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물음 'A 이상(以上)/A 이하(以下)와 'A 이전(以前)/A 이후(以後)'에서, A가 포함되는 뜻으로 풀이하는 게 옳으냐 포함되지 않는 뜻으로 풀이하는 게 옳으냐 하는 문제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서울 성북구 길음동 521의 16 김정식)

의미 해석에 모호성을 지닌 단어들입니다. 질의의 요점이, 그 앞의 기준이 되는 말이 포함되는 뜻이냐 그렇지 않은 뜻이냐 하는 것이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1. '이상, 이하'가 수량이나 순서, 단계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서
ㄱ. 다섯 이상은 올리고, 넷 이하는 버린다.
ㄴ. 2천 원 이상 5천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ㄷ. 80점 이상, 89점 이하는 B학점이다.
ㄹ. 5급 이상 공무원 직명에는 '-관'을 붙이고, 6급 이하 직명에는 안 붙인다.
ㅁ. 이 승강기는 10층 이상에서 만 서고, 9층 이하에서는 안 선다.

처럼 쓰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앞의 말을 포함하여 '...부터 위, ...부터 아래'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흔히

ㅂ. 60점 이상은 합격하고, 60점 이하는 불합격한다.

와 같이 말하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60점은 합격에도 불합격에도 해당된다는, 불합리한 해석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60점 이하'는 '59점 이하' 혹은 '60점 미만'으로 표현해야 옳은 것입니다.
    한편, 이 '이상, 이하'가

ㅅ. 그것은 수준 이상의 작품이다.
    ㅅ'. 그것은 수준 이하의 작품이다.
ㅇ. 평균(점)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ㅇ'. 평균(점) 이하의 평점을 받았다.

처럼 평가의 기준이 되는 말 뒤에 붙을 경우에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지 않고 '...보다 위, ...보다 아래' 같은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의미 구조는

ㅈ. 철수는 말이 뛰는 것 이상으로 빨리 뛴다.
ㅊ. 그분은 6.25 피란 때 이상의 고생을 하셨다.

와 같은 비교 표현의 구조에서도 두루 나타남을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상, 이하'가 수량, 단계 등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을 때(특히 수학이나 법적인 표현에서)에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여 '...부터 위, ...부터 아래'로 해석되고, 평가, 비교 등의 기준이 되는 말 뒤에 붙을 때는 '...보다 위, ...보다 아래'로 해석되어, 그 앞의 말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예로부터 그 뜻이 모호하게 씌었다는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

《참고 사항》
(1) 中人以上可以語上也. 中人以下不可以語上也<論語 雍也>
(2)五尺以上不輕得息<漢書 賈誼傳>
(3) 일본 문부성(文部省)에서 1974년 3월에 편수한 '公用文의 書式과 文例'에서는, '이상'과 '이하'는 그 부속되는 숫자 등을 포함하지만, '미만'은 그것을 포함하지 않는다.
라고 풀이하였음. [응답자 李殷正]
2. '이전, 이후'도 의미 해석이 모호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도 원칙적으로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마는, 현실적으로는 '이전'과 '이후'의 성격 차이가 인정됩니다. 예컨대
ㄱ. 마감날인 10일 이전에 납부해야 한다.
ㄴ. 이 달 10일 이전에 발급한 증명서.

와 같은 구조에서, '9일까지'를 뜻하느냐 '10일까지'를 뜻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전에'를 '-까지'(포함)나 '전에'(불포함)로 표현한다면 의미적인 모호성이 해소됩니다마는, 이것은 언중(言衆)에게 강요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ㄷ. 고려 시대 이전에 세워진 건물.
ㄹ. 임진왜란 이전에 인쇄된 책.

과 같은 구조에서는, 아무래도 그 앞의 말(고려 시대 475년간, 임진왜란 7년간)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또,

ㅁ. 8.15 이전에 제정된 법률.

