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A 이상(以上)/A 이하(以下)와 'A 이전(以前)/A 이후(以後)'에서, A가 포함되는 뜻으로 풀이하는 게 옳으냐 포함되지 않는 뜻으로 풀이하는 게 옳으냐 하는 문제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서울 성북구 길음동 521의 16 김정식) |
답 의미 해석에 모호성을 지닌 단어들입니다. 질의의 요점이, 그 앞의 기준이 되는 말이 포함되는 뜻이냐 그렇지 않은 뜻이냐 하는 것이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처럼 쓰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앞의 말을 포함하여 '...부터 위, ...부터 아래'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흔히
와 같이 말하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60점은 합격에도 불합격에도 해당된다는, 불합리한 해석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60점 이하'는 '59점 이하' 혹은 '60점 미만'으로 표현해야 옳은 것입니다.
한편, 이 '이상, 이하'가
처럼 평가의 기준이 되는 말 뒤에 붙을 경우에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지 않고 '...보다 위, ...보다 아래' 같은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의미 구조는
와 같은 비교 표현의 구조에서도 두루 나타남을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상, 이하'가 수량, 단계 등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을 때(특히 수학이나 법적인 표현에서)에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여 '...부터 위, ...부터 아래'로 해석되고, 평가, 비교 등의 기준이 되는 말 뒤에 붙을 때는 '...보다 위, ...보다 아래'로 해석되어, 그 앞의 말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예로부터 그 뜻이 모호하게 씌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
와 같은 구조에서, '9일까지'를 뜻하느냐 '10일까지'를 뜻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전에'를 '-까지'(포함)나 '전에'(불포함)로 표현한다면 의미적인 모호성이 해소됩니다마는, 이것은 언중(言衆)에게 강요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과 같은 구조에서는, 아무래도 그 앞의 말(고려 시대 475년간, 임진왜란 7년간)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또,
에서는, '8.15'는 결국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것이니,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항복 선언이 있은 시점(時點)을 기준으로 하여, '해방 전=일제 시대'에 제정된 법률을 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도 그 앞의 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것입니다.
한편,
와 같은 구조에서는, 그 앞의 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 듯합니다.
에서, ㅂ에서는 갈 수 없는 때가 통일되기 전이니까 그 앞의 말(조국 통일)이 포함되지 않음에 비하여, ㅂ'갈 수 있는 때가 통일 당시부터이니까 그 앞의 말이 포함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에서, 대문을 잠그는 시간은 10시이므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10시 전까지이고, 10시부터는 들어갈 수 없다는 해석을 통해서도 인정됩니다. 따라서,
에서도, '50세 이전'은 49세까지를, '50세 이후'는 50대인 50세부터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보면, 현실적으로 '이전'은 그 앞의 말을 포함하지 않고, '이후'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는 의미 구조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해석은 모든 용례에 적용되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좀더 조사,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사항》
물음 타자기 활자나 간판 글자 등에서 '워'의 'ㅝ'가 'ᅻ/ㅝ' 두 가지 형태로 쓰이는 예로부터 볼 수 있는데, 어느 쪽이 옳은 것입니까? (서울 구로구 독산동 365의 51 서 정원) |
답 훈민정음의 제자(制字) 원리에 의하면, 'ㅝ'는, '一(地)' 아래 '·(天)'를 어우른 글자 ''와 'ㅣ(人)' 왼쪽에 '·'를 어우른 글자 'ㆎ'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한다면, 이 글자의 모양은 ' ㆎ'처럼 'ㆎ'의 '·'가 '' 오른쪽에 위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를 'ㅡ'옆에 놓으면 시각적으로 'ㅟ'와 혼동될 염려가 있을뿐더러, 붓으로 글씨를 쓸 때에 '·'를 세로 또는 가로로 짧게 긋게 됨에 따라 'ㅓ'의 가로획을 'ㅜ'의 'ㅡ' 위쪽으로 올리거나 아래쪽으로 내려서 쓰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ᅻ/ㅝ' 두 가지 형태가 이루어졌으니, 훈민정음 언해본에서는 올린 꼴 'ᅻ'가, 훈민정음 해례에서는 내린 꼴 'ㅝ'가 발견됩니다. 이로 미루어보면, 'ᅻ/ㅝ' 중에서 어느 쪽이 바른 꼴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자형(字形)의 선택에 있어서도 노력 절약설의 원리는 적용되는 것임을 감안할 때, 'ㅜ'의 '╷' 다음에 써지는 '╶'이 'ㅡ' 위쪽까지 올라가기보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게 빠르고 쉬우므로 'ᅻ'가 아닌 'ㅝ'로 쓰는 게 일반적인 형식입니다. 혹, 간판의 글씨 등에서 'ᅻ'로 쓰는 것은, 쓰는 이가 글자꼴에 멋을 부리느라고 그리 하거나, 또는 잘못 익힌 버릇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고로, 본 연구소 맞춤법 개정안 심의 위원회에서는 'ㅝ' 형을 취하기로 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응답자 李殷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