咸北 方言辭典
金 泰 均 編著
新菊版 596面, 1986. 京畿大 出版部 刊
곽 충 구 / 충북대 교수, 국어학
함경북도 특히 북부 지역은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특이한 방언권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므로 국어학 연구에 있어서 이 지역 방언이 갖는 의의는 자못 크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간 이 방언에 우리의 관심이 고루 미치지 못했던 것은 분단의 비극에 말미암은 탓이다. 그리하여 이 지역 방언 자료의 片鱗조차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으로 애지중지되어 왔던 것이다. 차제에 金泰均 교수의 끈질긴 집념과 각고의 노력으로 <咸北 方言辭典>이 출간되어 뜻밖에 풍성한 함북 방언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국어학계의 커다란 경사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사전은 '自序, 일러두기, 함북 방언 지도 Ⅰ·Ⅱ , 함북 방언의 특징, 분문, 口語, 찾아보기'의 일곱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함북 방언의 제 특징을 눈에 조감할 수 있고 또 이 방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매우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다. 自序에는 이 사전의 편찬 동기와 경위, 자료 조사 방법과 과정 등이 밝혀져 있다. '일러두기'에는 조사 지점과 제보자의 인적 사항이 소개되어 있는데, 조사 대상 지역은 함북의 3시 11군이고, 제보자는 온성에서 살다가 최근 월남 귀순한 김용준 씨를 제외하고는 평균 연령 65세 정도의 6·25때 월남한 실향민들이다. 자료 자사는 주로 통신 조사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그리고 약 2년여에 걸쳐 세 차례의 보충 및 확인 조사가 행해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이 자료 조사가 일반 방언 조사와는 다른 특수한 여건 속에서 이루어진 만큼 첫 조사시 제보자들이 제공한 자료가 순수한 함북 방언이 아닌 것들이 있어, 타 방언에의 오염도를 최소화시켜 가면서 토박이말을 채록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함북 방언 지도 Ⅰ'은 함북 행정도로서 조사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을 보인 것이고, 'Ⅱ'는 편저자가 함북 방언의 방언 구획을 염두에 두고 기왕에 쓴 '咸北 方言 硏究'(牛步 全炳斗 博士 華甲 紀念 論文集, 1983)라는 논문에서 옮긴 것으로 함북 방언의 하위 방언권을 보인 것이다. 편저자는 하위 방언권을 셋으로 가를 수 있다 하고 북부의 '경흥, 경원, 온성, 종성, 회령'을 '六邑 方言圈', '경성, 명천, 길주, 학성'을 '四邑 方言圈', 그리고 이 두 방언권의 사이에 위치한 '부령, 무산' 등을 통틀어 '轉移 方言圈'이라 하였다. 또 '함북 방언의 특징'이라 한 곳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Ⅰ'에서는 함북 행정 구역과 주요 도시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이어 이른바 '六邑'(六鎭地域)과 '四邑'이라 불리우는 함북 지역의 역사 지리적 배경 및 이들 지역의 방언적 성격을 개괄하였다. 'Ⅱ. 음운 현상'에서는 이 방언에 8개의 단모음과 10개의 상승적 이중 모음이 존재한다 하고, 특히 '외'는 [we], '위'는 [wi],'의'는 [i]로 실현된다고 하였다.(평자가 본 몇 편의 논문과 자료집에는 '외'가 북부 지역에서 [wε]로 실현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음운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수사에 한하여서 '여'는 '야'로 난다'고 하고(이러한 예는
*yΛ에 소급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데 '수사' 이외에도 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찰음 아래에서 '으<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육읍 일부 방언에서는 ''가 순자음 아래에서 '오'로 원순 모음화한 점 등을 지적하였다. 또, 어두에 'ㄹ'이 놓일 수도 있고 치찰음과 'ㅑ, ㅕ, ㅛ, ㅠ'의 연결이 가능한 점도 육읍 방언의 특징으로 지적하였다. 'Ⅲ. 문법 형태'에서는 이 방언에서 이른바 'ㅂ, ㅅ 불규칙'의 예가 존재하지 않고, 중간 자음 '-b-, -g-, -s-'가 거의 유지된 채로 남아 있다고 하였다. 이어서 15세기 중앙어에서 '특수 어간 교체'를 보였던 명사들이 함북 방언에서도 그러한 교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과 또 이 방언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서 주격 조사 '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소개하였다. (2)에서는 육읍 방언의 종결 어미 '-ㅁ둥', '-읍구마', '-ㅂ니·-ㅆ읍니'를 서법, 시제, 존대법과 관련시켜 설명하였다.
