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임동훈 국립국어연구원
신문에서 가끔 “○○○ 있음에 (한국 축구 앞날 밝다)”와 같은 표현을 본다. 그럴 때마다 한편으로는 그 표기가 눈에 익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딘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 널리 불리는 노래말에도 ‘그대 있음에’가 있듯이 ‘-음에’라는 표현이 그리 낯설지 않지만 혹시 이 표현이 “○○○ 있으매”의 잘못이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 있음에 (한국 축구 앞날 밝다)”에서 ‘-음에’는 뒷말에 대한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기능을 한다. 이 표현을 읽는 사람들이 종종 “왜 한국 축구가 앞날이 밝다고?”라는 질문을 연상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 있음에’는 ‘○○○ 있기에’나 ‘○○○가 있어’, ‘○○○가 있으니(까)’ 정도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에’가 이러한 의미를 나타내는 것일까? ‘-음에’는 명사형어미 ‘-음’과 부사격조사 ‘에’가 결합한 말이므로 부사격조사 ‘에’가 이러한 의미를 나타내는지를 살피는 것이 ‘-음에’의 의미를 따지는 길이 된다. 그런데 조사 ‘에’는 “바람에 쓰러진 나무”나 “빗소리에 잠을 깨다”처럼 원인을 나타내는 용법을 가지지만 ‘○○○ 있음에’와 같이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기능이 없다. 원인이 어떤 일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면 이유는 어떤 일이 생기어 나는 바탕으로 이해된다. “○○○ 있음에 (한국 축구 앞날 밝다)”에서 ‘○○○ 있음에’는 ‘한국 축구 앞날 밝다’라는 사태를 일으키는 것이라기보다 그러한 사태가 생기어 나는 바탕이라고 할 때 ‘-음에’가 원인의 용법을 가지는 ‘에’를 포함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 있음에’에서 ‘-음에’가 명사형어미 ‘-음’과 부사격조사 ‘에’로 이루어진 말이 아니라면 이 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으매’라고 생각된다. 즉 ‘있음에’는 ‘있으매’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으매’는 “나라가 있으매 우리가 있다”나 “물이 깊으매 고기가 모이고 덕이 높으매 사람이 따른다”처럼 쓰이는데, 이때 ‘-으매’가 이끄는 앞절의 내용은 뒷절 내용의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어 “○○○ 있음에 (한국 축구 앞날 밝다)”에 쓰인 ‘-음에’의 기능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 있음에’가 ‘○○○ 있으매’의 잘못임을 보이는 근거는 또 있다. 원인의 용법으로 쓰이는 부사격조사 ‘에’는 그 앞말로 문장이 오지 못하고 명사구만 올 수 있는 데 비해 연결어미 ‘-으매’에는 이러한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제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가 결합하여 앞말이 문장임이 분명히 드러난 “비가 왔으매 강물이 불었으리라”와 같은 표현은 “비가 왔음에 강물이 불었으리라”처럼 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 있음에 (한국 축구 앞날 밝다)”는 “○○○ 있으매 (한국 축구 앞날 밝다)”로 고쳐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있음에’가 옳은 표기라는 반론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반론은 다음과 같다. “‘-음에’는 연결어미 ‘-기에’와 마찬가지로 명사형어미에 ‘에’가 결합한 구조로서 구조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기에’가 표준으로 인정되듯이 ‘-음에’ 역시 표준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에’와 달리 ‘-음에’는 그동안 사전 표제어로 수록되지 않았다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기에’가 사전 표제어로 오른 것은 명사형어미 ‘-기’와 부사격조사 ‘에’의 규칙적인 결합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에’ 특유의 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면에 ‘-음에’는 이미 ‘-으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기에’처럼 새로운 어미로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