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翊 燮 / 서울대 敎授, 國語學
1.
어떤 언어이든 方言이 없는 언어는 없다. 우리는 흔히 文明國은 표준어 교육이 철저히 잘되어 方言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가령 영국에 school과 같은, 土俗語도 아닌 文明語에조차 '스쿨'이라는 표준 발음 이외에 '스쿠', '스퀴', '스퀼', '스키얼', '스캐울' 등 여러 가지 사투리 발음이 있다든가, 미국에도 잠자리를 가리키는 단어로 표준어 dragon fly 이외에 darning needle, mosqito hawk, spindle, snake feeder, snake doctor, snake waiter 등의 여러 方言形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이해 한다.
어떤 언어 집단이든 완전히 同質的(homogeneous)이기는 어렵다. 가령 한국어라고 하면 자칫 우리나라 어느 지역, 어느 계층에서나 동일한 모습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같은 한국어이면서도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燮種이 있다. 지역에 따라 그 지역 특유의 말이 있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世代 差에 따라, 性別에 따라, 직업에 따라, 또 사회 계층에 따라 얼마간씩 말이 달라진다. 이처럼 한 언어 안에서의 燮種을 方言이라 하거니와 어느 언어 집단이든 이러한 燮種, 즉 方言이 없는 일이란 없다.
언어 연구는 이러한 언어 내의 方言 差를 무시하고, 그 모든 方言에 공통되는 요소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표준어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가령 '현대 국어의 格助詞 硏究'라는 제목의 논문은 대개 표준어만을 대상으로 하기가 쉽다. 方言의 존재를 무시하고 표준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오히려 언어 연구의 主流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언어 연구는 궁극적으로 언어의 모든 현상을 그 대상으로 하여야 하는 만큼 方言도 자연히 그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언어를 同質的인 것으로 보고, 가령 표준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 연구는 언어학의 一面일 뿐인 것이다. 더구나 方言에 눈을 돌림으로써 얻어지는 利得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준어라는 좁은 세계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놀라운 世界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의 視野를 넓혀 주고 언어학의 幅을 넓혀 온 것이 바로 方言이었던 것이다.
2.
方言에 대한 관심은 우선 그 자료 정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방언 연구가 아직 方言學(dialectology), 또는 言語 地理學(linguistic geography)의 이름으로 행해지기 이전에도 여러 나라에서 비전공자에 의해 方言 資料集들이 간행되었는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發想이었다고 여겨진다. 우선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정리하여 책으로 간행한다는 것은 方言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차적인 작업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方言 資料集은 전공자에 의해서 더 본격적으로, 또 더 정밀하게 이루어지지만 비 전공자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門戶가 널리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石宙明의 「濟州島 方言集」(1947)을 비롯하여 박용후의 「제주 방언 연구」(1960), 그리고 최근 金履淶의 「平北 方言辭典」(1981)에 이르기까지 이 방면의 훌륭한 업적들이 비전공자들의 손에 의해서도 많이 이루어져 왔다. 특히 이러한 자료집들은 대부분 자기 고향의 방언, 그 중에서도 새로운 文物에 밀려 死語化해 가는 고향 방언을 깊은 愛情을 가지고 수집하여 놓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비전공자임으로써 가지게 되는 약점을 보완하고도 남는 장점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방언 자료의 수집 정리는 일차적으로 국어학자의 일이요, 그 중에서도 방언학자의 일이지만 이 방면으로 뜻이 있는 사람이면 비전공자이더라도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전공자를 위해서보다는 지금까지 뜻은 있었으나 그 방법을 몰라 선뜻 방언 연구에 다가서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몇 가지 간단한 방언 조사 방법론을 설명코자 한다.
그동안 필자는 꽤 여러 차례 방언 조사 방법론에 관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方言 資料의 수집 方法」(1979), 「方言 調査 質問紙의 質問法에 대하여」(1983)가 그 대표적인 것이며, 또 더 종합적인 것으로 拙著「方言學」(1984)의 제 3장 「調査 方法」이 있다. 이 글의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위의 글들의 내용과 얼마간씩 중복될 것이지만 되도록 전문적인 이야기를 피하고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3.
방언 조사의 가장 중요한 道具는 質問紙(questionnaire)일 것이다. 방언 조사에 臨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質問紙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어 방언의 조사를 위한 質問紙는 오랫동안 小倉建平의 것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가 근래에 와서 훨씬 改善된 것들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중 하나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쓴「韓國 方言 調査 質問紙」로서 拙著「嶺東 嶺西의 言語 分化」(1981)에 부록으로 들어 있다.
