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詩諺解」에 깃든 되살릴 말들(2)


李 應 百 / (서울大 교수, 國語學)

■ 分類杜工部時 卷之一

[11] 보다:보미다(녹슬다)
 風水ㅅ氣運에  날히 보엿도다(風水白刃澁) (重杜解 1:22 龍門鎭) 
'녹'은 '錄'으로 '녹슬다'는 금속이 酸化해서 빛이 변한다는 뜻이다.
 雲霧ㅅ 비예 銀印이 보니(霧雨銀章澁) (杜解 20:10) 쇠 보 (鉎), 쇠 보 슈(銹)(訓蒙字會 下 15) 
'보'는 '보믜'로도 쓰였다.
 壁上에 걸린 칼이 보믜가 나단말가(古時調 金振泰)   셔셔 늙고 드 칼 보믜거다(古時調 柳赫然) 
'믭다>밉다'에서 '보>보믜>보미'의 과정을 밟아 現代 語形을 보미(名詞), 보미다(動詞)로 잡을 수 있다. 현대어 '녹슬다'가 '漢字語+固有語'形임에 비해 '보미다'는 순수한 固有語라는 데 매력이 있다.
'보미―보미다'는 '띠―띠다, 신―신다'와 같은 構造의 造語法이다
古語에서 '보―보믜'가 現代語 '보늬'의 뜻으로 쓰인 同形 異義語라 하겠다.

[12] 리다:차리다(정신 차리다, 찾다)
 하히 고 어야 비치 업스니 뫼히 먼 길흘 리디 몯리로다 (天寒昏無日 山遠道路迷) (重杜解 1:23 石龕)  
하늘이 차고 어둠침침하여 햇빛이 없으니, 山이 먼 곳에 있어 길을 분간(分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곧 길을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범과 일히히 무덤 여러 주거믈 먹거늘 내 사예 나 림 몯야 간대로 다니(月印釋譜 10:25)  
범과 이리들이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꺼내어 먹으니 내가 그러한 사이에 나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함부로 뛰어다니더니의 뜻이다. 여기에 나온 '림'은 '리다'의 名詞形으로 '정신 차림'의 뜻이다.
 임의 라 여 리믈 더욱 졍히 야 (旣長辨析益精) (二倫行實圖 48)  
이미 자라서는 事物을 가리어 分別함을 더욱 정밀하게 하여의 뜻이다.

[13] 구위:구이 (官, 官家, 官廳)
 구위 爲야 됴 삸대 采取야 다  梁과 齊예 바티놋다(爲官采美節 五歲供梁齊) (重杜解 1:23 石龕)  
官家를 위하여 훌륭한 활의 살대를 採取하여 5년 동안을 梁과 齊에 바치도다.
 구위와 아 창름이 다 풍실더라(公私倉廩俱豊實) (杜解 3:61)  
官家와 사삿집의 곳집이 다 곡식이 豊盛하게 그득 차 있더라.
'구위'가 官家인 동시의 '公私'의 '公'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구윗 구위예 도로 보내요로브터(自從官馬送還官) (初杜解 25:40)  
관가의 말을 官家에 도로 보냄으로부터의 뜻이다.
'구위'는 '구의, 구이'로도 쓰였다.
 구의예 오미 쉰나리 몯호(到官未五十日) (杜解 25:36)
  구의 주검을 검시고(官司檢了屍) (老乞大諺解上 25)  

官家가 시체를 맡아 檢屍하고의 뜻이다.
 구의 공(公) (訓蒙字會 中 1, 類合 上 17, 石峰千字文 23)
 집안히 쇡쇡야 구이 더라(家中凜如公府) (三倫行實圖 31)  

집안이 찬 기운이 나 官廳과 같더라.
'公'이 '구의'에서 '구이'로 변한 것을 六堂의 新字典(1:13)에도 '官名 三公 구이'라 한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종래 書堂에서는 '公'을 아예 '귀 공'이라 했으니 이로 미루어
    구위>구의>구이>귀
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귀'는 '耳'와 혼동이 될 우려가 있기에 '구이'로 語形을 잡아 '官·官家·官廳'을, '구이' '官物'을 '구잇것'이라 함도 試圖해 봄직한 일이다.

[14] 잡쥐다:잡쥐다(잡아 쥐다, 잡아 부리다, 牽制하다)
 심히 니로 고 삸대 盡야 잡쥐여 몌 充數 거시 업세라 다(重杜解 1:23 石龕)  
심하게 이르기를 곧은 화살대가 다 소비되어 잡아 쥐어 쓰는 데 수효를 댈 수가 없구나 한다.
 히미 세여 可히 잡쥐 몯니(力强不可制) (杜解 17:7)  
힘이 세어 가히 牽制하지를 못하니의 뜻이다.

