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쓰기
민현식(숙명여자대학교)
조사와 어미는 글 마디의 이음쇠와 같아
조사는 문장 내에서 체언이 주어, 목적어, 부사어, 서술어 등으로 실현되도록 기능하거나(격조사의 경우) 체언에 뜻을 더해주는 기능을 한다(보조사의 경우). 어미는 문장의 용언을 연결하거나 관형화하거나 명사화함으로써 서술 용언을 다양하게 기능하도록 한다. 이때 조사와 어미가 부적절하게 선택되면 문장은 결정적으로 비문이 된다.
조사와 어미의 이러한 기능은 마치 철골 구조물에서 이음쇠의 역할과 같다. 이음쇠가 잘못되면 구조물 전체가 이지러지듯이 조사와 어미라는 이음쇠는 규격에 맞게 선택하고 기름칠을 해서 잘 조여야 글의 조리(條理)도 유지할 수 있다.
[1] 조사의 오류
조사의 오류로는 다음 예처럼 부정확한 조사 사용을 들 수 있다. (→의 오른쪽이 옳은 예임)
(ㄱ)은 유정체언의 여격에는 ‘에게’를, 무정체언의 여격에는 ‘에’를 쓴다는 사실을 어겼다. (ㄴ)은 from의 번역투인 ‘으로부터’보다 ‘에게’가 우리말답다. (ㄷ)은 ‘까지’와 ‘마감하다’의 호응이 어색하다. (ㄹ, ㅁ)은 입말에서 많이 보이지만 부자연스러워 다듬는 것이 좋다. 특히 (ㅁ)의 ‘만큼’은 입말에서 ‘만’과 구별이 잘 되지 않지만 사전들은 아직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아 구별하는 것이 좋다.
[2] 접속 구성의 오류
문장에서 연결어미(접속어미)가 잘못되면 문장의 접속 구성이 어색하여져 글을 그르친다.
(ㄱ)은 ‘해서’가, (ㄴ)은 ‘오거든’이 어색하다. (ㄷ)은 직접인용에 붙는 ‘라고’를 간접인용에 써서 잘못이다. 특히 요즈음 입말에서 간접인용인데도 ‘라는, 라고’를 쓰는 현상이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ㄹ)은 패배 원인으로 열거된 두 가지가 ‘불확실한 패스워크’는 구 구조이고 ‘수비가 불안하여’는 절 구조라 불균형하다. 따라서 구 구조로 통일한 ‘불확실한 패스워크와 불안한 수비로’로 고치거나 절 구조로 고친 ‘패스워크가 불확실하고 수비가 불안하여’로 고쳐야 문장 구조가 균형을 찾는다.
[3] 관형화, 명사화 구성의 오류
관형형어미나 관형격조사가 이중, 삼중으로 반복된 관형화 구성은 수식 관계가 애매해지므로 삼가야 한다.
(ㄱ)은 ‘없는 안전한’이 ‘수술’을 수식할 텐데 ‘고도’를 수식하는 것으로 오해된다. ‘고도의’와 ‘정밀한’의 이중 관형 구성도 거슬리며 ‘저렴한 … 저비용’도 동의 중복 현상이라 거슬린다. ‘이 수술은 후유증이 없고 안전하며 고도로 정밀한 수술로 비용도 저렴하고 파격적이다’ 정도로 고칠 수 있다. (ㄴ)도 ‘의’의 반복이 거슬리는데 이처럼 ‘의’를 반복하는 글 버릇이 꽤 널리 퍼져 있다.
다음으로 명사화 구성을 남발하는 것도 고쳐야 할 글 버릇이다.
(ㄷ)은 ‘보내졌다’로 하면 자연스러운데 명사화 표현을 이용한 ‘보냄이 되었다’로 하여 어색하다. 이러한 표현은 이광수와 같은 일본 유학 작가들이 일본어투에서 영향 받은 때문으로 보고 있다. (ㄹ, ㅁ)은 ‘… 것’ 명사화 표현이 남용되었다. (ㅂ∼ㅈ)의 ‘-음’ 명사화 표현은 상당히 세력화하여 있어서 국어 표현의 다양함을 생각하면 허용 가능한 면도 있지만 상투적인 명사화 표현이 법조문과 같은 딱딱함을 주기 쉬워 국어의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을 위해서는 다듬는 것이 좋다.
어떠한 사물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하나밖에 없다는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은 체언이나 용언, 수식언 따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체언과 용언을 여러가지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조사나 어미야말로 글의 문맥에 정확히 맞는 조사와 어미를 선택하여야 글의 조리가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선다. 따라서 조사와 어미야말로 문장의 조리를 세우는 두 기둥과 같다는 점을 명심하고 정확한 조사와 어미를 썼는지 퇴고할 때에는 재삼 주의할 일이다.