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廷 玟 / 서울대 교수, 언어학
3. 선행사 받기
다음과 같은 예에서 뒤의 '그'는 앞의 '나무'를 받도록 의도되어 있다.
여기서 구조상으로보다는 의미상으로 '그'가 선행하는 주어 관계절 속의 '나무'를 받게 되는 듯하다. 다음 예에서의 '그'도 비슷하다.
위 예문의 '그 세상'의 '그'는 앞에 나온 '새로운 사회'를 받도록 의도되어 있으나 구조상으로는 맺어지기가 어렵다. 특히 예문의 '이것은'은 앞의 '실질적인 맛을 보고자 했고'에서의 '맛을 보고자 함(하는 노력)'을 받게 하려는 듯하나 구조상으로 안되고 의미상으로도 너무나 막연해 잘 맺어지지 않는 쪽이 오히려 정상이다. 예문 앞 부분의 '예술인들에게는
그들의 ...'에서 '그들'이 바로 앞의 '예술인들'을 비교적 잘 가리킬 수 있게 되는 것은 '예술인들'이 경험주라는 심층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만, 여격이 선행해도 그것을 '그'가 들어가는 대명사로 받을 수 있다. 뒤에 '자기'가 올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 때에는 선행 명사가 문장의 주어이거나 경험주 또는 단문에서의 화제어이어야만 받을 수 있다.
다음 문장에서 '그'의 사용을 더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 '그 계기'에서의 '그'가 앞의 어느 것을 받는 것이지 명확하지 않아 '그 계기'가 어떠한 계기인지 빨리 이해하기가 어렵다. '결정적으로 변천된 계기'인 것으로 짐작되나, '암시하여 주고 있다'고 하는 말과 '지적해 준다'고 하는 말과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연결이 불분명하다. 끝의 '그 중요성'의 '그'는 맨 앞의 '이 말'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문어에서 그 용례가 굳어져 가고 있는 지시사 '이'의 대명사적 용법으로서 특히 앞에 나온 화제 격 뒤에서 목적격으로 흔히 나타난다.
'는/은'이 붙은 문두의 명사구는 화제격으로서 명제 중에서는 원래 목적격의 역할을 하는 명사구다. 이 때 우리말에서는 목적격 자리는 零形일뿐 대명사를 갖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딱딱한 법규의 표현에서는 위와 같이 대명사적 '이'에 목적격 어미를 붙여 쓰는 문체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는/은'이 주어처럼 되어 있으니까 목적어가 따로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나 우리말 구조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에서 주어는 모두 생략되어 있다. 위 예 (27)에서 군더더기인 '이를'을 모두 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뺀다고 해서 잃는 것은 없다.
다음은 '그'가 문장의 화제격을 받는 경우로서 무리가 없다.
예(29)에서 '그'는 문두의 화제 '우리 대학의 문제'를 받기는 하지만 그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선행사와의 묶임 관계가 잊혀질 가능성이 있으나 구조상으로 문제가 없다.
다음 예는 대명사 아닌 명사가 이미 앞에 나온 명사와 공지시적이도록 의도되었으나 그렇게 해석이 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킨다.
이 예에서 '생모'는 새삼스러워 앞의 '여고 2년 여학생'과 같은 인물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전혀 다른 제3자인 것으로 해석된다. 주의해야 할 점이다.
다음 예는 '그것'이 앞의 어느 것을 받는지도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혼란스러운 악문 중의 악문이다.
'일을 안함'을 받는지 '일을 안하고는 돈을 벌없음'을 받는지 불확실하고, 전자를 받는다 해도 '배금주의' 운운과 논리상으로 걸맞지 않는 등 혼란스럽다. 또한 구조상으로 대명사의 선행사는 우선 명사적인 것이 바람직함은 물론이다.
4.
格 사용상의 혼란
다음 예문의 격 어미 사용을 살펴보자.
이 예문에서 '우리에게는'이라는 경험주 격 어미를 썼으면 그 뒤에 이어 '...쓰라린 현실이 놓여 있다'라고 하든가, 아니면 '우리는'이라고 화제격을 쓰고 '쓰라린 현실에 직면해 있다'라고 써야 할 터인데, 혼란스럽게 써 놓았다. 물론 제한된 시간의 압력을 받는 대입 논술문 작성의 예이지만 평소의 훈련으로 어떠한 상황 아래에서도 이처럼 비문법적인 문장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목적격 대신 도구격을 쓴 예이다.
마땅히 '머리를 쓰는 사람'이라 하든가 '머리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처격 뒤에 지정사가 옴으로써 잘못된 예이다.
'...에는'이라는 처격이 쓰였으면 지정사가 아닌 존재사가 와야만 할 것이다. 즉 '...2종밖에 없음'이라 해야 할 것이다.
다음 예에서는 목적격 대신 처격이 쓰였다.
'...점에'가 아니라 '과도기적 黨首하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라고 써야 할 것이다.
다음 예는 공동격(또는 접속) 대신 '보다'를 써 잘못된 경우이다.
'지금까지의 것과는'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5. 어색한 피동화
불필요한 피동화의 남용으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앞의 예문 (25)에서 「표현되어지곤 했다」도 '표현되곤 했다'로 충분한 것을, 피동화를 한 번 더 적용해 어색해진 예이다. 다음 예도 마찬가지다.
'제기되었고'와 '문제삼아야 했다'로 각각 바꿔야 할 것이다. 다음 예는 우리말 고유어 동사에도 피동화가 적용된 경우이다.
물론 이와 같은 피동화의 남용이 특히 文語에서 또는 공식적인 말에서 많이 나타나고 젊은 세대로 내려 갈수록 심해지는데 자연스럽게 순수한 우리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라도 외국말투 그것은 피동 구문을 피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종종 논의되어 온 바 있다. 예 하나만 더 들기로 하자.
'걸려져'가 아니라 '걸러져'라 해야 할 것이다.
6. 접속 구문상의 오류
다음 예를 보자.
'여기에 대해 개념을 정의하고 논평을 한다는 것은'이라고 문장 접속을 하든가 '여기에 대한 개념 정의와 논평을 한다는 것은'으로 '논평'과 같은 행위를 나타내는 명사인 '개념 정의'와 명사구 접속을 해야 한다. 다음도 미묘한 접속상의 잘못이다.
이는 '무대 경험이
풍부하고 경력이 화려하다'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다음도 비슷한 예이다.
'극적'이 '극적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음도 접속상 어색한 문장이다.
위의 '가정할 수 있다'가 '가정해 보는 일이다' 등으로 바뀌어야 화제부와 어울릴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대칭 술부와 관련된 구문으로서 모순처럼 보이는 경우이다.
최소한도 '부모
가까이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음 예도 접속상의 명사구와 문장의 접속이 혼란된 경우이다.
'부실 기업보다는'으로 시작하면 뒤에도 명사구가 이어져야 하나 문장이 뒤따르고 있다. 다음 예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과' 앞의 명사구와 '60여 개국에서 인정받은'이 접속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접속상의 오류가 가장 흔한 유형의 오류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의 유형이 더 있으나 커다란 유형들은 대체로 취급되었다고 본다. 구문상의 오류 유형 중에는 언어의 변화상의 과도기적 현상인 경우가 있고 단순한 언어 사용의 훈련 부족인 경우가 있다. 그 어느 쪽이든 현 시점에서 가장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구문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민이 다같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흡하지만 이로써 일단 이 글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