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종덕(서울과학고등학교)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 영역 듣기 문제로 ‘틀리다’라는 단어의 올바른 쓰임이 출제되었다. 아마도 정답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정답률이 높은 것과 실제 언어 생활에서 바르게 쓰이는 정도는 같지 않은 듯하다. 일상의 대화에서 무심코 쓰는 말을 듣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필자는 두어 해 전에 중국을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조선족인 안내원이 ‘다르다’를 쓸 자리에 번번이 ‘틀리다’를 쓰고 있었다. 일행의 대부분이 국어 교사들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였다가, 그 안내원의 변명을 듣고 그만 무색해지고 말았다. 그는 본디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 구분하여 사용하였었는데, 한국 관광객들을 대하다 보니 모두들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고 있어서 자기도 ‘틀리다’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틀리다’는 ‘사실이나 이치, 계산 따위가 맞지 않다; 마음이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 일이 순조롭게 되지 않고 어그러지다’ 등의 뜻을 지닌 동사이고, ‘다르다’는 ‘같지 않다, 차이가 있다’를 뜻하는 형용사이다. 두 단어는 이렇게 뜻과 품사가 모두 다른데도, 아나운서 출신의 사회자들조차 “역시 신세대는 기성 세대와 사고 방식이 틀리군요”와 같은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틀리다’ 못지 않게 잘못 사용되는 단어로 ‘가리키다’를 들 수 있다. 특히 학교는 ‘가르치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선생님들의 십중팔구가 ‘가르치다’ 대신 ‘가리키다’를 사용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한번은, “내가 언제 그렇게 가리켜 주었니?” 하고 학생을 꾸중하시는 어느 선생님께, 우스개 삼아 “선생님께서는 왜 가르치시지 않으시고 가리키십니까?” 했더니, “예, 저는 실력이 신통치 못해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그저 정답을 가리켜 주는 일이나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고 대답하신 일이 있어서 웃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떤 이는 아예 ‘가르키다’를 쓰기도 한다. 이는 물론 그 형태 자체가 바르지 않으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 사용되는 사례의 하나로 ‘너무’를 빠뜨릴 수 없다.
이와 같은 표현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들을 수 있다. ‘너무’는 ‘정도에 지나치게’라는 뜻의 부사이다. 그런데 이 ‘너무’에 ‘나’가 결합된 ‘너무나’라는 말은 단순히 ‘너무’를 강조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매우, 대단히’의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 같다. 사전에서조차 “너무나 유명하다” “옛 친구를 만나니 너무나 반가워 얼싸안았다”와 같은 예문을 싣고 있다. 그러나 ‘너무’ 또는 ‘너무나’는 아무래도 ‘정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만 써야 올바른 것이 아닌가 한다. 정도를 강조할 자리에서는 ‘매우, 몹시, 아주, 대단히, 굉장히, 정말로, 진실로, 참으로’ 등과 같은 말 가운데서 얼마든지 선택하여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옳지 않은 자리에 한결같이 ‘틀리다, 가리키다, 너무’ 따위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품위도 있어 보일뿐더러 그 사람의 어휘력 또한 풍부한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