[15] 시름외다:시름되다(걱정되다, 근심되다)
  부 수픐 소리 섯것고 시름왼 히 양 改變놋다(颼颼林響交 慘慘石狀變) (重杜解 1:23 積草嶺)  
바람이 우수수 부는 소리와 수풀이 울리는 소리가 섞어 나고, 근심된 듯 돌의 모양이 변했도다.
 심름왼  므리 잇니(愁邊有江水) (杜解 12:40)  
'시름외다'는 '시름도외다'로도 나타난다.
 긴 졋소리 뉘 能히 시름도왼 들 亂오니오(長笛誰能亂愁思) (重杜解 11:7)  
길게 울리는 젓소리는 누가 能히 근심된 뜻을 어지럽히는가.
'시름외다'는 '심름+외다'로 다음과 같이 변했다 하겠다.
시름외다→시름도외다→시름되다

[16] 술윗:수레나룻(수레채)
 뎌른 술윗 도다(如短轅) (重杜解 1:27 木皮嶺)  
'轅'은 ① 訓學字會(中 26)에서 '원'이라 했고, '輈'는 '머리 듀'라 했다. ② 說文에는 '轅, 輈也, ㅆ車袁聲'이라 하여 轅과 輈의 뜻을 같게 보았고, 池錫永의 ③ 字典釋要에서도 訓을 다 같이 '멍에채'이라고 했다. 그런데 六堂의 ④ 新字典에서는 轅은 '멍에', 輈는 '車轅 수레채'라 하여 혼동을 일으키게 했다. 이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轅 ①  ②=輈 ③ 멍에채 ④ 멍에
    輈 ① 머리 ②=轅 ③ 멍에채 ④ 수레채
②, ③은 공통되므로 제쳐놓고, ①과 ④를 견주어 볼 때 ''의 뜻이 '멍에'냐 '수레채'냐 하는 것이 명확하게 판별이 안 된다. 왜냐하면 訓蒙字會에서 '머리 '이라 한 '軛'의 訓이 字典釋要나 新字典에서는 다 같이 '멍에'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中國 文獻에서의 견해는 어떠한가. '句讀'란 책에 '轅直而輈曲, 轅兩而輈一, 轅施之大車以駕牛, 輈施之小車以駕馬'라
했다. 轅은 곧고 輈는 구부러졌는데, 轅은 둘이고, 輈는 하나며, 轅은 큰 수레에 施設하여 소에게 메고, 輈는 작은 수레에 시설하여 말에게 멘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轅은 달구지(牛車)에서처럼 수레의 양쪽에서 멍에에 이르는 긴 채(수레채)이고, 輈는 馬車에서처럼 말의 목덜미에 메는 굽은 멍에를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轅의 끝을 가로 이은 곧은 나무는 소가 메는 멍에로 이것이 바로 액(軛)이다.
'수레채'는 현대 국어사전에서는 '끌채'의 사투리로 잡았는데, '끌채'는 '멍에 목에 가로 대도록 만든 긴 채'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수레채'란 말이 新字典 같은 데서 이미 쓰였고, 그 말 앞에 붙은 '수레'란 말로 쉽사리 수레에 붙어 있는 긴 채라는 것을 연상할 수 있어 그대로 살려 쓸 만하다.
'수레채'에 해당하는 '수레나룻'은 詩語로 씀직한 말이라겠다.

[17] 간대로:간대로(망령되이, 함부로)
 됴 새 간대로 디 아니고 햇 사 半만 깃야 사놋다 (好烏不妄飛野人半巢居) (重杜解 1:31 五盤)  
좋은 새는(화살에 맞을 염려가 없으므로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어) 함부로 날지 아니하고, 들에서 사는 사람은(섶이나 나무를 그러모아 생활 터전을 마련하였으므로) 반쯤 이룩된 집에서 살도다.
 울며 외요 간대로 보아(妄見是非) (金剛經諺解上 16)  
옳고 그른 것을 (어떠한 主見 없이) 망령되이 보아란 뜻이다.
 노름노리 간대로 고(遊戱無度) (呂氏鄕約諺解 9)  
여기서의 '간 대로'는 '節度 없이'의 뜻이 된다.
 내 엇디 敢히 간대로 니리오(我怎麽敢胡說) (老乞大諺解上 16)  
여기서의 '간 대로'는 '되는 대로'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렇게 '함부로, 망령되이 節度 없이'의 뜻으로 쓰인 '간 대로'란 말은 日常 口韻 言語에서보다는 글로 적을 때나 詩語로서 살려 씀직한 말이다.

