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물음 '~하지 말라/~하지 마라'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서울 도봉구 미아동 성바오로 출판사 편집부)

1. 현행 국어의 표기법은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구별하여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언이 활용할 때, 그 어간이나 거미가 원칙에 벗어나는 것은 벗어난 대로 적기로 하고 있습니다.

ㄱ)a. 놀다: 노니, 놉니다, 노세, 노시다, 노오, 놀(때)
b. 낫다: 나아, 나으니, 나았다.
c. 걷다: 걸어, 걸으니, 걸었다.

2. 그런데, 위의 ㄱ)a에서 보듯이, 어간 말음이 'ㄹ'로 끝나는 용언은 어미가 'ㄴ,ㅂ,ㅅ,오'로 시작될 때 ('-니, -ㅂ니다, ~시, ~세, ~오' 등) 어간 말음 'ㄹ'을 탈락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관형사형 'ㄹ' 앞에서는 어간의 'ㄹ'이 관형사형 'ㄹ'과 겹쳐날 수 없으므로 관형사형 'ㄹ'이 살아 남고 어간의 'ㄹ'이 탈락된 변칙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이외에는 어말의 'ㄹ'이 탈락되는 경우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실제로는 'ㄹ'로 시작되는 어미 '~ㄹ수록'에서처럼 어간 말 'ㄹ'이 탈락되는 어미는 더 있음. 살+ㄹ수록 →살수록) 그러므로 질문하신'~지 말라'의 경우에는 위의 규정에 따르면 '말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1933년 조선어 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10항 附記를 보면 "'ㄹ,ㄷ,ㅅ,ㅈ' 우에서는 주는 일이 있지 마는, 안 주는 것을 原則으로 삼되, 尊敬의 '시'와 未來의 'ㄹ' 우에서는 도모지 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한다"고 하여 관형사형 'ㄹ'을 제외한 모든 'ㄹ' 앞에서는 어간 말음 'ㄹ'이 제대로 표기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었습니다.
    그러나, 한글 학회의 '한글 맞춤법'(1980)이나 학술원의 '맞춤법 개정안'(1984)에서는 어간 말음 'ㄹ'이 'ㅈ'과 관형사형 'ㄹ' 아닌 'ㄹ' 앞에서는 줄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러지) 마라, 마지못해, 하자마자, 마지않다, 머지않아' 등은 예외로 준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행 국민학교 교과서에서도 '마라'로만 쓰이지 '말라'의 표기는 없습니다. 따라서 현행 표기는 '말라'가 아닌 '마라'가 맞는 것이며 이것은 특례로 인정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위의 경우 이외에 현행 구어체에서 어간 'ㄹ'이 탈락되지 않는 경우(말+려고 →*마려고)는 말할 것도 없고 어간 말음 'ㄹ'이 탈락되어 발음될 수 있는 다음의 예도 표기법상 어말 'ㄹ'을 유지해야 합니다.

ㄴ)a. 어허, 걱정 말라니까.
b. 아버지 일은 걱정 말라며 눈물로 청이를 보냈다.
c. 사장님이 들어오지 말래.
d. 회사에 가지 말라고 했더니...

즉, 위의 예에서 '말라니까, 말라며, 말래, 말라고'는 각각 '마라니까, 마라며, 마래, 마라고'로 발음될 수도 있으나 그것을 표기상 인정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3. 이러한 논리는 '말라'는 일상적인 명령형으로는 쓰이지 않고 격식이나 위엄을 가지고 다수를 향하여 명령할 때만 쓰이는 특수한 말이며, 일상생활에서는 '마라'가 대신 쓰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마라'와 비슷한 명령형으로 '말아라', '말아'가 더 있는데, '말아'는 반말체 명령형 어미 '-아'가 취해진 경우이므로 반말의 명령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마라'와 '말아라'는 다음의 예 ㄷ)에서 보듯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차이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ㄷ)a. 힘으로 남을 괴롭히지 마라.
b. 비 오는 날 밖에 나가지 말아라.