종래의 질문지는 으레 '하늘, 해, 별, 바람' 등의 天文 및 地理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配列이 현지에 가서 조사하기에 적합치 못한 면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중세 국어에서
'ㅸ, ㅿ, ' 등을 가졌던 단어들을 비롯하여 옛 문헌에 나타나는 古語들에 편중되는 흠을 가지고 있었다. 방언에서 옛 문헌에 나타나는 古形의 殘滓를 찾아내는 것을 방언 조사의 일차적 목표로 삼은 데서 연유된 것이겠지만, 오늘날 보면 그것이 질문지를 편협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일례로 '진달래, 철쭉' 등처럼 우리가 평소 다양한 方言形을 접할 수 있는 항목들조차 小倉建平의 질문지에서는 제대로 다루어져 있지 않았다.
질문지에 어떤 조사 항목을 넣느냐에 따라 방언 조사의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남들이 돌보지 않던 것 중에서도 의외로 흥미 있고 값있는 결과를 보여 주는 항목들이 있다. 필자는 우연히 端午節 무렵 鞦韆을 뛰면서 환호를 지르는 소리를 필자 질문지의 항목으로 넣게 되었는데, 이것이 강원도를 劃然히 '춘천이여' 지역과 '우두구네'의 지역으로 兩分하는 결과를 보여 줌을 발견하고서 그야말로 환호작약하였던 일이 있다. 이런 큰 成果를 주는 항목으로는 아이들에게 재롱을 시키면서 하는 말인 '곤지곤지'를 비롯하여 '목말, 새총, 호드기(버들피리), 썰매(얼음 위에서 타는), 두레, 쟁기, 솔가리, 철쭉, 청미래덩굴' 등 상당히 있었다. 이런 항목들은 앞 분들의 질문지에서는 다루지 않던 것들인데, 필자는 이런 항목들이 그 方言形이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그 分布가 方言 區劃에 큰 몫을 함을 발견하고, 새 조사 항목의 발굴이 방언 조사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은 바 있다.
평소 국어에, 특히 자기 고장 말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것에서 재미있는 方言 分化가 일어나는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흥미 있는 方言形들이 이미 旣存의 질문지에 조사 항목으로 올라있는지 아닌지를 방언사전이나 방언 자료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조사 항목으로 올라 있으면 그 方言形이 어느 다른 고장에서도 발견되는 형태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만일 아직 올라 있지 않았으면 그때부터 그 항목을 자기의 질문지에 올려 다른 고장에서의 方言形은 어떤지를 조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방언학자가 되지 않을 사람으로서는 남의 고장까지 다니면서 방언 조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자기 고장의 방언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에 몰두할 것을 필자는 권하고 싶다. 질문지는 앞에서 말한 필자의 것을 우선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필자의 것과 전체적으로 틀을 같이 하는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의 「韓國 方言 調査 質問紙」(1980)를 참조하여도 좋을 것이다. 前述한 대로 여기에서 빠진 것은 스스로 추가해 가면서 충실을 期할 수 있을 것이다.
4.
방언 조사에서 提報者(informant)를 올바르게 選別하여 써야 한다는 점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무엇보다 그 고장의 토박이라야 제보자의 자격을 가진다. 적어도 부모代에서부터 그 고장에 뿌리를 내린 사람이라야 할 것이다. 흔히 제보자의 나이도 어느 한 世代로 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전통 방언학에서는 生業이 농업인 사람일 것도 제보자의 한 要件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만일 자기 고장의 방언을 조사하는 경우에는 제보자의 選定은 그리 까다롭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이미 조사자가 그 고장 方言을 상당히 熟知하고 있을 것이므로 반드시 어느 한두 제보자에게만 의존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보자의 조건을 엄격히 해야 할 경우는 대개 2~3일, 길어야 5~6일 한정된 기간 내에 한 지역의 방언 조사를 마쳐야 할 경우다. 넉넉한 기간 붙박이 조사자로서 방언 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이 사람 저 사람한테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토박이가 아닌 부적격한 제보자에게서 얻어지는 잘못된 情報는 조사자 스스로가 상당한 부분까지 가려낼 수 있을 것이 때문이다.
