는 관계없이 항상 동일하게 나타내는 (형태소를 고정적으로 표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語幹과 接辭 등 각 형태소를 구별하여 표기하게 됨) 것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대 정서법은 본질적으로 音素的 文字 體系인 한글에 表意性을 가지도록 形態素的 體系를 결합한 文字 運用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같이 음소와 문자의 1:1 대응 관계를 파기하고, 한 文字가 여러 音素를 표기하거나('ㅅ'이 '산'(山)에서는 /s/를, '무릇'(凡)에서는 /t/를 표기), 한 音素가 여러 文字나 혹은 문자 결합에 의해 표기되거나(/t/음소가 '맛'(味)에서는 'ㅅ'으로, '맏'(昆)에서는 'ㄷ'으로 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形態素的 體系는 쓰기 쉽고 배우기 쉬운 이점을 잃게 되지만 독서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것 타당성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즉, '같-'(同)은 환경에 따라 '갇-'(자음 앞에서), '같-'(모음 앞에서), '갗-'('이' 모음 앞에서)으로 나타나나, 이 모두를 발음대로 표기하지 않고 어느 하나만을 가려 그것(현행 정서법상 '같-')으로 그 형태소의 표기를 고정시킴으로써 視覺的 效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같이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독서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발음은 모두/nəmə/인 '넘어/너머'가 구별되어 쓰이는 경우에서 볼 수 있습니다. 前者는 '越'의 뜻인 '넘-'의 活用形으로, 後者는 '높은 곳의 저쪽'을 뜻하는 별개 단어로 인정되는 것이지만, 발음으로는 같은 것을 이같이 다르게 표기해 줌으로써 (前者는 형태를 밝히고, 후자는 소리대로 적은 것임) 文字의 시각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함으로/하므로'의 경우도 발음은 같은 것이나, 그 表記가 형태를 밝혀 쓴 것이냐, 소리대로 쓴 것이냐에 따라 다른 意味가 부여되는 마찬가지 例라 하겠습니다. 이같이 형태를 밝혀 적다 보니 단독으로 발음되거나
    자음 앞에서 발음될 때 발음은 같으나 의미가 다른 형태들을 구별하여 적게 되기도 합니다. (例:/nat/을 낟(穀), 낫(鎌), 낮(晝), 낯(面), 낱(個)으로 적음).
2. 상술한 바와 같이 國語 정서법은 表音主義와 形態主義를 절충한 것이기에 어떤 경우에 형태를 밝혀 적어야 하느냐를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제3장, 문법에 관한 것) 맞춤법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발발이/발바리', '얼룩이/얼루기'도 이런 범주에 드는 문제로 보입니다. 즉,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를 밝혀 적느냐 아니냐의 문제(또는 '얼룩, 발발'을 밝혀 적느냐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이 문제를 밝히기 전에 먼저 '-이'접미사가 접미된 경우에의 규정을 개관하기로 하겠습니다.

1) 어원을 표시(원형을 밝히어 적는 경우)
ㄱ. 어간에 '이'가 붙어서 명사나 부사로 된 경우(제12항):길이(長), 깊이(深), 같이 (同), 굳이(固).
ㄴ. 명사 아래에 '이'가 붙어서 다른 품사로 변하거나 뜻만이 변한 경우(제14항):곳곳이(處處), 낱낱이(個個), 곰배팔이(曲臂人), 네눈이(四目犬).
ㄷ. '하다'가 붙어서 되는 용언의 어원적 어근에 '이'가 붙어서 부사나 명사가 된 경우(제21항):꼿꼿이(直長), 반듯이(正平), 건건이(饌類), 배불뚝이(高腹人).
2) 소리대로 적는 경우.
ㄱ. 의성·의태적 부사에나, 또는 '하다'가 붙지 아니하는 어원적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나 부사가 된 경우(제22장):개구리(蛙), 얼루기(斑毛), 부스러기(碎屑).
ㄴ 용언의 어간에 다른 소리가 붙어서 된 경우라도 그 뜻이 아주 딴 말로 변한 경우(제25항):코끼리(象), 무녀리(初生獸).

