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語 語源 硏究
李 男 德 著
新菊版 Ⅰ, Ⅱ, Ⅲ, Ⅳ권, 1985~6. 梨大 出版部 刊
李 炳 銑 / 釜山大 敎授, 國語學
語源論(etymology)이란 낱낱의 단어에 대하여 어원적인 歷史를 밝히고 그 語形과 語義가 결합한 유래를 밝히는 학문이다. 가령「물(水)」이나 「나무(木)」의 語形과 語義와의 결합 관계는, 姿意的인 관계에 있으므로 밝힐 수 없으나, 「서울(京)」의 語形과 語義과 결합 관계는 '수리(首)+불(村·邑)'로서, 「서울」은 이에서 變異한 것이다. 물과 '水'와의 결합 관계는 알 수 없으나, 「물」의 15세기 국어 語形은 「물」이다. 그리고 이는 日本語 midzu(水), 에벤키 語 mū(水), 中世 몽고語 mören(江·海)과 비교된다. 이와 같이 소급할 수 있는 데까지 소급하여 그 語源을 밝히는 것을 史的 語源論는 (historical etymology)란 하는데, 單語의 流入과 借用 등을 밝히는 比較 語源論(comparative etymology)도 史的 語源論에 든다. 그러나 이러한 作業은 文獻이 전하는 후대語에서 가능하니, 후대 言語 資料에 의하여 古代語의 기원을 찾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單語가 수천 년 동안(分岐 이후) 생성·발전·訛化(또는 사멸)하는 동안에 많은 音韻 變化와 의미상의 變化를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李男德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을 무릅쓰고 比較 言語學的 방법에 의하여 韓國語의 기원을 찾고 言語 年代學의 방법으로 韓國語와 퉁구스 語, 그리고 韓國語와 日本語와의 分岐 年代를 계산하였다. 李 교수는 「자기 民族의 기원을 알고 그 民族語의 형성 과정을 아는 民族은 그런 것을 모르는 民族보다 오늘의 삶을 사는데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하고 그와 같은 어려운 일을 하였다. 즉 李 교수는 작년에 『한국어 어원 연구』제 Ⅰ, Ⅱ, Ⅲ권을 펴내고, 금년 2월에 제Ⅳ권을 펴내었다. 이 論著는 지난 2월, 李 교수의 정년 퇴직과 때를 같이 한 점에서 더욱 그 뜻이 있다. 李 교수는 1982년부터 본격적인 집필을 하였다고 하는데, 우선 그 방대한 양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 論著의 제 Ⅰ권은 「語源 硏究의 意義」, 「系統論과 語原論」, 「圖形語의 語源」, 「가르다 語源考」등 6장으로 되어 있다. 처음 1·2장은 이 4冊의 서론에 해당될 것이니, 이 Ⅰ권의 중심은 「圖形語의 語源」,「가르다 語源考」,가 될 것이다. 제Ⅱ권에서는 「言語 年代學의 考察」, 「基礎 語彙와 活用語 語彙」, 「圖形語 動詞 語彙의 語源」, 「가르다系 動詞 語彙의 語源」의 4장으로 되어 있다. 1·2장의 것은 Ⅳ권에서 다시 다루게 되며, 3·4장의 것은 Ⅰ권에서 논한 것을 動詞 語彙로서 다시 다루었다. 제Ⅲ권에서는 「形容詞 語彙考」, 「色彩語 語彙考」, 「陰陽 對立의 對稱的 意味 體系」등 7장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形容 陳述은 動作 陳述보다 선명한 對立 組織의 짝을 이룬다고 하였다. 제Ⅳ권은 「基礎 語彙의 語源과 比較 考察」, 「韓·日語 分離의 年代的 考察」등 6장으로 되어 있는데, 제6장의 「맺는말」은 이 4책에 대한 結論이다. 다시 말하면 이 論著의 Ⅰ, Ⅱ, Ⅲ권은 한국어의 語源을 고찰
---Ⅰ권은 原始 韓國語의 탐구, Ⅱ권은 動詞 語彙의 語原, Ⅲ권은 形容詞 語彙의 語源을 고찰한 것이며, Ⅳ권은 한국어의 기원 문제를 고찰한 것인데, 李 교수의 업적은 다음과 같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A) 硏究의 方法論상의 문제로서, 李 교수는 同系語로 생각되는 많은 隣近語와의 비교에서 고대 한국어의 기원을 고찰한 점이다. 이러한 方法은 G.J.Ramstedt의 Stodies in Korean Etymology(Helsinki,1949)이후 우리 학계에서 시도된 것이니, Ramstedt는 國語 語彙가 터키·몽고 ·퉁구스 諸語에 기원한 것임을 증명하고, 國語의 系統을 알타이 語에 소급시키는 바탕을 마련하였었다. 李男德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이은 것으로 硏究史的 의의를 가진다. Ramstedt가 외국인으로서 東京에서 그러한 冊을 썼던 만큼 韓國語에 대한 固有語과 漢字語를 구별 못하는 등 오류를 범한데 比하여, 李 교수는 본국인으로서 韓國語와 隣近語와의 많은 語彙를 비교하였다. 1) 그리고 李 교수는 퉁구스 語· 몽고語 등 北쪽 隣近語보다 日本語와의 비교에 力點을 두었다. 日本人 학자들이 日本語의 어원을 의식적으로 南方語에서 찾고 韓國語가 日本語에 끼친 영향을 도외시하려는 태도를 보이나, 李 교수는 이러한 태도에 쐐기 노릇을 하였다. 2)종전의 語源 硏究가 語義와 語形이 비슷한 낱말과 낱말을 비교하였던 것이나 李 교수는 「同近 派生語群의 비교」라는 방법으로, 보다 넓은 語彙群의 테두리 안에서 비교를 시도하였다. 이에는 어디까지를 同近語보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으나, 李 교수는 그와 같은 새로운 方法을 시도하였다. 