필자는 전문적인 방언 조사이든 비전문가에 의한 방언 조사이든 조사자가 그 방언의 토박이인 상태가 理想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외부인이 2~3일의, 또는 4~5일의 짧은 기간 동안에 마쳐 버리는 방언 조사에 비해 토박이 조사자에 의한 방언 조사가 훨씬 충실하고 신빙성이 높은 자료를 제공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사자가 토박이라면 대개 어떤 말이 그 고장의 典型的인 方言形인지를 판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너무 자신의 판별력에 의존해서만은 안 될 것이다. 미심쩍은 것은 몇 사람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方言形이 그 고장에서 쓰이되 주로 老年層에서만 쓰이고 젊은 층에서는 쓰이지 않는다든가, 또는 여자들서만 쓰인다든가 아니면 어떤 특정 계층에서만 쓰인다면 그 사실을 어떤 略號 등을 써서 구별해 주면 자료의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통 방언학은 한 지역의 언어를 同質的인 것으로 간주하여 왔다. 즉 어느 한 方言形을 제시하여 그것이 그 지역 사람들이 두루 쓰는 方言形이라고 믿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 방언학자(또는 사회 언어학자)들은 어떤 언어 사회나 異質的임을 강조하고 한 지역 안에서도 世代, 性, 사회 계층 등에 의해 여러 變種의 말이 있음을 찾아내고자 한다. 방언사전, 또는 방언 자료집은 일반적으로 전통 방언학의 입장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가령 국어사전이 한국어를 일단 同質的인 것으로 간주하고 편찬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특수한 목적이 없는 한, 방언 자료를 모을 때에 사회 언어학자들의 방법론을 쓰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어떤 方言形의 사용상의 제약이 뚜렷하다면 할 때까지는 그 사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일은 여러 모로 유익할 것임에 틀림없다.
5.
방언 조사에 뜻이 있으면서도 이 일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하는 이유의 하나는 轉寫에 대한 공연한 공포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小倉建平 이후 우리나라 방언 자료집은 대개 로마字로 轉寫된 형태로 되어 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바보'를 'pabo'로 바꾸어 有聲音 사이에서의 無聲音의 有聲音化라는 자동적이고 기계적인 규칙을 불필요하게 반영하였을 뿐 한글로 轉寫하였을 때보다 더 정밀한 音聲 差를 보여 주는 것은 거의 없었다. 거창하게 로마字를 동원하면서 오히려 중요한 방언 특징인 聲調는 표기하지 않은 균형 잃은 轉寫를 하곤 하였다.
필자는 한글(및 音長과 聲調 부호)만으로도 우리나라 방언의 중요한 특징을 대부분 구별하여 표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반 言衆의 귀로는 判別되지 않은 미묘한 音聲 差를 한글로 구별해 적기는 어렵지만 音韻的인 對立을 일으키지 않은 그러한 音聲 差란 방언의 특징 중 매우 사소한 특징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러한 音聲的 특징을 轉寫할 능력이 없다고 하여 방언 조사를 겁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ㅐ'와 'ㅔ', 또는 'ㅡ'와 'ㅓ'의 차이라든가 'ㅚ'나 'ㅟ'의 발음 등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알고 音長 등을 잘 가려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만일 자기 고장의 방언을 조사하는 경우라면 대개의 경우 그 방언에서 對立을 일으키는 音韻들 하나하나는 구별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聲調가 音韻의 자격을 가지는 지역의 토박이라면 聲調에 대한 判別力을 갖추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자기 고장의 방언을 音韻 수준으로 轉寫하는 일은 그는 고장 토박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방언 조사에 臨하는 사람은 어느 지역의 방언을 조사하든 표준 국어의 音韻들은 모두 정확히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을 쌓도록 권하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聲調를 구별할 줄 아는 귀를 갖춘다면 錦上添花일 것이다.
音韻뿐만 아니라 形態素를 분석하는 능력도 방언 조사에 매우 필요하다. 만일 '다 그런 벱이야'라는 말을 근거로 '법'의 방언형을 '벱'이라고 하면 위험에 빠지기 쉽다. '법은 무슨 법'처럼 모음 'ㅣ' 앞이 아닐 때에는 '법'으로 실현된다면, 대표 방언형은 역시 '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되 그것이 'ㅣ' 앞에서 '벱'이 되는 현상은 달리 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꼬치지'란 말을 듣고 '꽃'을 분석해 내는 일도 틀리는 수가 있다. '꼬테서, 꼬트로'처럼 '꽅'을 基本形으로 하는 방언에서도 '꼬치지, 꼬치야, 꼬치'로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꽃'이나 '꽅'이 '꼳도 되고'라고 한다고 해서, 또 그 單獨形이 '꼳'이라고 하여 '꼳'이란 형태를 자료집에 제시하는 따위의 서툰 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명사의 경우이든 용언의 경우이든 늘 그 基本形을 바로 분석하여 제시하고, 그리고 그 基本形의 文替에서 특이한 현상이 드러나는 것은 따로 제시해 주는 정밀성이 방언 자료의 質을 높이는 데에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방언 조사 방법이 그리 어마어마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어를 분석하는 기초적인 능력만 갖추면 그 다음은 성실한 자세와 열의와 풍부한 경험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준다고 믿는다. 우선 의욕을 가지고 덤벼들 일이며, 그리고선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한걸음씩을 발전해 나가면 누구나 훌륭한 방언 조사원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많은 일꾼이 여러 지방에서 나와 귀중한 방언 자료들이 하나라도 더 수집되고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