위에서 보듯 접미사 '-이'가 붙은 경우는 대단히 복잡한 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지금 문제된 것의 표기는 2ㄱ)의 규정 중 외태적 부사에 '-이'가 접미된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소리대로 즉, '발바리', '얼루기'로 적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개구리'(蛙)는 '개굴개굴'에서 온 '개굴'에 '-이'가, '얼루기'는 '얼룩얼룩'에서 온 '얼룩'에 '-이'가 결합되어 된 말이므로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 (개굴이, 얼룩이) 일관성이 있어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관성 있게 하려면 '까치'도 '갗이'로, '매미'도 '맴이'로, 다 같은 동물 이름인 '너구리'도 '너굴이'로, '개미'도 '갬이'로 적어야 할 텐데, 이것은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2ㄱ)규정은 1)의 (ㄱ,ㄴ,ㄷ) 규정과 달라서 혼란이 올 소지가 없지 않으나, '얼룩이'로 적으면서 '너구리'로 적는 모순을 피하기 위하여 '얼루기, 발바리' 등을 택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문제된 '발바리', '얼루기'는 각각 '발발거리는', '털이 얼룩얼룩한' 짐승을 지칭하는 명사로 쓰이지만, '얼룩이'는 '얼룩'이란 명사에 '-이'가 결합된 명사로서 '얼룩'과 같은 뜻을 갖는 말이 되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3. 접미사 '-이'와 관련된 표기로 간혹 잘못 쓰이는 '하루거리'('하루걸러 앓는 학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이것은 '하루걸-'이라는 어간에 '-이'가 접미된 것으로 착각하여 1ㄱ)규정에 의해 '하루걸이'라고도 하나, 이것은 '하루걸-'에서 온 것이 아니고 '하루거르-'에 '-이'가 접미되어 '하루거르이→하루거리'가 된 것으로 '르'의 '으'가 탈락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하루살이'(蜉蝣)가 '하루살+이'에서 온 것과는 아주 다른 예라 하겠습니다. (金東産)

물음 "공부를 열심히 한바 합격할 수 있었다."에서 '한바/한 바'의 띄어쓰기는 어떤 것이 맞는 것입니까?
(충남 대전시 동구 용전동, 박재삼)

띄어쓰기는 독서의 효율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까다로운 데가 있어 혼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현행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근거하고 있는데, 그 중심은 '단어는 띄어쓰되, 조사는 윗말에 붙여 쓴다'(제61항)라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단어마다 띄어 쓰라는 것이므로 단어라고 판단되는 것은 띄어 쓰면 되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내용도 결국은 '바'를 단어로 인정하느냐에 귀착되는 문제로서, 이러한 문제들을 좀 세분해서 규정해 놓은 것으로 '원칙과 그 실례'(正書法 資料)가 있습니다. 여기서 보면 '~ㄴ바'는 다음과 같이 구별해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1) 붙일 경우
① ㄱ. 금강산에 가 본바 과연 절경이더군.('았(었, 였)더니'의 뜻)
ㄴ. 어머니의 생신이온바, 많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데'의 뜻)
2) 띄어 쓸 경우
② ㄱ. 생각하는 바가 같다. (방법, 일의 뜻).

이러한 구별은 하나의 말이 독자적인 단어의 자격을 갖는지의 여부로 결정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한바/한 바'는 '~였더니'의 뜻이므로 붙여 쓴 '한바'가 맞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구별이 가능한 것으로 '~ㄴ 지', '~ㄴ 데'가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보이겠습니다.

③ 누구인지 아니?(막연한 의문) 떠난 지 닷새가 되었다.(어떤 동작으로부터 지금까지 동안)
④ 키는 큰데, 힘이 없다.('이다. 그런 데'의 뜻) 아픈 데 먹는 약이다.('처소'의 뜻)   (金東産)
訂正:「국어 생활」제 6호 p.154 열쇄마춤→열쇠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