본문의 체제는 다른 방언 사전과는 사뭇 다르다. 즉 조사 항목을 내용별로 분류하여 묶거나 혹은 방언형을 표제어로 내세우고 그 의미와 분포 지역을 명시하는 방법 등과는 달리, 표준어를 국어 사전식으로 배열하고 그 밑에 표제어인 표준어의 의미와 같은 이 지역 방언형을 제시한 다음 그 방언형이 쓰이는 지역을 밝혔다. 그리고 특정 방언형의 분포 지역과 의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권말에는 본문에 기출된 방언형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한 '찾아보기'를 두었다. 이러한 형식으로 사전을 꾸몄기 때문에 편저자는 표준어와 그 아래에 제시된 방언형이 형태, 용도, 의미 등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때 그 점을 밝히기 위하여 '주'를 두어 보충 설명을 가하였다. 가령, 이 지방의 가옥 구조는 타지방의 그것과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부엌이다. 이 경우 편저자는 '부엌'의 방언형 '부수깨'와 '정지'에 대하여 그 위치, 형태, 용도를 '주'를 이용하여 설명하였다. 또 때에 따라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그림을 곁들이기도 하였다.(이것은 본디 자료 조사시 제보자들에게 조사 항목의 정확한 의미를 주기 위하여 마련하였던 것임) 그리고 '용례'란을 두어 방언형의 쓰임과 문맥적 의미를 살피도록 배려하기도 하고 또 중세 및 근대 국어 어형을 '고어'란에 두어 관련 방언형에 대한 역사적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의미상 표준어와 대응되기 어려운 이 지역의 특이한 방언형은 표제어로 내세우고 <방>이라 하여 구분하기도 하였다. 또 본문의 끝 부분에는 '口語'라고 하여 각 조사 지점의 실제 발화음을 문장 단위로 전사하여 놓아 각 조사 지역의 방언 특징 및 지역 간의 방언 차를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한편, 이 사전의 음성 전사는 한글 자모를 이용하되 함북 방언의 제반 음성 특징을 자료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불투명한 점도 있다. 가령 이 방언의 'ㅈ'은 지역에 따라 혹은 동일 지역이라도 'ㅈ'의 분포 환경에 따라 [ts],
[t∫]로 달리 실현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음성 차가 전사에 고려되어 있지 않다. 즉 전사된 자료 중의 '쟈'와 '자'는 지역에 따라 왼편과 같이 실현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쟈'는 [tsya]일 수도 있고 또
[t∫a]일 수도 있다.
| 쟈 | 자 | |
| A(지역) | tsya | tsa |
| B(지역) | t∫a | tsa |
| C(지역) | t∫a | t∫a |
또, '자'는 [tsa] 혹은
[t∫a]일 수도 있는데 자료만 보아서는 이의 식별이 용이하지 않다. 이는 'ㅈ'의 재음운화 과정은 물론이요 그와 관련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ㄷ 구개음화 규칙의 문제를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간과해 버릴 수만은 없는 것이기도 하다. 덧붙여 이 사전이 함북 방언의 액센트에 대해서 외면해 버린 점도 아쉬움을 남기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미세한 음성 차나 운율적 자질에 대한 면이 소홀히 다루어진 것은 자료 조사를 주로 통신 조사에 의존한 까닭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방언형들의 표기는 원칙적으로 현행 맞춤법을 따른 듯하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사전들이 지니고 있는 결점들을 많이 보완하였다. 종래의 사전들에서는 체언과 용언의 굴절에서 보여지는 어간말 자음이나 자음군의 실상이 은폐되기 일쑤였었는데 이 사전에서는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조사한 흔적이 역력하다. 가령 /붋-/(부럽다)는 '불브니, 불버서'와 같이 활용형을 일일이 제시하고, 또 명사의 경우 '덫'의 방언형을 '돛, 돝'과 같이 표기하고, 특히 '낭기, 낭글, 낭게...'와 같은 특수 어간 교체 명사나 이른바 '불규칙 용언'들의 활용형을 빠짐없이 제시한 것도 다 기왕의 사전이나 자료집들이 지니고 있는 그러한 결점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취해진 조처일 것이다.
