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물음 漢字의 원래 音價가 '률'(率), '렬'(列)인 글자들을 어느 때는 각각 '률', '렬'로, 어느 때는 '율', '열'로, 적는지 알고 싶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박동호)


1. 국어에는 일반적으로 語頭에 'ㄹ'을 기피하는 現象이 있어 그것을 頭音法則이라 함은 周知하는 바와 같습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국어와 起源을 달리하는 漢字語는 많은 語彙가 語頭에 'ㄹ' 音을 갖는데, 그 漢字語가 국어 속에 들어왔을 때 국어의 音韻 法則(頭音 法則)에 맞추어 語頭의 'ㄹ'이 'ㅇ'이나 'ㄴ'으로 변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러한 例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양심(良心), 역사(歷史), 예의(禮儀), 요리(料理), 유행(流行), 이발(理髮)
2) 낙원(樂園), 내일(來日), 노인(老人), 뇌성(雷聲), 누각(樓閣), 능묘(陵墓)

즉, 1)처럼 '야, 여, 예, 요, 유, 이' 앞의 'ㄹ' 音은 'ㅇ'으로, 2)처럼 '아, 애, 오, 외, 우, 으' 앞의 'ㄹ'音은 'ㄴ'으로 변화되고 있는데, 그것을 표기에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現象은 'ㄹ'音이 제2음절 이하에 올 때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本音대로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3) 개량(改良), 수력(水力), 재료(材料), 급류(急流), 도리(道理), 혼례(婚禮)
4) 쾌락(快樂), 왕래(往來), 부로(父老), 지뢰(地雷), 광한루(廣寒樓), 구릉(丘陵)

2. 그런데, '률, 렬'의 경우는 이런 일반 원칙에서 약간 例外인 경우가 있습니다. 語頭에서 頭音 法則의 적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제2음절 이하에서 '모음'이나 'ㄴ'받침 다음에 오는 '률', '렬'은 그 'ㄹ'이 줄어지는 것을 인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먼저 例를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5) ㄱ. 법률(法律), 능률(能率), 출석률(出席率)
ㄴ. 기율(紀律), 운율(韻律), 비율(比率), 백분율(百分率), 전율(戰慄)
6) ㄱ. 행렬(行列), 결렬(決裂), 맹렬(猛烈), 졸렬(拙劣)
ㄴ. 치열(齒列), 분열(分裂), 치열(熾烈), 우열(優劣), 진열(陳列)

즉, 5)나 6)의 ㄱ)은 '률', '렬'이나 ㄴ)은 '율', '열'로 표기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같은 例外 規定은 '모음'이나 'ㄴ'받침 다음의 '렬', '률'이 '열', '율'로 각기 발음된다는 사실을 표준어로 認定하기 때문에 표기에도 그것을 反映한 것이라 하겠는데, 어떤 사람은 'ㄹ' 이외의 모든 받침 다음의 '률'은 '율'로 난다고 하여('출석률'도 '출성뉼' 혹은 '출성율'로) 'ㄹ'받침 이외에는 '율'로 표기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ㄴ'받침 다음만 '율'로 나는 것이 아니므로 한자 본래의 音을 살리자면 모음 다음만 '율'로 하고 모든 자음 다음엔 '률'로 쓰자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발음을 표준으로 인정하느냐가 문제되는 것으로 '출석률'이 '출성율'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인지는 의심스럽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모음'과 'ㄴ'받침 다음의 '률', '렬'만 '율' '열'로 표기한다는 규정을 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률'(率)은 독립된 단어이기 때문에 (語頭로 인정하여) 고정해서 '율'로만 적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漢字 本音대로 적어야 할 경우에, 독립된 名詞로 쓰일 수 있는 '列', '率', '律' 等은 '열', '율'로 적고 그렇지 못한 '烈', '裂' 等은 '렬'로 적어야 하는 불편이 있으므로, 그 구별하는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립된 名詞로 쓰이는 '量', '令', '力', '禮', '率', '欄'라도 접미사처럼 쓰이는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本音대로 적고 있습니다. 다음의 例가 그것입니다.

7) 강우량(降雨量), 공급량(供給量), 대통령령(大統領令), 시행령(施行令), 대관령(大關嶺), 상견례 (相見禮), 추진력(推進力), 합격률(合格率), 기입란(記入欄), 비고란(備考欄)

3.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일 것은 '릉'(陵), '랍'(拉), '뢰'(雷) 等의 表記입니다. 이들도 역시 頭音 法則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語頭에서는 'ㄴ'으로 되지만, 제2음절 이하에서는 本音('ㄹ')대로 적게 됩니다. 특히 '능'(陵)의 경우는 그 獨立性이 강하게 인식되어 제2음절 이하에서도 '능'으로 表記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表記의 혼란을 우려하여 표기의 일반 원칙에 따라 제2음절 이하에서는 '릉'으로 統一해서 적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에 그 약간의 例를 보이겠습니다.

8) 강릉(江陵), 홍릉(洪陵), 구릉(丘陵), 피랍(被拉), 낙뢰(落雷)
9) 능선(陵線), 납치(拉致), 뇌성(雷聲)
물음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는 어느 것이 맞습니까?
(경북 선산군 고아면 고아중·고등학교 교사 최순희)


    위의 두 단어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를 意味하는 말로 모두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단어 중 어느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은 표준어에 관련된 문제입니다만 현재 표준어에는 이에 대한 言及이 없으므로 일단 사전을 판단의 근거로 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개의 사전에서는 '안절부절못하다'는 표제어로 올려져 있으나 '안절부절하다'는 아직 사전에 올려져 있지 않으므로 前者가 맞는 걸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안절부절못하다'는 원래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모양'을 통해서 그 뜻(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나타내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안절부절'이 점차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모양'인 것으로 생각되면서 '안절부절하다'가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주책없다'가 '주책이다'로 사용되는 것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혼자서는 장군이 못된다'는 표현으로는 '독불장군(獨不將軍)이다'는 것이 맞는 것이나 '독불장군없다'는 표현도 많이 쓰이는 바, 이것도 같은 類型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