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 속의 우리의 옛말>

杜詩諺解에 깃든 되살릴 말들(3)

李應白 / (서울大 敎授, 國語學)

■ 分類杜工部詩 卷之一
〔20〕제여곰 : 제여곰(제각기)
馬雀 바 제여곰 자리에 가거(馬雀夜各歸) (重杜解 1:38 成都府)
'제여곰'은 副詞로 '제각기'의 뜻이다.
믈 리고 제여곰 西東로 가리라(揮淚各西東) (杜解 21:31)
'제여곰'은 '제금'으로도 쓰였다.
식 품고 제곰 잇더니(抱兒別處) (東國新續三綱行實圓 烈女圓 8:26 金氏投澤)
'제여곰'은 '제각기'보다 語感이 부드러워 隨筆이나 시에 쓸 만한 말이다.

〔21〕 아라다: 아아라하다. 아스라하다(멀다, 아득하다)
中原 머러 아라도다(中原杳茫茫)(重杜解 1:38 成都府)
'아라다'는 初刊杜詩諺解에서는 '아라다'로 되어 있다.
消息은 둘히 다 아라더라(消息兩茫然)(初杜解 23:23)
現代語의 '아스라하다'는 이 '아라다'에서 脈을 끈 말이다.
    이 '아아라하다, 아스라하다'는 隨筆이나 詩 같은 데서 쓸 만한 말이다.
    그리고 '아라다'에서 派生된 副詞 '아라히'는 '아아라히, 아스라히'로 표기하여「국어생활」(2)의 p.103〔1〕에 이미 소개한 바 있다.

〔22〕 이즈다:이즈다(이지러지다)
리 장 돋디 몯얏고 (缺月殊未生) (重杜解 1:45 宿鑿石浦) 
리 두려우며 리
이즈며 (月圓月缺) (金剛經三家解 2:6) 
'이지러진 달이 東녘 하늘에 떴다'라는 글에서 '이지러진'을 '이즌'으로 쓰면 音節이 축약되면서 또 다른 느낌을 주어 詩語에 쓸 만한 말이다.

〔23〕그므록다:그무룩하다(꺼지는 듯하다)
프른 블도 그므록야 어득호미 홧도다(靑燈死分翳) (重杜解 1:45 宿鑿石浦)
'그므록다'는 '그므다'에서 온 말이다.
그  그므도록 곳블도 만나디 아니며 (竟年不遭傷寒) (分門瘟疫易解方 4)
 거의
그므다(月將盡) (漢淸文鑑 1:24)
여기에서의 '그므다'는 '界限點에 도달하다, 끝나다'의 뜻이다.
    '그므다'는 '그믈다'로도 나타난다.    
남극 노인셩이 식영뎡의 비최여셔
창상뎐이 슬장 뒤눕록
가디록 새비 내여
그물 뉘를 모다(古時調 ,鄭澈, 松江歌辭)
'그므다, 그믈다'에서 現代語 '그믐'이 派生된 것이다.
    '그므록다'의 現代語形을 '그무룩하다'로 잡은 것은 現代語에서
그무러지다(그무레하게 구름이 끼다.)
그무레하다(구름이 끼어 날이 흐리고 어둠침침하다. )
그물거리다(① 날씨가 개었다 흐렸다 하다. ② 불빛 등이 밝게 비치지 않고 꺼질 듯 꺼질 듯하다.)
그물그물(그물거리는 모양)
과 같이 '그물'로 잡은 脈을 끈 것이다.

〔24〕잇비:이삐(수고롭게)
사온나온 내  放蕩호니 잇비 조  노라(鄙夫赤放蕩 草草頻卒歲) (重杜解 1:45 宿鑿石浦)
다가  사미 잇
분별호미 永히 그츠면 (若復有人勞慮永斷) (圓覽經諺解序 57)
갓
잇비 말라(莫徒勞)(杜解 5:3)
'잇비'는 '잇브다'에서 派生된 副詞다.
사과 와 가지로 며 잇브도다(人馬同疲勞) (杜解 1:30)
잇블 곤(困) (石峯千字文 25)

'잇비'에 接頭辭 '-다'가 붙어서 動詞 '잇비다'가 생겼다.
넷 德을 朝廷ㅅ 안해셔브터 라오 잇비놋다(舊德朝中屬望勞) (杜解 22:16)

 