이 사전은 다른 방언 사전이나 자료집과는 달리 여러 제약된 여건 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제보자들은 이중 방언(bidialectal) 화자이거나 아니면 외부어에 거의 동화되어 토박이말을 많이 잊어버린 사람들이다. 이러한 경우 통신 조사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조사를 그르칠 수 있다. 즉, 질문지가 아무리 잘 꾸며졌다 하더라도 제보자가 자기 방언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나 언어학적 식견이 없다면 조사자가 원하는 방언형을 쉽사리 이끌어 낼 수 없다. 또 음성 전사가 정확히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편저자는 이러한 면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조사에 임하였음이 自序에 보인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표제어와 방언형 사이에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 듯한 예가 보인다. 가령, '거위', '고니' 항목에 공히 '게사니, 계사니'가 들어 있고, '노새'에 '당나귀', '버새'가, '갓'(笠), '모자'에 '삭개'(러시아 어 'šapka'를 차용한 말), '담쟁이덩굴'에 '돌옷', 음운 항목인 듯 싶은 '가장'에 '호주', '쥐인', '가댱'과 같은 방언형이 제시되어 있는 것이 그런 예이다. 이는 물론 뚜렷한 방언 의식을 가질 수 없는 제보자들의 특수한 사정에서 말미암은 것일 터이지만 또 이 사전이 표준어를 표제어로 삼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부재기'는 표제어 '고함'과'아우성'의 방언형으로 실려있다. 이는 <노한 소사전>, <평북 방언사전> 및 이희승, 신기철 두 분의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는데 뜻풀이가 약간씩 다르게 되어 있다. <노>에는 '싱냐
어부자그티기(승냥이가 울부짖기)'라는 예문도 있어 이 말이 사람 동물에 다 쓰일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평>에는 '되바라진 소리로 야단스럽게 수선을 떠는 엄살, 주로 아이들이나 젊은 여자가 쓰는 말'이라 하였다. 이러한 의미 차가 방언 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차라리 이러한 방언형은 이 사전의 체재대로 그것을 표제어로 삼고 정확한 의미를 주거나 혹은 '주'를 활용하여 표제어와의 의미 차를 지적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신>에는 '겁장이'란 뜻을 지닌 '함경 방언'이라 되어 있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차후의 방언사전 편찬에도 꼭 참고되어야 할 것이다.
함북 방언의 어휘는 타 방언과는 좀 다른 특이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우리의 흥미를 끈다. 편저자의 말처럼 고어가 많이 잔존하여 있고 또 이 방언에서만 보여지는 특이한 어사들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오랫동안 여진족의 활동 무대였고 또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음으로 해서 그들과의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차용어를 가지게 되었다. 이 사전에도 그러한 예들이 눈에 띈다. 가령, '비지깨, 가르만, 삿개, 샤바귀, 마선, 골로신, 바궈니, 또로이' 등은 러시아 어로부터 차용된 것이고, '우틔, 재비' 등은 만주어와 관련되고, '만투, 촨, 발귀, 다두배채'는 중국어에 어원을 둔 말이다. 그런데, 이들 차용어는 지역에 따라 다소간 의미가 다르게 나타난다. 가령, 이 사전에서 '가죽신'에 대한 방언형들로는, '가죽신, 갓신, 골로시, 도레기, 도로기, 도록신, 도뢰기, 오로시' 등이 실려 있는데, 이 중 '가죽신, 갓신'은 순수 국어의 계통을 이끄는 것이고, '골로시'는 '덧신'이라는 뜻의 러시아 'gološa'(이는 보통 복수형 'gološi'만을 씀)에서 차용된 말이다. 한편 '도로기'는 중국 측 사전에, '동북(만주) 지구에서 겨울에 신는 소, 돼지, 말가죽으로 만든 신으로 안에 烏拉草라는 풀을 깐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烏拉은 同文類解의 '兀刺'와 관련되며 위의 '오로시'의 어원이 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골로시'는 함북 방언에서는 보통 '고무신'을 뜻하는데 이어사가 이 사전대로 학성 지역에서는 '고무신', '가죽신'을 뜻한다면 차용어의 의미 轉變이 흥미롭다 할 수 있다.
함북 방언은 국어의 언어 지리학적인 연구는 물론 국어사 연구에 기여 할 수 있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람스테트 박사가 북부 한국어라 하여 한국어 연구와 비교 연구에 이용한 한국어 자료도 바로 이 함북 북부 방언이다. 이러한 점에서 <咸北 方言辭典>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사전이 간행됨으로 해서 점점 사라져 가는 함북 방언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전은 이 방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켰다는 점과 이 방언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지금까지 평자는 매우 소략하게 <咸北 方言辭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이처럼 값지고 소중한 책을 늘 곁에 두고 볼 수 있게 된 것은 다만 평자만이 누리게 될 기쁨만은 아닐 것이다. 이 사전 편찬에 관여하신 편저자, 그리고 제보자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해 드리며, 앞으로 이 사전을 기폭제로 하여 함북 방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