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감투’, ‘비난수’, ‘은을 내다’

전수태 국립국어연구원

얼마 전 어느 지방에서 무슨 행사의 한 가지로 필요해서 그런다면서 자기들이 쓴 대본을 북한말로 번역(?)해 줄 수 없겠느냐고 해서 아주 난처해 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국립국어연구원의 전신인 국어연구소 시절부터 북한어에 관심을 가지고 주로 이에 관한 일을 해 왔다. 그러나 북한 문화어가 서울 표준어와 얼마나 다른가, 무엇이 다른가 하고 물으면 별로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 될 것이다. 이는 아무래도 남과 북의 말이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씩 우리가 국내 텔레비전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북한의 뉴스 진행 프로그램에서 강하고 억센 보도자들의 말을 들으면 정말 남북한 말이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휘의 이질감보다는 억양의 이질감에서 오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북한에서 들여와 국내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방영한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림꺽정(임꺽정)」, 「온달전」 등 북한 영화 몇 편을 주의 깊게 보았다. 여기에서 배우들이 쓰는 대사는 약간의 억양 차이를 제외하면 서울말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인차’(곧, 바로의 뜻), ‘도장을 치다’(도장을 찍다) 등 극소수의 낯선 단어들을 발견했을 뿐이다. 북한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우리는 북한 문화어에 대하여 흔히 ‘이질화’라는 말로 특징지우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서울 표준어가 있고 전라도 방언, 충청도 방언, 경상도 방언이 있는데 북한에는 북한 방언이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북한은 1966년 김일성의 ‘문화어 선언’ 이후 북한 지방의 방언 약 4,000어를 문화어로 승격시켰다고 한다. 어문 규범으로 말미암은 차이를 제외하면 어휘의 차이가 바로 언어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북한에서 쓰는 어휘가 우리의 그것과 달라진 것에는 대체로 북한 지방에서 방언으로 쓰던 어휘가 문화어로 채택된 것, 같은 형태인데 의미가 달라진 것, 북한 체제가 우리와 달라 북한에서만 쓰이는 것의 세 부류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서울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에서 어휘 차이의 실체를 밝혀 보려고 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도에 걸쳐 북한에서 발간된 장편 소설 『고난의 행군』, 『백두산 기슭』, 『혁명의 려명(여명)』 등 24책 총 5,100여 페이지를 조사한 일이 있다. 이는 국립국어연구원의 1998년도 사업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 사업의 결과로 남한 사전에는 없고 북한 사전에만 나오는 어휘, 형태는 같으면서 의미가 달라진 어휘 등 2,500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래에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몇 차례에 걸쳐 우리와 차이가 있는 북한 방언(?)의 대표적인 어휘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감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 사전에는 “벼슬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하여 ‘감투 싸움’, ‘벼락 감투’, “갑자기 감투를 쓰게 되었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북한 사전에는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책임이나 루명’을 비겨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고, “1936년, 그네들로서는 예사롭게 흘려 보냈다고 할 수도 있는 이 해에만 놈들이 저지른 죄상을 고발하는 통계들도 여기에 있다. ‘사상범’의 감투를 씌워 검거, 투옥, 학살한 수―9만2천598명.(『그들의 운명』, 현희균, 문예출판사, 1984, 78쪽)”과 같이 쓰고 있다.