〔25〕야리다:하여버리다(헐어버리다, 毁損하다)
 말와미 茂盛티 아니호디 아니언마  졈으도록 녀 야리놋다(碧操非不茂 高帆終日征) (重杜解 1:46 早行)
푸른 水草가 茂盛했건만 배가 終日토록 지나다니니 그 水草가 문드러져 못쓰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경우 原詩에는 '야리다'에 해당하는 表現이 들어 있지 않지만 그리 意譯한 것이다.
破 야릴 씨라 (月印釋譜序 6)
야리며 더러이 고이 너블(損汚處廣) (圓覺經諺解上 一之二 107)
樂欄
야료(損樂欄) (杜解 21:5)
싁싁히 아래 臨샤
야리디 아니실(嚴臨下而不毁傷)(小學諺解 4:25)
'야리다'는 '여리다'로도 나타난다.
내 조샹 명셩을 여리디 말고 (自己祖上的名聲休壞了)(老乞大諺解下 43)
現代語에서 '저바리다, 저버리다' 兩形이 있으나 '저바리다'를 非標準語로 처리했기에, 이에 準하여 '야리다'의 現代語形을 '하여버리다'로 잡았다. '하여버리다'는 物質的, 精神的인 면에 걸쳐 損壞를 입힐 경우 특히 詩語로 쓸 만한 말이다.

〔26〕다:책책하다(빽빽하다)
 고기  그므레 因거늘(白魚困密綱)(重杜解 1:46 過津口)
고기
 말와매 브톗고(魚依密藻)(杜解 7:7)
'다'에서 副詞 '기, 기'가 派生됐다.
가매 기 어즈러이 담겨셰라(側塞煩胸襟)(初杜解 15:3)
기 沙界예 서료(密密蟠沙界)(金剛經三家解 2:21)
이들은 現代 表記로는 '책책이'로 하면 된다.

〔27〕날호여:날호여(늘어지게, 천천히)
혀  날호여 가미 이실 시러곰 디나가  妙處 다 보노라(幸有舟楫遲 得盡所歷妙) (重杜解 1:47 次空靈岸)
다행히 배가 늘어지게 가기 때문에 지나가는 곳의 妙한 景致를 다 볼 수가 있었다는 뜻이다.
날호여 江南의 가 집마다 보시여(慢慢的到江南沿門布施)(朴通事諺解 4)
'날호여'는 '날호야'로도 나타난다.
날호야 거러(徐步)(楞嚴經諺解 1:34)
도랏 딥고
날호야 거러 곳다온 믌 셔쇼라(杖藜徐步立芳洲)(杜解 10:8)
명아주지팡이(靑藜杖)를 짚고 천천히 걸어 꽃다운 물가에 섰다는 뜻이다.
    '날호야――날호여'는 '날회야――날회여――날회예'로까지 變轉한다.
하히 머니 나죗 미 날회야 흐르놋다(天遠暮江遲)(杜解 8:28)
날회여 간들 므서시 저프리오(慢慢的去怕甚麽)(老乞大諺解上 28)
두 매의 모딘 頭腦예 욘 노히
날회예 드리윗노니(二鷹猛腦絛徐墜)(杜解 17:10)
또 '날혹기'로도 나타난다.
날혹기 글어 리와(緩緩解下)(救急簡易方 1:59)
날혹기  리오라(徐嚥下)(救急簡易方 6:9)
'날호여'는 現代語의 '늘어져'의 指小稱 '나라져'와 脈이 통하는 느낌이 있다.

〔28〕 드위부치다:뒤부치다(번드쳐 부치다)
믌겨리 드위부치니(濤飜)(重杜解 1:49 早發)
'드위부치다'는 '드위다'의 語幹에 '부치다'가 結合된 語形의 말이다.
모 드위여 하 向야 울어러 구루매 소니(飜身向天仰射雲)(重杜解 11:16)
'드위다'는 '드위잇다-드위잊다-드위티다-드위혀다-드위다'의 類語가 있다.
어른어른 믌겴고지 드위잇놋다(閃閃浪花翻)(解杜 9:37)
네로 오매 이리
드뒤이져 덛덛디 아니 거시니(古來事反覆)(重杜解 16:18)
地軸이 爲야
드위티고(地軸爲之翻)(杜解 22:2)
 어루
드위혀리라(心可反)(圓覺經諺解上 二之一 36)
無明을
드위 고 로려 니라(欲飜無明爲明)(楞嚴經諺解 4:48)
이 '드위다' 계통의 말들은 '두우티다-두워잇다-두위잊다-드위치다-두위티다-두위다'로도 나타난다.
이스레 두우티며 비 튜믈 조쳐 니(露飜兼雨打)(重杜解 15:8)
두들겟 맨 나쇳 믌겨리
두위잇거(岸風翻夕浪)(杜解 2:18)
미
두위이즈며 돌히 며 구 氣運이 히르놋다(江飜石走流雲氣)(重杜解 6:41)
블근새
두위쳐 라오고 (赤雀飜然至)(杜解 3:11)
라 오고져 야도 라
두위티디 몯리로다(陵厲不飛飜) (重杜解 21:10)
이런 로 特別히
두위 語難오니라(故特反難也) (楞嚴經諺解 4:33)
'드위다-두위다' 계통의 말들은 '뒤잊다-뒤티다-뒤혀다'로도 나타난다.
고기 녀허 뒤이즈며 (下上肉)(老乞大諺解上 19)
뒤틸 번(翻)(類合下 56)
뒤혈 반(反) (類合下 59)
'드위부치다'의 現代語形을 '뒤부치다'로 잡은 것은 이들에 근거한 것이다.