3)그리고 종전에는 名詞과 名詞의 비교가 중심이 되었으나, 李 교수는 動詞와 形容詞에서도 同近 派生語群에서 많은 비교를 하였다. B) 위에서 말한 方法으로 韓國語를 알타이 諸語와 비교하여 많은 성과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1)알타이 諸語에 陰系과 陽系語의 의미적 對稱 體系가 있음을 밝혔다. 2) 종전에 韓·日語의 비교에서, 비교가 가능한 語彙 數를 약 200語로 보았으나, 李 교수는 종전에 찾지 못하였던 動詞·形容詞까지 비교하여 약 2,000語에 가까운 것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M. Swadesh와 日人 服部四郞에 의해서 시험된 言語 年代學을 도입하여 기초 어휘 200단어의 語源을 밝혀서 韓國語와 日本語의 分離 年代를 4530년~6470년으로 보았다. 3) 또 퉁구스 語와의 비교에서 비교가 가능한 많은 어휘를 찾아내고 200개의 기초 어휘에 의하여 韓國語와 퉁구스 語와의 分離 年代를 5127~7143년으로 보았다. 이외에도 4) 韓國語와 日本語와의 對應 語彙 약 1,700語에서, 語頭 子音에서의 42 對應 法則과 語根 末 子音에서의 49 對應 法則을 세웠다.
위에서 李 교수의 업적에 대하여 대충 말하였으나, 위 李 교수의 論著를 읽는 동안 선뜻 납득이 안가는 것들이 있다. 이는 李 교수뿐만 아니라 讀者 여러분과 함께 생각할 문제로서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ㄱ)名稱과 分類 범주상의 문제이니, 한 名稱 속에 어떻게 그와 같은 많은 語彙를 포괄시켰느냐 하는 것이다. 그 一例를 들면, 李 교수는 圖形語의 語原 설명에서 「알맹이·동맹이」의 語根「-망」을 圖形語라고 하고 「나방이(蛾)·굼벙이(굼틀거리는「-벙」이)·아방(父)」의 「-방/-벙」까지도 이「-망/-멍」에서 변한 것(p~m의 교체)이라고 보았다. 즉「-방/-벙」과 「-망/멍」을 同根語로 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나방이·굼벙이·아방(父)」이 圖形語의 의미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차라리 접미사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방」의 경우는 「압+앙」). ㄴ) 同根 派生語群의 한계가 문제된다. 즉 李 교수가 보인 同根 派生語群 중에는 同群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 많이 들어 있다. 一例를 들면 「가르다(分)」의 語根으로 「가닥·갈래·가(胠)」에서 「(江)·길(道)·골(谷)·고을(郡)·골목·길다(長)·가운데(中)」까지 들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모두 「가르다(分)」에서 派生된 말이라면 古代 語彙가 몇 개나 되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ㄷ) 陰·陽 對立의 對稱的 意味 體系에서, 밤(夜):낮(晝), 달다(甘):싱겁다, 깨끗하다:더럽다의 對稱에서 그 對가 되는 말들이, 그 말들의 시니피앙(signifiant) 즉 音形(語形)이나 音韻과 어떠한 관련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에 이러한 것과 상관없는 의미상의 體系를 이루는 것이라면 이는 意味論에서 다룰 문제이다. ㄹ) 다음에는 音韻 대응 또는 音韻 변화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이 논저를 읽는 동안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 一例를 들면 「쉬-(休)」의 語源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쉬-(休-)」를 「가르-(分)·둏-(好)·너르-(寬·緩)」와 同源이라 보고,「쉬-(休)」는 *kol->*tVr->*nVr->sVr->sui(쉬-)의 音韻 변화의 과정을 겪은 것이라 하였다. 또 「-(並)」과 「벌기-(開)」를 同根語로 보고 pVlk(벌기-)는 kVlp(-)에서 音韻이 倒置한 것이라 보았으며, 「가르-(分)」와 「난호-(>나무-(分)」도 同源語로 보고 nVk(난호-)는 *kol-(가르-)에서 즉 語頭의 n이 k에서 변한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은 따를 수 없다. 그리고 위 B(4)에서 말한 바 42則이니 49則이니 하는 것도 보다 신중을 要할 문제로 생각된다. 하나의 音韻 法則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많은 語例와 설명상의 紙面이 요구된다. 그리고 어휘의 對應이나 音韻 對應·音韻 變化의 法則을 세우기 위하여는 音聲學의 연구에 기반을 두지 않아서는 안된다.
이상에서 李 교수의 論著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을 덧붙였다. 語源論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신중성을 要하는 것인가를 말하였을 뿐이니, 이것이 결코 李 교수의 功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것이다. 李 교수의 연구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놓았다고 할 수 없으나 한국어의 기원을 찾는 연구 방법의 틀을 보여준 의미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