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쓰기
민현식 / 숙명여자대학교
[1] 피동 표현의 남용요즈음 우리의 글들을 보면 ‘되다’를 너무 남용하고 있다. ‘되다’는 능동 의미의 ‘하다’에 비해 피동 의미를 보이므로 ‘되다’가 글에 많으면 ‘하다’에 비해 피동적 느낌을 준다. 문법론에서 ‘-게 하다’는 사동 구성으로 보고 ‘-게 되다’는 피동 구성으로 보는 것도 ‘되다’의 피동 의미 때문이다.
‘되다’의 범람은 국어보다 피동 표현이 발달한 영어의 피동 구성 <be 동사 + 과거분사> 구문을 번역하다 보니 자연히 ‘되다’를 선택한 것이 한 원인으로 본다. 또한 피동사가 제한적인 국어와 달리 대부분의 동사가 피동형을 갖는 일본어에서 일본어 피동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되다’가 자연히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되다’는 옛말 ‘다’가 ‘다 >외다 >되다’의 과정을 거쳐 변한 말로 우리말에서도 잘 쓰여 온 것이라 번역체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언어 예법에서 남에게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려는 공손 어법의 미덕이 우리에게 발달한 것과도 관련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령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 자신의 견해를 당당히 표현하는 능동적 의지가 보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됩니다’라고 말하면 조심스럽고 공손하게 표현하는 느낌을 주므로 되바라진 어법을 피하는 유교 문화권의 공손 화법에서는 이러한 ‘되다’ 어법을 선호하였을 것이다. 또한 ‘생각됩니다’ 어법은 ‘나는 사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당신의 뜻이나 주변의 영향으로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라는 뜻으로 자기를 변호하려는 공간을 마련하는 화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언어가 인간의 사고(思考)와 행동(行動)에 영향을 주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는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에 이러한 ‘되다’의 피동법을 남용하면 말하는 이나 글쓴이의 의식도 피동적 존재로 비치고 전달 내용의 분위기도 소극적, 피동적 느낌을 주기 쉬우므로 ‘되다’의 남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자기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 논설문에서는 ‘되다’와 같은 피동법 문장이 소극적 인상을 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ㄹ)의 ‘왜색 문화 극복’도 왜색 문화 극복은 능동적으로 극복하여야 할 일인데도 ‘되다’를 써서 ‘극복되어야 된다’로 하면 남이 극복시켜 주는 것 같다. (ㅁ)도 지시 표현에서 흔히 쓰는데 다듬는 것이 좋다. (ㅂ)의 ‘-게 되다’를 오용으로 볼 것까지는 없지만 논설체에서 간결하고 능동적으로 표현한다면 ‘되다’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글을 쓰고 나서 눈에 띄는 ‘되다’를 찾아보면 대개는 ‘하다’로 고쳐도 문제없는 것들이므로 글을 퇴고할 때는 ‘되다’만은 특별히 점검해 볼 일이다.
사동법의 경우 ‘시키다’의 오용이 두드러지다.
(ㄱ)은 광고문인데 광고 주체가 무료로 교육한다는 것을 ‘시키다’로 표현하여 다른 기관에 무료 교육을 위탁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ㄴ)은 ‘나에게 거짓말을 강요하면 안 된다’라는 뜻이라면 몰라도 ‘나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이라면 고쳐야 한다. (ㄷ)도 검찰이 경찰을 시켰으면 ‘구속시킨’ 것이지만 검찰이 직접 구속을 집행하였으면 고쳐야 한다.
[3] 시상(時相) 표현의 오용‘-았었/었었-’은 과거 이전의 과거 상황(대과거)을 표현할 때만 쓰는 것이 좋다. 가령 ‘그는 중학교 때 꿈이 대통령이었었는데 대학교 꿈은 선교사이었다’의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 대통령이었는데 … 선교사이었다’로 해도 괜찮다는 점에서 ‘-았었-’은 국어에 꼭 필요한 표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ㄱ)은 ‘-았/었-’으로 표현해도 충분한 단순과거 표현이라면 ‘-았었/었었-’을 쓰지 말아야 한다. (ㄴ,ㄷ)은 미래 의미의 어휘 ‘바라다, 예상하다’에 미래추측 기능의 ‘-겠-’이 중복되어 동의중복 구성이 되므로 다듬는 것이 좋다. 특히 (ㄴ)은 건강하기를 지금은 바라지 않고 앞으로 바라겠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ㄹ)도 보내 준 것을 받은 그 때만 감사하고 지금은 아닌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감사는 현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현재 시제로 하여야 한다. 최근에 방송 사회자들이 출연자에게 마감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처럼 ‘-았-’을 넣어 말하는 것이 흔한데 이것도 ‘… 감사합니다’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