〔29〕 봄놀다: 봄놀다(뒤놀다)
믌겨리 드위부치니 거믄 龍ㅣ 봄놀오  도니 누른 雲霞ㅣ 비취엿도다(濤翻黑蛟躍 日出黃霞映) (重杜解 1:49)
봄놀 상(翔) (訓蒙字會下 6)
봄놀 등(騰) (訓蒙字會下 9)
봄놀 약(躍) (訓蒙字會下 27)
봄놀 용(踴) (訓蒙字會下 27)
'봄놀다'는 '봄뇌다-놀다'로도 나타난다.
녀 봄뇌디 아니며 (行不翎)(內訓 1:45)
믈결 가온대셔 노손  거 도종이 닐오 주검곳 잇거든 다시
놀라 (波中忽若湓 沸者道琮曰若屍在可再沸) (二倫行實圖 36 道琮尋戶)
'봄놀다' 또는 '뽐놀다'는 詩語에 쓸 만한 말이다.

〔30〕 : 산재(오히려, 아직도, 이내)
中原에  兵亂이 解散티 몯얏니(中原未解兵)(重杜解 1:51 次晩洲)
여기에 쓰인 ''는 아직도의 뜻이다. 이런 例를 몇 개 더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 아디 못놋다(汝尙不知)(楞嚴經諺解 3:81)
나 녀 셔 믌애 왯거늘 내 죵 오히려
 나모그테 잇도다(我行已水濱 我僕猶木末)(重杜解 1:4)
다음은 오히려의 뜻으로 쓰인 例를 들어 본다.
蔡姬  親히 랑더시다(猶親嬖蔡姬)(內訓 2:27)
다음 例는 이내의 뜻으로 쓴 것이다.
沙村앳  누  어 머겟고(沙村白雪仍含凍)(杜解 9:26)

 

〔31〕젹젹:적적(조그마치, 조그마하게, 조금조금)
偏裨 술와 고기 젹젹 그지야 주고 (偏裨限酒肉)(重杜解 1:53 入衡州)
偏裨(편비, 全軍 중의 一部을 책임지는 장수, 副將)에게 술과 고기를 조그마치 制限하여 주고의 뜻이다.
슬픈 미 젹젹 다(悲風稍稍飛)(初杜解 16:51)
'적적'은 現代語의 副詞 '작작'의 指小稱에 해당하는 말로 形容詞 '적다(少)'의 語幹에 語根이 적결되는 實感 있는 表現이다. 詩나 隨筆 같은데 써서 어울릴 말이다.

〔32〕그지다:그지하다(制限하다, 限定하다)
술와 고기 젹젹 그지야(限酒肉)(重杜解 1:53 入衡州)
엇뎨 可히 南과 北과
그지리오(安可限南北)(杜解 9:7)
現代語에도 쓰이는 '그지없다-그지없이'에서의 '그지(各詞)'에 接尾辭 '-다'가 붙어서 된 말이 '그지 다'다. 그 現代語形 '그지하다'는 일반 行文과 특히 文藝文에 살려 쓸 만한 말이다.

〔33〕믌뉘누리:물누뉘리(소용돌이)
헤여디락 모락  믌뉘누리 붑괴오 기옷 솟 믌겨른 소다디여 흘러가놋다(擺闔盤渦沸 欹斜激浪輸)(重杜解 2:7 大曆三年春에 白帝城에 放船야 出瞿塘峽노라. 久居蘷府하다가 將適江陵 漂泊有時니 凡四十韻이라.)
믌뉘누리예 야로비 沐浴니 엇던 고(盤渦鷺浴底心性)(重杜解 3:34)
'물뉘누리'는 '물 +뉘누리'인 바 '뉘누리'는 '① 물살, ② 소용돌이'의 뜻이 있다.
뉘누리 단 (湍)·샹(瀧)(訓蒙字會上 5)
뉘누리 와(渦)(訓蒙字會上 5)
現代語 '소용돌이'와 함께 '물뉘누리' 또는 '뉘누리'를 文藝文에 語感이 다른 表現으로 살려 쓸 만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