에서는, '8.15'는 결국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것이니,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항복 선언이 있은 시점(時點)을 기준으로 하여, '해방 전=일제 시대'에 제정된 법률을 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도 그 앞의 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것입니다.
    한편,

ㄷ. 고려 시대 이후에 세워진 건물.
ㄹ. 임진왜란 이후에 인쇄된 책.

와 같은 구조에서는, 그 앞의 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 듯합니다.

ㅂ. 조국 통일 이전에는 고향에 갈 수 없다.
    ㅂ'. 조국 통일 이후에는 고향에 갈 수 있다.

에서, ㅂ에서는 갈 수 없는 때가 통일되기 전이니까 그 앞의 말(조국 통일)이 포함되지 않음에 비하여, ㅂ'갈 수 있는 때가 통일 당시부터이니까 그 앞의 말이 포함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ㅅ. 밤 10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 없다.
(밤 10시 이전에는 대문을 잠그지 않지만, 10시 이후에는 대문을 잠근다. )

에서, 대문을 잠그는 시간은 10시이므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10시 전까지이고, 10시부터는 들어갈 수 없다는 해석을 통해서도 인정됩니다. 따라서,

ㅇ. 50세 이전의 건강과 50세 이후의 건강.

에서도, '50세 이전'은 49세까지를, '50세 이후'는 50대인 50세부터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보면, 현실적으로 '이전'은 그 앞의 말을 포함하지 않고, '이후'는 그 앞의 말을 포함하는 의미 구조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해석은 모든 용례에 적용되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좀더 조사,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사항》

(1) 본 연구소 표준어 재사정 심의 위원회에서는 '이전'에는 그 앞의 말이 포함되지 않고 '이후'에는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음.
(2) 父得以後寧<史記 倉公傳>
(3) 因著林庭賦. 王僧孺見而歎曰. 郊居以後. 無復此作<南史 劉杳傳> [응답자 李殷正]
물음 타자기 활자나 간판 글자 등에서 '워'의 'ㅝ'가 'ᅻ/ㅝ' 두 가지 형태로 쓰이는 예로부터 볼 수 있는데, 어느 쪽이 옳은 것입니까?
(서울 구로구 독산동 365의 51 서 정원)

훈민정음의 제자(制字) 원리에 의하면, 'ㅝ'는, '一(地)' 아래 '·(天)'를 어우른 글자 ''와 'ㅣ(人)' 왼쪽에 '·'를 어우른 글자 'ㆎ'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한다면, 이 글자의 모양은 ' ㆎ'처럼 'ㆎ'의 '·'가 '' 오른쪽에 위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를 'ㅡ'옆에 놓으면 시각적으로 'ㅟ'와 혼동될 염려가 있을뿐더러, 붓으로 글씨를 쓸 때에 '·'를 세로 또는 가로로 짧게 긋게 됨에 따라 'ㅓ'의 가로획을 'ㅜ'의 'ㅡ' 위쪽으로 올리거나 아래쪽으로 내려서 쓰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ᅻ/ㅝ' 두 가지 형태가 이루어졌으니, 훈민정음 언해본에서는 올린 꼴 'ᅻ'가, 훈민정음 해례에서는 내린 꼴 'ㅝ'가 발견됩니다. 이로 미루어보면, 'ᅻ/ㅝ' 중에서 어느 쪽이 바른 꼴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자형(字形)의 선택에 있어서도 노력 절약설의 원리는 적용되는 것임을 감안할 때, 'ㅜ'의 '╷' 다음에 써지는 '╶'이 'ㅡ' 위쪽까지 올라가기보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게 빠르고 쉬우므로 'ᅻ'가 아닌 'ㅝ'로 쓰는 게 일반적인 형식입니다. 혹, 간판의 글씨 등에서 'ᅻ'로 쓰는 것은, 쓰는 이가 글자꼴에 멋을 부리느라고 그리 하거나, 또는 잘못 익힌 버릇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고로, 본 연구소 맞춤법 개정안 심의 위원회에서는 'ㅝ' 형을 취하기로 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응답자 李殷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