   ‘긴장’은 우리의 경우에는 “마음을 늦추지 않고 정신을 차리는 것”, “서로의 관계가 악화되어 분쟁이 일어날 듯한 상태”의 뜻으로서 ‘긴장을 풀다’, ‘긴장의 연속’, ‘긴장이 고조되다’ 등으로 쓰인다. 동사로서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차분히 해라.”, ‘긴장된 순간’ 등 ‘-하다’, ‘-되다’의 형태로 쓰인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긴장하다’가 형용사로서 “매우 긴요하고 절실하다”의 의미를 가지면서 “그래서 나도 몇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지배인 동무는 나라의 철사정이 긴장한데 3·4분기 계획까지 하구 보자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뜨거운 심장』, 변희근, 문예출판사, 1984, 5쪽)”와 같이 쓰고 있다.
   북한말의 ‘딱친구’는 우리 말의 ‘단짝 친구’이다. 북한 사전은 이 말이 “말체(구어체)에 쓰이는 것으로서 서로 속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라고 풀이하고 있고, “지금도 뛰여들면 어느 탁이나 딱친구들이 앉아있다가 소리쳐 반겨 부를 것이다.(『먼 길』, 정창윤, 문예출판사, 1983, 31쪽)”와 같이 쓴다. 여기에서 ‘탁’은 ‘식탁’ 등 탁자를 말한다.
   ‘망탕’은 ‘되는대로 마구’의 뜻이다. 이 말은 대표적인 평안도 방언으로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어감이 별로 좋은 말이 아니지만 북한의 김일성이 언어학자들을 모아 놓고 한 교시에서 “남한 사람들이 잡탕말을 망탕 쓰고 있다.”고 지적할 때에 쓴 말이다. 다른 예를 든다면 “참, 이 오마니래 야단났구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소리나 망탕 한다니까.(『대지는 푸르다』,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98쪽)” 같은 것이 있다.
   ‘비난수’는 북한 사전에 “미신에서 무당이 굿이나 푸닥거리를 할 때 귀신에게 빌면서 하는 지껄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김소월 시 ‘비난수하는 밤’을 읽으면서 ‘비난수’의 뜻을 몰라 애타운 일이 있는데 이것이 평안도 방언이었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부성례는 가슴이 철렁했다. 도대체 무슨 판국일까? … 그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두 발이 토방에 붙은 채 비난수에 심취되여 가는 강씨를 지켜보기만 했다.(『그들의 운명』, 현희균, 문예출판사, 1984, 154쪽)” 등의 예문을 들 수 있다.
   ‘은을 내다’는 “보람 있는 값이나 결과를 가져오다”의 뜻을 가진 말인데 짐작만으로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다. “그는 기뻤다. 이제는 이 나라에 인걸이 나서 자기의 대동여지도도 은을 내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잠도 오지 않았다.(『김정호』, 강학태, 문예출판사, 1987, 371쪽)”와 같이 쓰인다.
   이 밖에도 “우리 아이는 이 참 좋습니다.”에서 ‘’은 ‘머리’, 즉 지능지수를 나타내고, “우리 아이는 공부를 안 해서 대학 가기 바쁩니다.”에서 ‘바쁘다’는 ‘어렵다’의 뜻임도 알아야 한다. 또, 요즈음 여러가지로 어려운 형편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눈앞이 새까맣다’고 표현한다는 것도 알아 둘 만한 것이다.



♣ 당신의 표준어 실력은?

**13∼15개 맞음: 교양 있으시군요
**10∼12개 맞음: 더 잘할 수 있어요
**7∼9개 맞음: 좀 부끄럽겠죠
**6개 이하 맞음: 이래도 됩니까?

  1. 삼가다( ) / 삼가하다( )
  2. 쪽밤( ) / 쌍동밤( )
  3. 다시마 부각( ) / 다시마 자반( )
  4. 까다롭다( ) / 까탈스럽다( )
  5. 술보( ) / 술고래( )
  6. 수삼( ) / 무삼( )
  7. 두리뭉실하다( ) / 두루뭉술하다( )
  8. 목발( ) / 지겟다리( )(지게 동발의 양쪽 다리)
  9. 죽데기( ) / 피죽( )(통나무의 겉 쪽에서 떼어 낸 조각)
  10. 벽지다( ) / 외지다( )
  11. 애달프다( ) / 애닯다( )
  12. 귀에지( ) / 귀지( )
  13. 꼭둑각시( ) / 꼭두각시( )
  14. 딱따구리( ) / 딱다구리( )
  15. 오들오들( ) / 오돌오돌( )(춥거나 무서워서 몸을 떠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