지금까지의 설명대로라면 이들은 모두 극비칭의 명령형으로 전자는 '-(으)라', 후자는 '-아라' 어미가 취해진 경우이므로, '-(으)라'형과 '-아라'형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 차를 가질 법 한데, 장·단 이외에는 아무 차이가 느껴지지 않고 공존하여 쓰이고 있다 하겠습니다.
    4.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말아라', '마라'가 공존하고, '말라→마라'에서처럼 'ㄹ'이 'ㄹ' 앞에서 탈락되는 예가 특수한 경우라는 점에 착안하여 '마라'는 '말라'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말아라'가 줄어진 것이라 보는 이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상 구어체에서 '말아요'가 '마요'로("공부하는 거 막지 마요."), '말아'가 '마'로("너, 이거 하지 마.") 실현되는 경우도 있어, 어간의 'ㄹ'과 어미의 '아'가 탈락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마라'를 '말아라'의 준말로 보면 '말라니까'는 되는데 '마라니까 '는 안되는 것도 설명이 용이해지기는 합니다. 즉, 최현배 선생에 따르면 '-(으)라'형은 古形으로 지금은 간접 인용에서만 주로 쓰인다고 하므로 '말라니까'는 간접 인용이니 '-(으)라'형이 쓰인다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마라니까 '는 가능하지 않은 '말아라니까'에서 온 것이므로 안된다는 설명이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설명 방법에 의하면 종결형에서는 '-아라'가 주로 쓰이니 '말아라'와 그 준말인 '마라'가 공존하고, 간접 인용에서는 古形인 '-(으)라'(말라)가 쓰이는 것으로 설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말라'→'마라'같은 특례를 인정하지 않고도 '마라'를 인정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그러나 이 설명 방법도 '살아라→*사라'와 같이 동일 유형이 없는 특수한 경우라는 데에 난점이 있습니다.
    여하튼 현행의 표기에서 '말라'는 간접 인용에서 주로 쓰이나('말라니까', '말라고' 등) 종결형에서는 특수한 경우에만 쓰이는 것이고, '마라'와 '말아라'는 극비칭의 명령으로 공존해서 쓰이며, '말아'는 반말체의 명령으로 쓰이고 있는 어형이라 하겠습니다. (金東彦)
물음 '열쇠 맞춤/열쇠 마춤'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전남 광주시 산수동, 정상수)

1. 이것은 '맞추다'와 '마추다'란 동사가 명사로 쓰인 경우이므로 먼저 위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하여야 하겠습니다. 한글 학회 지은 '새 한글 사전'에 의하면

맞추다: 서로 일치되어 꼭 맞도록 하다.
마추다: 시킬 일을 약속하여 부탁하다.

로 그 뜻이 달리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는 '서로 어긋남이 없이 제자리에 맞게 한다'는 뜻으로 쓰였기 '맞다'의 원형을 밝혀 적어 '맞추다'가 되지만, '마추다'는 '맞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리 맡기다, 미리 약속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다른 말이기 때문에 '맞'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어 소리대로 '마추다'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열쇠 장사에게 자물통에 맞는 열쇠를 부탁하는 행위는 '열쇠 마춤'에 해당된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열쇠 장사가 업소에 선전용으로 '열쇠를 자물통에 잘 맞춤'이라고 간판을 써 놓았다면 '자물통에 맞게 한다'는 뜻의 '맞춤'이 맞는 것입니다.
    2. 이것은 일종의 소리는 비슷하나 뜻이 다른 2개 단어에서 비롯되는 혼동하기 쉬운 경우인데, 다음에 유사한 몇 가지 예를 참고로 보여 두기로 하겠습니다.

1) 졸이다: 햇간장을 졸이다. 4) 붙이다: 풀로 종이를 붙이다.

조리다: 고기를 간장에 조리다.

부치다: 편지를 부치다.

2) 줄이다: 경비를 줄이다. 5) 묻히다: 땅에 묻히다.

주리다: 주린 배를 채우다.

무치다: 나물을 맛있게 무치다.

3) 절이다: 배추를 절이다. 6) 마치다: 일을 마치다.

저리다: 다리가 저리다.

맞히다: 화살로 과녁을 맞히다.

(金東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