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속담(Ⅰ)

우리의 소중한 언어 문화 가운데 속담이 있다. 속담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민중들의 슬기가 한데 어우러져 형성된 말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어느 속담집 머리말은 속담을 '말의 꽃'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일찍부터 우리의 선인들은 속담을 수집 정리하기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선 성종 때의 사람인 성현(成俔)의 「慵薺叢話」를 비롯하여 홍만종(洪萬宗)의 「旬吾志」, 정약용(丁若鏞)의 「耳談續纂」, 조재삼(趙在三)의 「松南雜識」등에 속담이 수집되어 있고, 금세기에 들어와서만도 최 원식(崔瑗植)의 「朝鮮俚諺」(1913), 김상기(金相冀)의 「朝鮮俗談」(1922), 방종현·김사엽(方鍾鉉·金思燁)의 「俗談大辭典」(1940), 이기문(李基文)의 「俗談辭典」(1962), 「韓國의 俗談」(1976), 한국민속학회 편「韓國俗談集」(1972) 등 이 방면의 역저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속담은 속담집 안에만 있어서는 하나의 진부한 관용적 표현일 뿐이요, 시든 꽃에 불과하다. 속담은 속담집 안에서가 아니라 실제의 언어 생활에 사용될 때 보다 싱싱하게 피어나는 꽃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여기에 속담을 연재하려는 뜻도 정확하게 속담의 뜻을 익혀 실생활에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언어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자는 뜻에서이다.

이번 호는 「국어생활」창간호인 점을 고려하여 주로 말과 관계되는 속담을 골라 보기로 하겠다.
    말은 흔히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사실 말만큼 손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문자 생활이 그렇게 보편화되지 않았을 무렵의 일반 민중에게 있어서는 입말이 의사소통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속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속담의 속뜻은 속 시원하게 말하라는 것인데, 같은 뜻으로 벙어리 속마음은 제 어미도 모른다는 것이 쓰이기도 한다. 굿판에서 무당이 죽은 사람의 뜻이라 해서 대신 말하는 것을 공수라고 하는데 이것에서 나온 속담으로 죽어서 넋두리도 하는데라는 것이 있다. 이 속담 역시 하고 싶은 말은 속 시원히 다 하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앞에서 말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할 때 매우 편리한 도구라고 했는데, 말의 효용이 그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뽑는 기준을 身言書判이라 해서 언사(言辭)의 변정(變正)을 두 번째로 꼽기도 했다지만, 실제로 말은 처세(處世)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가린다는 속담은 누구나 익히 알고 또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지만 음식으로 대접할 것을 말로 때울 때 약간은 빈정대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로 온 동네를 다 겪는다는 속담도 말을 잘하면 처세에 유리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글 잘하는 자식 낳지 말고 말 잘하는 자식 낳으랬다는 속담이나 힘센 아이 낳지 말고 말 잘하는 아이 낳아라는 속담도 말과 처세의 관계를 나타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말 잘하는 것이 처세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극단적으로 나아가면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낫다, 혹은 거짓말이 오려논(*올벼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는 속담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세상에는 콩을 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순진한 사람들도 있다지만 거짓말도 경우와 정도의 문제일 것이다.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항용 삶은 무우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이치에 닿지 않는 말)를 해서야 정작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한들 말하는 남생이(*별주부전에서 유래된 속담으로, 믿을 수 없는 말, 또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이름) 취급받기 십상일 것이다. 그리하여 속담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거짓말하고 뺨 맞는 것보다 낫다고 가르친다.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이 덕목(德目)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여기에 새삼스럽게 강조한다면 여든에 이 앓는 소리(*너무나 당연해서 신기할 것이 하나도 없음을 빗댄 말)밖에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