[18] 저프다:저프다(두렵다)
 瞿塘 디나뇨 브로 드르며 大庾 건너뇨 해 보앗건마 모미 도록 어려운 디나뇨매 저푸 예로브터 혜요리라(飽聞經瞿塘 足見度大庾 終身歷艱險恐懼從此數) (重杜解 1:32 龍門閣)  
瞿塘峽(구당협)을 지나다닌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실컷 들었으며, 大庾嶺(대유령)을 건너다니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많이 보았건마는 목숨이 다하도록 어려운 곳을 지나다니는 것이 두렵다는 것을 이 龍門閣에서부터 헤아리리라.
'저품'은 '저프다'의 名詞形으로 '저폼'으로도 쓰였다. 현대어형으로 바꾸면 '저픔'이 된다.
 時節에 딜가 저프니(恐後時) (杜解 4:26)  
時節에 뒤떨어질까 두려우니의 뜻이다.
 이 됴 활이면 므슴 혀기를 저프리오(是好弓時怕甚麽扯) (老乞大諺解下 28)  
이 좋은 활이면 무슨 당기기를 두려워하리요.
 창굼그로 여어볼가 저페라(又怕窓孔裏偸眼兒看) (朴通事諺解中 18)  
창구멍으로 엿볼까 두려워라.
이들 '저프다―저픔―저페라'는 語根 '젛(恐)'에 접미사 '브'가 붙어서 된 말들이다.
저프다'의 語根 '젛'에서 '젛다→저타, 젛도다→저토다, 젛디→저티, 젛어→저허, 젛어다→저허다, 젛옴→저홈, 젛움→저훔, 젛이다→저히다'와 '젛와→젓와' 같은 表記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① 저타:저어하다(두려워하다)
눈과 서린가 저코(懼雪霜) (杜解 6:48)
② 저토다:저어하도다(두려워하도다)
泥滯야 寸心을 잇블가 저토다(恐泥勞寸心) (杜解 15:3) 막혀서 寸心을 수고롭게 할까 두려워하도다.
③ 저티:저어하지(두려워하지)
놀라디 아니며 두리디 아니며 저티 아니면(不驚不怖不畏) (金剛經諺解上 77)
④ 저허:저어 (두려워하여)
우 소릴 모딘 버미 드를가 저허 (啼畏猛虎聞) (杜解 1:12)
⑤ 저허다:저어하다(두려워하다)
오히려 일흘가 저허띠니라(猶恐失之) (論語諺解 2:38)
⑥ 저홈·저훔:저어함(두려워함)
모 놀람과 저홈 업거지다(無諸驚懼) (禪宗永嘉集諺解下 140)
決定히 저훔 업스시미라 (決定無畏) (圓覺經諺解上 二之二 96)
⑦ 저히다(威脅하다)
브러 저히샤 살아자시니 (故脇以生執) (龍飛御天歌 115章)
⑧ 젓다:젓삽다(두려워하옵다)
젓와 오라록 몯 나오라(怵惕久未出) (杜解 1:1) 惶恐하와 오래도록 못 나오도다.

'젓나와'의 '젓'은 '젛'의 'ㅎ'이 'ㅅ'으로 바뀐 것이요, '저히다'는 'ㅎ'이 살아난 것이며, '저어하다'는 'ㅎ'이 弱化한 것이다.
'저프다, 젓사와, 저히다' 등은 時語로 살릴만한 말들이요, 특히 '젓사와'는 先人들의 경우처럼 편지 글에 愛用할 말이다.

[19] 숫두워리다:수떠리다(떠들썩하다)
 숫두워리 일홈난 모 히로소니(喧然名都會) (重杜解 1:38 成都府)  
떠들썩하는 이름난 都會地니의 뜻이다.
 小人 甚히 숫두워리다(小人苦喧闐) (杜解 1:18)  
'숫두워리다'는 '숫두어리다―숫워리다―숫어리다'로 나타나고, 한편 '수다―수워리다―수어리다' '수우다―수우워리다' '수다―수워리다' '수으다―수으어리다'로도 나타난다.
숫두어리다:숫두어리다(鬨然) (語錄解 16)
숫워리다: 峽 가온셔 숫워려 붑치놋다(峽中喧聲鼓)(杜解 12:41)
숫어리다:토와 沐浴야 짐즏 서르 숫어리다(爭浴故相喧) (重杜解 10:6)
수다:近間에 드르니 詔書ㅣ려 都邑에셔 수니(近聞下詔暄都邑) (初杜解 17:29)
수워리다:수워려 늘그리 慰勞다(喧鬧慰衰老) (初杜解 22:3)
수어리다:엇뎨 져비 새 수어리미 업스리오(寧無燕雀喧) (初杜解 21:10)
수우다:개예 울엣 소리 어제 바 수우니 (江浦雷聲喧昨夜) (重杜解 3:47)
수우워리다:富貴예 갓 머리 돌아보라고 수우워려 토 해 채쳐 가 게을오라(富貴空回首 喧爭懶著鞭) (重杜解 20:8)
수다:짓 버리 수놋다 (蜜蜂喧) (初杜解 21:6)
수워리다:萬方이 슬허 수워리니(萬方哀嗷嗷) (初杜解 22:48)
수으다:고지 더우니 짓 버리 수으놋다(花暖蜜蜂喧) (重杜解 21:6)
수으어리다:黃牛ㅅ峽엣 므리 수으어리다(黃牛峽水喧) (重杜解 11:49)

위의 '숫---수'는 현대어의 '수선스럽다, 수선떨다'의 '수선'과 脈을 같이 하는 語根이고, '숫두'의 '두'는 현대어의 '떠들다'의 '떠'에 맥이 이어졌다고 하겠다.
따라서 '숫두워리다----숫두어리다'는 '수선스럽게 떠들썩하다'는 뜻으로 現代語形을 '수떠리다'로 잡아 본 것이다. 이것도 文章, 특히 詩에 씀직한 말이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